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26)
괴담 호텔 탈출기 726화(725/794)
726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4)
– 김상현
제니퍼에게 돌려받은 디지털카메라에는 총 세 장의 사진이 있었다.
받고 나서 든 생각인데, 제니퍼도 아마 이 사진들은 본 것 같다.
그러니까 소중한 카메라 같다는 둥 했겠지.
다행히 일반인이 봐서 바로 무언가를 깨달을 만한 사진은 아니었다.
첫 번째 사진.
텍사스, 휴스턴의 우주센터 앞에는 거대한 우주왕복선 모형이 있으며, 관광객들은 그 앞에서 소위 인증사진을 찍곤 한다.
첫 번째 사진은 관광객들이 찍는 사진과 닮아 있었다.
사진에는 총 일곱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나였고 다른 여섯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습관적으로 사진을 치켜들며 대화하듯 말했다.
관측소에서 지금 나를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고 있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다.
“사진이 보이십니까? 하나는 저입니다만, 여섯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나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함께했던 우주비행사 동료는 아닙니다.”
다만, 여섯의 정체가 어렴풋이 짐작은 갔다.
하나같이 대단히 개성적인 외모의 소유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동자에 번갯불이 번쩍이고 있다면 믿어지는가?
외모는 20대인데, 머리 색이 검은색과 흰색이 뒤섞여 그라데이션을 이루고 있다면?
심지어 두 명은 끽해야 10대 중후반으로 보였다.
이렇게까지 개성 넘치는 집단은 세상에 흔치 않으며, 그중 몇 명은 호텔 동료다.
“요원인 것 같긴 하군요. 그리 생각하면, 10대로 보이는 친구도 실제로는 나이가 아주 많을테고.”
관리국 요원 여섯과 우주왕복선 앞에서 찍은 사진.
“뒷면에 내가 무어라 적어놨군요. 아스테어, 데이비드, 리 다오 – 어, 몇몇 사람들의 이름과 이들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뒀습니다. 그러니까 -”
이 정도 깨달음이 트리거였던 모양이다.
곧, 강렬한 환영이 폭풍처럼 내 정신을 집어삼켰다.
.
..
…
*
– 11년 전, 텍사스 휴스턴 우주센터
새벽 3시.
통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시간에 회사에 출근할 일은 없겠지.
우주비행사라는 지극히 특수한 직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이 시간에 출근한 것은 휴스턴에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말한다.
“조니, 내 설명을 이해했나?”
“그러니까, 관리국에서 협조 요청이 왔다는 이야기로군요. 날이 밝는 대로 요원 여섯을 보낼 테니, 속성 우주비행사 교육을 시켜달라는 말이지요?”
“정확하네. 상부에서는 교관 역할로 자네가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네. 물론, 자네의 ‘다채로운 이력’이 고려되었지. 괜찮겠나?”
“물론입니다. 말로만 들어본 관리국 요원을 훈련하는 일이라니, 되려 제가 영광스럽다고 할 일이지요. 다만…”
속성 우주비행사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까지는 괜찮았다.
관리국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흥미롭기도 했고 말이다.
다만…
“훈련 기간이 6개월이군요.”
“더 시간이 없다고 하더군. 듣기로는, 관리국 측에서도 제법 다급한 태도였다고 하네. 자네와 내가 새벽부터 대화 중인 것만 봐도 그렇지.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야.”
“그거야 그렇겠습니다만, 6개월로 가능하겠습니까?”
“요원이라면 가능하지 않겠나?”
“일리 있군요.”
*
관리국은 인류 정점의 기관이다.
이 말이 관리국이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 기관임을 뜻하진 않는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듯이, 관리국 역시 혼돈 재해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분야의 전문성은 떨어지기 마련.
…
나사에서 우주비행사를 훈련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통상 1년에서 1년 6개월 내외다.
이 기간만 생각하면, 인류 정점의 인적 자원이라 할만한 관리국 요원이라면 6개월로 충분할지도 모르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애초에 우주비행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공학 석사 이상의 학위, 3년 – 1,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 로켓과 우주 공학에 대한 지식을 갖춘 자만 추린다는 사실.
이렇게 골라낸 선발자를 ‘추가로 훈련하는 시간’이 1년에서 1년 6개월이니, 실제 우주비행사 양성에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요원이라면 6개월로 충분할까?
처음에는 관리국과 나사 양측 모두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나사는 요원에 대해 잘 몰랐고, 관리국은 우주비행사 훈련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다.
*
훈련 시작 2개월 차.
애스턴 애로우 스페이스 모듈 수동 조작 훈련을 시작한 후, 10분 만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나왔다.
“조니, 이 매뉴얼이… 정말, 전부 숙지해야 하는 건가?”
이 말을 하는 요원 데이비드는 외견상 20대 초반의 백인 청년이었다.
물론, 지난 2개월간 알게 모르게 접한 정보 덕에 나는 몇 가지 추가 정보를 알고 있다.
데이비드의 실제 나이는 최소 300살이 넘으며 외모 역시 처음에는 백인이 아니었다고 한다.
