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06)
EP.707 707화 – 누군가의 휴식, 누군가의 고행 (3)
707화 – 누군가의 휴식, 누군가의 고행 (3)
– 유송이
이른 아침부터 다 같이 축복의 성소로 향했다.
「참가자 유송이, 참가자 이은솔. 후원자의 부름에 응하시겠습니까? (Y/N)」
성소에서 뜨는 문구가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의아함을 느끼며 돌아서니 동료들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응?”
“어라? 문구가 원래 이랬나?”
기억력이 좋은 몇몇 동료가 고개를 저었다.
“제 기억으론 A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이런 식이었습니다.”
“강화라는 표현이 아예 없는데?”
“그러게요.”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은솔 언니가 별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표현이야 그때그때 바뀔 수 있는 것 아닐까?”
“그건 그렇지만…”
“어쨌든, 나랑 송이는 후원자를 만날 수 있는 모양이네. 거부할 이유는 없어.”
그건 맞아.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어 Y 버튼을 눌렀다.
곧, 의식이 까마득히 멀어지며 정신이 머나먼 영역으로 끌려갔다.
*
.
..
…
보드라운 연꽃잎 위에서 깨어났다.
연꽃잎은 청명한 강 표면에서 부유 중이었는데, 끊임없이 흐르는 강을 따라 어딘가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체감상 10분 정도 흘렀을 때, 연꽃잎이 마치 배가 정박하듯 멈췄다.
어느새, 내 앞에는 난생처음 보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신전이 있었다.
“흐으…”
성소에 온 게 처음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요란한 때는 없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신전의 문을 열었다.
— 끼이익!
“어?”
처음으로 인지한 것은 거대한 회색 벽이다.
시야 전체가 회색 벽으로 가득했고, 그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회색 벽의 실체가 무엇인지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앗!”
거대한 – 터무니없이 거대한 아득한 형상.
조금 과장하면, 무슨 대륙만 한 크기의 코끼리가 눈앞에 있었다.
너무 심하게 거대하니 피부 일부에 불과한 것이 거대한 회색 벽처럼 보였던 것.
이것이 후원자의 실체다.
그동안은 참가자에게 쉬이 보여주지 않은 진실한 모습이다!
순간, 참을 수 없는 두통을 느끼며 신음했다.
호텔에 처음 왔던 시절의 나라면, 이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지 않았을까?
다행히도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달랐고, 두통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직접적인 대화 없이 의사를 공유하는 이심전심의 권능.
내가 얻은 첫 번째 축복 강화이며, 능력의 근원인 후원자에게는 당연히 있는 힘이지.
곧, 후원자의 거대한 의지가 내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깨달은 사실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 그러니까, 이번에 4단계 강화를 얻는 게 아니었네요?”
으으… 어제 밤새도록 4단계 강화에 대해 엄청나게 기대했는데.
어째 문구에 ‘강화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없더라니!
설마 은솔 언니도 강화할 수 없는 거야?
아니지, 언니는 이번에 강화해도 3단계니까 다를지도?
…
가인 오빠가 4단계 강화로 통찰을 얻은 후, 모두가 수없이 했던 생각이 있어.
통찰은 지금까지 우리가 얻은 모든 능력 중 가장 위대한 힘이었다.
축복은 물론이고 유산까지 합쳐서 봐도 마찬가지였다.
통찰을 얻기 전의 가인 오빠는 두 유산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종종 보였지.
때로는 화신의 서의 틀을 벗어난 악성에 흔들렸고, 때로는 신성한 태양이 만들어 내는 혼에 대한 탐욕에 시달리곤 했어.
본인은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매일 생활을 함께하다 보니 모르기가 더 힘들었다.
아리나 의사 선생님은 종종 가인 오빠가 겪는 혼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으니깐.
전부 과거의 일이다.
통찰을 얻은 후, 두 유산은 더 이상 가인 오빠를 지배하지 못했다.
“휴…”
솔직히 오빠가 부러웠다.
다른 유산을 얻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통찰을 얻은 후에는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인 오빠의 눈에 비친 세상이 궁금해.
누군가를 볼 때마다 운명이 보인다는 건 무슨 느낌이야?
빌딩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만상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면 무슨 기분일까!
정말이지, 통찰은 신의 권능이라는 말에 딱 맞는 능력이야.
그래서 나도 엄청나게 기대했는데, 아직 내 차례는 아니었구나.
내 실망감을 느꼈는지, 후원자의 거대한 의지가 다시금 전달되었다.
내가 강력한 강화, 사랑받는 자를 얻은 것은 비교적 최근이며, 벌써 4단계를 얻기엔 기여도가 모자란다는 것.
