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23)
괴담 호텔 탈출기 723화(722/794)
723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 미로
「…네가…」
…
정신이 들며 처음 느낀 감각은 추위.
계절은 가을 혹은 겨울인데, 보일러가 꺼져 있는 것 같았다.
“으음, 아리야. 왜 이렇게 춥 -”
본능적으로 아리를 부르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나, 지금 혼자구나.
“…”
제일 먼저 궁금한 건 이곳이 어느 나라냐였다.
301호는 한국에서 진행되었지만, 이건 송이랑 은솔이가 둘 다 한국 사람이고 죄수도 한국에 있었기 때문이야. 무대가 꼭 한국이란 법은 없어.
의사 쌤은 당연히 미국에서 깨어났을 거야.
한국에서 산 적이 없고, 최초의 소원도 미국에서 살 때 빌었을 테니깐.
같은 이유로 승엽이는 한국에서 깨어났겠지.
그러면 나머지 사람은? 동료들은 어디서 깨어나?
들어가기 전에는 알 방법이 없었다.
“…”
3분 정도 흐른 후, 몇 가지 사실을 알았다.
하나, 이곳은 한국이야.
이유야 뻔하지! 의사쌤은 똑똑하고 혼자서도 잘하시지만, 승엽이는 멍청하니깐 동료가 있어야 해.
둘, 집이 넓다 싶더니 엄청나게 큰 단독주택이고 나 혼자 사는 것 같다.
미성년자에, 나처럼 예쁜 여자애가 서울 외곽의 엄청나게 큰 단독주택에서 혼자 사는 게 말이 돼? 나도 상식은 있다고!
해외 출장 중인 부모님은 있다는 것 같지만,보나마나 설정으로만 있는 사람이야.301호의 아리도 비슷한 상황이었어.
호텔은 이런 면에선 은근히 성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대충 상황 알았으니 할 일을 하자.
302호의 주연, 소원의 주인은 의사 쌤과 승엽이야.
내가 두 사람을 돕는 유일한 동료로 포함된 이유는?
시간 대여기 때문이다.
시간 대여기로 가인이를 소환해서, 진행 파티와 종말 이후 파티 양쪽 모두에 가인이가 존재하게 하기 위해서다.
「…원하는…」
“음?”
아주 작은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잘못 들었나?
— 철컥!
곧, 과거의 가인이가 나타났다. 가인이는 나타나자마자 빙그레 웃었다.
“안녕. 지금은 딱히 위기 없지?”
“응. 어제 말한 대로 깨자마자 널 소환한 거야.”
그는 상태창에 나타나는 정보를 확인한 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 첫째. 방 제목은 멋진 신세계 – 아, 이건 이미 알고 있겠네.”
“…”
“둘째, 시나리오 이해… 음, 예상대로네. 최초의 소원을 빈 사람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적혀있어. 또, 때로는 도움이 방해일 수 있으니 자제하라는 말도 쓰여있네.”
“…”
“회의 때 예측한 대로야. 301호 첫 번째 시도 때 우리는 천운을 써서 누가 진입해야 하는지 확인했고, 확인 결과 첫 시도는 은솔 누나와 송이만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지.”
“…”
“당시엔 첫 시도는 어차피 실패할 테니, 최대한 많은 전력을 종말 이후 세계에 남겨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어.”
“…”
“지금 다시 보면, 물론 우리가 생각했던 이유도 맞아. 다만, 한 가지 이유를 추가해야 해.”
“…”
“첫 시도는, 동료의 도움 – 아니, 방해받지 말고 최초의 소원을 자각하라는 의미였어. 동료가 도와주면, 소원의 자각에는 도리어 방해가 된다는 의미지.”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가인이를 보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가인이는 지금 ‘내가’ 302호에서 소원을 빈 당사자라고 착각 중이구나?
동료들이 날 관측 중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실제로는, 302호는 내 방이 아니니깐 망원경으로 날 관측할 순 없어.
동료들은 아마 의사쌤이나 승엽이를 보고 있겠지?
눈앞의 가인이는 302호에 들어오기 전 시간대의 가인이라 이 점을 모르고 있다.
