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05)
EP.706 706화 – 누군가의 휴식, 누군가의 고행 (2)
706화 – 누군가의 휴식, 누군가의 고행 (2)
– 이은솔
“다시 301호로 가면,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 그렇지 않니?”
“…”
“게임처럼 말하면, 보스몹은 잡았는데 루팅 하기 전에 나온 상황이잖니? 루팅을 해야지.”
최대한 자신감 있게 보이려 애쓰며 송이에게 말했다.
앞으로의 301호는 두렵다기보다는 흥미로운 장소일 것 같다고, 너와 내가 추가적인 힘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이다.
“그, 그렇죠! 언니 말이 맞아요.”
어떻게든 송이를 안심시키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진 않은 것 같네.
송이에게 여전히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져.
그리고, 대화 중 계속 내 쪽을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곤 한다.
아무래도 무력이 부족한 나와 둘이 함께 301호에 가는 게 불안한가 봐.
아아…
이런 걸로 송이에게 섭섭하다거나 한 건 전혀 아니야.
나도 동료로 ‘이은솔’과 ‘한가인’ 중 한 명만 고르라고 하면, 주저 없이 한가인을 고를 테니까.
— 풀썩!
설원에 엎어져서 하늘을 보고 있으니, 서늘한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했다.
…
송이에겐 말하지 않은, 하지만 이미 송이도 알고 있을 내 속마음.
301호에 다시 가는 게 무서웠다.
외계인의 사악함과 어머니의 흔적이 두려웠고, 무력이 강한 동료의 부재가 걱정스러웠다.
이것 외에도 불길한 요소가 여럿 떠올랐다.
301호는 이제 사실상 저주의 방이 아니며, 1, 2층 밖의 현실과 유사해.
즉, 호텔 특유의 회차 플레이 요소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탈출이나 해결 같은 시스템은 더 이상 없다.
죽더라도 동료 중 하나만 탈출하면 부활한다 따위의 편의적 보호가 사라졌다는 의미지.
심지어, 시간대여기에 담겨 있던 2회차 공작의 도움도 받을 수 없겠네.
공작의 시간 자체는 몇 분 정도 남았다고 들었지만, 미로 본인이 301호에 더 이상 갈 수 없으니 의미가 없다.
“…”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아니, 이런 상황에서 나랑 송이 둘이 301호 가서 뭘 어쩌라고?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았을 때.
— 저벅!
“둘이 여기 있었네요?”
“오빠!”
“가인이 왔어?”
모두가 내심 ‘딱 한 명과 같이 갈 수 있다면 이 사람이지!’라고 생각하는 동료, 가인이가 나타났다.
301호를 겪으며 내 마음에 보다 솔직해졌기 때문일까?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한 ‘이은솔’과 등장하기만 해도 긴장이 풀리는 ‘한가인’의 차이를 느끼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가인이가 나타나니 뭔가 마음이 탁 놓였다.
나와 송이가 가장 큰 어둠을 느꼈을 때, 당연하다는 듯 나타나는 모습을 봐.
그는 언제나 필요한 순간, 필요한 위치에서 나타나곤 했다.
“둘 다 걱정이 많은가 보네. 둘이서만 301호 간다고 생각하니 그런가?”
“으엣! 들었어요? 설마 몰래 숨어서 엿들었다던가!”
장난치는 듯한 송이의 말에 가인이는 가벼운 웃음으로 답했다.
송이도 참, 가인이가 엿듣기는 뭘 엿들어?
그럴 리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어.
가인이라면, 나와 송이가 나누게 될 대화 정도는 호텔에서 ‘하강’에 대해 알린 시점에서 이미 짐작했을 테니까.
“위로라긴 뭣한데, 좋은 소식이 하나 있지.”
“앗! 역시 오빠다~!”
“야, 이건 너무 영혼 없는 추임새 아니야?”
“말이나 해봐요. 조언 쓴 거죠? 좋은 소식이 뭐죠?”
