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93)
EP.694 694화 – 두 번째 탈출, 회의 (1)
694화 – 두 번째 탈출, 회의 (1)
– 김아리
.
..
…
바닥의 푹신한 감촉과 서늘한 공기를 느끼며 깨어났다.
아직은 어색한 3층과는 다른, 익숙한 2층 복도 바닥의 촉감과 공기 – 어?
“뭐야?”
301호에서 탈출했는데 왜 2층 복도지?
이에 대한 답은 벽에 걸린 디스플레이에 적혀 있었다.
“어! 저기, 화면에 뭐라 적혀 있어!”
「친애하는 고객 여러분, 301호 손님의 난동으로 인해 3층 설비 일부가 파손되었습니다.
같은 실수를 수없이 거듭하면서도 깨닫지 못한 손님이니, 참 민폐인 고객이 아닐 수 없지요!
고객 여러분, 시설이 복구될 때까지 손님 여러분은 1, 2층에 머물러주시기를 바랍니다. 복구 기간은 하루입니다.
– 언제나 친절하고 고객을 사랑하는 호텔 파이오니어 임직원 일동」
“301호 손님의 난동? 3층 시설 복구? 이게 무슨 소리야?”
“앗싸! 하루 휴식!”
손님의 난동이니, 3층 복구니 하는 의미심장한 문구는 싹 건너뛰고 ‘복구 기간은 하루입니다’라는 말에만 반응하는 승엽이.
수업 시간 내내 잠만 자다가 점심시간에만 깨어나는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나오네.
근데, 제일 중요한 내용은 ‘하루 휴식’이 맞긴 해.
“으으… 머리 엄청 아파…”
“언니, 괜찮아요?”
“음, 아마도?”
바닥에서 깨어난 은솔이가 목을 스트레칭하며 일어났다.
곧, 은솔이는 자연스러운 태도로 관측소 파티에게 다가가서 –
“얘들 – ”
– 다가가서, 뭔가 질문하려고 한 것 같다.
갑자기 미로와 승엽이는 물론, 상현이까지 연거푸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말이지.
“얘들아?”
“누, 누나! 가까이 오지 말고 거기 있어 봐요!”
“… 미로, 뭐해?”
“지, 지금은 상황 다 끝난 거야? 가인아!”
승엽이는 갑자기 실눈을 뜬 채 은솔이 쪽을 관찰했고, 미로는 아예 내 뒤에 숨은 채 가인이에게 질문했다.
아니, 숨기는 내 뒤에 숨으면서 질문은 왜 가인이에게 해?
나는 무슨 인간 방패야? 판단은 가인이를 믿고?
— 콩!
“앗!”
어처구니가 없어서 미로의 머리를 강하게 쥐어박았다.
어쨌든, 301호의 후반 진행이 무척 혼란스러웠음은 확실해.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관측소 파티지.
곧, 가인이가 주도하고 상현이가 보조하는 긴 설명이 시작되었다.
*
대략적인 설명이 끝날 무렵, 진철이가 신기한 눈으로 위쪽을 보았다.
“그러니까… 두 번째 시도의 ‘종말 이후 세계’는 3층에서 진행된 건가?”
“그렇게 봐야겠네요.”
망하기 전 세상에서 해결 시도하고, 실패하면 망한 후 세상에서 탈출 시도.
3층은 이런 느낌으로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종말 이후 세계가 3층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시작부터 다른 패턴이 난입할 줄은 몰랐네.
301호가 망한 후의 진행이고, 천상 층도 일종의 세계는 세계니까 말이 안 되는 건 또 아니긴 한데…
묵성이가 불안하다는 듯 은솔이를 보며 말했다.
“죄수가 은솔이 몸을 빌려서 난입했다는 말이지?”
“비슷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승엽이가 끼어들었다.
“지, 진짜 엄청났어요! 그냥, 은솔 누나가 눈만 크게 떠도 호텔 전체가 진동할 정도!”
“그 정도였냐?”
“가인 형 정도는 손 한번 휘저어서 넉다운!”
그 말에 가인이가 은근히 자존심 상한 표정을 짓는 게 살짝 귀엽기도 하고, 웃음도 나왔다.