어제 회의 때까지만 해도 302호는 나랑 승엽이 방이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풋!”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
뭔가, 이 상황이 웃기면서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항상 내 위에서, 반은 위대한 영역에 발을 걸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내 밑이야!
“동료 위치정보에 따르면 – 어?”
이제야 가인이도 위화감을 느낀 모양이네.
소원의 당사자가 승엽이와 나였다면, 도우미로 아리를 넣자는 말이 많았지?
위치정보에 아리는 없고 의사 쌤이 있으니 놀란 거야.
“가인아~!”
“미로? 왜 그래?”
“지금 우리 보는 사람 없어.”
“뭐?”
“가인아, 302호는 승엽이랑 의사 쌤 방이야.”
“…”
가인이는 잠시 눈살을 찌푸린 후, 어이없어했다.
“… 그걸 왜 이제 말해.”
“나도 네가 착각 중인 거 조금 전에 알았어.”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은 후, 아까보다 편한 태도로 말했다.
“설명해야 하는 건 똑같네. 관객이 너 하나긴 하지만.”
“왜, 나 혼자면 부족해?”
“… 기억하겠지만, 이제부터 3층 첫 시도는 소원을 자각하는 게 목표야. 해결은 이후의 문제지.”
“그럼 난 뭐해?”
“형이나 승엽이를 도울 필요 없어. 도우면 오히려 방해일 수 있으니까. 너 나름대로 정보를 모아봐.”
“으음…”
“핸드폰은 있지? 아, 저기 컴퓨터도 있네.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을 거야.”
빠르게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언급한 후, 가인이가 웃으며 말했다.
“이해했지? 벌써 5분 넘은 것 같다. 혹시 모르니까 형이랑 승엽이 주소는 적어뒀어. 그러면, 갈게.”
시간 대여기에 저장된 본인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돌려보내라는 말.
“저기…”
“응?”
“이, 이제부턴 나 혼자 302호에 떨어진 거랑 다름없지 않아?”
“뭐, 그렇지. 어지간하면 너 혼자 진행하다가…”
진행하다가… 에서 말끝을 흐리는 가인이.
셋을 제외한 다른 동료는 모두 종말 이후 파티에 들어가 있다.
동료들은 첫 시도는 당연히 실패한다고 전제한 셈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
나는 죽을 거야.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302호를 돌아다니다가 죽을 거야.
죽은 후, 동료들이 탈출에 성공하면 밖에서 깨어나겠지만…
혼자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혼돈과 비탄에 빠진 세계.
삼천세계를 위해 눈물 흘리는 자의 선택을 받아 그 세상을 구원하고자 내려온 우리들.
우리가 들어옴으로써 절망이 확정된 세상에는 변수가 생겨났지만, 정작 변수를 만들어 낸 우리에게는 확고한 운명이 정해져 있다.
무수히 죽는다.
나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
이쯤에서 단단한 손을 느꼈다.
“괜찮아?”
“… 아.”
“흐음…”
“미, 미안. 뭔가, 혼자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서 -”
가인의 눈이 날 꿰뚫어 보기라도 할 것처럼 다가왔다.
그의 능력을 생각하면, 정말 내 마음을 읽은 것일지도 모른다.
“미로, 잘 알겠지만, 저주의 방에는 이해할 수 없는 위험이 가득해.”
“그, 그렇지.”
“생명은 물론, 정신의 안정성도 뒤틀리는 경우가 많지.”
“무슨… 무슨 말이야?”
“조심해. 물론 네겐 불변의 축복이 있지만, 위대한 자의 개입 앞에서 축복은 때로는 빛을 잃곤 하지.”
“지금 내가 이상해?”
“미로, 내 시간이 남아있음을 잊지 마. 위험하면 언제든 나를 소환해.”
이 말을 끝으로 나는 가인이를 돌려보냈다.
다행히, 위험할 때면 자신을 소환하라는 가인이의 말이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 바를 …」
“…”
이번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힘이 있어서 내 마음을 흔들었다면…
불변의 가호를 받는 나도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은 어떨까?
*
– 김상현
– Dust in the wind ~
깨어나자마자 인지한 것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노랫소리였다.
