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07)
EP.708 708화 – 누군가의 휴식, 누군가의 고행 (4)
708화 – 누군가의 휴식, 누군가의 고행 (4)
– 엘레나
오늘은 종료 시점을 알 수 없는 특이한 파티 타임의 첫 번째 날이다.
가인 씨의 상태창에 따르면, 3층 시작 19일 차이기도 하지.
축복의 성소에서 송이는 하강에 대한 조언을, 은솔 언니는 축복 강화를 얻은 상황.
언니가 기절한 사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산책하다가 아리에게 붙들렸다.
“엘레나, 잠깐 나 좀 도와줘.”
“무슨 일인데?”
“탐색 중인데, 네 도움이 좀 필요해.”
아리는 날 데리고 객실 복도로 이동한 후, 손을 뻗어 천장을 가리켰다.
“천장에 조명 보이지?”
“응.”
“불을 좀 꺼줘.”
순간 아리의 부탁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했다.
“무슨 말이야? 혹시 버튼이 손에 안 닿아서 그래?”
아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 너랑 내 키 차이가 얼마나 난다고 그런 부탁을 하겠어? 애초에 난 윙 부츠가 있잖아.”
생각해 보니 그렇네.
아리는 윙 부츠가 있으니 높이 있는 버튼은 날아서 누르면 그만이야.
“3층 객실은 조명 ON/OFF 버튼이 없어.”
“?”
“이상하지 않아? 뭔가 특이한 점이라고 봐. 조명을 강제로 끄면 -”
“그러니까, 불길한 상상을 써서 조명을 꺼달라 그런 거야?”
“정확해.”
이런 느낌으로 한참 동안 아리를 도와 호텔 이곳저곳을 건드렸다.
보아하니 아리의 축복이 ‘여기일지도!’하는 구역을 탐색하는 느낌인데, 당장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휴우…”
“엘레나, 잠깐 쉬자. 도와줘서 고마워.”
“아니야. 참, 뭔가 알아낸 건 없어?”
가인 씨에게 본인에게만 보이는 상태창이 있는 것처럼, 아리에게도 유사한 무언가가 보인다고 한다.
딱히 대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야.
뭔가 찾았으면 아리가 먼저 이야기했을 테니까.
의외로 대답이 돌아왔다.
“… 탐색을 통해 뭔가 찾아낸 건 아니지만.”
“어?”
“탐색 전에 변화가 생기긴 했어.”
“그래?”
아리가 천천히 설명했다.
“그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선 물음표 3개만 보여. 이런 느낌이지.”
화이트보드에 아리에게만 보이는 문자열이 쓰였다.
* 3층의 숨겨진 NPC
1. ???
2. ???
* 3층의 숨겨진 방
1. ???
2. ???
3층에도 NPC, 방이 각 두 개씩 숨겨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뭔가 알아내면 이름이 떠. 그때부턴 어디쯤 있을 것 같다는 어렴풋한 느낌이 오지.”
그제야 아리가 하려는 말을 짐작했다.
“혹시 이름이 뜬 거야? 그래서 3층 객실 복도를 뒤진 거고?”
아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음표 한 칸의 명칭을 적었다.
* 3층의 숨겨진 방
1. 천국
“천국. 이게 숨겨진 방 취급이었구나.”
“천국의 명칭이 나타난 이유는 간단해. 이스의 왕이 호텔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우리 역시 천국의 존재와 위치를 알게 되었으니까.”
“그렇네.”
“이상한 건, 이름이 하나 더 떴다는 거야.”
“음?”
이해할 수 없다는 아리처럼, 나 역시 의아함을 느꼈다.
애초에 제대로 된 3층 탐색은 시작도 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호텔은 우리가 두 가지 숨겨진 요소의 정보를 일부 알아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뭔데?”
* 3층의 숨겨진 NPC
1. 不令解脫
“이게 대체 뭘까?”
“…”
“처음 보는 단어야. 일상적인 단어는 아닌 것 같은데…”
“아리야, 나는 이 그림이 뭔지도 모르겠어.”