부정하지 않는 걸 보면, 진짜 충돌 비슷한 걸 하기는 한 모양이네.
“저랑 의사 선생님은 그냥 무릎 꿇고 기도!”
“기, 기도하진 않았습니다.”
“무릎은 꿇었잖아요!”
“그냥 눈감고 고개를 숙인 정도였지 무슨…”
“미로는 아예 기절해서 엉엉 울고!”
“거짓말하지 마!”
대충 들어보니, 은솔이 몸에 죄수가 깃든 채 호텔에 와서 난동을 부린 모양이다.
이 와중에 제일 웃긴 건 은솔이의 반응이었다.
“이야… 대단해~!”
‘어머니’가 본인의 몸을 빌려 벌인 일에 진심으로 감탄하는 모양새.
심지어 가인이 쪽으로 슬쩍 다가가더니, 손을 휘젓기도 했다.
“가인아 어때? 바로 넉다운 할 것 같아?”
“…”
“미로는 아직 안 울어?”
“운 적 없다니깐!”
은솔이의 장난치는 듯한 태도가 황당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솔직히 이해가 갔다.
관측소 파티가 전한 말이 너무나 현실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죄수가 호텔에 난입했다는 둥, 손 한번 휘저어 동료들을 쓰러트리고 ‘천국의 문’을 열었다는 둥…
뭐랄까, 정말로 현실에서 벌어진 이야기 같지 않아.
기본적인 상황 설명이 끝날 무렵, 다과 테이블에서 과자 두어 개를 삼키던 송이가 입을 열었다.
“오빠, 선생님. 혹시 ‘최초의 소원’ 내용도 보셨나요?”
관측소 파티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보지 못했습니다. 송이 양, 은솔 양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그냥 몇 초 정도 가만히 서 있는 정도로 보였지요.”
“맞아.”
“… 그러면, 내용 간략하게 말씀드릴게요.”
말 그대로 간단한 이야기였다.
이스의 종족이 부모님의 몸을 빼앗았고, 그걸 발견하고 신고하려다가 자신도 당했다는 이야기.
느낌상, 아주 많은 내용이 생략된 것 같았다.
“아이고… 괜찮냐?”
“고생 많으셨습니다.”
“예전 일인걸요? 이젠, 뭐, 아무렇지도 않아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예 송이 근처에 없던 사람들이나, 하늘 너머에서 망원경으로 관측한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송이 바로 옆에 있었다.
소원을 막 자각했던 송이가 얼마나 감정적이었는지 기억한다.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격렬한 증오와 측정 불가능한 슬픔을 어렴풋이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뭔가 말을 하고 싶어 입을 열었을 때 – 새하얀 글자들이 눈앞을 스쳤다.
「내 마음은, 나만의 것으로 두고 싶어. 그다지 하나하나 알리고 싶지 않아.」
아무리 가족 같은 동료라 해도 정말 ‘모든 것’을 알리고 싶지는 않다는 이야기.
“…”
자연스럽게 다음 차례는 은솔이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요원 S를 만났던 일.
그곳에서 강원도 지하 유적으로 납치되었고,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을 겪으며 참가자로 각성한 일.
송이와 달리, 은솔이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솔직히 전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모든 동료가 말문을 잃었다.
“어, 으, 은솔아… 괜찮냐?”
“아아… 괜찮다 아니다를 말하기도 뭐하네요. 현실감이 없는 기억이라.”
“은솔 언니…”
“괜찮아, 괜찮아! 다들 너무 요란하게 반응하지 마.”
은솔이가 어색하게 웃는 사이,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며 송이 쪽을 살폈다.
동료들 앞에선 담담한 태도를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스의 종족을 극도로 증오하는 게 지금의 송이기 때문이다.
송이에게 이스의 종족의 ‘공주님’ 혹은 ‘신의 딸’이나 다름없는 은솔이는 어떻게 보일까?
“…”
다행스럽게도, 송이는 은솔이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까지 살짝 글썽이고 있었다.
원수의 일족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피해자라고 느낀 모양이네.
하긴, 이스의 왕은 농담으로도 ‘좋은 어머니’라고 부를 수는 없는 존재였지.
애초에, 그녀에게 진짜 자식은 이스의 종족뿐인 것 같았다.
