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14)
괴담 호텔 탈출기 714화(713/794)
714화 – 결착과 선택 (1)
– 박승엽
— 다다닥!
“…”
— 다다닥! 쿵!
“아, 아얏!”
늦은 밤, 따끔한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 뭐야?”
여기 대체 어디야?
방금 전까지 105호에서 자고 있었 –
“으엣? 3층?”
깨어난 장소는 황당하게도 3층 복도였다.
나, 혹시 꿈 꾸다가 몸만 깨어나서 움직인거야?
이런걸 무슨 병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마, 망우병이었나?”
“그런 단어는 없습니다. 몽유병이지요.”
기계적인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니 3층 지배인이 있었다.
처음 만나는 존재는 아니지만, 볼때마다 섬뜩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
가인 형의 말에 따르면, 저 괴물은 일종의 살아있는 마이크라고 한다.
“모, 몽유병? 제가 몽유병에 걸린 모양 -”
“사실, 몽유병도 아닙니다. 웃기는 장난에 가깝지요.”
“웃기는 장난?”
그때, 지배인의 시선이 기묘하게 꿈틀거렸다.
내가 아니라 내 배후의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다.
“성소도 아닌데 이런 식의 개입은 곤란합니다.”
“개입?”
“참가자 박승엽,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십시오.”
뒤늦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1층에서 자다가 깨었는데 갑자기 3층인 게 말이 돼?
설령 망 – 몽유병이라 해도, 1층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까지 와서 깨어나는건 뭔가 이상해.
게다가, 지배인은 몽유병이 아니라 ‘개입’이라고 했어.
“…”
후원자가 일으킨 현상이다.
내게 무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리 생각하며 눈을 슬쩍 굴리려는 순간 –
— 쿵!
지배인이 거대한 형체를 위협적으로 흔들며 벽을 쳤다.
“머리도 안 돌아가는 분이 머리 굴리지 마시길.”
“… 네.”
욕인지 충고인지 알 수 없는 지배인의 경고.
결국, 별수 없이 터벅터벅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야 했다.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들자, 다 같이 꽤 오랫동안 얽혀있는 [301호] 명패가 보였다.
이제는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
몇 걸음 걷다가 [301호] 명패가 나왔다는 건, 처음 깨어난 장소는 [302호]였다는 말이지?
후원자의 개입에 의해 3층 객실 복도를 달리다가 넘어져서 정신 차리고 보니 딱 302호.
이게 우연일까?
“앗! 아앗! 으아앗!”
이럴 수가!
“이, 이거야!”
— 쿵!
“3, 302호가 바로 내 -”
— 쿵!
“좀, 닥치고 1층으로 돌아가시지요.”
“… 네.”
302호가 내 방이었구나!
최초의 소원이란 모두가 잃어버린 귀중한 과거의 기억이다.
내 기억이 풀리는 순간이 멀지 않았음을 깨닫자, 강렬한 호기심에 마음이 절로 들뜨기 시작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방의 내용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302호가 내 소원이 얽혀있는 방임을 알려주는 게 큰 의미 있을까?
대단한 듯하면서 별 의미 없지 않아?
다르게 생각하면, 그러니까 알려줄 수 있었겠지만.
— 띵! 1층입니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았다.
“어?”
“… 왔구나.”
“가, 가인 형?”
순간, 정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새벽인데 가인 형이 왜 여기 있는 거야?
마치, 내가 후원자의 인도하에 3층에 다녀올 거라고 예상한 것 같잖아!
아니지! 가인 형이면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아.
침대에 가만히 앉아 ‘박승엽’의 12만 5,000개의 가능성을 통찰한 결과, 이번 세계선에선 12.1284%의 확률로 3층에 가서 –
“아니야.”
“네?”
“그런 거 아니야.”
“… 제가 무슨 생각 하는 줄 아시고 -”
“뭔지 모르겠지만, 보나마나 허튼 생각이지.”
곧, 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어제, 회의 끝날 때 여러 사람이 환청을 듣는다는 둥 했잖아.”
“그랬죠.”
“그때 널 보니까, 딱 봐도 뭔가 이상해 보이더라.”
“…”
“요즘 내가 밤잠이 없거든. 새벽에 복도를 좀 걷고 있으니, 네가 갑자기 눈 감은 채 뛰어가더라고.”