나 정도면 ‘외국인’치고는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림 문자까진 무리라고.
“아, 이건 ‘불령해탈’이라고 읽어.”
“처음 듣는 단어네.”
“나도 마찬가지야.”
“…”
“…”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리 네 축복의 존재감을 느껴보는 건 오랜만 -”
말하다가 순간 움찔했어.
‘네 축복의 존재감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이거, 평소엔 쓸데없었다는 말처럼 들리잖아?
아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솔직히 평소엔 별로 쓸데없긴 하지.”
“…”
가끔 하는 생각.
호텔 파이오니어는 기본적으로 그리 공평한 장소는 아니다.
축복과 유산의 성능 차이 역시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
물론, 성능 차이인지 사용자의 성향 문제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면도 있어.
아리의 축복, 비밀이 좋은 예시다.
비밀은 호텔 내의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는 데 특화한 힘이다.
즉, 저주의 방 내에선 써먹기 애매하다는 것.
그나마 강화 능력인 나침반이나 존재감 없는 소녀는 방 내에서 몇 번 써먹긴 했지.
생각이 여기까지 닿았을 때, 나도 모르게 아리에게 다소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아리야.”
“음?”
“… 축복에 딱히 불만 없어?”
“불만? 아, 범용성이 너무 떨어져서?”
“응.”
“가끔 아쉽긴 한데… 뭐, 그러려니 해.”
이 대답은 다소 신기했다.
왜냐하면, 비슷한 상황인 할아버님이나 은솔 언니는 꽤 불만이 많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원인이 나한테 있다고 봐서.”
축복의 범용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원인이 본인에게 있기에 큰 불만은 없다는 대답.
애초에 비밀의 축복이 왜 저런 형태가 되었을까?
아리가 호텔에 돌아올 때, 미로의 부활을 간절히 소망했기 때문이다.
미로를 되살리려면 거울의 방과 부활의 방을 찾아내야만 했고, 둘 다 호텔의 숨겨진 요소였다.
따라서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는 데 특화한 힘이 생겨났다.
“그렇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아리가 축복에 별다른 불만이나 기대가 없는 건 자연스럽다.
본인이 원한 형태이며, 미로를 부활시킴으로써 원했던 바를 얻었으니까.
그때, 아리가 피식 웃었다.
“묵성이나 은솔이를 생각하면서 질문했다면, 나는 두 사람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네.”
“상황이 다르다고?”
“난 유산이 두 개잖아? 요즘은 딱히 능력이 뭔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미 있는 힘, 특히 부등변다면체의 힘은 절반도 다루지 못한다고 생각 중이라.”
“아, 알 것 같아.”
추가적인 능력을 원하기보단, 이미 얻은 능력의 소화를 바라는 태도.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리가 부등변다면체에 대해 느끼는 마음은 내가 불길한 상상에 대해 느끼는 마음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리의 두 번째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살짝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부등변다면체 자체를 내가 얻고 싶었다는 식의 생각은 아니야.
애초에, 내가 쓸 만한 유산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
부러운 건 유산 자체가 아니라 아리가 유산을 얻은 과정이다.
아리는 저주의 방 활약이나 선택의 시간을 통해 부등변다면체를 얻은 게 아니니까.
가인 씨가 아리에게 주었지.
그러므로 부등변다면체는 가인 씨의 아리에 대한 신뢰의 상징이다.
그가 우리 중 가장 신뢰하는 상대는 아리다.
“무슨 생각 중이야?”
“별거 아니야.”
“뭔가 되게 심각한 표정이었는데.”
“… 너 때문이야.”
“뭐?”
“객실 복도 불 끈답시고 불길한 상상을 썼잖아.”
“아, 그것 때문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 미안.”
대화 주제를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그나저나, 언니가 깨어나면 송이랑 같이 301호로 돌아가겠지?”
“그렇겠지.”
“아아… 걱정스럽네. 둘이 잘할 수 있을까?”
그때, 아리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언젠가 우리도 겪게 될 일이겠지.”
“…”
“그렇지 않겠어? 우리도 각자의 소원을 자각하고 방을 해결하면, 하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겠네.”
