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31)
괴담 호텔 탈출기 731화(730/794)
731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9)
– 박승엽
— 박승엽 개새끼! xx없는 놈!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지리멸렬한 욕설.
상대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는지, 언젠가부터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아듣기 힘들었다.
— 이, 이놈 뭐야! 겨, 경찰 불러!
— 꺄아아악!
— 김 선생, 조심!
학교는 잠깐 사이에 난리가 났다.
침입자가 경비아저씨를 칼로 찌르기까지 했으니, 선생님들조차 얼굴이 하얗게 굳어있었다.
어지간한 소란에는 흥미진진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 역시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
“얘들아, 걱, 걱정하지 마. 이상한 사람이긴 하지만 한 명이니까… 그, 그리고 승엽아!”
긴장한 표정으로 날 부르는 선생님.
“네.”
“바, 밖에 저 미친 사람이 널 부르는데, 혹시 아는 사람이니?”
저놈이 날 찾는 걸 선생님도 아는구나.
하긴, ‘한남동지죤제드’가 계속 내 이름을 불렀으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
순간, 간밤의 기억이 스쳤다.
‘한남동지죤제드’, 그는 제드 진입 각도 못 보는 주제에 지죤제드라는 거창한 닉네임을 달고 있었지.
그 꼴이 웃겨서 몇 마디 충고한 기억이 난다.
‘내가 제드 한판만 해도 님보다 잘할듯’
‘우와~ 제드 800판이나 함? 원챔 800판 실버면 재능 오지네 손 자르셈’
‘무직앰생백수/롤에인생걸었음/원챔800판실버 실화임? 나 본케 중학생 챌인데 ㅋ’
“어…”
꾸, 꿈에서 깨우기 위한 채팅이긴 했지만, 떠올리고 보니 살짝 심한 채팅이었던 것 같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니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 내 손을 저절로 움직인 느낌!
내가 쓴 채팅 아니야.
옆집 고양이, 아니, 예전의 모자란 승엽이가 쓴 채팅임!
“아는 사람이야?”
“몰라요. 진짜 모르는 사람이에요.”
“휴우… 그래, 세상엔 이상한 사람이 많으니까. 승엽아, 너는 특히 조심해야 해. 알겠지?”
“네.”
“선생님은 잠깐 밖에 보고 올게. 너희는 교실 문 잠그고 절대 나가지 마!”
그 와중에도 책임감을 발휘하는 담임선생님의 태도에 존경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한편, ‘이상한 사람이긴 하지만 한 명이니까 걱정하지 말아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는 나도 공감했다.
상대가 미친놈이긴 한데, 그래봐야 한 명이다.
무기도 무슨 총이 아니라 식칼 정도로 보였다.
체육 선생님처럼 건장한 사람들이 의자나 대걸레 같은 도구를 챙겨가면 금방 제압하지 않을까?
선생님이 나간 후, 교실의 애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 밖에 저 아저씨 승엽이 찾아온 거 아니야?”
“맞아! 계속 승엽이 부르잖아!”
자연스럽게 내 쪽을 향하는 애들의 시선.
느낌상, 곧 너 때문에 난리가 났다고 욕할 것 같았다.
… 나도 변명거리는 있어.
롤하면서 채팅 좀 쳤다고 이런 일이 생길 줄 어떻게 알아?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바깥의 저 아저씨가 미친놈인 거잖아!
이런 마음을 눈에 담아 나도 애들을 마주 보았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났다.
“야, 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마, 맞아. 그냥 미친 아저씨잖아! 승엽이 잘못 아닐 거야.”
“오해일 수도 있, 있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내 편을 드는 아이들.
마치, ‘나와 싸우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쯤 되니 나도 소연이가 아까 했던 말이 실감이 났다.
‘괴롭힘당하는 애들은 뭔가 느낌이 있어. 너는 이제 그런 느낌 아니야. 걔네들도 자연스럽게 느낄걸?’
“…”
평소라면 내심 자랑스러워할 상황이지만, 지금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차라리 애들이 내게 쌍욕을 퍼붓는 쪽이 나을 것 같았다.
첫 회차의 목적은 최초의 소원을 자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최초의 삶을 재현해야 함이 301호에서 밝혀졌다.
그런데, 내가 과거의 나처럼 행동하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이 날 전혀 다르게 대하고 있어.
…
생각이 여기까지 닿았을 때, 바깥 고함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 씨발! 내가, 어, 왜, 돈 받는 것도 아닌데, 이딴 고생을!
“음?”
심지어 목소리의 주인이 바뀐 것 같았다.
교실의 애들은 아직 모르는 것 같았지만, 내게는 명확히 들렸다.
— 다다닥!
뭔가 이상해서 창가로 달려갔다.
그러자, 엉뚱하게도 창가에 있던 남자애 한 명이 겁먹은 표정으로 웅크렸다.
“으익! 스, 승엽아… 아, 아까 한 말은 미, 미안해. 내가 -”
“헛소리하지 말고 비켜봐!”
