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04)
EP.705 705화 – 누군가의 휴식, 누군가의 고행 (1)
705화 – 누군가의 휴식, 누군가의 고행 (1)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8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로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고난 끝에 301호를 해결하자 호텔이 보낸 알림은 다음과 같다.
여러분이 해온 모험이 곧 보상입니다!
“…”
소년 만화 주인공이라면 이쯤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려야 되는 건가?
— 타다닥!
뒤늦게 허겁지겁 달려오는 동료도 있었다.
나와 함께 천상에 남아있던 보험 중 하나, 승엽이다.
“혀, 형! 방금 알림 떴어요!”
“…”
“근데, 알림이 평소랑 많이 다른 거 아니에요? 모험이 보상이라니요?”
“승엽아.”
“네?”
“지금까지 겪어온 모험, 함께하며 돈독해진 동료들, 그리고 시련 속에서 성장한 우리 자신이야말로 보상인 거야.”
“… 그, 그런가요?”
“…”
“하, 하핫! 그렇구나! 형 말이 맞아요. 모험과 동료, 성장한 우리 자신이야말로 -”
이 순간, 내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담백한 표현은 하나뿐이었다.
“지랄을 해라!”
“혀 – ”
“야, 야! 개지랄하지 말라고! 장난치냐! 파업이라도 할까!”
최대한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로 호텔에 내 의견을 개진하던 시점.
— 위이잉…!
공간 전체가 요동치는가 싶더니, 기이한 기계음과 함께 시야가 흐려졌다.
곧, 격이 오르며 예민해진 감각으로도 꿰뚫어 볼 수 없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으윽! 이게 무슨 소리죠?”
“…”
과거라면 몰랐겠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천상의 시간 축이 다시 301호와 분리되고 있는 것!
— 파아앗!
다시 시야가 밝아지며 그리운 얼굴들이 나타났다.
“어? 어? 지, 지금 끝난 건가요?”
“그런 모양인데?”
“뭐야? 아까 그 알림이 진짜였어?”
호텔에 돌아왔는데도 기쁨보다는 당황스러움을 표현하는 동료들의 목소리.
동료들 역시 나처럼 위화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뭔가 이상했다.
하나하나 집어 보자면, 호텔이 보낸 알림의 내용부터가 이상해.
그러니까…
“알림의 형식이 좀 다르지 않았어요?”
엘레나의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저주의 방이 해결될 때 항상 나오는 특유의 문구가 없지 않냐?”
호텔이 보내는 알림의 내용은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꼭 들어가는 형식적 문구가 있다.
예컨대, 저주의 방이 해결될 때 뜨는 알림에는 꼭 이런 문구가 있다.
「동료 중 최종 해결자 발생! 축하합니다.
최종 해결자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상황에 따라선 다음과 같은 문구도 추가되곤 한다.
「어떤 보물을 받을지, 누가 받을지 여러분이 직접 결정해 주세요.」
이런 게 전혀 없었다.
“어… 다들 왜 그래? 알림 내용이 이상했어?”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은솔’에게 향했다.
누나는 301호가 해결될 때 이미 죽어있었기에 알림을 보지 못한 모양이다.
사실, 은솔 누나의 부활에 대해선 불안해하는 동료들도 적지 않았지.
계획에 따르면, 누나는 301호가 아닌 천상 – 호텔 3층에서 죽기 때문이다.
저주의 방이 진행 중일 때, 참가자가 호텔에서 죽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사망 시점이 저주의 방 진행 중인 상황이었으니 탈출 및 해결 시 부활한다?
사망 장소가 저주의 방이라고 볼 수 없으니 탈출 및 해결로도 부활할 수 없다?
확신할 수 없었다.
유사한 상황이 1, 2층에서 생긴 적 없기 때문이다.
다만, 티켓이 한 장 남아있으니, 최악의 경우 누나를 부활시키자고 하면서 시작했을 뿐.
다행스럽게도 누나는 별문제 없이 부활했다.
탈출 및 해결 시 전원 부활이라는 조건은 일종의 최우선 조건이 아닐까?