은솔이 형제들은 진짜 자식이 아니라, 진짜 자식을 구하기 위한 귀한 소모품 정도 아닐까?
그때, 가인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으흠, 흠! 언제 한번은 모두와 의견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한 주제입니다.”
본인은 진즉 알고 있었지만, 다른 동료들에겐 말하지 않았다는 뉘앙스.
“301호, 나아가서 3층 전반에 관한 이야기죠. 마침, 최초의 소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가인이는 잠시 송이 쪽을 보았고, 송이는 무언가를 느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나 신경 쓰지 말고 말하세요.’라는 느낌이었다.
“송이의 말에 따르면, 3층 저주의 방은 호텔에 오기 전, 우리가 살아온 세상 같다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
“처음 들었을 때는 흥미로운 가설 정도로 생각했지만… 무려 죄수가 난입하면서 알려주었죠. 301호 내부 세상에서 ‘천상 층’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확실히, 설득력 있는 가설이네.
‘부모님이 진짜인 것 같아!’라는 송이의 감만으로는 애매했지만, 죄수가 벌인 충격적인 ‘호텔 난입 사태’를 생각하자.
진짜니, 가짜니 하는 형이상학적 고민을 떠나서, 1~2층은 근본적으로 ‘시뮬레이션 세계’에 가까웠다.
1, 2층의 죄수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저주의 방 바깥의 호텔에 난입하기는 어려웠지.
3층에선 가능하다.
왜냐하면, 3층은 정말로 현실의 수많은 루프 중 하나니까.
우리가 현실에서 호텔로 끌려왔듯이, 현실의 악신 역시 호텔에 접근할 수 있는 것.
시간대가 다르다?
천상의 영역, 나아가서 호텔은 현실의 시간 축을 반쯤 초월한 영역이다.
1~2층 외부의 현실과 301호의 송이가 살아온 루프는 시간 축을 초월한 천상의 영역에서 보기엔 별 차이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딱 하나 의아한 점이 있었고, 이 점을 엘레나가 지적했다.
“은솔 언니!”
“…”
“언니 생각도 똑같아요? 언니는 딱히 송이처럼 느끼지 않은 것 같아서… 아닌가요?”
301호에서 송이와 대등한 존재, 또 다른 주연 배우인 은솔이.
송이와 달리, 은솔이는 301호의 가족이 진짜였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애초에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두 사람은 다른 루프에서 온 것 아니었어?
묵성이도 조심스레 말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두 사람의 현실에 대한 기억은 꽤 달랐던 것 같다만… 아닌가?”
곧, 은솔이의 입에서 기이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예전이라면 나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이젠 알겠네. 이런 의문 때문에 ‘최초의 소원’을 자각해야 하는 건가?”
“오, 답을 아는 모양이지?”
은솔이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아마도, 그리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리라.
“오래전의 기억에 따르면, 저는 ‘엄마’에 의해 지상에서 벗어나 천상에 한번, 음, 박치기했어요.”
“그래, 그래. 박치기 과정에서 오빠와 동생이… 음, 유감이다.”
“괜찮아요. 어쨌든, 장막과 충돌한 후 다시 현실로 돌아왔죠.”
은솔이가 최초의 소원을 빌 당시의 나이는 10대 중후반 정도지만, 호텔에 온 시기는 서른 이후다.
즉, 중간에 15년 이상의 간극이 있으며, 은솔이는 그 15년 동안 살아온 세상에 관해 말했다.
“… 출발한 세상과 돌아온 세상이 달랐어요.”
“뭐?”
“워낙 오래된 기억들이라 헷갈리긴 하는데… 아주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죠.”
잠시 스턴에 걸린 채 은솔이의 말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러니까, 은솔이와 송이가 태어난 루프는 똑같았다는 말이지?
송이는 마지막까지 그 루프에서 살아가며 온갖 고생을 겪고 호텔에 왔어.
은솔이는 최초의 소원 이후로 ‘다른 루프’에서 살았다.
회귀자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야.
애초에 죽어서 넘어간 게 아니니까.
일종의 루프 이동인데, 이런 황당한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은 관리국에도 없다.
“아마, 제 상식은 돌아온 후의 세상에서 쌓였을 것 같네요. 기억의 혼란이 생기지 않게 이스의 왕이 조작한 게 아닐까요? 그 정도는 가능한 존재니까.”