“아으…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가인 오빠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4단계 강화의 가능성이 보이니 후원자가 미리 알려줬었지. 내게는 그런 전조가 없기는 했네.
후원자의 다음 의지는 좀 더 희망적이었다.
어떤 의미에선 실망한 나를 달래는 것 같기도 했다.
3층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으며,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정말 드문 사례라는 이야기.
이번에는 아니지만, 머지않아 4단계 강화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찬 이야기!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후, 한 가지 의문을 전달했다.
아직 강화할 때가 아닌데, 부른 이유가 있으신가요?
+ … +
다음 순간, 엄청나게 많은 생각이 동시에 전달되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생각을 감당하지 못해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을 정도였다.
…
처음 너와 연결되었을 때,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느니라.
현실에서 보인 다소 범속했던 모습들.
겁이 많고, 대단한 능력도 없고, 특출난 판단력도 없다.
강대한 적으로부터 살아남은 건 높이 살 만하나, 참가자가 의도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약간의 운과 적의 나약한 마음에 기대어 살아남았을 뿐.
…
으윽! 이, 이게 대체 뭐야?
후원자가 나에 대해 내렸던 최초의 판단 같은 거야?
아니…! 너무하잖아!
예전의 나는 그냥 고등학생이었다고?
평범한 고등학생이 외계인 상대로 뭘 어떻게 해?
…
특히 아쉬운 건 행동력의 부재.
부모에게 불만이 많으면서도, 해결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았다.
…
말이 되는 소린가요?
아니, 엄마·아빠가 싸우고 바람피우고 이혼하려고 하시는 걸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해결하려는 시도? 딸이 부모님의 이혼을 어떻게 해결해?
밤에 몰래 망치로 내려쳐서 이혼하면 나한테 죽을 거라고 협박이라도 해야 함?
…
종합적으로 평범한 인간.
특별히 모자라진 않지만, 비범한 면은 부족하다.
…
이건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아.
내가, 음, 몇몇 동료들처럼 처음부터 되게 특별하진 않았으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황당하다고 여긴 앞서의 평가의 의미도 뭔가 알 것 같았다.
친화의 후원자는 ‘유송이’가 딱히 모자란 사람이라고 판단했던 건 아니야.
그냥 평범한 인간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했을 뿐.
“으읏!”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휘청이는 사이, 후원자가 곧이어 다음 의지를 전달했다.
…
허나, 호텔에 온 후의 너는 빠르게 달라졌지.
103호가 네게는 운명적인 변화의 시작이었으리라.
나약한 정신으로는 감내할 수 없는 지옥에서, 너는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활로를 찾아내었으니.
틀에서 벗어난 네 생각은 다른 참가자에게 영감을 주었다.
주저함이 없는 탁월한 행동력은 시련의 돌파구를 마련하곤 했지.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창대하리라.
…
독설에 가까웠던 앞서 말과 달리, 이번에는 날 너무 띄워주는 느낌이잖아?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고개를 숙였다.
코끼리님은, 음, 내게 칭찬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
앞에 말은 말 그대로 최초의 평가잖아?
호텔에 오기 전의 나에 관한 이야기니, 지금 시점에선 별 의미 없어. 뒷말이 진짜야.
“으흠! 뭔가, 그동안의 소감 및 결산 같은 느낌이네요. 참가자 유송이에 대한 종합평가! 뭐 이런 걸 하시는 건가요?”
신기하긴 한데, 이런 말을 하려고 나를 부르진 않았을 것 같아.
가인 오빠에게 올빼미 관련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된 사실인데, 별 이유 없이 우리를 부르는 건 후원자에게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과연, 후원자에게서 다시금 복잡한 의지가 전달되었다.
여러 가지 정보들이 머리에 스며든다.
예컨대,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는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사실들.
“301호는 이제 진짜 저주의 방이 아니네요. 1, 2층 밖의 현실처럼, 말 그대로 또 하나의 현실이군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
“저랑 은솔 언니가 하강 후에 만일 죽는다면, 다음 루프로 간다는 건가요? 회귀처럼?”
말해놓고 뒤늦게 실수임을 깨달았다.
회귀자처럼이 아니야.
우린 이미 회귀자니까.
물론, 죽어도 상관없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야.
죽을 때 생기게 될 끔찍한 가능성 역시 수없이 떠올랐다.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조언과 주의 사항이 머리에 스며들었다.
…
복잡한 정보를 간신히 이해할 무렵, 공간이 서서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후원자는 날 칭찬하면서 하강 후 상황의 주의점을 알려주기 위해 부른 거였구나.
바로 그 순간.
— 사아아…!
아찔한 환영이 벼락처럼 머리를 내리친다.
고동치는 세상의 물결.
그 파도를 구성하는 수많은 필멸의 정신들.
