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
6화 – 101호, 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 앞
현자의 조언 : 3]
모두가 101호 앞에 섰다. 어느 샌가 긴장된 분위기가 감돈다. 대체 어떤 괴물이 기다리고 있을까. 진철 형도 못이길 정도는 아니겠지? 솔직히, 안에 있는 무언가가 진철 형도 감당 못할 괴물이면 그 시점에서 그냥 전원 몰살이라는 생각이다. 나도 단검 하나 챙기긴 했지만… 솔직히 내가 단검을 든다고 무슨 전투원씩이나 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진철 형을 힐끔거렸다. 누가 봐도, 우리의 무력. 우리의 주먹. 가장 믿는 사람. 이렇게 믿음직한 사람이 그간 느끼기엔 성격까지 좋으니, 정말 이 사람 아니었으면 얼마나 무서웠을 것인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진철 형이 헛기침을 하더니 가장 먼저 101호 문 앞으로 나아갔다.
“뭐, 드갑시다. 내가 제일 앞에 가지. 너무 걱정들 맙시다. 그냥 막연히 한 생각인데… 이 호텔이 우리를 작정하고 다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면 이렇게 복잡하게 뭐 할 것도 없어요. 그냥 밥을 안주면 굶어 죽는 거고, 주면서 독이라도 넣으면 꼼짝도 못하고 다 죽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간 보면 밥도 잘 주고, 휴식도 잘 취하라고 널찍한 침대도 주고, 혹시 위험한 일 당할까 가인이에겐 경고 알림도 주고, 장비가 부족할까 은솔 누님에겐 짭쿠팡도 주고, 나한테는 힘도 좀 키워주고, 했습니다.”
“얘네 나름대로는, 진심으로 우리가 위험을 이겨내고 보물을 얻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렇죠.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나.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릴 무작정 죽일 생각은 아니다. 그게 내 결론입니다. 맨날 뭐 ‘사랑하는 고객님’ 어쩌고 하는 것이 아주 허튼소리는 아니다. 그런 말이죠. 그러니까, 이 안에 괴물이 있더라도 갑자기 말도 안되는 놈이 나와서 우리를 1초만에 다 죽인다. 이런 일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식의 결말을 낼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 없이 밥에 독을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설득력 있다. 그 동안은 못 느꼈는데, 이 형은 의외로 사고가 깊은 면이 있다.
그렇다. 이 호텔은, 우리를 죽이려고 만든 공간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위험이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긴장이 가라앉았다.
[호텔에 대해 약간 이해했다.]이윽고, 문을 열고 모두가 방으로 들어서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방에 들어가는 순서 같은 것은 의미가 없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현자의 조언 : 3]
……….
뭔가 이상한 꿈을 꿨다. 악몽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상할 건 없다. 사실 꿈이라는 건, 원래 일어나면 잘 기억나지 않는 법 아닌가. 대충 고개 한번 털고 잊었다. 다시금 꿈의 세계로 의식이 침전함을 느낀다……
벌컥!
“한가인 너 안일어나! 해가 중천에 떴다! 이러다 소된다 소!!!!”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외침에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 진짜 엄마 소리 좀 지르지 말라고!”
“니가 제때 제때 좀 일어나 봐라. 엄마가 소리를 지를 일이 있나 없나. 대체 몇살이 되도록 엄마가 깨워야 되는거니? 빨리 와서 아침이나 먹어! 이미 가족들 다 먹었다!”
멍하니 깨어나서 적당히 씻고, 옷을 갈아입고 식탁 쪽으로 향했다. 왠지, 굉장히 – 그리운 사람을 만난 느낌이 들었다. 어제 꾼 악몽 때문인가? 별일도 다 있다 싶다.
당연하게도, 식탁에는 가족들이 다 먹긴 커녕 아직 숟가락도 올라가지 않은 상태였다. 엄마는 항상 밥솥을 열지도 않았으면서 모두가 밥을 다 먹었다고 말하면서 깨우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아 함! 오빠 때문에 나도 귀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좀 바로 일어날 일이지 다섯번이나 부르니까 일어나가지고”
“야 어제 꿈이 이상해서 그래. 머리 겁나 아파. 너는 근데 학교 안갔냐? 고 2가 나하고 같이 일어나도 되는거냐”
“오빠. 진짜 존나게 게으르게 살면 요일을 모른다더니 딱 그거네. 오늘 일요일이고 내일 공휴일이라 오늘 여행가는거 까먹음?”
