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21)
괴담 호텔 탈출기 721화(720/794)
721화 – 302호 사전회의, 진입전야
– 박승엽
두 시간 전, 301호에서 고생 중이던 은솔 누나랑 송이 누나가 돌아왔다.
두 사람이 돌아오자마자 간단한 파티가 열렸다고 들었는데, 나는 참여하지 못했다.
최근엔 진짜 컨디션이 이상해서 혼자 있을 때가 많으니 어쩔 수 없었어.
「… 네가…」
— 딸꾹!
“…”
이, 일단 밖으로 나가자.
계속 혼자 방에 있을 수는 없으니깐.
*
동료들은 1층 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깔깔거리며 대화 중이었다.
느낌상, 은솔 누나와 송이 누나의 자랑 타임이 진행 중인 것 같아.
“아, 승엽이 왔구나! 괜찮니?”
“네. 괜찮아요.”
가까이 다가가니,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호기심을 표하는 미로가 보였다.
마치 설원의 눈토끼가 흑요석을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 같았다.
정말, 이럴 때 보면 쟤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다.
“은솔아, 이게 대체 뭐야?”
“말했잖아? 죄수의 파편이라고.”
“응, 그건 들었는데, 그래서 뭐야?”
“으음…”
“먹으면 강해져? 아니면 마법 도구? 레이저를 쏜다던가?”
“아직 잘 모르겠어.”
“되게 신기하게 생겼 -”
— 따악!
미로가 조심성 없이 파편을 만지려는 순간, 아리 누나가 벼락같이 미로의 손목을 내리쳤다.
“아얏!”
“만지지 마. 은솔이 말고는 건드리면 위험할 가능성이 높아.”
와… 미로 쟤 진짜 바보 아님?
어떻게 저렇게 매번 아무렇게나 행동하지?
난 미로를 볼 때마다 관리국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느껴.
어떻게 ‘저런 애’를 ‘그런 마녀’로 길러낸 거야?
“으읏! 만지지 말라고! 말로 하면 되잖아!”
“너는 말해도 잘 안 듣잖아.”
미로가 입을 쩍 벌리며 어이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물론, 나는 아리 누나 의견에 100% 동의했지만 말이다.
아리 누나와 미로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가인 형이 송이 누나에게 다가갔다.
“송이야, 네 것도 잠깐 볼 수 있을까?”
송이 누나가 살짝 웃으며 꿈틀거리는 살점 조각 같은 것을 꺼냈다.
“신기하게 생겼죠? 좀 징그럽긴 한데…”
“여기서 미니 공작이 깨어나는 건가?”
“아마도요. 그런데, 언제 깨어날지는 모르겠어요.”
그때, 은솔 누나가 입을 열었다.
“나랑 송이가 이야기하다 느낀 건데, 둘 다 얻은 물건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어.”
죄수가 사라지며 남은 흑요석 같은 파편.
공작이 산산이 조각나며 얻은 꿈틀거리는 살점.
둘 다 사용법을 모르는 모양이네.
유산은 얻는 순간 사용법이 머리에 입력되지만, 저것들은 유산과는 좀 다른가 본 데?
“어떻게 해? 먹기라도 해야 하나?”
“조언을 한번 써보죠.”
호텔을 진행하다 보면 100만 개의 질문이 생겨난다.
경험상, 그중 약 80만 개 정도는 현자의 조언으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의문이 생길 때마다 가인 형을 찾았고, 나는 종종 형을 살아있는 위키 사이트처럼 느끼곤 했다.
곧, 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때를 기다려라… 라네요.”
송이 누나는 바로 수긍했다.
“그럴 것 같았어요. 이거, 약간 페로가 깨어나기 전의 황금알 같은 느낌이거든요. 다시 태어나길 기다려야 하는 거죠.”
— 삐익!
“왜? 너랑 비교하니까 싫어?”
「… 원하는 …」
“으윽!”
옆에 있던 엘레나 누나가 반응했다.
“승엽아? 왜 그래? 머리 아파?”
“… 아니에요.”
페로와 송이 누나가 장난치는 사이, 은솔 누나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작 조각이야 알 같은 느낌이니 깨어나길 기다리는 게 당연하겠지만… 내 파편도 그래?”
“잘 모르겠네요.”
