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12)
괴담 호텔 탈출기 712화(711/794)
712화 – 누군가의 휴식, 누군가의 고행 (8)
– 관측소
“이상한데.”
“가인앙, 뭐가 이상해?”
“지금, 누나는 거의 300에 달하는 이스의 종족을 굴복시킨 상태야. 그들은 심지어 목숨 걸고 공작에게 저항하고 있지.”
“와아! 대단해!”
“대단하지. 너무 대단해서 이상할 정도야.”
“으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강하다는 말이지?”
“저 정도의 능력이 ‘겨우’ 3 단계 강화일 수 있나? 단순하게 생각하면,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것 같은데.”
“…”
“가인아! 나랑 교대하자. 너 벌써 코피 엄청나.”
“… 미로, 상현 형이나 아리를 불러왔으면 좋 -”
“너 지금 나 못 믿어?”
“…”
*
– 이은솔
사방에서 들려오는 내 해방을 바라는 목소리!
「@#$%&*!」
「%+*@!!#!」
공작들은 분노와 당황이 섞인 의지를 발하며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고마운 것과 별개로 상대가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
백작 이하의 하위 개체는 공작과 최소 2단계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가인 혼자서도 1~2분 만에 두엇을 처치할 수 있는 백작과 파티 전원이 모여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공작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실제로는, 전투력 차이와는 별개로 대치 구도가 형성되었다.
공작 스스로 밝혔듯, 왕은 일찍이 공작들에게 종족을 수호하라는 사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작들은 동족에게 관대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힘의 강약과는 다른 문제였다.
이 순간, 감격에 가까운 기분을 느꼈다.
세자릿수에 달하는 이스의 종족이 내게 품은 충성심에 감동해서?
하하! 자발적인 충성심도 아닌데, 그 자체에 감동하긴 좀 그래.
그보다는 새로이 얻은 능력의 막강함에 대한 감탄이지.
굴복당한 모습만 보면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저들은 절대로 나약한 존재들이 아니야.
기껏해야 외계인 하위 개체 아니냐고?
저들에게 ‘하위’라는 단어가 붙는 건 ‘이스의 위대한 종족’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자이며, 백작급 개체 정도면 호텔 참가자와도 비견할 수 있는 강함의 소유자들!
그런 강대한 집단을 수백이나 거느리게 하는 능력이라니?
너무나 강력한 힘의 위력에 감격했다!
…
감격을 넘어서 기이함을 느꼈을 정도였다.
이 정도의 능력이 겨우 3단계일 수가 있어?
뭔가, 부귀가 아니라 지배의 축복 4단계쯤 되어야 가능한 위력 아니야?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작들조차 날 왕의 후계자로 여기거나, 최소한 겉으로나마 공손히 대하고 있다.
내가 왕의 딸이자 왕의 힘을 담아낼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내 적들조차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이런 점이 축복과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정도 생각했을 때, 장내의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끝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B와 C의 기세가 일변하며 하위 개체를 무시하고 다시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두 공작은 결국 하위 개체의 난동이나 A의 불쾌한 간섭을 무시하고 힘으로 날 데려가기로 한 것!
— 스아아…!
“크윽!”
「공주, 당신이 불러낸 혼란이니 우리를 원망치 마시기를!」
삽시간에 무형의 힘이 하위 개체 수백을 압도하며 날 거칠게 낚아챘다.
A가 내 편을 들어 다른 두 공작을 제지하길 기대했지만, 그는 마치 관찰자처럼 상황을 구경할 뿐이었다.
결국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오고 만 것이다.
“… 내가 할 말이야. 날 원망하지 마.”
「무슨 -」
「탐욕의 손 : 1 -> 0」
“부디,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를 두어주세요!”
그때, 내가 평소보다 추상적인 소원을 빌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확히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작들을 죽여주세요는 솔직히 좀 과하잖아?
내가 불명확한 소원을 빈 이상, 남은 일은 후원자의 재량이라는 사실이 나를 살짝 불안케 했다.
서, 설마 이상하게 이뤄주시는 거 아니죠?
「이루어졌다.」
다음 순간, 내 몸을 중심으로 검푸른 물결이 소용돌이처럼 일어났다.
— 콰아아아!
탁한 파도가 삽시간에 광범위한 영역을 타격하니, 공작들조차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
「이 무슨!」
덕분에 내 근처까지 왔던 공작 하나는 순식간에 전신을 구성하는 살점의 2할 이상이 갈려 나갔다.
「크으으…!」
「이런 수를 감추고 있을 줄이야!」
단순한 소용돌이가 아니며, 자연적인 파도 따위는 더더욱 아니다.
탐욕의 용, 후원자가 불러낸 터무니없이 강력한 마법!
그 파괴적인 위력에 감탄하는 동시에 의문을 품었다.
그동안의 탐욕의 손과 살짝 다르지 않아?
“…”
뇌리를 스치는 과거의 사례들.
호텔에서 썼을 때는 보통 이벤트 형태로 발현되었지.
현실에서는 어땠더라?
나와 가인이가 이계에 갇혔을 때는, ‘적절한 타이밍’에 딜라이트 고객들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다가 우리 대신 갇혔어.
엘레나의 유람선에 가다가 다른 참가자의 계략에 당했을 때는, ‘우연히’ 근처에 있던 불완전 방주가 우리를 감지하고 나타났지.
탐욕의 손의 개입은 직접적이라기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이다.
예컨대, 괴물을 죽여주세요! 라고 소원을 빈다면 어떨까?
뜬금없이 손에서 레이저가 나가기보다는, 인근의 관리국 타격대가 우연히 내 위치를 포착하게 하는 식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누가 봐도 내가, ‘이은솔’이 파괴적인 대마법을 사용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 –
“헛!”
