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8)
67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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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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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현자의 조언 : 3]
지하로 가자. 위층을 뒤져야 뭔가 더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리다.
위층은 사무실이 밀집된 장소. 즉, 사람이 넘쳐난다.
관리국 배지가 그야말로 마패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긴 하나, 그래봐야 단순히 밀어내는 정도일 뿐이다. 건물 밖으로 쫓아낼 수도 없으니, 사람이 넘쳐나는 곳으로 가는 건 너무 위험하다.
이번엔 나 혼자 남은 상황이니 지하를 탐색해보고, 다음 시도 때 다 같이 방법을 연구한 후 전체적으로 뒤져보는 게 나을 것 같다.
—따각. 따각.
내 신발에서 나는 소리가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전혀 없다. 덕분에 저주로 인한 두통이나 이명이 사라진 점은 다행이지만, 좀 이상하다.
지하 주차장에는 직원들이 차를 주차해둘 테니 그쪽에서 지상으로 오는 사람들이 있어야 정상 아닌가?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을 수가 있나?
어쩌면 올바른 장소로 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따각. 따각.
혼자 남으니까 좀 섬뜩하긴 하다. 호텔에서 온갖 일을 겪으면서 어느샌가 사람 시체를 봐도 그러려니 하게 된 지 오래인데도, 이런 종류의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슬슬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 입구 쪽에 경비실이 있는 게 보였다. 배지의 힘을 또 보여주면 되겠지?
흐읍.
순간적으로 코를 감싸 쥔 채로 물러섰다.
지독한 냄새. 주차장 쪽에서 도저히 참기 힘들 정도의 악취가 풍겼다.
아주 오래된 재래식 화장실에서나 날법한 배설물의 악취.
썩어 문드러진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올만한 악취.
도저히 주차장 쪽으로 갈 엄두가 안 나는 냄새다.
그러니까 오히려 가봐야 하는 게 아닐까?
명백히 이상한 현상이다.
주차장에서 이런 냄새가 난다는 것도 이상하고, 이런 냄새가 나는데 아무도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건 더 이상하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 인내하며 주차장에 가까이 다가선 후에야 악취의 근원이 경비실임을 알았다.
저런 경비실에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
경비실 근처까지만 가봤다. 101호에 진입한 후로 내게 생긴 ‘저주에 감염된 인간 감지 능력’.
저주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접근만 해도 두통과 이명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다.
바로 문 앞까지 다가갔는데도 아무 현상이 없었다. 안쪽에 저주에 감염된 사람이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만, 더 다가가자 악취의 근원이 경비실임은 더욱 확실해졌다.
대체 뭐가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자. 배설물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확인이라도 하고 잊어버릴 생각으로 경비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 지옥을 보았다.
…
조그마한 공간에 사람이 갇힌 채로 나가지도 못한 채 먹고 싸기만 반복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바닥, 벽, 쓰레기통 기타 모든 장소에 인간의 배설물이 범벅이 된 채 악취를 풍기고 있다. 모든 곳에 쌓여있는 통조림 같은 보존식품의 흔적. 썩어가는 음식물. 사방에 그어진 정체불명의 낙서.
이 모든 참혹한 광경보다도 더욱 끔찍한 것.
인간이 – 살아있었다.
모든 희망을 버린 채 오로지 공포 속에서 짐승이 되어버린 무언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의 삶을 포기하면서 버텨온 절망의 끝.
뼈만 남은 사람의 흉상이 날 보더니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두려운 존재를 보기 싫어서 눈이라도 후볐는지 눈가엔 상처가 가득하다. 두려운 소리를 듣기 싫어서 귀를 자해한 걸까? 귀는 절반 이상 뜯어졌다. 온몸에 자해한 듯한 흔적이 가득하고, 제대로 된 치료도 못 해서인지 왼팔과 오른 다리는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
“당신…. 관리국…. 왜 이제야 왔습니까.”
“…”
“으힉! 으흐. 향기롭지 않습니까?”
“…”
“멀쩡한 음식이 다 떨어졌소. 한 달이 되었지. 나는 무엇을 먹었을 것 같습니까?”