필요한 순간, 필요한 위치에서 나타난 동료는 내가 그토록 고대했던 조언을 들려줬다.
“둘 다 하강하기 전에 축복의 성소에 먼저 가세요.”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닌 – 아!”
솔직히 나도 처음엔 ‘당연한 거 아님?’ 했지만, 곧 송이처럼 가인의 말을 이해했다.
이 시점에서 지혜의 후원자가 성소를 강조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축복을 강화할 때 어떤 능력이 생기는지는 정해진 게 아니며, 우리 자신과 후원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즉, 현시점에 필요한 능력이 생길 때가 많다!
이계의 별을 얻으니 재생력이 주어졌던 진철이와 불길한 상상을 얻으니 명경지수가 주어졌던 엘레나를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거야.
후원자들은 나와 송이에게 지금 필요한 힘을 준비했으리라.
“헤헤! 코끼리가 뭔가 주겠네요!”
“코끼리?”
“제 후원자가 코끼리잖아요. 언니 후원자는 용이고.”
“그런가? 참, 누나.”
“응?”
가인이가 빙그레 웃으며 조언 하나를 추가했다.
“이번에는 파티타임 때 탐욕의 손 쓰지 마세요.”
“무슨 -”
그 순간,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301호가 이제 사실상 저주의 방이 아니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말이다.
이게 지혜지!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8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설원
현자의 조언 : 1」
– 한가인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질식할 것만 같던 설원의 분위기가 서서히 풀려간다.
마침내 은솔 누나와 송이에게 밝은 표정이 생겨났을 때, 생각했다.
역시 나야.
이번에도 나야.
가인아, 또 당신입니까?
하… 진짜 나 없으면 어떡함?
내가 없으면 호텔 파티가 망하고, 저주의 방이 망하고, 나라가 망하고 세상이 망한다!
이렇듯, 나 자신의 모습에 취한 채 설원에서 호텔 내부로 돌아갈 무렵.
뒤에서 입을 반쯤 벌린 아리가 나타났다.
“뭐해?”
“음? 뭐하긴, 누나랑 송이가 걱정하는 것 같길래 -”
“… 나도 아까부터 여기 있었는데.”
“… 언제부터?”
“네가 나무 뒤에 숨어서 송이랑 은솔이 대화를 엿들을 때부터.”
“…”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아니, 둘 다 뭔가 심각한 대화 중이라 낄 타이밍이 애매해서 -”
“후우…”
아리가 한숨을 푹 쉬는 순간, 나는 내게 아리의 기억을 지울 수단이 없음을 아쉽게 여겼다.
“… 가끔은, 나한테도 좀 보여줘.”
“뭐?”
“아니야.”
멀찍이서 설원과 달리 따스한 호텔의 기운이 느껴질 무렵, 아리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3층과 1, 2층은 여러모로 다른 것 같아.”
“그렇지.”
“예전에는 유산을 주면서 무엇을 얻을지 너희끼리 정해라 하는 식이었는데, 이젠 보스몹이 사라진 필드에 가서 직접 보상을 캐라는 식이네.”
“맞아. 유산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유산을 얻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봐야지.”
“그런데, 그 필드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소원을 빈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어.”
아리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그래, 선택의 시간 같은 건 없어. 보상을 얻는 사람은 정해진 것 같네. 무조건 해당 방의 인과와 연결된 사람, 소원을 빈 당사자가 보상을 얻는 구조야.”
아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축복의 성소도 그런 식인가? 강화는 은솔이랑 송이뿐?”
“글쎄, 그건 가 봐야 알 것 같은데.”
“그런가…”
아리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가인아, 생각해 보니까 네 최초의 소원은 이미 현실에서 끝난 거 아니야?”
“그렇지?”
3층 진입 직후를 생각해 보면 된다.
다른 동료들은 죄다 소파에 드러누워서 최초의 소원을 꿈의 형태로 자각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당시 꿈을 꾸지도 않았다.
지배인은 내게 대놓고 ‘꿈을 극복한 참가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지.
