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22)
괴담 호텔 탈출기 722화(721/794)
722화 – 승엽이의 파트너는 누구?, 302호 진입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2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로비
현자의 조언 : 1」
– 한가인
“미안한데, 그건 착각 같아.”
“아, 아니! 분명히 제 말 믿으시겠다고 -”
아리가 장난스러운 말 – 장난 맞지? – 로 승엽이를 놀리고 있을 무렵, 나는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혔다.
“신의 아들이라고 하면 믿었어.”
승엽이의 파트너는 대체 누구지?
승엽이의 몇 안 되는 기억을 요약해 보자.
혼돈 재해는 뉴스에서나 보는 일.
비둘기나 고양이 같은 도시의 야생동물이 혼돈체로 변이하는 건 매우 기괴한 재난.
길가에 관리국 직원이 대놓고 돌아다니는 건 당혹스러운 상황.
정황상, 꽤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지, 진짜 어떤 여자애랑 같이 다니던 -”
“속은 거야. 대적자일 확률이 높으니 설명해 봐.”
“… 누나.”
이쯤에서 끼어들었다.
“잠깐, 승엽아. 너 혹시 호텔에 오기 전에 달을 본 적 있니?”
“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호텔에서 경험한 수많은 세계의 기억이 마구 떠오르는 것 같았다.
“… 본 것 같아요.”
“확실히 말해봐. 아주 중요한 대목이니까.”
“화, 확실히 본 것 같아요! 보름달!”
이쯤 되자 아리도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밤하늘의 달을 확실히 본 것 같아? 그러면 진짜 오래전 루프 같은데.”
“그, 그런가요?”
“응. 나랑 묵성이랑은 당연히 비교할 수 없고, 은솔이나 송이보다 훨씬 전이고…”
아리의 시선이 차진철, 엘레나, 미로를 연이어 스쳤다.
곧, 아리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엣?”
“…”
“뭐야? 승엽이 파트너 할 사람이 없는데?”
“예?”
“예가 아니고, 내 기억이 맞다면 진짜 없어. 자, 본인 생각에 무지 평화롭고 달이 둥둥 떠 있는 세계에서 왔다 손 들어 봐.”
진철 형은 즉각 고개를 저었다.
“달은 역사책에서나 본 것 같은데? 평화로운 세상과도 거리가 좀 있었고.”
엘레나도 비슷했다.
“저도 음… 달은 천문 사진에서나 본 것 같은데. 예전 기억은 흐릿하니까 너무 믿지는 마세요. 다만, 달을 떠나서 엄청 평안한 세상은 절대 아니었답니다.”
미로는 솔직하게 말했다.
“난 전혀 몰라! 알지? 난 한빙지옥에 있다 온 거!”
“하긴, 넌 호텔 오기 직전의 기억이 있을 리가 없네.”
“지옥의 기억도 잘 기억 안 나.”
유심히 듣던 아리가 하나하나 확인했다.
“은솔이랑 송이는 제외, 나랑 묵성이도 당연히 아니고. 가인이는 밖에서 소원 해결했으니 아니고… 들어보니 진철이랑 엘레나도 아니네. 그러면 미로가 승엽이랑 파트너인건가? 기억이 불분명하니 가능할 수도 -”
아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승엽이와 미로 양쪽에서 격한 반응이 나왔다.
“절대 아니죠.”
“아리 또 이상한 소리 해!”
“풋!”
두 소년 소녀 – 정신 연령은 소년 소녀라고 본다 -의 반응에 아리는 웃음을 터트렸지만, 의견을 꺾지는 않았다.
“나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야. 후보가 너희 둘뿐인데?”
“그, 그건 -”
그때, 나 역시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후보가 한 명 더 있긴 한데.”
“누구? 없는 – 아,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을 빼먹었네. 상현이?”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전에 상현 형이 본인도 달을 보았다고 했어.”
“그래?”
“그런데…”
“그런데?”
오래된 대화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내 기억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달은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엔 모두가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했지요.’
“오래전부터 달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엔 모두가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했다… 라고 했었지.”
아리가 이거 맞냐는 눈으로 승엽이를 보았고, 승엽이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전혀 모르겠는데요. 공포의 대상?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했다?”