“으음, 어쨌든 고마워. 한동안 서랍에 보관해야겠네. 그나저나, 내일이면 다음 방 가야 하는 것 맞지?”
“네.”
“으아…! 뭔가, 휴식도 없이 이어지는 느낌이잖아? 너무해!”
은솔 누나의 불평에 송이 누나 역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엊그제까지 301호에서 고생한 것 같은데!”
“이래서야 다음 방 진행할 수 있겠어?”
마치 호텔 보고 들으라는 듯 항의하는 두 누나.
둘에게는 파티타임이 ‘있었는데요 ~ 없었습니다.’ 하고 넘어간 느낌 아닐까?
물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사람들도 꽤 있었지.
“뭐, 속 편하게 쉰 사람도 많을걸요?”
“가인아, 무슨 말이야?”
“관측소에서 교대할 사람 찾는데, 이상하게 미로만 있을 때가 많더군요. 그렇죠?”
형의 말에 여러 사람이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301호가 끝난 후엔, 방을 진행하던 때처럼 긴장감이 유지되진 않았던 것 같아.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도 초진지한 태도를 유지하며 망원경에 붙어있는 가인 형이 여러 가지 의미로 신기한 사람 아닐까?
그때, 미로가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
“난 항상 가인이 옆에 있었어! 그렇지?”
가인 형이 관측소에서 하강한 동료들을 살피는 동안 미로가 항상 있었다는 말.
환청 문제로 혼자 보낸 시간이 길어서 잘 몰랐는데, 주변 반응을 보니 저 말은 사실인 것 같다.
“… 그랬지.”
물론, 미로만 옆에 있는 게 정말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런데, 상현 씨는 어딨어?”
“은솔이 넌 모르겠구나. 상현이 요새 컨디션 최악이야. 가능하면 가까이 가지 마.”
*
저녁 무렵, 다음 방 – 302호를 주제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첫 번째 시도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구체적인 이야기는 무리였다.
다만, 302호에 대해 알아낸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그러니까다음 방은 네가 들어간다는 게냐?”
할아버지의 질문에 바로 답했다.
“네. 그날 밤 일을 생각하면, 후원자는 분명 -”
“정확히 이해한 것 맞지? 후원자가 직접 말한 거냐?”
“그, 그건 아니지만, 제 해석상 -”
“네 해석?”
와…!
할아버지, 방금 이 말 뭐죠?
네 해석?
네 해석?
네 해석?
내 해석이 뭐가 어때서!
“아니! 지금 절 믿지 않으시는 건가요?”
“… 오해구나. 내가 세상에서 제일 믿는 사람 중 하나가 너야.”
완전 뻥이다!
“거짓말!”
“아니, 나보곤 널 믿으라면서 너는 날 안 믿을 셈이냐?”
“어, 어, 그건…!”
곧, 아리 누나가 한숨 쉬며 고개를 저었다.
“유치한 짓 좀 그만해… 둘이 나이 합치면 1,000살도 넘지 않아?”
“포르투나 시절을 합치면 쟤 혼자서도 가뿐히 넘지.”
“묵성아, 너 포함해서 하는 말이야.”
“야! 난 진짜 승엽이 믿는다니까? 단지…”
말끝을 흐리는 할아버지의 말을 미로가 받았다.
“승엽이의 감은 믿지만, 해석이라고 하니까 못 믿은 거야! 맞지?”
“… 승엽아,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고 미로가 한 말이다.”
“애초에 쟤 해석을 어떻게 믿어?”
이때는 혈압이 올라서 천하제일권으로 미로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로가 저러는 건 너무 열받는데?
— 탁!
가인 형이 담담한 분위기로 말했다.
“302호가 승엽이의 방인 건 사실일 겁니다. 제 판단도 똑같습니다.”
“허어… 신기한 일이구나. 후원자의 배려인가?”
분명 내가 경험한 일인데…
내가 실제로 겪었고, 가인 형은 내게 전해 듣고 해석했을 뿐인데.
내가 말하면 믿지 않던 사람들이 가인 형이 말하니까 의심 없이 믿는 모습.
살짝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
그때, 내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을 듯한 불가해한 시선이 나를 가볍게 훑고 지나갔다.
본능적으로 어린애 같은 감정을 억제하고 웃으려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은 것 같았다.
