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39)
괴담 호텔 탈출기 739화(738/794)
739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13)
– 김상현
추격전이 시작된 지 약 1시간째.
“허억… 허억…!”
푸른 물방울 같은 것이 마치 유도탄처럼 궤적을 뒤틀며 내게 날아온다.
— 탕!
하나하나는 어렵지 않게 총으로 쏴서 터트릴 수 있었지만, 물방울은 하나가 아니다.
내가 맞출 수 있냐 없냐를 떠나서 총알 수가 부족했다.
“후우…”
점점 초자연적인 공격이 많아진다.
일대에 관리국이 소집한 요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겠지.
조금 전에 예상한 대로, 나는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
관점을 바꿔보면, 내가 생각보다 오래 버티고 있는 것 아닐까?
고작해야 축복 하나로 무려 관리국 포위망을 상대로 1시간 가까이 버티는 셈이니 말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간단하다.
— 치이익!
주기적으로 내가 있는 위치에 떨어지는 가스 폭탄.
“흐읍!”
이게 살상용 유독가스였다면, 나는 진작 고깃덩이가 되고도 남았다.
살상력 없는 마취 가스인데다가, 특수부대 경력 덕에 나름대로 대응법을 숙지했기에 버티는 것.
그렇다.
상대는 날 죽일 생각이 없으며, 어떻게든 산채로 확보하려고 한다.
반면, 나는 주저 없이 다가오는 군인과 직원을 사살할 수 있으니, 생각보다 싸움이 길어지는 것.
어느 시점부터는 관리국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아아…. 조니, 또 불필요한 기억을 떠올렸구나.’
불필요한 기억을 떠올렸다며 아쉬워하던 아스테어.
여기에 어떻게든 날 살려서 확보하려고 하는 관리국.
아무래도 관리국은 날 다시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모양이다.
여기까지 깨달으니, 이유도 짐작이 갔다.
전생의 내가 망친 ‘여명의 아들 봉인 해제’ 의식을 완성하기 위함이 아닐까?
차라리 의식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시작한 후에 내가 망친 상황.
이러니 중간에 구성원을 바꿀 수도 없고, 꼼짝없이 내가 의식에 다시 참여해야 하는 것 같았다.
“…”
여러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첫째, 왜 내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한 거지?
최초의 소원 당시 기억을 돌이켜보자.
내가 반발하자 여명의 아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날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했다.
또, 날 제압했던 세릴다는 날 바닥에 속박했을 뿐, 딱히 날 조종해서 마법에 참여시키진 않았다.
당시엔 내 자발적인 협조가 없어도 됐다는 소리다.
그런데, 지금은 내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분명 이유가 있겠지. 내가 모를 뿐.
둘째, 내가 자살하면 되는 것 아닐까?
떠올리자마자 ‘이건 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보자.
‘김상현의 자발적인 협조’가 여명의 아들 봉인 해제의 조건이라면, 여명의 아들을 잠재우는 방법은 아주 쉽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 된다.
여기까지 떠올렸음에도 자살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무슨 거창한 논리는 아니고, 호텔 참가자로서의 직감.
해결 방법이 이렇게 쉽진 않을 것 같았다.
“… 조금 전에 떠올린 두 가지 생각입니다. 첫째, 왜 관리국은 내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할까요? 전생에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둘째, 내가 죽으면 이 상황을 -”
침착하게 동료들에게 상황을 전달하던 시점.
— 스아아…!
마치, 부드러운 파도가 일대를 휩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느껴지는 전신을 떨게 만드는 신비로운 진동.
고요한 수면 위에 묵직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 순간,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해감을 느꼈다.
세상이 한 폭의 그림이라면, 위대한 화가가 붓을 휘저어 그림 전체를 덧칠하는 듯한 감각!
곧,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모한 아스테어가 나타났다.
— 펄럭…!
천천히 펄럭이는 여섯 장의 날개.
불과 한 시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
숭고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나타난 천사는 어딘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니, 너는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회개하지 못했구나.”