여기까진 좋은데…
“짜잔~!”
빙그르르 돌며 짜잔! 하는 아리의 목소리.
누나 말고 본인도 부활했다고 알리는 모양이네.
평소 같으면 다들 손뼉이라도 마주치며 축하했겠지만, 지금 분위기는 살짝 애매했다.
“뭐야? 얘도 부활했네? 진짜 끝이에요?”
어이없어하는 송이의 목소리에 아리는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 내가 부활한 게 그렇게 실망스러워?”
“어, 어?”
“솔직히 이건 진짜 상처 -”
“아, 아니, 아리야! 그게 아니구 -”
“풋!”
얘네 둘이 무슨 콩트하나?
헛웃음을 터트리며 떠올린 생각.
죽은 동료들의 부활까지 이루어진 이상, 진짜로 301호가 끝난 게 맞다.
결국, 할아버지가 모두의 마음속에 있던 말을 꺼냈다.
“야, 야! 칭찬 많이 있는 건 좋은데, 마지막에 그거 뭐냐? 뭐? 지금까지 해왔던 모험이 곧 보상이다?”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상현 형이 중얼거렸다.
“… 성소에서 축복 강화는 가능할 겁니다.”
“유산은! 야! 호텔 새끼들아! 유산은 어디 갔냐고!”
“요원님, 따지고 보면 301호에는 유산 후보라 할만한 물건이 없지 않았습니까?”
“그, 그건…”
일리 있는 지적이다.
301호를 관측하며 종종 했던 생각이기도 하다.
저주의 방 진행 후반쯤 되면, ‘아, 이게 유산이네!’ 싶은 무언가가 슬슬 나타나야 한다.
301호에선 그런 특정 도구나 능력이 아예 없었다.
상현 형이 한숨 쉬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3층은 1, 2층과 다른 모양입니다.”
“…”
“축복 강화는 있지만, 유산은 없는 거죠.”
그리고, 침묵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
호텔은 우리가 영웅이 되길 바란다 따위의 말을 하긴 했지.
영웅이라는 게 본래 뭐, 보답을 바라고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은 아니잖아?
게다가 301호는, 따지고 보면 은솔 누나와 송이가 살아온 세상이며, 일종의 고향이다.
본인 고향의 위기를 해결했을 뿐인데, 호텔에서 무슨 보상까지 줘야 해?
오히려 고향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은 우리가 호텔에 감사하는 게 맞을지도 몰라.
이런 느낌으로 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결국, 승엽이의 입이 열렸다.
“뭔가… 서운해요.”
“…”
“게, 게임으로 치면, 축복은 경험치를 채워서 레벨업 하는 느낌이잖아요! 전 3렙, 가인 형은 4렙!”
“… 그럼, 유산은?”
“보물 상자죠! 보스 잡으면 보물 상자가 나오고, 상자를 열면 아이템이 있어야 하는 건데.”
“…”
“레벨업만 있고 보물 상자가 없다니…”
승엽이의 다음 말은 모두의 속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뭔가 서운해요.”
그러자 모두의 입이 열렸다.
“서운하네.”
“섭섭해.”
“그러게요.”
“너무한 거 아니야?”
“유산까진 아니더라도, 좀 소소한 거라도 챙겨줬으면…”
이렇듯, 모두가 방을 해결한 기쁨보다는 호텔에 대한 서운함을 느끼던 시점.
다음 알림이 떴다.
「동료 중 최종 해결자 발생! 축하합니다!
최종 해결자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내용을 다 읽기도 전에 난리가 났다!
“이거지!”
“하하! 역시 뭔가 더 있는 거였어!”
“아니, 얘네 이번엔 왜 알림을 나눠 보내는 거야?”
“무슨, 우리를 놀리는 것도 아니고!”
「301호가 정화되었습니다.
내일부터 소원의 주인은 관측소를 통해 301호에 자유로이 하강하실 수 있습니다.
301호는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루프에 혼돈과 영광이 남아있음은 스스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마음껏 취하시길 바랍니다.」
혼돈으로 가득한 루프의 정화, 그리고 하강(下降)
이것이 3층의 진정한 보상이었다.