“…”
“널 잡으려고 하니까 갑자기 누가 뒤에서 날 잡아당긴 것처럼 넘어졌어. 뭔가 이상한 조화다 싶어 기다리고 있었지.”
어제 날 보자마자 행동이 이상해서 관찰했다고?
이건 분명히 거짓말이야.
과거라면 모를까, 205호 이후의 난 천하제일 사부님께 신공절학을 배운 상태!
누구도 내 마음을 쉽게 읽어낼 수 없다.
가인 형은, 분명 분수대에서 천상천하를 통찰하며 22만 3,248개의 가능성을 본 끝에 내 움직임을 보았을 거야.
“또 이상한 생각 중인 것 같은데…”
하지만, 가인 형의 비밀을 지켜주기로 했다.
우린 동료니까.
“알겠습니다.”
“뭘 알겠다는 거야? 아니, 됐다, 됐어. 그래서 무슨 일이야?”
“지배인이 갑자기 절 위협했는데, 아크샤의 혼으로 회피하며 후원자의 안배를 -”
“뭐? 지배인이 널 왜 – 아니, 그냥 말해봐.”
“- 후원자의 안배를 깨달았어요. 느낌상, 302호가 제 방인 것 같아요!”
“302호가 네 방이라고? 흐음…”
잠시의 침묵.
천천히 둘이 1층 복도를 걸어 105호로 돌아가던 중, 가인 형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승엽아.”
“네?”
“이 경우는, 알려준 내용보다 알려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 같네.”
“예?”
“성소가 아닌 곳에서 후원자가 개입할 때는 그들 나름의 자원을 써야 해.”
“아, 지배인이 비슷한 말 했어요. 성소가 아닌데 개입하지 말라고 했었나?”
“… 그 말을 왜 이제 – 됐어. 어쨌든, 조금 전의 일은 네 후원자가 나름 손해 보고 개입했단 말이야.”
“그래서요?”
눈앞에 105호의 명패가 나타날 때쯤, 가인 형이 한 손으로 내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후원자가 네게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지.”
“…”
“바로 다음 방이 네게 아주 중요한 곳인데,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뜻일 거야.”
“… 아.”
가인 형의 말을 듣고 깨달은 후원자의 진실한 뜻.
나는 지금도 너에게 투자 중이다.
내가 너를 선택했고 네가 나를 선택했다.
자신감을 잃지 말아라.
행운의 선택을 의심하지 말아라.
마음속에서 자라나던 정체 모를 우울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또 실패했구나. 이번에도, 이후로도 -」
“지랄! 응, 아니야!”
기억 속의 목소리 역시 웃어넘길 수 있었다.
“뭐?”
“아, 형에게 한 말 아니에요.”
“그래… 어쨌든, 나도 좀 자야겠네. 그건 그렇고…”
“네?”
“이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건가? 필시 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으니, 나보고 설명하라고? 아이고… 잠이나 자야겠다.”
“…”
기억 속의 목소리보다 방금 가인 형의 말이 조금 더 상처였다.
「승엽아, 저 사람들 말 듣지 마.」
“음?”
「날 믿어. 난 언제까지고 네 편이란다.」
“…”
*
– 이은솔
이른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깨자마자 우울해졌다.
방마다 붙어있는 디스플레이에서 새로운 안내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
기한 없이 진행 중이던 파티타임의 종료 시기가 정해졌으며, 딱3일 후에 끝난다는 것.
가능하면 호텔에서 쉬면서 탐욕의 손을 다시 충전한 후 내려가고 싶었는데…
아, 호텔에서 탐욕의 손을 충전하는 꼼수를 쓰지 못하게 하려는 건가?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이미 탐욕의 손을 한번 써서 공작 하나를 끌어들였으니, 그 정도면 되었다. 지체하지 말고 하계를 정리하라.’
“아~ 알겠어요.”
*
간단히 씻고 밖으로 나오니 동료들 여럿이 이미 밖으로 나와 있었다.
모두가 나와 같은 디스플레이 알림을 본 상태라 설명은 필요 없었다.
몇몇 동료 – 예컨대 아리가 호텔의 규칙을 고려한 또 다른 꼼수를 언급하고 있었지만…
“모래시계를 응용하면, 천상과 지상의 시간 흐름 차이를 이용해서 -”
“아니, 아니. 아리야. 내 생각엔 그냥 지금 내려가는 게 맞을 것 같아.”
