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90)
EP.691 691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29)
691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29)
– 관측소
‘이제 깨달았니?’
이스의 왕이 마침내 은솔 앞에서 정체를 드러낸 상황.
가인은 온 정신을 집중해서 둘 사이의 대화를 따라가려 노력했다.
‘당신에게는 분명히 약점이 있어. 없을 리가 없어. 이곳은 호텔이니까. 분명히 약점이 있고, 아주 치명적이야. 그걸 공략하면 꼼짝도 못 해! ’
은솔이 떨리는 입을 억지로 열어 내뱉은 말에 가인은 깊이 공감했다.
이스의 왕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며,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301호를 해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
불현듯, 가인은 죄수의 약점에 관해 다소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이스의 왕이 보인 수수께끼 같은 몇몇 행보를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가인에게 어렴풋한 생각을 구체화할 시간은 없었다.
301호의 상황은 시시각각 급변중이었기 때문이다.
‘힘이 있는 자에겐 자격이 없고, 자격이 있는 자에겐 힘이 없다. 나는, 그 모순을 극복하고자 했다.’
가인이 생각하기에, 위 문장의 의미는 명백했다.
힘이 있는 자란 죄수를 뜻하고, 자격이 있는 자는 참가자를 뜻한다.
그러니까 이스의 왕은, ‘참가자의 자격을 얻은 죄수’가 되고자 한 것 같았다.
“…”
관점에 따라선 104호의 주와 비슷하다.
그 역시 자신을 복제한 유산을 내보냄으로써 탈출을 꾀했으니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스의 왕과 주의 목적은 완전히 다르기도 하다.
특히 ‘죄수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서 차이가 난다.
104호의 주가 빚어낸 또 다른 자신, 신성한 태양은 원본 주의 힘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태양과 달, 바다와 호수 그 이상의 격차다.
반면, 이스의 왕이 지금 은솔을 집어삼킨다면…!
왕은 참가자의 자격을 얻은 후로도 ‘죄수의 힘’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서?”
“가인앙?”
가인은, 이스의 왕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죄수의 힘을 보존한 채 참가자의 자격을 얻어서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을 이어가려는 시점, 301호의 상황이 또 급변하기 시작했다.
‘내, 삼천세계를 위해 울부짖는 자를 직접 보겠노라. 그 앞에서 말하겠노라. 천국을…!’
가인이 생각하기에, ‘삼천세계를 위해 울부짖는 자’는 부처를 말하는 것 같았다.
‘울부짖는’이라는 단어가 다소 도발적으로 들리긴 했지만, 맥락상 틀림없이 부처였다.
그런데, ‘직접 보겠노라’라는 무슨 소리야?
가인이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한 시점.
— 고오오…!
천지사방을 뒤흔드는 굉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호텔 파티가 과거에 한번 봤던 알림이 다시 반복되었다.
「해결에 실패하였습니다. 따라서 ‘종말 이후 세계’가 시작합니다!」
해결 실패 알림이 관측소의 모든 참가자 앞에 나타난 것!
“어, 어!”
“이런! 무슨 일입니까?”
“으악! 가인 형, 은솔 누나랑 송이 누나 둘 다 죽은 건가요? 갑자기?”
미로와 상현, 승엽이 놀라서 외치는 상황.
그런데, 동료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줘야 할 가인은 어떤 의미에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넋이 나간 상태였다.
“아니…”
“가인앙?”
“형? 형!”
입을 반쯤 벌린 가인을 본 상현은 긴장감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301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갑자기 해결 실패 알림이 뜬 걸까?
가인은 마지막에 뭘 보았길래 저 상태지?
“가인 군, 진정하시고 -”
다음 순간, 가인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직접 보겠다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송이가 했던 말이 사실이었어!”
“가인 군?”
순식간에 가인의 머리를 스치는 과거의 기억.
301호의 첫 번째 시도가 끝난 후, 송이와 가인이 나누었던 대화.
‘오빠, 처음 301호에 들어가자마자 느꼈던 점인데요. 부모님 모두 다 진짜였어요.’
‘모두 다 진짜라는 게 무슨 의미지? 네 현실의 그 부모님이 그대로 301호에 나타났다?’
‘…’
‘혹은, 301호라는 세상 전체가 송이 네가 살아온 그 세상이다?’
당시, 가인은 송이의 의견을 온전히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첫째, 송이가 주장의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둘째, 송이와 대등한 위치인 은솔은 진짜니 가짜니 하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가인은 이제 송이의 말에 진실 혹은 진실 일부가 담겨있었음을 알았다.
1, 2층이 종말 직전의 순간을 재현한 호텔의 시뮬레이션이라면, 3층은 정말로 과거의 그 시공간이다.
그러니까, 이스의 왕이 ‘저런 짓’을 할 수 있다!
— 우르릉…! 쿠궁!
관측소 전체가 요동치는 소리.
“으아악!”
“아얏! 뭐야?”
“무, 무슨 일입니까?”
— 철컹!
관측소 입구의 잠겨있던 문이 열리는 소리.
예리한 감각으로 이를 감지한 승엽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가인을 보았다.
“마지막에, 이스의 왕은 ‘부처를 직접 보겠노라’라고 했습니다.”
“형! 그, 그게 뭔 말이죠!”
“가인 군, 나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 말 그대로의 의미였습니다.”
“네?”
“정말 직접 보겠다고 한 겁니다.”
‘설마’하는 생각에 상현이 입을 쩍 벌렸다.
