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37)
괴담 호텔 탈출기 737화(736/794)
737화 – 최초의 소원, 김상현 (4)Fin
— 관측소
가인이 망원경에 앉아 상현을 관측하는 시점.
테이블에 앉아있던 아리가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송이와 진철이 반응했다.
“뭐가?”
“메모가 틀렸냐?”
“… 이 부분은 은솔이가 남긴 기록이었나? 상현이가 요원들과 함께 우주로 떠났다는 내용.”
“음, 그 파트는 언니가 썼지. 뒤 내용은 네가 쓰지 않았어?”
아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첫 번째 사진, 두 번째 사진을 보고 기억을 회복한 상현이 말에 따르면, 본인이 직접 요원들 훈련까지 시켰단 말이지… 같이 우주를 간 건 물론이고.”
“응.”
“어떻게 돌아왔지?”
송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어떻게 돌아와? 우주선 타고 왔겠지.”
아리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우주선 타고 돌아와? 어떻게?”
“어떻게라니 -”
“우주선 타고 돌아오려면, 우주선에 지구로 복귀할 수 있을 정도의 연료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잖아.”
송이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있는 거 아니야? 우주왕복선도 있는데 -”
“잊지 마. 빛나는 샛별호는 보통 우주선과 달라. 중앙의 신전 때문에 승객 일곱 명 태우기도 버거웠어.”
“어…?”
“그렇게 공간이 좁아터졌는데, 지구로 돌아오기 위한 연료를 남겨둬? 애초에 남겨둘 필요도 없는데?”
“남겨둘 필요가 없다니? 요원들 다 거기서 죽으라고? 뭐, 관리국이야 독한 조직이니 죽으라고 명령할 수 있겠지만, 요원들이 받아들일 리가 -”
그때, 뒤늦게 상황을 이해한 진철이 말했다.
“… 송이야. 승객이 요원인 이상 돌아오기 위한 연료는 필요 없다.”
*
– 김상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자연스럽게 아스테어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 이제 마무리야. 침착하게, 실수 없이 진행하자. 혹시나 해서 말이지만, 의식이 불완전하게 끝나면 안 하느니만 못해.’
의식을 방해해야 한다.
창백한 천사, 여명의 아들 – 인류의 운명을 기괴하게 뒤틀어 버릴 악마의 각성을 막아야 한다!
— 삐이익!
— E-823 긴급 정지 명령 실행
“이, 이게 무슨!”
“조니! 당장 멈춰라!”
곧, 내 쪽으로 다가오던 동료들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무게만 140kg에 달하는 우주복의 움직임이 멎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요원들에게 140kg의 무게가 극복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었다.
— 끼익!
“이 자식! 이런다고 내가 못 움직일 줄 알고 -”
“데이빗! 더 움직이면 관절 부분이 터진다고!”
요원쯤 되면 140kg의 무게는 능히 극복할 수 있겠지.
그러나 외계행성의 영하 242도에 달하는 파괴적인 눈보라와 유독한 대기는 전혀 다른 문제다.
과연, 강제로 움직이다가 우주복이 파괴될 수 있다고 생각한 요원들이 일시에 몸이 굳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거 어떻게 풀지?”
“PLSS 시스템이 통제가 안 돼!”
“무슨 고민이야? 명령을 내린 놈이 푸는 법도 알겠지. 세릴다!”
세릴다가 손을 뻗어 날 가리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얍!”
갈색 피부의 여인이 한 손으로 날 가리키는 순간, 전신이 돌처럼 굳었다.
손짓 한 번으로 내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 세릴다가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정지명령 해제해!”
곧, 손이 내 의사와 무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삐빅!
—E-823 긴급 정지 명령 해제
자유를 얻은 요원들이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은 채 다가왔다.
“하, 제법 뛰어나길래 동료 취급해 줬더니, 이렇게 멍청할 줄이야!”
“정말 너 혼자서 상황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나? 실망스러운 판단력이군.”
조롱 섞인 목소리들.
딱 한 명, 아스테어만 어딘가 안타까운 눈으로 날 보았을 뿐이다.
곧, 요원들은 모종의 힘으로 날 꿇린 채 의식을 마저 진행하기 시작했다.
멈췄던 의식이 다시 시작된다.
신전 곳곳에 흩뿌려진 투명한 관에 모두의 피가 흐르고, 열기 섞인 기도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로써 구주께서는 자유를 얻으시고, 우리는 구원을 얻으리라.”
아아…
살면서 이보다 절망한 일이 있었을까?
“허억…! 허억…!”
금단의 의식이 행해지는 외계행성.
애벌레처럼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생각한다.
처음의 의기는 흐려지고, 점차 절망이 차오르는 상황.
내가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문득 떠오른 생각.
고백하건대,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위대한 조국에서 무신론자는 꺼림칙한 사람으로 여겨지기에 밝히지 않았을 뿐이지.
가혹한 환경에서 시작한 인생.
슬럼가를 헤매며 불행한 운명에 처한 수많은 사람을 보았다.
그들 대다수는 평생 보답받지 못한 채 살아감을 안다.
이런 불합리함을 정말 신이 허락했을까?
아닐 것 같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다면 성서에 나오는 절대선과는 거리가 있으리라.
하지만, 이 순간이 되어서야 나는 종교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말았다.
사람들이 신을 찾으며 기도하는 이유를 깨닫고 말았다.