작디작은 억겁의 정신은 곧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이요, 거대한 소용돌이였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내가 있다.
내가 있다.
내가 있다.
내 존재감은 너무나도 강대했으니, 작디작은 필멸의 존재들로선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억겁의 인간을 모아도 나 하나에 미치지 못할지니!
누군가는, 이 같은 존재를 ‘주인공’이라 부른다.
의식을 잃기 직전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후원자는 언젠가 얻을 4 단계 강화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다!
*
– 이은솔
황금으로 가득한 찬란한 성의 홀.
고대 로마의 왕족이나 입었을 것 같은 보라색 옷을 입은 채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아무리 고개를 들어도 상대의 머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상대는 정말 터무니없이 거대한 용이었기 때문이다.
크다. 진짜 너~무 커!
저 입에서 침 한 방울 떨어지면 내가 익사해도 이상하지 않겠는데?
그때, 홀 전체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다행히, 나는 널 실망하게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
“네?”
+ 너는 이번에 새로운 힘을 얻을 테니 말이다. +
잠시 후원자의 말을 이해하려 노력하니, 곧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송이는 이번에 4단계 강화를 얻지 못한 것 같네.
어째 성소의 알림이 평소와 다르더니, 이유가 있었어.
송이와 달리 내가 강화를 얻을 수 있는 이유야 간단하다.
송이는 이미 3단계고, 나는 2단계니까.
“제 축복 성장이 저질이라 다행이네요.”
+ 지금 그건, 농담이라고 한 것이냐? +
“에헤헤…”
+ 흐음… 요전에도 그러더니, 너는 내게 불만이 있는 것 같군. +
“부, 불만이라뇨?”
솔직히 불만이 있긴 하지.
조금 있는 게 아니고 엄청 많이 있어.
말은 바로 하자.
축복 중 제일 말 안 되는 게 부귀 아니야?
탐욕의 손은 인정!
여러 번 유용하게 썼고, 하강 후에도 쓸 수 있는 모양이니까 OK.
그런데, 기본 능력인 HP 마켓은 대체 뭐야?
요즘은 쿠팡도 축복이라고 해?
이야~ 이러다간 로켓 배송은 유산이라고 하겠다!
속으로 궁시렁대고 있으니, 시선이 느껴졌다.
+ 확실히 예전보다 크긴 했구나. +
“… 네?”
+ 앞에서 대놓고 건방진 생각을 하는 걸 보면, 머리가 굵어졌다는 의미지. +
“…”
+ 혹시 포커를 좋아하느냐? +
갑자기 포커?
“어, 텍사스 홀덤이라면 여러 번 해 봤어요. 족보 정도는 다 압니다.”
+ 천상에서 벌어지는 위대한 게임이 있으니, 우리의 손에는 언제나 패가 주어진다. +
탐욕의 용에게서 예상치 못한 기이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 패는 언제나 다르지만, 대부분은 고만고만하다. 많은 경우는 기껏해야 원 페어 정도지. +
“…”
+ 가끔 운이 좋으면 투 페어나 트리플이 들어온다. 드물게는 스트레이트 이상이 잡히기도 하지. 끝없이 이어지는 게임이라 경우의 수가 다양하거든. +
슬슬 후원자의 비유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탐욕의 용은 지금, 후원자의 입장에서 본 호텔 진행을 말하고 있는 것.
후원자에게 패란 곧 참가자를 말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송이도 평소에 듣지 못한 이야기를 후원자에게 듣고 있는 걸까?
+ 각자 어느 정도 패인지 판단한 후, 베팅을 시작한다. 물론, 패에 따라 베팅의 정도도 달라지지. 좋은 패다 싶으면 날뛰기 시작하고, 영 아니다 싶으면 아무래도 한 발 떨어져서 보게 되거든. +
“좋은 패다 싶어서 날뛰는 예시 말이죠. 혹시 -”
+ 그래, 그 새 말이다. 세상 신비한 척, 지혜로운 척은 다 하는 놈. +
“…”
이 정도로 적나라한 뒷담화는 처음 듣는 것 같아.
뭔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와 후원자의 간격이 좁아진 것 같았다.
후원자의 표현을 빌리면, ‘머리가 굵어졌다’라고 말해도 되겠지.
내가 용을 앞에 두고도 예전만큼 긴장하지 않듯이 – 후원자 역시 보다 거리낌 없이 의사를 드러내는 것.
+ 손에 포 카드가 잡혔다 싶으니, 초반부터 난리도 아니었거든. +
포 카드라…
설득력 있는 평가라고 생각했다.
호텔에서 보인 모습만 봐도 그렇고, 가인은 호텔에 오기 전부터 평범함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떠오른 의문.