“…”
바닥을 기어 온 흉상은 뼈만 남은 손가락을 움직여 종이 하나를 가리켰다.
지옥과도 같은 참상 속에서 단 하나. 깨끗하게 코팅된 종이.
혼자서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깨끗한 종이.
내가 그 종이를 집어 들자, 남자는 비틀거리다가 배설물과 음식쓰레기가 뒤섞인 지옥 속에 나뒹굴었다.
“… 같이 나가시겠습니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오른쪽의 그것 말입니다.”
…
—탕!
경비실을 닫고 나왔다.
끔찍한 악취. 그러나, 그 어떤 두통도 이명도 없다.
이제는 안식을 얻은 남자는 ‘저주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처음에 저주에 감염되는 걸 피한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을지도 모르지. TV를 보자마자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껐을지도 모른다.
그 후로는 근무지가 지하의 외진 장소였기에 사람들과 접촉을 피할 수 있던 걸까?
그러나 혼자 남았을 뿐. 남자가 홀로 정신을 붙드는 사이에 세상은 광기로 물들었다.
남자는 두려운 세상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채 경비실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다….
경비실에서 들고나온 코팅된 종이를 꺼내 들었다. 종이 자체는 깨끗했지만, 경비실의 악취가 깃든 종이는 솔직히 계속 가지고 다니고 싶은 상태는 아니다.
지극히 단순한 석 줄의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1. 주차장에선 자동차 안을 살펴보면 안 됩니다.
2. 지하의 계단에선 뒤를 돌아보시면 안 됩니다.
3. 지하창고에서 물건을 찾을 때는 전등을 켜지 마세요. 손전등을 이용하세요.
단순한 내용. 몇 번 읽어서 외운 후 종이는 그냥 버렸다.
우선, 주의사항에 따라 지하를 더 탐색해보기로 했다.
자동차를 무시한 채로 주차장을 가로질러서 한참 걸어가자,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었지?
앞만 보면서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역시나,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지하 2층에는 비품실, 화장실, 사무실, 이상한 기계가 동작 중인 방 등이 있었다.
어디에도 사람이 없다.
여러 방을 둘러봤지만, 딱히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하창고.
종이에선 지하창고에서 뭔가 찾을 때를 위한 주의사항이 적혀있었지.
뭔가 있는 걸까?
다시 계단을 타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따각… 끼리리릭
지하 3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몇 걸음 내디디는 순간.
뒤에서 금속으로 바닥을 긁는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지하의 계단에선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었지.
소리도 죽인 채로 계속 걸어 내려갔다.
조금씩, 두통이 느껴진다.
지하 3층의 복도에 도착한 후에야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점점 뭐가 뭔지 알기 어렵다.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탐색을 시작했는데, 어째 점점 모르는 게 늘어나는 느낌.
애초에 주의사항의 의미는 뭘까.
지하 3층에는 다른 방은 아무것도 없었다. 복도 끝까지 가자, 벽면에는 손전등이 걸려있고 앞에는 거대한 문.
여기가 지하창고일까? 창고에선 전등을 켜지 말라고 했지.
창고 문을 연 다음, 주의사항대로 전등 스위치를 무시하고 손전등만 들고 여기저기 뒤져보았다.
흔한 창고다. 여기저기엔 깨끗한 A4 용지 뭉치, 프린터의 소모품들이나 의자 또는 탁자의 예비품들. 사무실에서 무언가 고장이 나거나 다 떨어졌을 때 찾아올만한 장소.
체감상 20분 가까이 온갖 물건을 뒤적거렸는데도 아무것도 특이한 게 없었다. 사람도 없고, 특이한 점도 없고.
…
사실상 알아낸 사실이 아무것도 없다. 지하에 내려와서 알아낸 정보라곤 저주를 피해 도망쳐서 고통 속에서 죽어간 경비원과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뿐.
무언가 잘못 생각한 걸까?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지하에 왜 내려왔는가? 생존을 위해서? 아니다.
나는 생존을 위해서 내려온 게 아니라, ‘정보를 얻기 위해서’ 내려왔다.
종이에 적힌 주의사항을 보고 철저히 지켜가며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
이런 행위는 예컨대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다.