뒤늦은 깨달음이 뇌리를 강타했다.
공작들조차 피하기 급급한 파괴적인 마법이 순식간에 주변을 광범위하게 파괴하는 상황이잖아?
그러면 날 섬기던 하위 개체들은!
「끄아아악!」
일대는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선량한 시민들은 물론이고, 목숨 걸고 날 지키려 했던 이스의 일족들까지 숨 한번 못 쉬고 쓸려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대를 파괴하는 검푸른 물결은 마치 살아있는 뱀과 같았으니, 지옥에서 올라온 마귀가 수백 필멸자를 한 호흡에 들이키는 것 같았다.
“아, 아아…”
아찔한 충격 속에서 휘청이며 생각한다.
탐욕의 손은 날 제외한 주변의 다른 존재에게 거침없이 대가를 징수하는 힘이다.
이런 힘을 내리는 후원자가 필멸자의 목숨 같은 ‘사소한 문제’에 신경이나 쓰겠어?
탐욕의 용은 마법 한 번에 10만 명이 죽어도 코털 하나 까딱 하지 않을 후원자라고!
…
탐욕의 손이 이런 능력임은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위기에 처하니 주저 없이 사용했다.
내가 더 귀하니까.
내 목숨이 더 소중하니까.
같은 상황이 오면, 그때도 거리낌 없이 쓸 거야.
…
한 가지 슬픈 사실을 깨달았다.
위와 같은 생각은 생존 본능에 충실한 생각이며, 어떤 의미에선 합리적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고귀함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태도는 아니었다.
의무를 이행한 자가 고귀함을 얻는다면, 의무를 파기한 자는 고귀함을 잃기 마련.
“…”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깨졌다.
*
“뭐야? 이거 대체 뭐냐고!”
“미로? 왜 그래?”
“아니, 미친 도마뱀이 다 망쳤어!”
“처, 천천히 설명해 봐.”
“이상한 소환수 같은 게 튀어나오길래 공작과 싸울 줄 알았는데, 정작 공작들은 조금 다친 선에서 끝났어.”
“그리고?”
“공작들은 멀쩡한데, 은솔이 부하들만 죽었어! 이게 뭐야? 미친 도마뱀이 -”
“미로, 진정, 진정해.”
*
– 이은솔
소용돌이가 잦아졌을 때, 내가 사상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음을 깨달았다.
마법은 거창하고 요란했으나 공작을 쓰러트릴 정도는 아니었다.
휩쓸리면 공작도 버틸 수 없는 위력? 휩쓸리지 않고 피하면 그만이었어.
두 공작은 여전히 막강한 위세를 자랑한다.
조금 전까지 목숨 걸고 날 보호했던 하위 개체들은, 혼란과 분노에 휩싸인 눈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 아.”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바로 그 순간!
– 우르릉!
그야말로 ‘번쩍!’하는 느낌과 함께 내 몸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으아악!”
순식간에 눈에서 실핏줄이 터지며 시야가 흐릿해졌고, 헛구역질이 튀어나왔다.
지금, 공작들이 날 왕에게 데려가려는 거야?
내 몸이 상하면 안 될 텐데, 이렇게 거칠게 납치할 이유가 –
「추격을 피해야 하니, 참으시길」
“으-”
눈 한번 감았다 뜨니 지표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높은 상공이었다.
한편, 조금 전의 말을 듣고야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추격을 피해야 한다고?
“너, 너는 – A?”
「A? 다른 공작과 날 구분하여 지칭하시는 표현이라면, 맞습니다.」
— 우르릉!
어찌나 빨리 이동 중인지, 지금 내 위치가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숨 몇 번 쉬기도 전에 서울을 벗어난 것 같았다.
다시금 들려오는 목소리.
「왕께서 파멸하신 날, 당신은 동료들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
「천상으로 떠나셨겠지요. 맞습니까?」
“맞… 아!”
「그렇다면, 천상으로 오고 갈 수 있는 통로가 어딘가 있을 것입니다.」
“…”
「위치를 말해주시길. 생각만 하셔도 됩니다.」
“다시 천상으로 가라고?”
「지금은 당신의 위치가 모두에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나 혼자서 당신을 지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일단 천상으로 돌아가셨다가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오십시오.」
“…”
「돌아오신 후에는, 비밀리에 내게만 연락하시길.」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의 위치를 알렸고, 추후 A와 연락할 방법을 들었다.
「저곳입니까?」
“… 맞아.”
「보이지 않습니다. 인식도 불가합니다. 당신이 지목하지 않았다면, 위화감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과연, 천상의 통로답군요.」
마지막 순간, 나는 저주받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묻고 말았다.
“대체, 넌 왜 갑자기 날 돕는 거지?”
「…」
“천상에 대한 기억도 없고, 나는 널 설득할 만한 증거를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다시금 왕을 배신하고 내 옆에 선 A의 답변은 실로 기이한 것이었다.
「아니, 당신은 조금 전 내게 증거를 보였습니다. 당신이 기존의 왕보다 나은 명확한 이유를 말입니다.」
.
..
…
송이는 지금쯤 어디 있을까?
상황 보고 알아서 돌아갈 수 있겠지?
이렇게 돌아가면 동료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씁쓸한 생각들이 쉼 없이 떠오른다.
—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할 때쯤, 나는 뒤늦게 공작의 말을 이해했다.
“아.”
그는 내 약점으로부터 자격을 발견한 것이다.
공작 A는 정말로 ‘합리적인’ 존재였다.
다르게 표현하면, 정말 미친 새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