직접 보겠다는 말은 무슨 수사적이거나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송이가 살아왔던 루프에서,
승천을 모사한 ‘은총’이라는 현상을 일으켜서,
‘천상’으로 향하는 길을 열고,
은솔이 가진 참가자의 자격을 통해 장막을 넘어서!
정말로 호텔에 와서 부처를 만나겠다는 소리였다!
“이스의 왕이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 우르릉…!
*
– ???
만물에는 시작이 있다.
가장 큰 건물에도 첫 번째 벽돌이 있으며, 대우주에도 빅뱅의 순간이 있다.
신 혹은 악마 역시 시작이 있다.
나 – 누군가는, ‘이스의 왕’이라 부르는 존재 역시 마찬가지다.
…
최초의 순간을 기억한다.
원초의 혼돈이 뭉치고 뒤섞인 끝에 내 정신이 각성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끓어오르는 거품 속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나에게 두 가지 본성이 있음을 알았다.
첫째는 사랑이요, 둘째는 운명이라.
나는, 언젠가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를 빚어낼 것임을 알았다.
나는, 내가 그 아이들을 지극히 사랑할 것임을 알았다.
나는, 그 아이들이 ‘이스의 위대한 종족’이라 불릴 것임을 알았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느꼈으니, 이 어찌 운명이 아니겠는가!
…
부글거리는 거품 속에서 첫 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알에서 깨어나 모든것에 ?를 품는 아이에게 속삭였다.
내가 바로 너의 기원이니라.
곧 그 아이 또한 내게 사랑을 바쳤으니, 기껍기 그지없었다.
영겁의 삶 속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 말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
억겁의 시간이 흐른 후, 인과를 꿰뚫어 보는 운명의 힘이 내게 속삭였다.
이 우주는 근본적으로 비틀린 장소요, 대파멸이 예정된 어항이라고.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대우주의 경계 – 장막 너머에 숨겨진 가혹한 진실을 깨닫고 말았다.
끝없이 순환하는 우주의 이치를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진실.
그러나, 깨닫기 전에는 쉬이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진실이기도 했다.
가혹한 이치를 깨달은 이는 나 말고도 적지 않았다.
위대한 자든, 그렇지 못한 필멸의 종족이든 말이다.
진실을 깨달은 이들의 선택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거나, 도주하거나.
예컨대, 처음으로 드높은 문명을 이룩했던 인간 종족이 좋은 예시겠지.
그들은 ‘최초의 방주’를 만들어서 예정된 파멸을 피하고자 했다.
안타깝지만, 인간의 기술력은 그들의 문명이 정점에 달한 순간에조차 구원을 얻기엔 부족했다.
최초의 방주는 목적지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난파선이 되고 말았다.
한 가지 우스운 사실은, 구원을 위해 만들어 낸 난파선이 인간을 나락으로 이끌기 시작했다는 점 정도.
이후, 인간은 최초의 영광스러운 문명을 다시는 재건할 수 없을 만큼 몰락하고 말았다.
…
인간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실패 속에서도 배울 점은 있는 법이다.
생각해 보라!
도주라는 선택지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도망 칠 곳이 있으니까 도망치는 것 아니겠는가?
우주 어딘가에 파멸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존재한다는 소리다!
아아…!
삼천세계를 위해 울부짖는 자는 그런 의미에서 진실로 대우주의 구세주였다.
최후의 순간, 시간의 끝에 나타나 온 우주의 중생을 해탈로 이끈다는 미륵불이 바로 그였다!
…
나는 부처를 신앙한다.
더 없이 존경하며, 한 없이 우러러본다.
누군가는 나를 위대한 자라 여기지만, 위대한 자라 해서 다 같은 영역이 아닌 법.
미륵불은 실로 신중의 신이라 할만했으니, 내 숭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자였다.
또한, 나는 그를 저주했다.
끝없이 증오했고, 한 없이 절망했다.
미륵의 구원에 사각지대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
억겁의 세월 동안 내 아이들의 운명을 읽고 또 읽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면 좋으련만…
나는 내 아이들에게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끔찍한 운명을 보고, 또 보았다.
이스의 종족에게 구원은 없다.
이미 태어난 아이는 물론, 앞으로 태어날 아이까지 합쳐서 그 누구도 구원받을 수 없다.
대파멸로부터 만상을 구원하겠다는 미륵불.
그가 나약하고 어린 중생을 위해 준비 중인 천국.
천국에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내 아이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다.
그러므로 오늘, 나는 신 중의 신에게 묻고자 한다.
왜 나를, 내 아이들을…
버리셨나이까.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6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로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 우르릉!
쉴 새 없이 3층 전체에서 울려 퍼지는 격렬한 진동!
숨이 멎을듯한 긴장감을 느끼며 관측소 밖으로 나왔다.
이제부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가인아… 가인아…”
미로는 겁에 질린 채 내 이름을 반복적으로 불렀지만, 나라고 한들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진 않았다!
“어, 어! 형!”
그때, 승엽이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내판이 뭔가 바뀐 것 같아요!”
승엽이의 말대로 3층 로비에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 안내판이 살짝 바뀐 상태였다.
⇦ 관측소
⇧ 객실
⇨ 천국 – 공사 중입니다.
“… 천국.”
— 우르릉!
아무리 봐도, 후원자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바로 지금이지.
「조언 : 3 -> 0」
‘제발, 뭐라도 도움 될만한 이야기를 해 주세요. 또 사자성어, 선문답, 돌려 말하기 쓰시면 혀 깨물고 자살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