후원자의 시선에서 ‘나’는 어느 정도였을까?
+ 나도 스트레이트 정도는 들어온 줄 알았지. +
내 생각을 읽은 듯한 – 실제로 읽었겠지만 – 발언.
조금은, 날 놀리는 것 같았다.
+ 막상 패를 굴려보니 애매했지만 말이다. +
살짝 눈살이 찌푸려지며 마음속 말을 꺼냈다.
“아니, 패가 좋다 싶으면 베팅을 강하게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스트레이트 같으면 그럴듯한 힘을 주셨어야죠!”
+ 베팅 전략은 각자 다르기 마련이지. +
전략은 무슨? 솔직히 HP 마켓이 무슨 축복이냐고!
그때, 용으로부터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 네 성향 판단에 미스가 있었다. +
“네?”
+ 안정된 나라에서, 사회 지배층으로 편안히 살아가다 보니 네 성향이 지나치게 온건해졌기 때문이지. +
“그게 무슨 -”
순간, 말문이 막혔다.
+ 만일 네가 가혹한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하기야, 네 모친이 그런 상황을 바라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축복의 발현은 참가자의 성향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엘레나가 그 살아있는 증거다.
나라고 그런 게 없었을까?
따지고 보면, HP 마켓은 현실에 존재하는 쇼핑몰이 아니야.
딱히 대한민국의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총을 팔면 왜 안 돼?
폭탄이 있으면 안 될 이유는 또 뭐야?
이유는 내 마음속에 있었다.
그런 터무니없는 물건을 민간인이 쉽게 구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 ‘상식’ 말이다.
만약 내가 소말리아 출신이라면 어떨까?
예전에 봤던 황당한 뉴스 기사에 따르면, 소말리아 반군이 개최한 ‘어린이 대상 코란 외우기 퀴즈대회’ 상품이 돌격소총과 수류탄이었지.
이런 나라에서 성장한 if 은솔이라면, HP 마켓에서 AK 47을 구매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 그래서 탐욕의 손을 내렸느니라. +
용이 파악한 내 성향의 문제는 간단하다.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일은 어머니에 의해 망각했고, 이후 형성된 인격은 너무 곱게 자라 악독함도, 탐욕스러움도 부족했다.
그래서 주어진 강력한 강화가 탐욕의 손이다.
이득은 내가 바라는 형태로, 손해는 남에게 떠넘기는 힘.
그야말로 극한의 이기심을 구현한 능력이다.
이런 힘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내 성향이 부귀, 탐욕에 걸맞게 바뀌리라 기대한 것 아닐까?
여기까지 깨달았을 때, 나도 모르게 조금은 차갑게 말했다.
“당신의 뜻대로 되진 않은 것 같네요.”
+ 그래, 내 뜻대로 되진 않았지. +
용의 뜻대로 되진 않았다.
나는… 탐욕의 손이 동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항상 두려워했으니까.
실패라고 봐야 할까?
용의 의도와 달리, 충분한 수준의 이기심과 탐욕이 깨어나지 못했으니까?
“지금까지 제가 진행한 방식이 당신의 의도에서 벗어났음은 이해했습니다.”
+ … +
“하지만, 이 방식으로 전 3층에 도착했죠. 내 소원이 담긴 방, 301호도 해결했고.”
후원자가 기대한 방향과 다를지언정, 틀린 방향은 아니다.
그런 내 뜻에 후원자는 간단히 답했다.
+ 그래, 결국 너는 여기까지 왔으니, 이것이 네가 찾은 길이로다. +
순간, 맥이 탁 풀렸다.
오랜 시간 내 마음을 괴롭혔던 어두운 그림자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용이 빙그레 웃으며 기다렸던 말을 전했다.
+ 그러므로 네게 필요한, 또한 어울리는 힘을 내리겠노라. ‘고귀한 덕목’을 말이다. +
— 사아아…!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로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모두의 예상과 달리, 송이는 1분이 채 지나기 전에 깨어났다.
“그러니까, 넌 축복의 강화가 없었다고?”
“네. 좀 아쉽긴 했지만요… 뭐, 머지않아 가능할지도!”
“그래서 일찍 깨어났구나.”
“언니는 계속 기절해 있어요?”
“응.”
“강화를 얻는 모양이네.”
이후, 송이는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후원자가 송이에 대한 최초의 평가와 현재 평가를 전했다고 한다.
“최초의 평가와 현재 평가라…”
“또, 하강에 대한 조언도 많이 있었어요.”
“그건 명심해야겠네.”
송이가 동료들에게 하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하는 사이, 나 또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올빼미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 중일까?
“… 이건 못 참지.”
「조언 : 3 -> 2」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떡잎부터 썩어있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썩어있으니 이 또한 자질이라 여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