가인 형이 갑자기 테이블 위의 초콜릿 하나를 내 쪽으로 주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좀 피곤한 것 같은데. 아직도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
「… 바를 …」
“허엇!”
“혹시 지금도 들렸어?”
솔직히 말했다.
“들리긴 하는데, 최근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말이 많아요. 띄엄띄엄 들려서.”
“과거의 네 기억일 텐데, 띄엄띄엄 들린다라… 예전에도 그런 식으로 들은 모양이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승엽이 넌 생각보다 오래된 루프 출신 같아. 그렇지 않니?”
“오래된 루프요?”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리 누나가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너는 꽤 평화로운 세상을 기억하는 것 같아서. 알다시피, 이 세상은 루프가 거듭될수록 점점 미쳐 돌아갔거든.”
“으음…”
“송이네 집에 레이저 포탑이 있는 걸 보면서 어떻게 느꼈어?”
“기괴하다?”
“서울 하늘에 머리 셋 달린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건?”
“완전 괴물!”
“봐. 흔한 일상도 기괴하게 느끼잖아.”
나는 레이저 포탑과 머리 셋 비둘기를 흔한 일상이라고 하는 아리 누나야말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살아온 세상과 상식이 다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말이다.
“구체적인 질문을 해볼게.”
곧, 아리 누나가 호텔에 오기 전 기억과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안타깝게도, 꽤 많은 질문에 혼란스러움만 느낄 뿐 대답할 수 없었다.
“으음… 호텔에 오기 전 기억은 이미 많이 잊었구나.”
“죄송해요.”
가인 형이 날 옹호하듯 말했다.
“아니, 너만 그런 것 아니니까 괜찮아. 호텔에서 보낸 시간은 매일이 엄청난 임팩트였으니까.”
“그, 그런가요?”
“밀도가 강한 기억이 쉼 없이 들이부어지면, 그 이전의 기억은 흐릿해질 수밖에 없지.”
이미 과거의 기억을 자각한 두 사람도 동의했다.
“생각해 보면, 난 내 비서를 보고도 얘 누구야? 했어. 까먹었단 의미지.”
“저도 그래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는데, 누군지 전혀 기억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친구 같지도 않았어요.”
할아버지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래도 뭐 하나 없냐? 되게 임팩트있는 기억 말이다. 그런 걸 떠올려 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바로 그 순간, 최근의 환청 중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떠올랐다.
「나랑 도망가자!」
“흐읏!”
“뭐야? 괜찮냐?”
“승엽아? 표정 왜 그래?”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는데?”
“…”
사실 하나 있어.
충격적인, 믿을 수 없는 기억을 하나 떠올렸다고!
마, 말해야 해?
진짜 말하기 싫은데!
하지만, 저주의 방을 진행하면서 내가 알아낸 정보를 숨긴다는 건 있을 수 없다.
“…”
내 고민을 느꼈는지, 동료들이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저기…”
“준비됐어?”
“미, 믿기 힘드실지도 모르는데요!”
“무슨 말이야? 우리 다 네 말 믿어.”
“야, 야! 나도 너 믿는다고 했잖냐.”
“… 진짜 믿으실 거죠?”
이쯤에서 진철 형이 어이없어했다.
“야, 무슨 말이길래 이렇게 요란하냐? 네 아버지가 신이라도 되냐? 설령 그렇다 해도 믿을게. 누님 같은 경우도 있었잖냐.”
“…”
엘레나 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승엽이도 회귀자였어? 그럴 수 있지. 아니면, 원래도 초능력자? 그럴 수 있지.”
아리 누나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설마 요원이었니? 기억을 잃고 지금 상태가 된 건가? 그럴 수 있지.”
모두가 말하고 있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 자신도 믿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제, 제가, 호텔에 오기 전에 여자친구가 있던 것 같아요!”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아리 누나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안한데, 그건 착각 같아.”
“아니! 분명히 제 말 믿으시겠다고 -”
“신의 아들이라고 하면 믿었어.”
“지, 진짜 어떤 여자애랑 같이 다니던 -”
“속은 거야. 대적자일 확률이 높으니 설명해 봐.”
“…”
순간, 알아들을 수 없는 환청이 들려왔다.
「… 행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