얘는 뭔데 혼자 이러는 거야?
“어 -”
“비키라고 좀!”
바깥 상황을 확인하니 내 감이 맞았다.
최초의 침입자는 이미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태였는데, 엉뚱하게도 침입자를 쓰러트린 선생님 중 한 명이 고함치고 있었던 것.
— 김 선생, 갑자기 왜 이럽니까? 진정하고 –
— 야! 교장 씨발놈아! 너, 어, 이것도 니가 잘했다고 보고할 거지? 애미~ 피는 내가 흘렸는데!
— 왜, 왜 이래요! 김 선생님!
혼자 극도로 흥분해서 교장 선생님에게 고함치는 모습.
평소 직장 생활 중에 쌓인 불만을 토해내는 모습인데, 딱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다 보면 불만이야 생기겠지.
하지만, 지금이 평소의 불만을 꺼낼 상황이 아니잖아?
— 김진호 이 개놈아! 말은 바로 하자! 내가 –
어느 순간, 교장 선생님조차 눈이 벌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말리던 국어 선생님은 갑자기 펜을 들어 교장 선생님의 등을 찔렀고, 영어 선생님은 가방을 풍차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광기가 번져나가는 기괴한 풍경!
이쯤 되자 운동장을 보던 아이들도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야? 가, 갑자기 선생님 다들 왜 저래?”
“야! 경찰 신고했어?”
“아까 세진이가 했는데 -”
어렴풋이 어떤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세상에는 ‘분노 바이러스’ 같은 게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마귀처럼 행동하게 하는 정신병.
내가 그 역병의 트리거를 당긴 것 같았다.
…
운동장의 교사 몇 명을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아.
경찰이나 관리국의 타격대가 곧 올 테고, 설령 아니더라도 내가 나서면 그만이지.
총도 없고 무술을 익힌 적도 없는 일반인 따위는 열 명이든 백 명이든 얼마든지 쓰러트릴 수 있었다.
문제는 퍼져나가기 시작한 분노의 역병이야.
한남동지죤제드가 학교로 오면서 감염시킨 사람이 더 있지 않을까?
어젯밤 내 채팅을 보고 돌아버린 사람이 한남동지죤제드 뿐일까?
…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진짜 아찔했다.
또한, 관리국이 때로는 터무니없이 잔인해지는 이유 역시 깨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분노 역병을 진정시킬 방법은 내가 봐도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다 죽여야 한다.
역병에 걸린 사람은 물론, 그 사람과 접촉한 사람까지 전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니, 이게 진짜 말이 됨?
그냥 롤하면서 채팅 좀 세게 친 게 전부잖아!
끽해야 13개의 계정 중 아홉 개가 한 달 정지당하고, 8개를 새로 파는 수준의 일 아니었어?
이게… 이게…!
상황이 이상해.
뭔가, 뭔가 이상하다고!
— 탁! 탁!
극도로 흥분한 어른들이 달려오는 소리.
순식간에 교실에 공포가 번져간다.
본능에 민감한 아이들인 만큼, 지금 달려오는 어른들이 평소 익숙했던 ‘선생님’과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는 것.
“야, 야! 교실 문 앞에 책상 쌓아!”
“의, 의자도 쌓아!”
“꺄아악!”
“소리치지 말라고!”
이성을 잃어가는 교실.
어느샌가 애들 사이에서도 흉흉한 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승, 승엽아! 이제 어떡해?”
“… 그러게. 이제 어떡하지?”
하룻밤 사이에 판이 터진 듯한 대혼돈.
바로 그 순간.
— 지지직!
“어?”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뭔가, ‘깜빡!’하는 느낌과 함께 모두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
아득한 영역에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손길이 다가왔다.
— 스으윽!
처음으로 떠올린 것은 지우개.
세상을 한 폭의 그림에 비유한다면, 바깥의 누군가가 그림 일부를 지우는 듯한 모습.
운동장을 피로 물들이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 스으윽!
복도에서 고함치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고작해야 5초도 지나지 않아 광기에 물든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광경.
공포에 질려있던 교실에 한 줄기 희망이 번져간다.
“끄, 끝난 거야?”
“뭐야? 이거 뭐야?”
“과, 관리국이 뭔가 했나 봐!”
“하나님 아버지, 저희를 구해주셔서 감사하고 -”
누군가는 관리국을 찾고, 누군가는 신을 찾는다.
다들 ‘우리는 살았다’라고 굳게 믿고 있는 광경.
이 순간, 나는 한 가지 두려운 진실을 깨달았다.
식빵에서 하얀 곰팡이가 나타났을 때, 곰팡이가 보이는 부분만 도려내서는 안 된다.
곰팡이가 보이는 부분이 1%라면, 나머지 99% 영역에도 이미 균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빵 전체는 이미 썩어있다.
그러므로 전부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는 신호.
「천운 발동! 우주의 기운이 당신을 가호합니다!」
다음 행동은 본능이었다.