“다 아니야?”
“다 아니에요.”
“으음… 역시 미로인가.”
“아니라니깐!”
그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타난다는 옛 격언처럼 멀찍이서 상현 형이 나타났다.
“다들 회의 중이셨군요.”
여러 동료가 걱정 섞인 시선을 상현 형에게 보냈다.
보아하니, 내가 망원경 옆에 붙어있는 동안 형의 상세가 더 안 좋아진 것 같았다.
“상현이 너… 괜찮냐? 요전엔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했는데.”
“선생님, 피곤하면 쉬셔도 돼요.”
상현 형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또, 죄송합니다. 모두를 걱정시킨 모양이군요. 변명이긴 합니다만, 갈수록 환청, 환시, 환각이 심해져서 별수 없었습니다.”
그 말에 걱정과 함께 약간의 의아함을 느꼈다.
다른 동료들, 예컨대 승엽이도 환청 현상을 겪고 있으나 형처럼 증상이 심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째, 형의 증상만 유달리 심한 것 같네요.”
본인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는지, 답변은 바로 돌아왔다.
“처음엔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환청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억지로 집중하다 보니…”
“아하, 본인이 더 깊이 빠져들면서 고통이 심해졌다?”
“… 그렇습니다. 실수라면 실수인 셈이지요.”
그때, 은솔 누나가 슬쩍 피리를 소환했다.
“도와줄까요?”
“…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도움을 주겠다는데도 거절하는 모습.
잘 모르는 사람은 이상한 고집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다들 호텔 하루 이틀 오르는 게 아니라 형의 의도를 짐작했다.
많은 경우, 정신적 피해의 회복이란 곧 망각이기 때문이다.
안식의 피리 역시 예외가 아니며, 예외이긴커녕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물건이다.
기억을 파헤치기 위해 극심한 고통조차 감수했는데, 고통을 억제하기 위해 기억을 도로 지운다면 주객전도가 아니겠는가?
그때, 상현 형이 입을 열었다.
“오면서 여러분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나는, 글쎄, 내가 승엽 군과 같은 방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요?”
“달에 대한 기억이 다른 것만 봐도 그렇고… 무엇보다, 내 기억 속 세상은 그야말로 혼돈으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혼돈으로 가득한 상현 형의 기억.
아리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혼돈으로 가득하다라… 그건, 환각에 파고들어서 얻어낸 추가 기억 같은 거야?”
“맞습니다. 두통이 심하긴 합니다만, 소득은 있었던 셈이지요.”
“어떤 느낌인데?”
순간, 형의 표정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 희망이 없는 세상. 분쟁과 갈등이 가득한 세상.”
“으음…”
“절망적인 운명이 가득하고,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세상.”
할아버지가 침착하게 말했다.
“의사 선생. 3층에 처음 왔을 때 보기로는, 선생 당신은 우주복을 입고 외계 행성을 걷고 있지 않았나?”
“요원님, 정확합니다.”
“그쪽 기억은 떠오르지 않은 건가? 외계 행성?”
“애매합니다. 명확한 이미지와 목소리가 들린다기보단, 추상적인 느낌에 가깝다 보니…”
이쯤에서 아리가 대화를 정리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보니까 상현이도 승엽이 파트너는 아닌 모양이네. 그렇다면, 가능성은 둘이야.”
“둘?”
“첫째, 승엽이 파트너는 미로야.”
“꺄악!”
“야! 왜 니가 자꾸 꺄악거려?”
“하! 너랑 같이 해야 한다고 하면 다 꺄악 할걸?”
“너는 다르고?”
승엽이가 회심의 반격을 날리자, 미로는 당당한 표정으로 아리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응~ 아리는 나랑 같이하는 거 좋아해 줄 거야!”
이 시점에서 나는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을 가졌고, 아리는 승엽이에게 그러했듯 미로에게도 진실한 모습을 보였다.
“…”
“누나 표정 보니까 아닌데?”
“… 조, 좋아해 줄 거야.”
“…”
“전혀 아닌데?”
“아리야? 왜 대답 안 해?”
“… 자,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
“야!”
“다음 주제는 첫 번째 시도에 누가 들어갈까에 대해서 -”
“야! 왜 내 말 무시해!”