*
‘루프를 반복하며 인종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당시엔 여기까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
“요원님,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모듈은 총 일곱이며, 숙지하셔야 할 -”
일곱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이번엔 다른 요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조니, 내가 음, 전투기는 몇 번 몰아봤거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어…”
말끝을 흐리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
나 역시 요원의 마음을 이해했다.
처음 우주비행사로 훈련받을 때 겪었던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투기로 치면, 컴퓨터가 알아서 할 영역까지 전부 사람이 통제해야 하는 거냐는 말이지요?”
“정확해.”
“요원님, 이는 우주공간과 지상의 차이 때문입니다.”
“…”
“쉽게 말해, 지구 환경에 대해선 비교적 잘 알고 있으니, 대부분을 프로그램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주공간은 훨씬 많은 부분이 블랙박스지요.”
“…”
“하물며…”
여기서는 나도 말끝을 살짝 흐렸다.
요원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교관인 내게도 기밀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정확히 어디로 가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해당 항로에 대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이러면, 항법 통제 시스템조차 수없이 오류를 일으킬 확률이 높습니다.”
요원 아스테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외견상 30대 초반에 섬뜩할 정도로 창백한 피부를 가진 여성이었다.
지난 2개월간의 경험에 따르면, 여섯 요원의 리더에 가까운 사람이기도 했다.
“탑승자가 오류를 바로잡을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군. 이해했어.”
“그렇다면 교육을 -”
“아니, 조니. 내가 이해했다는 건 다른 의미야.”
“예?”
“남은 4개월 내로 우리가 모든 훈련을 끝마치는 건 무리임을 이해했어.”
요원들을 변론하는 차원에서 말하자면, 이들이 평균 이하의 인재는 절대 아니었다.
하나같이 수재 이상이요, 보통 사람이 반년 걸릴 훈련을 2주 만에 끝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단지, 그런 수재들에게도 스페이스 모듈 조작은 터무니없이 어려운 일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신체 훈련 위주로 진행해 줘. 우주공간 적응에 필요한 훈련들 말이야.”
지시대로 이행했다.
다만, 마음 한편에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신체 훈련만 진행하면 우주선 조작은 누가 할 셈이지?
의문의 답을 얻기까진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조니, 관리국에서 추가 요청 사항을 보냈네.”
“추가 요청 사항?”
“요원 리 다오가 빠지기로 했네. 그 대체자로 -”
“아니, 빅터! 겨우 3개월 좀 넘게 남았는데 이제와서 인원을 바꾼단 말입니까? 터무니없는!”
“대체자는 자네야.”
“… 예?”
실제 훈련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
아무리 요원이라 해도 6개월 만에 우주비행사가 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요원을 한 명 줄이고 진짜 우주비행사가 타야 했다.
요원들 대신 스페이스 모듈을 조작해 줄 사람 말이다.
*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내가 요원들과 함께 우주로 떠났군. 또, 관리국이 날 처리하지 않고 기억 소거 조치만 취하는 이유도 이해했다. 날 반쯤 관리국 일원으로 취급하는 모양이야.’
*
내 신분이 탐사대의 교관에서 탐사대의 일원으로 바뀐 후,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예컨대, 관리국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을 알게 되었다.
뒤집어서 말하면, 그 전엔 프로젝트의 이름도 몰랐다는 소리기도 하다.
“내 이름은 데니스 크롬웰일세. 선각자의 일원이기도 하지. 크롬웰이라 부르게.”
관리국의 수뇌부, 선각자 크롬웰.
“프로젝트‘문 헌트’. 조니 군, 자네가 이제부터 참여할 일이지.”
솔직히 내 나이가 어디 가서 ‘조니 군’소리 들을 나이는 아니었지만, 상대의 화법에선 일말의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크롬웰은 날 마치 어린 소년처럼 대했고, 나 역시 크롬웰의 태도가 자연스럽다고 여겼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달 파괴라고 한다.
“아주 직관적인 이름이지? 인류의 명운을 건 프로젝트일세.”
“…”
“조니 군, 요원들 전원이 자네를 추천했네. 하차한 요원 리 다오를 포함해서 말일세.”
이 시점의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대업의 일원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겠네. 안전한 일은 아니야. 죽을 확률이 높고, 설령 살아남는다 해도 온전치 못할걸세. 자네가 멀쩡히 살아남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
“조니, 받아들이겠나? 거부할 수 있어. 고도로 전문적인 일 아닌가? 강제로 끌어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지.”
이미 내 마음속에서 ‘거부’라는 단어는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였다.
평생토록 달려온 내 삶이 마침내 위대함의 영역에 들어섰다.
유치하다면 유치한 소리겠지만, 이 상황에서 죽음을 두려워하면 사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설령, 프로젝트의 끝에 내가 죽는다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광으로 여기겠습니다. 기꺼이 한목숨 바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곧, 나는 탐사대가 운용할 우주선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자네가 타게 될 우주선, 빛나는 샛별 호라네. 어떤가?”