*
– 유송이
3층 로비를 떠나 105호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파티타임 알림이 떴다.
흥미롭게도, 평소와 달리 파티 타임이 ‘언제 끝난다’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어.
설마 우리가 원할 때까지 언제까지고 쉴 수 있다는 의미일까?
뭔가, 이건 아닐 것 같아.
파티타임이 끝나는 기준 시점이 있는데, 그게 언제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어서 적지 않은 느낌이야.
어쨌든, 파티타임 알림까지 뜨니 진짜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며 긴장이 탁 풀렸다.
자연스레 2층에서 열린 모두가 먹고 마시는 즐거운 시간.
저녁 무렵, 동료들에게 바람을 쐰다고 말한 후 잠시 설원으로 나왔다.
“와아… 예쁘네!”
눈밭에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름다운 오로라가 가득했다.
나도 모르게 감탄하는 것도 잠시,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생각해 봐! 2층은 사실 스노 글로브 내부라고? 2층 설원 하늘 너머에 우주 같은 건 없어.
오로라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의미지.
어쨌든 예쁘긴 했다.
— 사락!
그때,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은솔 언니였다.
“여기서 뭐 해?”
“오로라 보고 있어요.”
“오로라? 아, 예쁘네!”
감탄하던 언니의 눈썹이 살짝 기울어졌다.
“어? 스노 글로브에 오로라가 왜 생기는 거야?”
“일종의 호텔식 조명 서비스가 아닐까요?”
“조명 서비스? 풋! 일리 있네.”
곧, 언니도 내 옆에 살짝 기댔다.
“…”
“…”
침묵 속에서 생각한다.
301호는 다른 동료들에겐 다소 특이한 저주의 방에 불과했겠지만…
내게는 조금 달랐다.
301호는 내가 살아온 세상이자 고향이다.
진짜 가족,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시는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 내 옆에 기댄 사람은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동료이기도 했다.
“송이야, 축하해.”
“네?”
“부모님을 구해냈잖니? 심지어, 너는 내일부터 301호에 하강할 수 있다고 하네. 네가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겠지.”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저만 갈 수 있는 것 아니잖아요? 언니도 301호에 가서 가족을 -”
여기서 순간 당황했다.
나와 달리, 언니는 가족이 모두 살아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언니의 형제 중 둘은 아주 오래전에 이미 죽었어.
영혼까지 소멸한 데다가 호텔 참가자도 아니니, 티켓으로도 되살릴 방법이 없다.
“어, 어…”
당황하는 내 표정을 본 언니가 빙그레 웃었다.
“왜 그래? 나도 아버님과 오빠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던데.”
“그, 그래요! 축하드려요.”
“…”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언니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호텔에서 깨어났을 때, 이런 생각을 했어.”
“무슨 생각이요?”
“이게 301호의 끝이 맞는 걸까? 하는 생각.”
“…”
“종말을 막았냐? 라고 하면 막았어. 이스의 종족은 결국은 지구를 떠날 테고, 어머니는 힘을 잃은 망령처럼 변했으니, 은총을 일으킬 능력이 없으니까.”
“그렇죠.”
“하지만, 301호에는 여전히 위험 요소가 한가득 남아있지.”
“…”
“이스의 종족이 지구를 떠나긴 할 거야. ‘언젠가는’ 말이지. 그 언젠가가 대체 언제일까?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분노한 외계인에게 고통받을까?”
“…”
“망령이 된 어머니에게 은총을 일으킬 능력은 없어. 하지만, 위대한 자의 망령은 한낱 필멸자 유령과는 근본이 다르지. 다른 형태의 악몽 같은 일을 벌일 개연성은 충분해.”
“… 그렇죠.”
“이렇듯, 여전히 위험이 남아있는데도 호텔은 해결 판정을 줬어. 이상한 일은 아니야.”
언니의 말마따나 이상한 일은 아니야.
예를 들어볼까?