송이가 토끼 눈을 뜬 채 말했다.
“가, 가족은요? 언니 아버님과 둘째 오빠는 -”
“아버님은 본인도 불완전한 회귀자일테니 다른 루프에도 있었을 것 같고, 둘째 오빠는… 이건 좀 이상하네. 어쩌면, 이런 것들이 301호에 아직 비밀이 남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애초에! 왜 소원을 빈 후엔 다른 루프로 넘어간 거죠?”
“그러게.”
그때, 주의 깊게 듣고 있던 가인이가 입을 열었다.
“이스의 왕에게 망원경이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망원경.
“뭐?”
“왕 본인도 인정했듯이, 은총은 승천의 어설픈 흉내입니다. 즉, 왕의 능력과 기술은 호텔의 권능을 조잡하게 따라 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렇… 겠지?”
“시간 축을 초월한 천상의 관점에서 보면, 하계는 말 그대로 무한한 루프가 영원히 이어지는 거대한 선과 같죠.”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선.
“그 무한한 선에서, 내가 원하는 ‘딱 그 루프’를 골라내는 것. 이게 3층 관측소에서 망원경이 하는 ‘초점 맞추기’입니다.”
“…”
“왕은 이걸 할 수 없는 겁니다. 망원경이 없으니까요.”
시간 축을 초월한 천상의 영역까지 접근하고 나면, 왕의 힘으로는 ‘원래 루프’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
과거의 은솔이와 형제들은 잠깐이나마 천상의 영역에 접근했다고 한다.
그랬기에, 왕은 은솔이를 원래 세상으로 돌려보낼 수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건 그냥 제 추측입니다. 그냥…”
“그냥?”
가인이는 잠시 말을 멈춘 후, 화이트보드에 ‘11111’을 적었다.
“이게 뭐야?”
“형?”
“오빠?”
“… 그냥, 이런 게 왕이 빠졌던 함정이 아닌가 싶어서.”
“그게 무슨 소리인데?”
“조금 더 이해하고 설명해 줄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살짝 짜증이 났다.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 설명해 줄 수 없어?
그러면 그냥 시작하지 말라고!
굳이 지금처럼 서두만 언급해서 궁금하게 한 다음, ‘나도 잘 모르는 듯?’ 하는 이유가 뭔데!
이야기가 점점 더 형이상학적 영역으로 뻗어간다고 느낀 것인지, 묵성이가 슬쩍 흐름을 끊었다.
“자, 자! 아무래도 할 이야기가 많겠구나. 마침 휴식일도 하루 주어졌으니, 밥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묵성의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105호로 향했다.
*
모두가 한상 거하게 차려서 스테이크, 삼겹살, 오리 통구이와 광어회를 즐기는 근본 없는 식사 시간.
…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이게 호텔식 식사의 유일한 문제야.
개별 음식 퀄리티는 매우 훌륭하지만, 한 식탁에 올라오면 곤란한 음식들이 모여있잖아!
봐봐!
바로 옆에서 진철이가 무식하게 삼겹살을 구워 먹는데, 광어회의 섬세한 맛이 느껴지겠냐구!
사람이 느끼는 맛의 절반 이상은 후각인데!
이런 점이 미묘하게 불쾌했지만, 그렇다고 삼겹살을 먹지 말라고 하기도 뭐했다.
삼겹살을 ‘소환’한 건 진철이였지만, 승엽이와 가인이도 튀기듯 구운 삼겹살에 파채와 볶음김치를 얹은 쌈을 한 입 크게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이쯤 되면 내 잘못인가?
이런 분위기에서 광어회를 소환한 내가 문제 아닐까?
아니지, 아니야!
이건 무조건 삼겹살을 먹는 쪽 문제야.
나도 한번 보여줘?
“후…!”
식탁 밑에 손을 넣었다 빼니, 신비로운 통조림 하나가 손 위에 들려있었다.
한번 보여주자.
섬세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커녕, 멋대로 삼겹살이나 먹는 돼지 같은 사람들에게 진실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
오늘 식사는 내 손으로 끝낸다.
Surströmming
결전병기, 수르스트뢰밍.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