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3)
72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6)
*
네 번째 시도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3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현자의 조언 : 3]
*
—탕!
위층 탐색은 지하 탐색보다 훨씬 쉬웠다.
—탕!
그냥 다 쏴 죽이면서 가니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송이에게 총을 받아서 내가 쏘면서 진행했는데, 계속 쏘다 보니 어째 내 사격 실력도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잠깐 주저앉아서 다시 피를 충전.
이번 일로 알게 된 건데, 권총의 탄창 보충용 피를 굳이 우리가 뽑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방송국 전체가 시체로 가득 차서 피도 넘쳐난다.
“어머! 명후ㄴ-”
—탕!
“…”
“엘레 – ”
—탕!
“…”
아무래도 위치가 방송국이다 보니, 엘레나가 아는 사람이 중간중간 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진짜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엘레나를 알아보고 다가오면 더 위험한 상황.
어쩔 수 없이 다 쏘면서 지나가니 엘레나도 흠칫흠칫 놀라기만 할 뿐 막지는 않았다.
사람은 이렇게 보이는 대로 다 쏴 죽인다 치고, 대체 어디를 탐색해야 할까.
“엘레나 양. 혹시 ABS에 어디를 수색해야 할지 감이 오십니까?
“제가 알고 있는 방송국에 대한 지식 보다는, 오히려 가인 씨가 찾아낸 정보에 힌트가 있는 것 같네요.”
“제가 찾아낸 정보?”
“지하의 경비실에서 ‘주의사항’을 찾아내시지 않았나요? 위층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을 것 같은데.”
‘주의사항’. 위층에도 있을까?
… 그러고 보니, 대체 ‘주의사항’ 같은 건 누가 만들어낸 걸까.
2층으로 이동해서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 이미 1층에서 대형 사고가 터질 때 대부분 사람이 내려와서 죽었던 걸까? 사무실엔 사람이 없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과연 ‘주의사항’이 적힌 코팅된 종이가 벽에 붙어있는 걸 발견했다.
1.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한 층만 누르셔야 합니다.
2. 4층과 5층 사이엔 빈층이 없습니다. 이상한 층은 들어가지 말고 내려가세요.
3. 6층 화장실은 항상 노크하고 들어가세요.
4. 옥상에는 절대 가시면 안 됩니다.
“진짜 주의사항이 위층에도 있네요. 제가 탐색했을 때처럼 하나하나 어기면서 확인합시다.”
돌아서려고 할 때, 송이가 내 팔을 잡았다.
“가인 오빠.”
“응?”
“우리가 직접 할 필요가 있을까요? 계단에서 뒤를 돌아봤을 때는 괴물이 나타났다면서요? 이번에도 비슷한 위험이 있을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지하를 수색할 때야 나 혼자였지만, 위층에는 우리 말고도 직원이 많다.
우리가 직접 저런 위험한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엘레나가 호응했다.
“송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여긴 카메라도 많으니까요. 직원분에게 ‘부탁’해서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진행하라고 하죠. 우리는 카메라에 연동시킨 태블릿으로 확인하고.”
… 아까 내가 방송국 직원들을 쏠 때만 해도 흠칫거리던 엘레나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직원들에게 카메라를 달아서 우리 대신 죽게 시키자는 사람만 남았다.
하지만 좋은 생각 같다.
30분 정도 이리저리 머리를 써서 사무실에 있던 태블릿과 카메라들을 연동시켰다.
이제, 우리 대신 위험한 장소로 갈 직원만 구하면 되겠네.
“어떻게 시키지? 총으로 협박하면 들으려나?”
“오빠. 사람이 죽어도 웃어넘기는 세상에서 목숨으로 협박이 될까요?”
“제가 한번 해보죠.”
엘레나의 인도로 다 같이 4층까지 이동했다. 확실히 나나 송이와 달리 ABS에 몇 번 온 적이 있다더니 엘레나는 움직임에 거침이 없다.
1층의 혼란이 4층엔 전파가 안된 걸까? 4층으로 가자마자 굉장히 사람이 많았다. 무조건 쏘면 되는 건가? 누구에게 일을 시키긴 해야 하는데?
“가인 씨. 제가 지정하는 분 말고 쏘세요. 지금 보이는 분들은 다 쏘셔도 되겠네요.”
대충 네 명 정도 쐈다.
