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02)
EP.703 703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37)
703화 – 301호, 저주의 방 – ‘종의 기원’ (37)
301호에서 종말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현상은 은총 의식이다.
따라서, 천상을 경험하며 진실을 깨우친 공작의 도움을 받아 은총 의식을 파괴하면 종말을 막을 수 있다.
은솔 누나는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이게 우리의 계획이라고 생각했으리라.
아주 틀린 판단은 아니야.
실제로 회의 때 처음 세운 계획은 저게 맞기 때문이다.
…
전혀 다른 가능성을 언급한 동료가 있었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전혀 다른 가능성을 언급한 소환체가 있었다.
*
“은총 의식의 중단… 이 정도로 충분할까?”
“누나, 의견이 있으면 말씀하시죠.”
“이 정도로도 해결 판정이 뜰 것 같기는 해. 하지만, 나는 이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라고 봐.”
“근본적인 해결? 은솔아, 무슨 말이냐?”
“다들 생각해 보세요. 애초에 이놈의 은총 의식을 누가 만들었죠?”
“죄수지.”
“제 어머니죠. 이스의 왕이야말로 제1 원인입니다.”
“그건…”
“은총은 어머니가 만들어 낸 마도 의식에 불과합니다. 은총을 파괴한다 해도 일시적인 해결에 불과해요. 어머니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도 은총을 다시 복구하겠죠.”
“은솔 양, 죄수가 근본 원인인 건 맞는 말입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죄수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
처음에는 다들 누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
죄수가 제1 원인이라는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렇다 한들 뭘 어쩌자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상현 형의 말이 호텔 파티의 생각 그대로였다.
그때, 누나의 눈이 다소 섬뜩하게 빛났다.
누나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앞으로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
“딱 하나만 죽으면 이 모든 문제가 끝나.”
“누나, 그게 무슨 -”
“어머니를 죽이자.”
*
어머니를 죽이자.
어머니를 죽이자.
어머니를 죽이자.
같이 있으면 곤란한 두 단어가 한 문장에 모이니, 기묘하면서도 섬뜩하게 들렸다.
물론, 그 어머니라는 존재가 먼저 천륜을 비웃는 존재였으니, 일종의 자기 방위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후, 현재 진행 중인 ‘진짜 계획’이 만들어졌다.
…
호텔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
저주의 방이나 현실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호텔은 아예 시간 변화가 없다.
호텔에서 일주일씩 휴가를 보내도, 저주의 방이나 바깥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심지어 동료들은 서로 다른 루프에서 잡혀 왔으며, 호텔은 그런 우리를 각자의 루프로 돌려보낼 수 있다.
위의 사실을 고려하면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호텔, 특히 3층의 시간 축은 현실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대내외적으로 ‘천상계’라 불리며 영역 자체가 별 격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
미로의 유산, 시간대여기.
시간대여기로 불러낸 과거 시간대의 소환체가 죽으면 현 시간대의 본체 역시 죽는다.
일종의 인과율의 법칙이라고도 볼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호텔 밖에 시간대여기로 불러낸 소환체가 있고, 호텔에 본체가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바깥의 소환체가 죽으면 호텔에 있는 본체가 죽을까?
위에서 언급한 호텔의 시간에 대한 이론과 연결 지으면 흥미로운 결론이 나온다.
논리적으로 볼 때, 죽지 않아야 한다.
바깥의 소환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호텔 내의 본체는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천상의 시간 축은 하계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소환체가 죽었다 한들, 천상의 본체에게 이는 과거의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시간대여기가 만들어 낸 인과의 흐름은 호텔 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하지만, 세상일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이다.
천상계의 시간이 언제나 현실과 분리되어 있다면, 관측소의 사람들은 어떻게 301호를 ‘실시간으로’ 관측하겠는가?
301호의 시간이 흐를 때, 관측소에서도 시간이 흘렀다.
301호에서 동료들이 고생하는 사이, 관측소의 동료들은 밥도 먹고 잠도 잤다.
즉, 관측하는 동안에는 301호와 호텔은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
이것이 바로 관측소의 망원경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관측소의 망원경은 단순히 멀리 떨어진 지구를 관측하는 그런 물건이 아니다.
천상의 영역과 관측 대상의 시간 축과 인과율을 ‘일시적으로’ 동기화하는 위대한 기적의 산물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망원경이 301호를 관측하는 동안에는 301호와 천상의 시간은 하나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8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로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 우르릉!
왕은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색의 광휘.
단박에 일대를 점령한 압도적인 기세.
우주를 밝히는 신성의 힘이 한 점으로 응축한 듯한 어마어마한 존재감.
얼마 전에 보았던 그 모습과 완전히 같다!
그 순간, 나와 눈을 마주친 상대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 은솔이의 기억 속에선 지상에 있었는데, 실제로는 여기 있었구나? +
“흐으…!”
+ 지상의 모습은 환영이었니? +
분명 은솔 누나의 마음속에서 깨어났으면서도 누나를 타인처럼 지칭하는 태도.
상대는 자신을 이은솔이 아니라 이스의 왕이라고 생각한다.
정작 왕의 ‘본체’에 해당하는 존재는 대부분의 힘을 잃었을 뿐, 여전히 지상에 남아있다.