이쯤에서 깨달았다.
끝났다. 판이 터졌다.
여명의 아들이 세상을 개변하며 충실한 신자들이 천사로 재탄생하기 시작했구나!
“…”
마지막 순간, 내가 떠올린 감정은 분노나 절망이 아닌 호기심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꽤 많은 정보를 얻어낸 것 같은데, 공백이 많았다.
이 정도 생각은 든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관계의 상당 부분은 내가 없는 다른 영역에서 벌어졌을 것 같다.
분명 나와 함께 302호의 주연인데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동료 – 승엽 군의 영역 말이다.
“조니.”
여섯 장의 날개를 펄럭이는 천사가 속삭였다.
“널 위해 하는 말이야. 기도해 봐. 여명의 아들께서는 자비로우시니, 네가 회개할 기회를 주실지도 모르니까.”
“…”
담담한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양손을 모았다.
누가 보면, 정말 죄인이 죽기 전에 회개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음? 무슨 -”
— 우르릉!
천지를 뒤흔드는 섬광이 여섯 장 날개를 자랑하는 천사를 꿰뚫었다.
…
이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당신은 실패했습니다!
형편없는 실력, 게으르기 짝이 없는 태도, 고민이라곤 없는 어리석은 진행!
… 이라고 할 줄 알았나요?
하하, 호텔의 평가는 객관적임을 잊지 마시길.
우리라고 항상 비난만 하는 건 아니랍니다.
참가자 김상현, 당신은 할 만큼 했습니다.
그러므로 실패의 원인은 다른 영역에 있다고 봐야겠지요.
1년에 열두 번씩 사랑에 빠지는 정신 나간 소년 말입니다.
저주의 근원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동료들을 기다리세요.
곧, ‘종말 이후 세계’가 시작합니다.」
1년에 열두 번씩 사랑에 빠지는 정신 나간 소년?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4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관측소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 지직!
관측이 끊겼다.
이는, 302호 내부에 더 이상 살아있는 관측 대상이 없음을 뜻한다.
곧 호텔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리라.
마지막 순간, 상현 형의 손에서 뻗은 새하얀 섬광이 천사를 불사르는 광경을 보았다.
여섯 장 날개의 천사 – 아스테어는 저 공격으로 죽었을까?
모를 일이다.
마지막 순간, 상현 형은 상황을 따라가기 힘들어했지.
형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3분 전까지만 해도 관리국은 어떻게든 자신을 살려서 확보하려고 했어.
살아있는 김상현이 여명의 아들 부활에 필수적인 것처럼 말이지.
그런데, 정작 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여명의 아들이 덜컥 깨어났다.
이럴 거면 대체 왜 형을 확보하려고 했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정보의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
지금도 테이블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는 동료들.
“내 생각에 관리국은 -”
“은솔이 말도 일리 있어. 하지만 -”
그럴듯한 이야기가 제법 있었지만, 역시나 아주 큰 정보의 공백이 있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던 상현 형.
쳇바퀴처럼 빈틈 많은 가설을 세우는 동료들.
양쪽 다 아주 거대한 공백이 있다.
그 공백의 이름은 ‘박승엽’이라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상현 형이 모르는 사실 한 가지를 알고 있다.
「* 동료 위치 정보
박승엽 : —」
승엽이가 죽었다는 사실 말이다.
또한, 승엽이가 죽고 5분쯤 지나니 파멸이 도래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302호의 시작에는 김상현이 있었다.
… 302호의 끝에는 박승엽이 있었다.
이 정도면 나름대로 꽤 알아낸 것 같아서 조언을 하나 사용했다.
「현자의 조언 : 3 -> 2」
‘갑자기 여명의 아들이 부활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플랜 A는 실패했지만, 플랜 B가 성공한 것.」
“… 감사합니다.”
아주 단순한 답.
하지만, 지금까지의 많은 의문을 관통하는 답이기도 하다.
애초에 여명의 아들의 봉인을 풀기 위한 과정은 하나가 아니었다.