빛나는 샛별 호에 대한 첫 감상은 대단히 크다였다.
관리국은 나를 태우기 위해 요원 리 다오를 내려야 했는데, 이 말은 우주선이 7인승임을 뜻한다.
따라서 이렇게 거대한 우주선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주 크군요. 이것의 3분의 1 미만의 크기일 줄 알았습니다.”
“그래?”
“이 정도 크기면, 20명 이상 태울 수 있지 않습니까?”
“안타깝지만, 아니라네. 사실, 일곱 명도 상당히 무리한 거야. 요원 중 몇몇은 식사가 필요하지 않기에 가능했지.”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우주선인데 겨우 7인승인 이유는 곧 밝혀졌다.
우주선의 구조가 실로 기이했기 때문이다.
“굉장히, 어, 특이한 구조의 우주선이군요.”
우주선의 무게란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겨우 100kg 남짓한 위성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발사체는 무려 140톤에 달하며, 140톤 중 100톤 이상이 연료와 연료 탱크다.
지구의 중력을 극복하는 일이 이렇게나 어렵다.
그래서, 우주선은 불필요한 물건이라면 볼트 하나조차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
줄일 수 있는 무게는 최대한 줄이고, 하다못해 우주비행사의 체중조차 가벼운 쪽을 선호한다.
… 그런데, 이 우주선은 대체 뭘까?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중앙의 구조물은 대체 뭡니까? 아무리 봐도 비행에 필요해 보이진 않습니다.”
여기저기 솟아있는 회색 기둥과 알 수 없는 조각.
바닥에 새겨진 기이한 문자와 그림, 천장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기이한 액체.
이런 해괴한 구조물이 무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크기에 비해 수용 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선각자 크롬웰은 여기까지 알려줄 생각은 없다는 듯, 슬쩍 시선을 돌렸다.
웃으면서 다가온 사람은 요원 아스테어였다.
크롬웰은 본인이 설명할 생각은 없어 보였지만, 아스테어를 제지하진 않았다.
“조니, 네 눈에는 무엇으로 보여?”
“비디오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초자연적인 장소 같군요. 마법진이라도 됩니까?”
놀랍게도 아스테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진이라… 반은 맞네.”
“반이나 맞습니까? 나머지는?”
“신전이라고 봐도 되겠지.”
“신전?”
신전이라면, 모시는 신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다음 질문이 나왔다.
“누구를 모시는 겁니까? 십자가가 없는 걸 보니 하나님은 아닌 듯한데 -”
“… 천상에서 떨어진 자.”
“네?”
“타락한 샛별, 여명의 아들.”
천상에서 떨어진 자.
타락한 샛별.
여명의 아들.
“우리를 구원할지도 모르는 존재.”
이쯤에서 나 역시 관리국이 진행 중인 계획을 어렴풋이 이해했다.
우주에서나 불러낼 수 있는 위대한 자의 힘을 빌어 달을 무너트리는 것!
작디작은 인간으로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 크롬웰 님.”
“조니 군,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여러분의 말씀을 이해하기 어렵군요. 늑대를 처치하기 위해 호랑이를 들이는 격 아닙니까? 일이 잘 안 풀리면, 대책은 있습니까?”
“조니 군, 물론이네. 우리는 항상 대책이 있지. 만약,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않는다면?”
“순결한 이들은 멋진 신세계에서 살아갈걸세.”
“멋진 신세계? 그게 대체 무엇입니까?”
“기밀 사항일세.”
“… 제가 알 자격은 없는 겁니까?”
“미안하네. 자네는 -”
“아니, 크롬웰. 내 생각은 달라요.”
“아스테어?”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도 알 만큼은 알아야죠.”
“…”
“크롬웰, 내 생각도 같습니다.”
“데이비드, 자네 생각도 그렇다면… 좋아. 조니, 오늘 새벽 일정을 비우게.”
.
..
…
— 파아앗!
“으음!”
차가운 물을 끼얹는 느낌과 함께 차에서 깨어났다.
카메라의 첫 번째 사진이 줄 수 있는 기억은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 하필 여기서 잘리다니.”
분명 다음 내용은 ‘멋진 신세계’의 정체에 대한 기억 같았는데!
다행히도 아직 두 장의 사진이 남아있었다.
두 번째 사진.
빛나는 샛별 호 중앙의 제단이 기이하게 번쩍이고 있다.
*
– 박승엽
302호가 시작한 지 대충 3시간 정도 흐른 시점.
나는 한 가지 충격적인 깨달음에 빠져 있었다.
다들 믿지 않았지만, 아리 누나는 놀리기까지 했지만!
“…”
나 진짜 여자친구 있는 거 아니야?
심지어 엄청 귀여운 여자친구!
“승엽아.”
“어, 어, 어, 어 -”
더듬거리는 사이, 갈색 머리칼의 소녀가 빙그레 웃었다.
“우리, 도망치지 않을래?”
“무, 무슨 -”
“수업 때려치우자.”
이 순간, 나는 인간 박승엽의 엄청난 인기에 탄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