상대는, 그런 상황인데도 자아 정체성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
새삼, 위대한 자의 사고방식이라는 게 얼마나 괴이한지 느꼈다.
단순히 힘이 강해서 위대한 자인 게 아니다.
존재의 양태, 사고방식, 자아 정체성과 혼의 구성 원리 – 모든 것이 필멸자와 완전히 다르기에 신이라 불리는 자들.
어쩌면, 나는 이렇게 변해가고 싶지 않았기에 알레프의 길을 포기했는지도 모르지.
왕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은솔이는 네가 함께한다는 사실에 꽤 안도하고 있었는데, 정작 너는 천상에서 내려오지도 않았구나. 그 애에게 너무한 것 아니니? +
장난스러운 태도.
진지함이 없는 농담 같은 화법.
상대에겐 일말의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와 상대의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나 혼자는 물론이고, 우리가 모두 이 자리에 모여도 상대를 힘으로 꺾을 수는 없다.
꺾기는커녕 유의미한 타격을 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호를 보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몸을 둘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
— 이은솔
.
..
…
— 쏴아아…!
하늘에서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음을 알았다.
“…”
직전에 미로에게 받았던 ‘시간을 빌려줘!’라는 부탁과 내 승낙.
눈 한번 감았다 뜨니 완전히 바뀌어 있는 풍경.
아아…
나는 소환체구나.
그동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모르는 계획을 만들어 낸 또 다른 나.
나를 하나의 장기말처럼 휘두르는 또 다른 나.
직전까지 다른 시간대의 내가 두렵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내가 바로 그 다른 시간대의 이은솔이잖아?
실로 복잡한 기분을 느끼며 한숨 쉬려는 순간,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음?”
미로가 동료를 소환할 때는 보통 위기 상황 아니야?
미로가 날 소환한다면, 이스의 종족이 공격 중이라 정신 보호가 필요한 상황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미로는 그냥 말없이 우산을 쓰고 있었고, 그 옆의 할아버님은 흙바닥에 꽂아놓은 쇠막대기만 보고 있었다.
“뭔가요?”
“…”
“뭐야? 지금 싸우는 거 아니야?”
“아니야.”
“그러면?”
“그냥 기다리면 돼.”
“바닥에 꽂은 이 쇠막대는 뭐야?”
“신호를 기다리고 있어.”
“신호?”
그 후로 약 10분 동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싸움도, 위기도, 급박함도 없는 평온한 시간이 지나간다.
이게 뭔가 싶어 머리를 긁적일 무렵, 이변이 일어났다.
— 우르릉!
피부를 긁는 듯한 진동과 함께 쇠막대가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
그걸 보고야 이게 바로 동료들이 기다리던 신호였음을 깨달았다.
미로랑 할아버님이 왜 쇠막대만 보나 했더니, 관측소에서 폴터가이스트를 일으키면 즉각 알아채기 위함이었구나!
이런 생각은 안 해봤구나 싶어 웃음 지었을 때.
“미안.”
“응?”
—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어두워지는 시야.
까마득히 멀어지는 의식.
변명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미안하구나. 하지만, 네가 세운 계획이란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 한가인
— 콰지직!
왕의 머리가 터졌다.
순간, 나는 은솔 누나의 머리에서 벚꽃이 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새 왕이 뭔가 수를 썼는지, 쪼개진 두개골과 으스러진 뇌 조각이 아주 느리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한들, 딱히 상황이 바뀌진 않았다.
죄수라 해도 ‘이은솔은 과거에 죽었다’라는 인과의 흐름을 막아낼 도리는 없었기 때문이리라.
바로 그 순간!
— 스아아…!
마치, 운명을 거부하듯 흩어지던 살점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스의 왕이라고 해도 ‘이은솔은 과거에 죽었다’라는 과거의 사건을 없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지.
하지만, 위대한 자는 ‘죽은 이은솔이 부활했다’라는 정신 나간 가능성을 다시 창조할 수 있다!
이는 시간대여기가 만들어 낸 인과와 모순이 아니야.
부활은 죽음의 부정이 아닌 죽음의 극복이기에!
+ 이게 너희의 수였느냐? +
두개골이 으깨졌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바로 이런 가능성.
시간대여기로 이은솔의 몸을 파괴했는데, 이 미친 죄수가 사자의 소생을 시도할 가능성!
그래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천상에 남아야만 했다.
“아직 한 발 남았습니다.”
+ 무슨 – +
— 화르르…!
불길하게 빛나는 한 권의 책과 신비롭게 빛나는 위광을 두른 채 이를 깨물었다.
2회차의 말미에 증명한 사실.
내가 죄수를 막아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초다.
즉, 3초는 막을 수 있다.
이건 다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나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이스의 왕이 시도하는 사자의 소생을 3초 동안 막는 것!
“이제, 당신이 딸에게서 강탈한 참가자의 자격은 사라졌습니다.”
충격, 경악, 당황 – 그리고 공포.
죄수에게 결코 볼 수 없을 것 같던 두려움을 느끼며 말했다.
“3초 동안 자격 없이 천상에서 버틸 수 있겠습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