— 고오오오…!
“거의 끝났어!”
아아…
남은 것은 절망과 파멸뿐인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신이 돌처럼 굳은 채로 외계 신의 봉인 해제만 기다리는 비참한 꼴이라니!
이 상황에서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나?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신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제발…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느님이든 알라든 그 누구라도 좋습니다! 나를, 우리를 구해주십시오…”
주변 요원들이 우습다는 듯 내 쪽을 흘깃거렸지만, 별다른 방해는 없다.
“인류가 쌓아온 금자탑을 무가치하게 만들지 마소서…”
간절히 기도했다.
평생 처음으로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신에게 빌고 또 빌었다.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게 기회를 달라고!
그 순간 –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불가에서 말하기를, 사람은 영겁의 세월 동안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의 삶을 반복한다. 이를 육도윤회라 한다. 무한한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 하나, 해탈뿐이다.’
…?
‘그렇다면, 사람은 어떤 삶 속에서 해탈할 확률이 높을까? 언뜻 생각하면 가장 드높은 천상의 삶이라 하겠지만, 아니다. 인간의 삶이라 한다.’
…?
‘인간의 삶 속에서 우리는 생로병사에 시달리며 번뇌를 안고 살아간다. 생로병사는 분명 고통이지만, 바로 그 고통이 사람을 해탈로 이끄는 열쇠이기도 하다.’
…?
‘그러므로 인류의 고통을 거두겠다는 여명의 아들은 마라이다. 사람을 해탈의 길에서 멀어지게 하는 존재다…’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끝나는 순간!
— 휘이잉!
“아앗!”
“세릴다, 자세 잡아! 집중!”
갑작스럽게 발생한 눈보라가 세릴다를 덮쳤다.
이는 곧, 날 속박하던 세릴다의 마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졌음을 뜻한다.
하느님인지 알라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내게 한 번의 기회를 허락한 것이다!
— 삐익!
“으악! 조니, 조니 막아!”
바닥에 널브러진 채 수도 없이 했던 두 가지 생각.
첫째, 요원들은 우주복의 PLSS 시스템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그들은 자력으로는 긴급 정지 명령을 풀 수 없고, 날 조종한 후에야 풀 수 있었다.
둘째, 아까 내가 무엇을 실수했는가?
세릴다가 내 몸을 조종할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았다.
요원들이 초능력자임은 알았지만, 정확히 어떤 능력이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상대가 대응할 수 없는 수를 두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
— 삐빅!
— T – 31 강제 개폐 명령 실행
“가, 강제 개폐? 설마!”
— 치이익!
가스가 새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헬멧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는, 요원들의 몸이 영하 242도의 눈보라와 유독가스에 노출된다는 이야기!
“끄아악!”
숨 한번 내쉬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
다음 순간, 알 수 없는 기세가 눈보라를 뚫고 나타났다.
갈색 피부의 여인, 아까 전 나를 손짓 한 번으로 제압했던 세릴다가 이번에도 내 몸을 조종해 상황을 해결하려 하는 것.
그러나, 나 역시 같은 수에 두 번 당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 너! 대, 대체 -”
아까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
상대는 직접 PLSS 시스템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나를 조종할 수는 있다.
따라서, 나도 이 자리에서 죽어야 한다.
그러므로 강제 개폐 명령은 내 우주복을 포함해서 내려졌다.
— 치이익!
멀찍이서 반쯤 넋이 나간 아스테어의 호박색 눈동자를 본다.
곧, 폐가 산산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벼락처럼 내리쳤다!
.
..
…
아아…
나는 오늘 여기서 죽는구나.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끝을 각오하고 왔으니, 당연한 일이지.
사그라드는 의식 속에서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아까 전, 난데없이 불어온 눈보라가 세릴다를 뒤흔든 일은 무슨 조화일까?
정말 저 하늘 위의 신이 내 기도에 반응한 건가?
어린 시절 이후로는 교회 한번 간 적 없는 나 같은 무신론자에게?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최초의 소원’을.
…
나는 믿는다.
오직 우리가 스스로 쌓아 올린 탑만이 가치 있으리라.
저 하늘 위의 존재가 하사한 탑이 아무리 거대하다 해도, 내 손으로 쌓은 자그마한 모래성만 못하다.
나는 믿는다.
비록 우리가 세운 탑의 높이는 아직 초라하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쌓아 올린 탑이 하늘에 닿으리라.
사람의 손에서 태어난 힘이 천사와 악마조차 불태울 수 있는 날이 오고야 말리라.
마지막으로 나는 믿는다.
오늘은 나에게는 마지막 날이지만, 세상의 끝은 아니리라고!
…
사그라드는 의식 속에서 누군가를 보았다.
그는 쾌활한 인상의 흑발 청년이었다.
“잘 들었어. 네가 한 가지 착각하는 게 있어.”
청년은 곧,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네 마지막 날이 아니야. 자아… 조니, ‘다음 삶’에서 다시 만나자.”
이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
— 파아앗!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환영의 끝.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스테어가 보였다.
“조니? 왜 그래?”
이 순간, 나는 충격과 공포 속에서 마구잡이로 뒤틀리려는 표정을 간신히 억눌러야 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내 머리를 강타했지만, 가장 충격적인 정보는 따로 있었다.
그러니까…
“…”
“조니?”
나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돌아온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