내가 해야 할 행동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주의사항을 어겨야 한다. 어겨서 무슨 일이 생기고, 여차하면 맞아 죽더라도 대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아내는 게 내 일. 탈출은 승엽이가 해주겠지.
이제 내가 모두를 위해 죽을 때가 되었다.
*
1. 주차장에선 자동차 안을 살펴보면 안 됩니다.
2. 지하의 계단에선 뒤를 돌아보시면 안 됩니다.
3. 지하창고에서 물건을 찾을 때는 전등을 켜지 마세요. 손전등을 챙겨가세요.
주의사항을 다시 살펴보았다.
이제, 나는 주차장의 자동차 안쪽을 살펴보고, 지하의 계단에서 뒤를 돌아보고, 지하창고의 전등을 켜면 되겠구나.
주차장으로 올라와서 주변을 돌아봤다. 다시 느껴지는 코를 찌르는 악취, 족히 수십 대는 세워진 차.
새삼 기이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차가 많으면 최소한 차주는 주차장으로 와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아무리 저주로 인해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해도 이런 악취를 느끼지 못할 수가 있나?
생각해보면, 처음 101호에 들어갔던 당시에 나와 가짜 가족들은 오리를 생으로 뜯어먹으며 싱싱하다고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정도로 ‘상식’이 개변된 상태에선 이런 악취도 향기로 느끼는 걸까.
일단 자동차 내부부터 살펴보자.
선팅으로 인해 내부가 거의 보이지 않는 차.
가까이 다가가서 창 바로 앞까지 얼굴을 들이미는 순간 –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사람이 있다. 이렇게 다가갈 때까지 두통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
‘저주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있다.’
다시 일어나서, 마음을 가다듬고 차 안쪽을 살폈다.
불가사의한 장면.
자동차 내부가 아니다. 분명히 자동차 창을 통해 차 안쪽을 살펴보는 중인데, 차와 전혀 상관없는 이상한 공간이 비친다. 통짜 철로 만들어진 듯한 튼튼한 침대, 설치된 수갑.
알 수 없는 사람이 수갑에 속박된 채로 침대에 누워있다.
입에선 침이 질질 흐르고, 병상은 이미 추한 흔적이 가득하다.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채로 오랫동안 묶여있는 게 분명한 사람.
창문을 툭툭 쳐봤지만, 반응이 없다.
느낌상 차 바깥과 안쪽은 뭔가 ‘다른 공간’.
—탕!
창문을 깼다.
그제야 내부에 있던 피골이 상접한 사람이 흐릿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당신, 괜찮습니까? 여긴 대체 어디죠? 당신은-”
“흐으읏. 흐으읏. 학생….”
“…네?”
“선생님을 불러줘. 선생님을 불러줘.”
“어떤 선생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쿵!
“이봐! 대체 무슨 선생님을 말하는 건지 설명하지 않으면 도와줄 수가 없어.”
—끼리리릭.
무언가 – 금속으로 바닥을 긁는 소음.
남자의 목소리가 쥐 죽은 듯이 작아졌다.
“온다…. 온다…. 간호사가 와요. 아저씨. 학생. 나 꺼내줘. 나 꺼내줘.”
나에게 애걸하면서도 목소리조차 높이지 못한다.
무언가 지극히 두려운 것이 다가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 남자, 제정신이 아니다. 머리가 아프지 않은 걸로 미뤄볼 때 저주에 감염되지 않은 상태. 저주와 무관하게 그냥 미친 상태다.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하다.
한숨을 쉬면서 차에서 물러서는 순간.
내가 총으로 깨트렸던 창문이 저절로 복구됐다.
…
새삼스럽게 이런 일로 놀랄 시기는 지났다.
두 대의 차를 비슷하게 창문을 깨면서 살폈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모두 정신이 나간 사람이 침대에 묶여있었고,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의사 선생님을 말하는 건가? 간호사? 저 장소는 병원인 걸까?
다음으로 향할 장소는 지하의 계단.
내려가면서 뒤를 돌아보며 뭐가 쫓아오는지 알아내도록 하자.
그 전에 내 피로 탄창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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