“아 진짜냐. 왜 하나도 기억이 안나지?”
“니가 곰처럼 사는데 아는 게 뭐가 있겠니. 대학이 널 붙여줘서 다행이다 다행 증말! 대충 빨리빨리 먹고 짐이나 마저 챙겨라!”
정신 사나운 대화를 이어가며 최대한 빠르게 밥을 먹었다. 오늘이 여행이라니. 아무리 내가 수능 끝나고 게으르게 살았다 해도 가족 여행 당일까지도 몰랐던 걸까. 스스로에 대한 미미한 반성을 했다. 그런데, 동생은 지금 뭘 먹는 거지?
“희강아? 그거… 뭐야? 먹는거 맞아?
“뭐래? 누에가 요새 건강식품이라 엄마가 항상 밥에 넣는데 뭘 새삼 헛소리임?”
누에밥. 그러고 보니, 요즘 그게 웰빙식이라고 핫했었지? 또 깜빡 했다. 생각해보니 내 밥에도 싱싱한 누에 애벌레가 꿈틀거리는게 보였다. 그런데, 왠지 식욕이 돌지 않는다.
“엄마! 저 이제 짐 챙기러 갈께요.”
“너 밥 안먹니? 나이가 몇살인데 또 편식을 하는거야?”
“아니 편식이 아니라 짐을 하나도 안챙겨서 챙길게 겁나 많아요.”
“하 참 어제 밤부터 미리 미리 챙기라니까는… 가서 챙겨!”
짐을 챙기러 방으로 향했다가, 순간 또 당황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진짜 신기할 정도로 아무 기억이 없다. 20살에 치매라도 걸린건가. 황당한 기분으로 다시 거실로 나오니, 어느샌가 식사를 마치신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씹고 계셨다. 굼벵이. 저것도 요즘의 웰빙 음식이었지 아마?
“아빠! 오늘 여행가기로 한 곳이 어디죠?”
“엄마가 아침부터 소리소리 하더니, 이유가 있었네. 아는게 하나도 없다 없어!”
“아 어디냐니까요~ 진짜 아빠는 맨날 숨을 쉬듯이 잔소리를함”
“오전엔 수목원 가서 산림욕좀 했다가, 점심은 근처 오리구이 먹고, 저녁엔 리조트 갈거다. 내일 오전에는 스키 좀 타고… 짐 잘 챙겨라. 요즘 춥다.”
“네.”
방에 가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수목원을 걷기 위한 간단한 운동복, 속옷들, 스키장 리조트를 위한 오리털 파카 등을 열심히 우겨넣다 보니, 어느샌가 30분이 훌쩍 지났다. 잠시 숨 돌리러 방에 나오자, 동생이 팔뚝만한 가위를 건네줬다.
“이거 뭐임?”
“수목원 가는데 가위 없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또 까먹었어?”
아하, 깜빡 했다. 수목원은 가위가 필수지.
짐을 챙기고 출발한 직후, 수목원에 도착했다. 어릴 때 기억으론 차 타고 3시간은 갔던 것 같은데? 문을 열자마자 3초만에 수목원에 도착하다니? 요즘 고속도로가 참 빨라졌나보다.
수목원에 도착하자 흥겨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풍요로운 벌판, 아름다운 꽃들. 지저귀는 새 소리. 많은 가족들이 돌아다니며 즐겁게 노는 게 보였다.
가위. 그렇지 가위. 사람들이 즐겁게 가위를 들고 식물을 썰어대기 시작했다.
또 깜빡 했다. 수목원은 원래 산림욕을 즐기며 식물을 썰려고 오는곳이 아닌가! 가축을 기르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 사람은 모든 것을 ‘소비’하기 위해 길러낸다. 당연히, 식물을 길러내는 이유는 썰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서 가위로 마구잡이로 썰고 썰고 또 썰었다. 건너편에서 희강이가 깔깔거리며 은방울꽃들을 찢어대는걸 보았다. 평화로운 한 때. 이런 행복한 순간이 길게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건너편에서 어머니가 땅 속에 있던 지렁이를 뽑으시는게 보인다. 참 주책이다 싶어서 다가가서 한 소리 했다.