“그러면, 네 소원과 연관된 방은 3층에 없는 거 아닐까?”
“그럴지도…”
이쯤에서 아리 표정이 대놓고 놀리는 표정으로 변했다.
“우와~! 그러면, 우리 가인 씨는 3층에서 아무것도 얻을 거 없네?”
“…”
“축복 강화는 이미 4단계라 더 할 거 없고, 유산 비슷한 건 본인 방이 없으니 얻을 일 없고!”
“…”
곧, 아리는 보란 듯이 천천히 혀를 내밀며 복도를 걸어갔다.
“메롱.”
“…”
“메에에에에로오오옹~!”
슬슬 호텔로 돌아가는 아리를 보며 든 생각.
지금 아리가 한 말은 3층의 구조를 대략적으로 이해한 후, 나도 했던 생각이다.
축복은 이미 4단계니 더 강화할 일 없고, 유산은 나와 연관된 방이 없으니 얻을 일 없다는 사실.
짐작은 했지만…
아리에게 들으니, 새삼 씁쓸했다.
이제부터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시작부터 보상에서 배제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점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현자의 조언 : 1」
“… 아직 오늘치가 하나 남았네.”
동료들도 짐작하겠지만, 매일 3개의 조언을 매번 되게 중요한 일에 쓰는 건 아니야.
지금처럼 저주의 방이 해결된 시기엔 더욱 그렇지.
어디다 쓸까? 고민하다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대충 묵힌 후, 저녁에 후다닥 아무렇게나 써버릴 때도 많았다.
그럴 때는 당연히 별 의미 없는 질문이 나온다.
‘미로가 어제도 방에서 절 소환했나요.’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놀랍게도 올빼미는 몇 번 ‘ㅇㅇ 어제도 소환함’이라는 충격적인 답변을 들려줬다.
“…”
「현자의 조언 : 1 -> 0」
‘최선을 다했는데, 앞으로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쉽습니다.’
딱히 그럴듯한 답변을 기대하진 않았다.
어쩌면, 영웅이 되고자 하면서 그따위 생각을 해선 안 된다는 훈계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어릴 때 최선을 다한 결과, 커서는 손해를 봐야만 한다. 이는 곧 불합리함이다. 호텔은 불합리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
어릴 때 최선을 다한 결과, 커서는 손해를 봐야만 한다.
이는 1~2층에서 최선을 다해 빠르게 성장한 결과, 3층에선 얻을 게 없어지며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올빼미는 이것을 불합리함이라 표현했다.
또한, 호텔은 불합리함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 말은 나에게도 뭔가 있다는 뜻!
뭔가 있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도 있었다.
숫자가 적혀있지 않은 여섯 번째 방.
“하, 하하! 하하하!”
역시 이거지! 이게 호텔이지!
정신없이 웃자 앞서가던 아리가 돌아서서 ‘뭐야?’하는 시선을 보낸다.
“뭐야? 혼자 왜 웃어?”
하하! 아리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한가인 님’을 놀리려 들어?
즉시 몸을 숙여서 바닥의 눈을 잔뜩 들어 올렸다.
“으엣! 갑자기? 하! 절대 안 맞아!”
번개같이 몸을 움직이며 맞추기 힘든 사각으로 숨는 아리.
과연, 날 때부터 유산을 타고난 관리국 베테랑 요원다운 움직임이었지만…!
“이얍!”
순식간에 아리 뒤로 순간 이동한 후, 눈더미를 아리 머리에 들이부었다.
“꺅! 순간이동은 반칙! 반칙이라고!”
“호텔에 반칙은 없어.”
즐거웠다.
오늘은 물론, 앞으로도 한동안은 즐거울 것 같았다.
어쨌든, 내가 하강하는 건 아니잖아?
누군가의 휴식이 시작된 셈이다.
“아 진짜! 나한테도 좀 보여달라고!”
“뭘 보여달라는 거야?”
“그럴듯한 모습!”
“…”
*
다음 날, 모두가 이른 아침부터 축복의 성소로 향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