이제 새삼스럽긴 한데, 옆에서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데 이 직원들은 도망가긴커녕 재미난 표정으로 구경 중이다.
그때, 엘레나가 내 팔을 잡았다.
“지금 나오는 분은 쏘지 마세요. 송이야?”
“네?”
“지금, 나한테 그 정신 보호를 걸어줘.”
팔찌가 반짝이더니 엘레나는 앞으로 나서서 안쪽에서 나온 남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 시작하고 딱 3초 만에 알았다.
저 남자, 대화의 내용을 미뤄볼 때 저 직원은 엘레나를….
이쯤 하자. 누구나 이룰 수 없는 사랑 한 번씩은 하는 법.
엘레나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몰라도, 직원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우릴 따라 나왔다.
복도 쪽으로 나와서 엘레나는 우리가 준비한 카메라를 그에게 설치했다.
“그러면, 진욱 씨! 엘리베이터로 가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엘레나? 준비하신 게 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어머! 그런 건 미리 알면 재미없지 않겠어요.”
엘레나가 준비한 건 아마 지옥행 급행열차가 아닐까?
“으허허! 제가 좀 생각이 짧은가 봅니다.”
직원이 엘리베이터에 혼자 들어간 후, 우리는 위층 주의사항 중 ‘1번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한 층만 누르셔야 합니다.’를 확인하기로 했다.
“진욱 씨! 그러면, 3층과 4층을 같이 눌러주시겠어요?”
엘레나가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직원이 얼어붙었다.
…
“진욱 씨?”
“대체무슨말을선생님말씀못들었습니까엘리베이터에선절대—–”
갑자기 숨도 안 쉬고 말을 내뱉었다. ‘선생님’?
미친 듯이 말을 쏟아내던 남자는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니, 엘레나 양은 방송국의 주의사항에 대해 잘 모르시겠군요. 엘리베이터에서는 절대 두 개 층을 한꺼번에 누르면 안 됩니다. 선생님께서 엄히 금하셨습니다.”
“진욱 씨. ‘선생님’이라는 건 대체 어떤 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
남자는 대답하는 대신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옷을 찢고 미친 듯이 발광하며 엘리베이터에서 튀어나왔다.
—탕!
아무래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건드린 것 같다.
잠시 우리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엘레나 언니. 또 비슷하게 끌어낼 사람 있어요?”
“많긴 해요. 하지만, 아무래도 직원들은 ‘주의사항’을 절대 어길 수 없도록 어떤 금제가 된 것 같은데.”
“그냥 한 명 더 데려와 보세요. 이번엔 제가 속여볼 테니까.”
비슷한 과정을 통해 남자 하나를 더 데려왔다.
… 엘레나는 대체 이 방송국 직원을 몇 명이나 홀린 걸까. 배우 지망생이라고 하던데, 분위기 보면 현실에 있었으면 곧 떴을 것 같다.
이번에는 주의사항을 어기라 마라 그런 말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냥 엘리베이터 버튼 하나를 우리가 미리 눌러둔 채로 직원을 집어넣었고, 팔찌에 의해 속은 직원은 주저 없이 또 다른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힘과 동시에 우리는 재빨리 태블릿으로 지켜봤다.
… 엘리베이터 내부가 칠흑처럼 물들었다.
상황을 눈치챈 건가? 직원은 갑자기 엎어져서 울부짖기 시작했다.
“죄, 죄, 죄송합니다! 선생님! 원장님! 죄송합니다. 실수했습니다. 이 머저리 같은 놈이 실수했습니다!”
갑자기 직원은 온몸을 엘리베이터 벽에 미친 듯이 부딪쳤다.
순식간에 카메라가 부서졌다. 연결이 끊기기 직전. 우리는 엘리베이터 문 쪽에서 무언가 하얀 형체가 다수 나타나는걸. 보았다.
…
“또 해볼까요?”
“다른 사람을 데려와 봅시다. 카메라 위치 좀 바꾸고.”
이후로도 주의사항의 내용을 순서대로 어기면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 확인했다.
*
1번.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한 층만 누르셔야 합니다.
“아무래도, 간호사 괴물로 가득 찬 장소에 멈춰 서는 것 같죠?”
“영상을 살펴보면 멀찍이 다른 방들이 보여요. 괴물이 직원을 바로 죽이는 게 아니라 어딘가로 끌고 가는 느낌이고.”