새삼스럽지만, 3층은 1, 2층과 굉장히 달라.
요전에 가인 씨가 선대 지혜에게 들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호텔은 1, 2층을 통해 참가자라는 보검을 만들어 낸 후, 3층에서 본격적으로 휘두르려는 것 같다던가?
그 말의 의미를 슬슬 알 것 같았다.
“엘레나, 갑자기 든 생각인데, 방이 4개 더 남았잖아?”
“명패 없는 방까지 합치면 다섯 개.”
“일단은 번호가 있는 방만 생각하자. 명패 없는 방은 뭔가 다른 방 같으니까. 어쨌든, 다른 방도 301호랑 비슷할 것 같아.”
“비슷하다니?”
“한 방에 두 명일 것 같다는 말이지. 다시 말해, 나와 같은 세상을 살아온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뜻이야.”
“그렇네.”
같은 세상을 살아온 두 사람, 소원의 배경이 유사한 두 사람.
301호에서는 은솔 언니와 송이가 바로 그런 관계였다.
“내 파트너가 누구일지는 짐작이 가.”
듣자마자 나도 아리의 파트너가 누구일지 알아차렸다.
“할아버님이네.”
“그렇지. 우리는 현실에서 직장 동료 같은 사이였잖아. 당연히 같은 루프를 공유해. 사실, 꽤 여러 루프를 공유하지. 호텔이 대체 어떤 루프를 대상으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은솔 언니와 송이, 그리고 아리와 할아버님.
남은 사람은 나, 의사 선생님, 미로, 진철 씨, 승엽이, 그리고 가인 씨인가?
“너와 배경을 공유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직은 모르겠어.”
“평소에 호텔 오기 전 이야기 할 때 느낀 적 없어?”
“전혀. 애초에 은솔 언니랑 송이도 301호에 가기 전엔 몰랐잖아? 은솔 언니의 특이한 삶 때문이었지만.”
“아니, 내 말은…”
아리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후,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너 현실에서도 TV에 나온 적 있지 않아?”
“몇 번 정도는. 약간,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컨셉이었달까?”
“널 TV에서 봤다는 동료가 있던 거 같은데. 아닌가?”
“음…”
아리의 말을 들으니, 오래전에 그런 대화를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어마어마한 이벤트가 매일 같이 벌어지는 호텔의 특성상, 과거의 일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아.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
“나도.”
“나중에 다 모였을 때 이야기해 보자. 탐색이나 더 할까?”
“아~ 언니는 언제 깰까?”
“내일 아침이겠지.”
*
– 이은솔
.
..
…
푹신한 침대에서 깨어났다.
성소에서 기절한 나를 동료들이 105호에 옮겨둔 모양이네.
“…”
깨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은 물론, 새롭게 얻은 능력이다.
헤어지기 직전에 용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그러므로 네게 필요한, 또한 어울리는 힘을 내리겠노라. 고귀한 덕목을 말이다.’
자연스레 시야 한구석에 나타난 새로운 힘.
과연, 부귀의 세 번째 강화에는 고귀한 덕목에 걸맞은 이름이 있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고귀한 덕목,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처음으로 든 생각은 후원자가 내 방향성을 인정했다는 사실.
그는 내 성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탐욕의 손을 통해 교정하려고 했지.
후원자의 의도는 실패했다.
하지만,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후원자는 상황을 솔직히 인정한 후, 탐욕의 손과 전혀 다른 힘을 내렸다.
“…”
정말, 탐욕의 손과 전혀 달라.
네 길이 틀렸다며 교정하려고 내린 힘과 네 길도 일리가 있다며 내린 힘이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탐욕의 손과 시너지 따위는 전혀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두 능력이 서로의 빈틈을 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고귀한 자에겐 그에게 걸맞은 의무가 주어진다.
탐욕의 용은 그 격언을 미묘하게 비튼 힘을 내렸다.
“의무를 짊어진 자에게 고귀함이 주어지리라…”
고귀한 자에게 의무가 주어지듯이, 의무를 먼저 짊어진 자는 고귀함을 얻으리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