“엄마! 거지도 아닌데 흙에 있는 걸 왜 주워먹어요! 마트 가서 사먹으면 되는걸 진짜 ㅡㅡ”
“그러게. 당신은 이럴 때 보면 주책이더라. 집에 이미 마트에서 산 지렁이가 두 포대는 더 있는데 뭘 그런 걸 다 주워먹나?”
“에효… 당신은 씹고 있는 풍뎅이나 뱉고 말해요. 그리고, 이게 다~ 너네가 살림을 안해서 이런 한심한 소리나 하는 거지. 이런 거 조금씩 채집하면 마트에서 3봉 살거 2봉만 사는거고, 그렇게 한 봉 아껴서 모은 돈이 10년이 쌓이면…”
“으아아아~ 엄마 또 설교 시작했다. 이거 다 오빠 때문임. 그냥 오빠 여기 와서 나랑 나무나 썰자”
내 실수다. 쓸 때 없는 헛소리로 엄마의 잔소리 각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도망가서 동생과 함께 나무를 썰면서, 즐거운 오전이 지나갔다.
시간이 지나고, 점심식사를 하러 근처의 유명 오리고기 집을 찾아갔다. 이번에도 신기한 것이, 가족들이 모여서 다 같이 점심 식사 하러 갑시다! 하는 순간 3초만에 오리고기 집에 도착했다. 요즘 세상이 참 좋아진 게 아닌가!
오리고기 집에 들어가니 향기로운 피냄새가 풍겼고, 정취있는 분위기 속에서 오리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털들이 사방에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참, 운치있는 분위기다. 여기 분위기가 이렇게 좋다 보니 우리 가족은 1년에 한두번은 꼭 이 가게를 찾는다.
테이블에 앉자 언제나 그랬듯이 직원이 오리 두마리를 산채로 가져왔다. 순간적으로, 움찔 하는 생각이 든다. 오리 고기를 원래 산채로 먹는건가?
“희강아? 이거… 그 너무 손질이 안 된 느낌 아닌가? 이거는 오리 고기가 아니라 그냥 오리 같은데.”
“좀, 진짜 무식한 티 그만 내. 요즘 누가 오리를 고기만 발라서 구워먹어? 오리는 싱싱하게 뜯어 먹는게 대세잖아.”
아하, 또 내가 무식한 소리를 했구나. 오늘따라 가족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진짜 수능 끝나고 뒹굴거리며 보내는 잠깐 사이에 세상이 많이 발전했다.
그런데, 살아있는 오리를 어떻게 먹지? 이런 걸 또 물어보다가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서 그냥 주변을 돌아봤다. 행복해 보이는 커플이 오리의 다리를 붙잡고 머리부터 씹어먹는게 보였다. 저렇게 먹는 건 좀 위험하지 않나? 오리 부리가 여자 입을 막 찍는데?
내가 당황해서 보고 있자 아빠가 한마디 거들었다.
“저거 저 저렇게 다짜고짜 머리부터 씹는 건 위험하기도 하고, 꼴불견이다. 참 요즘 애들은… 뭐 저 나이 때는 저러고 노는거긴 하다마는.”
“당신은 총각 때 점잖기라도 했어?”
“내가 물론 총각때는 아주 뜨거운 남자였지. 여기 유미 여사님 팔만 딱 붙들었다 하며는,”
“어머 어머! 당신은 진짜 애들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하하하하 못할 소리가 어디 있어? 애들도 다 ~ 컸구만. 여하튼, 가인아. 오리는 포크로 목을 딱 찍고, 피부터 빨아 먹는게 제격이다. 요즘 티비에서 연예인들도 다 이렇게 점잖게 먹더라.”
왠지, 점심식사도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서, 오리랑 눈싸움만 하다가 일어섰다.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다들 오리와 사투를 벌이느라 바빠서 나에게 별 말 하는 사람은 없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녁까지는 리조트에서 자유롭게 놀다가, 저녁에 뷔페식 식사를 먹는다고 했었지. 그리고, 내일은 기대하던 스키였다.
문득, 무언가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 – 흐릿한 무언가가 시야에서 깜빡이는 느낌이 들었다. 별 일은 아니겠지. 조금 피곤했던 모양이다.
[정신 오염이 위험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즉시 가족과 접촉, 소통을 멈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