“끌고 가서 무슨 짓을 하는 걸까요?”
“…”
*
2번. 4층과 5층 사이엔 빈 층이 없습니다. 이상한 층은 들어가지 말고 내려가세요.
“여긴 진짜 이상합니다. 그냥 내려가거나, 올라갈 때는 아무 일 없는 것 같은데.”
“내려가고 올라가기를 두어 차례 반복하니까 갑자기 중간에 빈 층이 생기네요.”
“이 빈 층은 대체 뭐지? 엘레나 양 혹시 아십니까?”
“방송국에 이런 이상한 층은 없다는 건 확실해요.”
“여기도 ‘병원’ 어딘가인가?”
“이상한 공간이네요. 아무것도 없고, 굉장히 넓고. 직원은 뭐가 그리 죄송한지 무릎을 꿇고 우는 분위기고.”
“저거, 저거 뭐지? 오른쪽 구석!”
“엄청나게 큰 눈알이네요.”
…
거대한 눈알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직원이 아니라, 카메라를 주시하는 눈.
…
불쾌해져서 바로 해당 카메라와의 연동을 해제했다.
“… 점점 끔찍한 게 나오네.”
“다음으로 가요. 오빠.”
*
3번. 6층 화장실은 항상 노크하고 들어가세요.
“아, 시발! 아 죄송합니다. 순간 놀라서.”
“팔을 뜯어서 먹고 있네요?”
“그 끔찍한걸 엘레나 양은 잘도 보시고 있군요.”
“태블릿을 통해서 보니까 그냥 영화 같네요.”
“화장실에 노크하고 들어가면 그냥 사람이 나타나서 나가는데, 노크 없이 들어가면 식인 괴물이 나온다. 기억해두도록 해요. 오빠. 마지막 주의사항 확인해요.”
*
4번. 옥상에는 절대 가시면 안 됩니다.
“송이야?”
“잠깐만요.”
…
“잘 안 되는 거야?”
…
이상하다. 그동안 송이는 팔찌로 사람의 움직임을 꽤 쉽게 통제해왔는데, 직원을 옥상으로 보내기로 한 이후로는 제대로 안 된다.
송이가 뭘 어떻게 해도 카메라를 단 직원들은 꼭대기 층에서 옥상으로 가는 문 근처만 맴돌 뿐 절대 그 문을 열지 않았다.
“이상해요.”
“정확히 어떤 느낌이야?”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절대 인식하지 못하는 느낌. 이 느낌 익숙한데….”
“익숙하다?”
“예전에 언니에게 팔찌를 썼을 때, 내가 무슨 수를 써도 ‘아타나시아’가 통제하던 언니를 도저히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었는데 딱 그때 느낌이에요.”
“그때 결국 나를 어떻게 했어?”
“…”
송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레나는 그런 걸 새삼 왜 물어볼까.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다. 그때 아타나시아가 송이보다 더 강한 힘으로 우리를 통제했던 것처럼, 지금 무언가가 더 강한 힘으로 옥상으로 못 가게 막는 거 아닐까?”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까지 숨긴다면 더더욱 가봐야지. 우리가 직접 가자.”
결국 직원을 마저 죽인 후, 우리가 직접 옥상으로 가보기로 했다.
…
옥상 문 앞에서 셋 다 멈췄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짐작은 하는 상황.
앞에서 ‘주의사항’을 어겼을 때 무슨 일이 생겼는가?
엘리베이터를 두 층 동시에 누른 직원은 지옥 같은 병원에서 간호사 괴물에게 끌려갔다.
4층과 5층 사이의 층으로 들어간 괴물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눈알과 마주한 후 무너졌다.
6층 화장실을 노크 없이 들어간 직원은 잡아먹혔다.
…
옥상에도 끔찍한 장소가 있겠지. 그리고 이제 그런 장소를 직접 들어가는 건가.
“가인씨.”
“네.”
“들어가서, 아 이제 죽겠다 싶으면….”
“… 편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가능하면, 우리 셋 모두 총에 죽는 게 낫겠네요.”
“저도 부탁해요.”
“그래. 이런 말만 하다간 도저히 못 들어가겠다. 이제 들어갑시다.”
그렇게 서로 가능하면 총에 맞아 죽자며 서로의 용기를 북돋운 후,
옥상으로 진입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