“… 으음. 송이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재밌게도 송이의 생각도 나와 똑같았다.
호텔을 겪으며 느낀 건데, 이 장소는 그리 원칙대로 돌아가지 않아.
참가자가 호텔의 의도에 맞게 움직이면, 원칙을 꽤 유하게 적용해 준다.
참가자가 호텔의 의도를 거스르고 꼼수를 쓰면, 그냥 원칙을 새로 만들어서 막는다.
좋게 말하면 원칙보다 의도가 우선하는 유연한 운영, 나쁘게 말하면 그냥 제멋대로라는 의미지.
따라서 호텔 상대로 머리싸움을 벌이는 건 별 의미가 없다.
그냥, 하라는 대로 하는 게 나아.
“… 내 이런 생각도 호텔이 유도한 건가? 순순히 복종하라고?”
“뭐?”
“아니야.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호텔에 정이 떨어질 때가 있어서.”
“정은 무슨 정! 난 그런 거 든 적도 없어.”
“풋! 네 말이 맞네. 송이야.”
“네, 슬슬 출발하죠.”
파티타임이 3일 남았다는 사실은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함축하고 있다.
호텔이 보기엔, 실패든 성공이든 301호의 완전한 종결이 코 앞이라는 의미다.
“잘 다녀오시길.”
가인이의 인사를 들으니 문득, 요전에 출발하기 전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아마 이렇게 말했었지?
‘… 차근차근 진행하시고, 한 번에 끝내려고 하지 마시길.’
“와…”
“왜 그래요?”
“아니, 네 말이 딱 맞았네.”
“네?”
“진짜 한 번에 끝나지 않았어. 한번 돌아왔잖아? 송이야, 신기하지 않아?”
“으엣? 진짜 그렇네요. 오빠 대단해에~!”
와…! 진짜 신기해.
통찰이 진짜 이 상황까지 읽은 거야?
이럴 때는 가인이가 정말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통찰은 정말 신의 권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인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구체적인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기회가 한 번이 아닐 것 같으니 침착하게 하시라는 말이었지.”
하하! 그럴 리가 없지!
오히려 이런 말을 들으니 더 감탄이 나왔다.
옛말에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하지 않던가?
뭐 없는 사람들이 별것도 아닌 걸 자랑하느라 바쁜 법이다.
진실로 비범한 자는 도리어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
본인의 특별함이 타인에게 위화감 혹은 열등감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실, 재벌 2세들이 이런 거 제일 잘 알아.
약간의 기대를 담아 말했다.
“가인아, 이번에도 뭔가 해줄 말 없어?”
“하하! 뭐랄까, 언젠가부터 제가 무슨 살아있는 사주팔자나 토정비결이 된 것 같네요.”
“말해줘. 이은솔의 오늘의 운세는?”
“… 이번에는 해드릴 말이 없습니다. 정말로요.”
“그러면, 덕담이라도 해줘.”
“음, 둘 다 원하는 바를 얻으시길.”
“어떻게?”
“마음속의 진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언니, 엘리베이터 불렀어요.”
— 띵!
다시 하강이다.
어머니와의 오랜 악연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
*
.
..
…
은솔과 송이가 떠난 직후.
눈송이 같은 머리칼을 자랑하는 소녀가 청년의 옷깃을 잡고 흔들며 물었다.
“모야모야? 왜 해줄 말이 없다고 한 거야?”
가인이 담담히 말했다.
“해줄 말이 없어서.”
“그러지 말고오~! 뭐 없었어? 은솔이 몸에 촉수 3,000개가 돋아나는 환영을 봤다던가!”
“아니, 진짜로 -”
문득, 가인은 다른 동료들도 자기 말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것도.”
“응?”
“딱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하하! 미로 양도 참, 가인 군이 불편해하지 않습니까? 슬슬 관측소로 갑시다.”
“어, 알겠어! 말하기 불편하면 말하지 않아도 돼!”
동료들이 ‘통찰을 알릴 수 없는 가인을 배려하며’ 관측소로 떠나갔을 때, 가인은 새삼 깨닫고 말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동료들은 각자 머리를 굴려서 해석본을 만들어낼 것이다.
후원자의 말을 들을 때처럼 말이다.
“…”
조언을 쓸 때마다 올빼미가 어떤 기분을 느낄지 알 것 같았다.
「현자의 조언 : 3 -> 2」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아, 진짜! 뭐라는 거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