물론, 천운이 유도한 본능이었겠지만 말이다.
— 쨍그랑!
숨 한번 쉬기도 전에 의자로 창문을 깨트렸다.
애들이 다들 놀라서 내 쪽을 보는 순간 – 나 역시 보고 말았다.
보이지 않는 지우개가 교실의 아이들 역시 ‘삭제’ 중임을!
“꺄아악! 내 팔이, 팔이 -”
창문 쪽으로 몸을 빼내 복도에 도착.
정신없이 달렸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따위는 고민하지 않았다.
천운이 날 가호하는 현재, 어느 방향을 골라도 오답은 아닐 테니까!
“진짜 이게 뭐냐고! 갑자기…”
어떻게 하루 만에 모든 게 이 꼴이 된 거야?
진짜, 내가 롤하면서 채팅 좀 쳤다고 망하는 게 말이 되냐고!
“하아…”
정신없이 달리며 떠오르는 생각들.
나는…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아.
방을 해결하지 못해서 실패했다는 게 아니야.
애초에 그게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소원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분명 주변 상황은 이미 어떤 ‘선’을 넘은 것 같은데도…!
모르겠어.
과거의 기억에는 여전히 빈틈이 많고, 소원은 감도 잡지 못했어.
왜 이렇게 됐을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억들.
계속해서 ‘너는 예전과 달라’라고 하던 소연이.
이번에는 날 괴롭히지 않았던 일진들.
내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물러서는 주변 학생들까지.
내가 과거의 모습을 흉내를 내려 해도, 다른 사람들이 변화를 느끼고 다르게 행동한다.
결국, 어느 시점부터 호텔에 오기 전의 삶과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소원을 깨닫지 못한 거야.
— 스으윽!
“으악!”
정신없이 바닥을 구르며 지우개의 궤도에서 벗어났다.
내가 피한 건지, 천운 때문에 상대가 실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다음 생각.
대체 지금 천운이 왜 쓰인 거야?
이 상황, 아무리 봐도 망했잖아!
천운이고 자시고 내가 살아날 방법 없는 거 아니야?
상대는 초능력자나 괴물처럼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세상의 오류를 삭제하는 지우개.
굳이 따지면, 세상의 관리자가 에러를 삭제하는 느낌!
이런 걸 천운 쓴다고 상대할 수 있어?
이래서야, 고작해야 내 남은 수명이 1~2분 늘어나는 게 전부야.
“…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없다.
천운은 호텔의 모든 능력을 통틀어 손꼽히게 강력한 힘이고, 강력한 힘인 만큼 쿨타임이 엄청 길다.
날 겨우 1분 더 살게 하기 위해 쓰일 리가 없다!
뭔가 더 있어.
더 있는데, 분명히 더 있는데…!
바로 그 순간.
— 쿠르릉!
천장에서 거대한 돌 같은 게 떨어졌고,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해 뒤로 물러섰다.
알 수 없는 조화가 빚어낸 찰나의 정지.
그 덕에, 누군가가 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흐으윽…! 흐으윽! 다들 어딨어? 어디 간 거야… 승엽아!”
헐떡이는 소녀의 익숙한 목소리, 소연이다.
어쩌면, 내 첫사랑일지도 모르는 여자아이.
어쩌면, 나와 함께 방배중학교의 유이한 생존자일지도 모르는 –
“…”
유이한 생존자라고?
나는 호텔 참가자이자 무공을 익힌 사람이고, 여기에 천운까지 사용했어.
이 모든 걸 사용해서 고작해야 1분 정도 수명을 연장한 상태인데…
아무것도 아닌 그냥 소녀가 아직도 살아있다.
모든 감염자가 삭제당한 학교에서, 아직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멀쩡히 살아있다.
그 순간이 되어서야 알아차렸다.
머리가 좋은 동료라면, 가인 형 같은 사람은 진작 깨달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천운의 도움을 받고서야 깨달은 사실.
…
사람이 살아가며 갈등이 생기는 건 자연스럽다.
이성을 잃자마자 교장 선생님을 원망했던 체육 선생님이 좋은 예시.
그렇지만, 그 사람들끼리 싸울 때는 지금처럼 미쳐 돌아가지 않았다.
그들은 감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순결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자극한 후에야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왜냐면 ‘박승엽’은 감염된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이 모든 지옥을 만든 사람은 나인 거야?
…
아니야.
내가 만든 사태가 아니야.
나는 첫 번째 감염자였을 뿐이야.
분노 역병의 시작.
분노 역병의 근원.
“승엽아… 승엽아… 아, 아직 살아있는 거 맞지?”
“…”
특이점이 된 소녀가 내게 다가옴을 느낀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지우개의 궤도를 당당히 걸어오면서도,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소녀를 보았다.
그리고…
— 스으윽!
세상의 관리자가 ‘박승엽’을 삭제한다.
이로써 감염된 데이터는 전부 사라지리라.
하지만…
“꺄아악! 승엽아!
트로이의 목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이것이 첫 번째 회차의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