“Fuck!”
– All they are is dust in the wind
“What the hell – 뭐냐 이게?”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고음!
상당한 불쾌함을 느끼며 주변을 살피니, 집 여기저기 스피커가 가득했다.
모조리 전원을 끄고 평화를 찾기까지 10분 이상 걸렸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집을 이렇게 요란하게 – 내 집인데?”
과거의 내가 이렇게 요란하게 살았다고?
…
302호 진입, 각성 후 30분이 지난 상황.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금껏 파악한 사실을 정리한다.
첫째, 이곳은 텍사스 오스틴 외곽의 레이우드 스트릿 근교.
둘째, 요 며칠간 날 피곤하게 했던 환청, 환시가 전부 사라졌다.
덕분에 정신적인 컨디션은 대단히 좋았다.
“이건 좋군.”
여기까진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정보들인데,다음이 문제다.
막 일어났을 때는 정신을 혼란케 하는 소음 덕에 깨닫지 못했다.
간단히 옷을 챙겨입을 때는 착각인 줄 알았지.
세면할 때쯤 되어서야 설마설마했고, 면도할 때가 되어서야 받아들였다.
셋째, 나는 노화했다.
본래도 20대 청년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50이 넘은 것 같다.
“으음…”
불편하긴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노화 정도야 203호에서 지긋지긋하게 겪어본 문제 아니던가?
게다가, 지금도 묵성 요원보다는 젊은 몸이다.
그러므로 노화가 주는 불쾌함보다 ‘호텔이 왜 나를 늙게 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
…
301호를 겪은 후, 모두가 합의한 진행 방식이 있다.
적어도 첫 시도는 저주의 방 해결 등을 신경 쓰지 말자는 것.
탈출은 종말 이후 파티에 맡긴다.
실제로 대부분 구성원이 그쪽에 가 있다.
나와 승엽 군의 역할은 소원을 자각하는 것.
이걸 위해 필요한 일은 301호에서 확인했다.
“살아왔던 대로 하자. 본래 했던 대로 다시 한번.”
서랍장을 열자, 예상대로 캠벨 사의 클램 차우더 통조림이 가득했다.
“예전이랑 똑같군.”
느끼하고, 고소하고, 기름지고, 풍성하다.
스푼이 들어갈 곳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조갯살을 보라!
실로 위대한 조국의 풍요를 상징하는 맛이 아닐 수 없었다.
“…”
몇 입 먹다 보니 자연스레 예전 생각이 났다.
캠벨 사의 통조림은 꽤 먹을만한 맛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통조림치고 괜찮다는 의미다.
사회 상류층이 즐길 만한 수준의 음식은 아니었다.
특수부대라면 전쟁터에서나 대충 퍼먹을 음식이고, 의사나 우주 비행사 정도의 사람이라면 굳이 손대지 않겠지.
내게는 더없이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에 조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 All my dreams~ Pass before my eyes, a curiosity ~
아니, 저런 곳에 또 스피커가 남아있었나?
아깐 조용해서 몰랐는데, 소리가 울리는 시간대가 서로 다른 모양이다.
“으음… 이상하지 않습니까?”
나도 모르게 혼잣말 – 관측 중인 동료들이 있다면 혼잣말은 아니겠지만 -을 내뱉으며 의문을 품었다.
내가 정말 이렇게 요란하게 살았다고?
집 전체에 스피커를 깔아두고, 쉴 새 없이 오래된 록 음악을 들으면서?
무슨, 302호의 죄수나 대적자가 어쩌고저쩌고하기 전에 집안 환경부터가 이상했다.
“모를 일이군.”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통조림 캔을 버리기 위해 거실 구석진 곳으로 향했을 때 –
비닐 뒤에 숨겨진 쪽지를 발견했다.
정말, 내 생활 방식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생각하기 힘든 위치였다.
다시 말해서…
과거의 내가 숨긴 쪽지다.
1. 너는 주기적으로 기억을 소거 당하고 있다.
2. 스피커를 끄지 마라. 천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3. 애스턴 가 237번지 403호
“…”
「…네가…」
… 스피커를 켜야겠다.
– Dust in the wind~ All they are is dust in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