확실히 미로와 승엽이는 달랐다.
아리의 독설에 풀죽은 모습만 보이던 승엽이와 달리, 미로는 분개한 표정을 지으며 아리를 걷어찼기 때문이다.
— 타악!
아리는 늦게나마 거짓을 말하는 대신, 미로에게 한 대 맞는 쪽을 택했다.
“- 첫 번째 시도에 누가 들어갈까에 대해 말해보자.”
“야~! 대답하라고!”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번엔 저번처럼 천운을 써서 멤버를 정할 수는 없어. 302호의 두 중심축 중 하나가 승엽이니까, 방 내에서 천운이 필요할 거야.”
“김아리!”
…
302호 사전 회의가 끝날 무렵, 아리의 머리는 형편없이 헝클어져서 평소의 아름다움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놀랍게도, 아리는 분개한 미로에게 수 없이 꼬집힘을 당하면서도 ‘너와 함께 들어가고 싶어’라고 답하진 않았다.
얘네 진짜 뭐함?
*
다음 날,아침 식사를 끝내고 모두가 302호 객실 문 앞에 모였다.
“엽니다.”
— 탈칵!
.
..
…
익숙한 느낌이 드는 화려한 방.
중앙에는 입실명부가 놓인 테이블.
그 순간, 누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승엽이와 미로가 다다닥 뛰어갔다.
“아니, 쟤네 -”
할아버지가 감탄과 어이없음이 뒤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야, 야! 진짜 둘이 같은 방 아니길 바라나 보네. 그래, 그래서 누구냐? 승엽이 파트너?”
— 펄럭!
입실명부가 펼쳐지자 두 사람 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느낌상, 승엽이와 미로가 들어가는 방은 아닌 것 같다.
서로의 이름이 적혀있었다면, 당황하기보단 화를 냈을 테니까 말이지.
“누구냐니까? 승엽아!”
“어, 어, 어…”
“누군데?”
미로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 우리 중 한 사람을 가리켰다.
의사 선생님, 김상현이었다.
“의, 의사 선생님이야.”
직후,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장내를 스쳤다.
할아버지 등 몇몇 사람은 이게 맞냐는 듯 입실명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1번 김상현
2번 박승엽
확실하네.
아리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중얼거렸다.
“뭐야? 어제 기억 대조하기로는 둘이 꽤 다르지 않았어? 어떻게 -”
그때,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행입니다.”
“다행이라고?”
“다행이죠. 며칠째 과거의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웠는데, 이제 그 고통이 끝날 모양이니 말입니다.”
“… 그건 맞는 말이네.”
“유독 나만 환각이 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본래는 내가 정보를 얻어내려다 심해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유가 하나 더 있었군요.”
“302호가 네 방이니까?”
“그렇지요. 호텔이 내게 친절을 베푼 겁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미로가 중얼거리듯 질문했다.
“그, 그러면 누구누구 들어가?”
필수 멤버가 예상과 달라졌으니 추가 멤버도 달라지냐는 질문.
내 생각엔, 그럴 필요 없었다.
“똑같아. 미로, 승엽이 이름 밑에 네 이름 적어.”
“… 알았어.”
결정이 끝날 무렵, 상현 형이 잊을 뻔했다는 듯 내 쪽을 보았다.
“참, 가인 군. 까먹을 뻔했군요. 방 이름은 무엇입니까?”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상태창을 향했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30일 차
현재 위치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현자의 조언 : 3」
모두가 들을 수 있게끔 큰 소리로 말했다.
“멋진 신세계. 이것이 302호의 제목입니다.”
곧, 신비로운 빛무리가 세 사람을 감싸며 시련이 시작되었다.
*
.
..
…
기뻐하라.
내가 너희의 모든 두려움을 잠재웠으니, 너희는 종말의 공포에서 해방되었다.
기뻐하라.
내가 너희의 모든 악덕을 삼켰으니, 너희는 이제 원죄 없는 자다.
기뻐하라.
내가 너희의 모든 주박을 풀었으니, 너희는 진실한 자유를 얻었다.
이제, 나는 너희에게 단 하나의 계명을 내리겠다.
네가 원하는 바를 행하라.
그 외의 율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