101호의 말미, 우리는 이계의 별 조각을 회수하고 문제의 근원인 대적자를 죽였지.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은 여전히 망해있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이라는 이야기고, 당연히 문제는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아타나시아의 몰살과 별개로 인류의 운명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103호는 또 어떠한가?
영원히 죄수에게 인신 공양을 해야 한다는 결말에 봉착한 201호는?
호텔은 과거에도 우리에게 방 내의 문제를 완벽히 처리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진 않지만, 그래도 301호의 결말은 어딘가 달갑지 않았어.”
“그래요?”
“응. 내가 모르는 계획이었으니 끌려가긴 했지만, 다 알고 나서는 ‘얘들아, 진짜 이게 다야?’ 하고 싶었을 정도.”
이 말은 조금 우스웠다.
“풋! 언니, 그 계획은 -”
“에잇! 또 이렇게 말할 생각이지? ‘언니가 세운 계획인데요?’”
“네.”
“그 언니는 나 아니라고!”
“킥!”
“아하하!”
가벼운 웃음이 지나간 후, 언니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송이 네 생각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
송이 너도 301호의 결말이 불안할 거라는 이야기.
솔직히 동의해.
진짜 가족이 살아갈 세계에 인간을 농락하는 외계인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불안했다.
이건, 저주의 방 해결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야.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지. 301호의 결말은 저주의 방 해결이라는 면에선 충분하지만 -”
“- 고향의 구원이라기엔 부족하죠.”
“… 그래, 그거야.”
언니 말대로, 나도 불안했다.
남아있는 문제가 산적한데, 가장 큰 문제만 해결한 후 호다닥 떠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지구에 남아있는 외계인의 사악함이 불안했다.
망령에 불과할지언정 위대한 자의 망령인 언니의 어머니에 이르러서는 공포심마저 느꼈다.
끝난 게 아니다.
부족한 자원과 시간 덕에 급한 불만 껐을 뿐이다.
그래서, 호텔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다.
고향의 남은 문제는 너희 스스로 해결하라고 말이다.
이것이 하강(下降)이다.
설원의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언니가 중얼거렸다.
“어쩌면, 이게 3층의 근원적 테마가 아닐까?”
“근원적 테마?”
“너 자신을 구하라.”
“…”
“호텔의 도움을 받아 급한 불은 껐으니, 남은 문제는 직접 내려가서 해결해라.”
“거기까진 이해했는데요…”
“이해했는데?”
다음 말은 나도 모르게 덜덜 떨렸다.
솔직히 좀 무서웠기 때문이야!
“아, 알림대로면, 저랑 언니 둘이서만 내려가는 거 아니에요?”
“그런 것 같더라. 소원의 주인은 관측소를 통해 301호에 자유로이 하강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했는데, 소원의 주인은 당연히 너랑 나 말하는 거겠지.”
사악한 외계인과 악신의 망령이 남아있는 장소에 나랑 언니 둘이서만 내려갈 수 있다고?
불안해… 불안해…!
언니도 솔직히 불안하죠? 자신 없지 않아요?
외계인이 엄마 아빠를 해칠까 봐 무서운 건 사실이지만, 그런 장소에 나랑 언니 둘이서만 가는건 더 꺼림칙하다고!
바로 그 순간.
은솔 언니의 표정이 살짝 비틀렸다.
“솔직히 조금 기대하고 있어.”
“예?”
기대?
“301호가 끝날 때, 내게 주어질 거라고 예상했던 보상이 있었거든?”
“그, 그래요?”
“주어지지 않았어. 이게 뭐야? 싶어서 내심 크게 실망했는데, 역시나 그다음이 있었지!”
“…”
은솔 언니의 다음 말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었다.
“악마의 권세를 갈갈이 찢어서… 내게 주소서.”
“네?”
“아니야.”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끝없는 탐욕과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갈증이 뒤섞인 무언가를 보았다.
마치, ‘대양그룹 상무’라는 삶이 긴 시간 봉해왔던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만 같았다.
“다시 301호로 가면,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 그렇지 않니?”
“…”
“게임처럼 말하면, 보스몹은 잡았는데 루팅 하기 전에 나온 상황이잖니? 루팅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