플랜 A는 상현 형을 끌어들여서 중단된 의식을 재개하는 것.
플랜 B는… 승엽이 쪽에서 진행되던 무언가다.
플랜 B가 성공했다.
그래서, 상현 형과 무관하게 여명의 아들이 봉인에서 풀려났다.
「해결에 실패하였습니다. 따라서 ‘종말 이후 세계’가 시작합니다!」
“으악! 메시지 떴다!”
“가인이가 곧 뜰 거라고 했잖아? 다들 당황하지 말고 집중!”
“준비하자!”
“페로도 이번엔 들어가겠지?”
— 삐익!
긴장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나 역시 심호흡하며 기세를 올리던 시점.
“가, 가인아!”
아리가 답지 않게 다급한 기색을 보였다.
“왜 그래?”
“관측하면서 미로는 봤어?”
“… 아니.”
“살아는 있는 거야? 얘는 지금 어디서 뭘 하는 거지?”
“위치는 한국이야. 뭘 하는지는 모르겠네.”
모르겠다.
당장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다들 눈 감아!”
이번에는아리도 실수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
뭐지?
진입 직전, 상태창에 정신없이 흘려 쓴 글자가 마구 나타나고 있음을 보았다!
「
관리국에는 여러 계파가 있다.
」
“이게 무슨 -”
어둠이 내려앉았다.
*
‘으엣! 이게 뭐야? 갑자기 종료 메시지가 떴어! 가인아!
‘…’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어떻게 -’
‘원래 뭘 하려고 했어?’
‘저기가 승엽이가 다녔던 학교래. 관리국이 접근을 막고 있어서 몰래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
‘그러면, 지금 당장 하자.’
…
‘으으… 아까부터 왜 이렇게 가렵지? 무슨 – 어? 가인아?’
— 콰직!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40일 차
현재 위치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현자의 조언 : 2」
– 한가인
.
..
…
단단한 감촉을 느끼며 깨어났다.
살짝 불편하다고 했는데, 딱딱한 나무 침대 때문이었다.
멍하니 깨어나 머리를 긁적이던 중,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내 모습이 평소와 제법 달라진 감각.
주변에 거울이 없어서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으음…”
우선, 시나리오부터 확인해 보자.
「시나리오 : 에덴동산의 뱀
아아…!
마침내 여명의 아들이 부활했습니다.
사람이 세운 모래성은 단박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새롭게 태어난 세상의 선도자들은 날개 달린 천사들이지요.
당신은 27번 에덴동산에서 깨어났습니다.
새로운 세상, 모두가 구원받은 낙원을 한번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여명의 아들이 부활했다.
사람이 세운 모래성이 무너졌다.
날개 달린 천사, 에덴동산.
이 정도가 키워드인가?
슬슬 동료 위치 정보를 확인하려는 순간, 진입 직전의 일이 다시 생각났다.
상태창에 정신없이 적히던 문장들!
뒤늦게 상태창을 쭉 늘리니, 과연 확장된 곳에 ‘다른 시간대의 한가인’이 쓴 문장이 적혀있었다.
「
관리국에는 여러 계파가 있다.
여명의 아들을 숭배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이 302호의 주도권을 잡은 모양이지만…
회의론자들도 있었다.
이들이 멋진 신세계를 만든 것 같다.
말하자면, 여명의 아들로부터 영향받지 않는 순수한 인간을 남겨두기 위한 장소.
멋진 신세계는 외부에서 무너트릴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와 미로가 발견한 시점에서 멋진 신세계는 이미 붕괴해 있었다.
직원들을 심문한 바에 따르면, 멋진 신세계는 내부에서 붕괴했다고 한다.
…
심문 도중, 인간이 기괴한 존재로 영락하는 광경을 보았다.
직원은 실시간으로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변했고, 피부가 벗겨졌다.
문득, 나도 등이 가려워졌음을 깨달았다.
미로는 불변 덕에 변이가 느린 것 같지만, 그녀 역시 자꾸 피부를 긁고 있다.
안락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