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4)
73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7)
* 네 번째 시도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3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현자의 조언 : 3]
띵 – 동!
경쾌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우리는 전혀 다른 장소의 입구에 도착했다.
꽤 장기간 제대로 된 청소가 이루어지지 않아 주변은 더러웠고 공기는 탁했다.
이 장소가 어디인지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평생 수십 수백 번은 가봤을 장소.
병원이다.
딱 하나 문제점이 있다면, 간호사의 형태였다.
… 이미 여러 차례 봐왔던 비틀린 간호사들이 마치 평범한 간호사의 흉내라도 내듯이 프런트에 서 있었다.
“끄웨에엑라아락”
대체 무슨 소리일까. 굳이 따지면 ‘안녕하십니까’ 정도의 인사를 한 게 아닐까?
분명 적대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행동만 보면 꾸벅 인사까지 하고 있다.
뒤틀린 간호사들을 보고 있으려니 반사적으로 손이 허리춤의 총으로 향했다.
송이가 내 팔을 잡았다.
“오빠. 괜히 자극할 필요 없을 것 같아.”
맞다. 인내하자. 대충은 상황을 알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병원의 입구’로 들어왔다. 그래서 일종의 ‘손님 취급’인 듯 하다.
자극하지 말고 살펴보자.
뒤틀린 간호사들의 시선 속에서 천천히 병원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병원이 있을까?
병원 안쪽으로 들어서자 병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병실 내부의 풍경은 이미 한번 본 장면이라 익숙했다. 방송국 지하의 자동차 창문을 열자 나타났던 이상한 장소들.
그곳이 바로 병실이었다. 병실마다 강철로 된 침대가 들어차 있고, 그 침대에선 정신이 이상해진 환자들이 속박되어있다.
환자들은 끊임없이 신음을 토해냈다. 가끔,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갔다.
…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더 상상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배회하듯이 병원을 돌아다니자, 간호사 한 명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크게 당황했지만, 간호사는 적당히 다가오더니 멈춰서서 또 이상한 소리를 냈다.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여태까지 ‘손님 대우’를 했는데, 갑자기 공격할 리가 없다.
평범한 병원처럼 생각하면 된다. 병원에 들어온 손님들이 배회하듯이 돌아다니니까 찾아온 간호사가 무슨 말을 할까?
아마도 “찾는 분이 있으십니까?” 정도가 아닐까?
긴가민가하면서 무조건 외쳤다.
“김상민! 김상민 학생을 찾고 있어요.”
제발 알아들어라.
비틀린 간호사가 까딱까딱하더니 뭔가 알아들은 모양새로 뒤로 돌아서 나아갔다.
자연스럽게 필터가 있는 나와 팔찌가 있는 송이가 앞장서고, 엘레나가 뒤에 서는 삼각 구도를 짜서 간호사를 따라갔다.
그 후로는 오히려 편했다. 우리를 안내하는 간호사가 생겨나자 다른 간호사들은 접근하지 않았고, 우리는 안내하는 간호사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15분 정도 따라갔다.
병원을 천천히 관찰하면서 나아가면서, 나는 그간 방송국의 ‘주의사항’을 어길 때 나타났던 기묘한 장소들이 병원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병원 4층 복도를 한참 걸어간 후에야 간호사는 멈추어 섰다.
손짓으로 가리키는 방향의 거대한 병실.
… 저곳인가?
우리가 어제부터 이 고생을 하면서 찾아 헤맸던 목표.
들어서기 직전, ‘조언’을 향해 간절히 바랐다.
‘내가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총을 송이에게 건네주세요.]… 이 조언의 의미. 알 것 같다. 말없이 송이에게 총을 건넸다.
모두와 함께 결의를 다졌다.
“다들 준비했지? 송이야. 그 총 총알은 다 채웠다.”
“확인했어요. 팔찌는 당장이라도 쓸 수 있어요.”
“사람이라면…. 사람이라면 좋겠네요. 저도 축복을 쓸 수 있도록.”
‘김상민’의 병실로 진입했다.
*
여기는 대체 뭐지?
잔인한 장면, 끔찍한 장면은 무수히 봐왔지만….
이 장소는 그동안 봐왔던 그 어떤 장소와도 다르다.
아예 다른 세계. 잔혹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냥 근본적으로 ‘지구’와 다른 곳.
흡사 외계 행성의 동굴과도 같은 풍경.
사방엔 정체불명의 크리스털 같은 거대하고 반투명한 돌이 솟아있다.
어디에도 광원이 보이지 않았지만 공간 전체가 밝다. 마치 공기 사이사이에 빛을 내는 미생물들이 섞여 있기라도 한 것 같다.
그리고 –
저주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해졌다.
어떤 실체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도 머리가 쪼개질 듯한 두통.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기이한 ‘상식’들이 내 머리 사이를 스며들었다.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건 들어오자마자 팔찌를 쓴 송이뿐.
엘레나는 이미 주저앉아 있었다.
…
송이가 꽤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생각해보니, 이름부터 꽤 먹음직스럽지 않아?
송이버섯. 나는 송이버섯을 참 좋아한다.
송이버섯은 비싸서 구하기도 쉽지 않다. 구한다면 어떻게 먹을까?
본래 좋은 식재료일수록 이런저런 양념이나 향신료를 함부로 더하는건 하수지.
품질 좋은 송이버섯을 운 좋게 구하면, 살짝 흙만 털어내고 오븐에 살짝 구워서 소금에 찍어 먹는 게 최고다.
예전에 어떤 연예인은 그 비싼 송이버섯을 라면에 넣어 먹어서 욕을 먹었다던데, 솔직히 매우 부럽다.
입 떡 벌어지게 비싼 재료를 아낌없이 라면에 털어 넣고 최고의 라면 한입! 그거야말로 로망 아닐까?
일본에선 주로 주전자에 넣어서 도빙무시(土甁蒸, 주전자찜) 형태로 먹는다고 하던데, 그게 그렇게 별미라고 한다. 나도 TV에서 본 후로 꼭 한번 먹어보고픈 요리 중 하나.
송이도 비슷하겠지? 이름부터 맛있을 것 같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송이는 주전자에 들어가긴 너무 크다. 주전자를 큰 거로 사야 하나? 아니면 송이를 좀 작게 –
—탕!
… 의식이 흐릿해진다.
이 장소는 필터로도 무리구나.
짐작은 했지만, 총을 송이에게 주라는 조언의 의미는 간단했다.
‘너는 무슨 수를 써도 여기선 답이 없다.’
*
– 유송이
—탕! —탕!
…
어쩔 수 없었어.
호텔 내의 저주에 걸린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동료들은 정말 쏘고 싶지 않았다.
왜 자꾸 ‘나만’ 이런 역할을 하게 되는 걸까.
하지만 어떡해.
가인 오빠는 갑자기 다가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음엔 갑자기 뭐야? 하고 당황했다. 그런데….
‘머리만 떼어내면 주전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듣고 쐈다.
엘레나 언니도 갑자기 내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 부위를 천천히 익혀서 소고기와 함께 -‘
여기까지 듣고 쐈다.
… 왜 둘 다 날 먹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저주의 힘이 진짜 엄청나구나.
언니는 물론, 가인 오빠는 필터가 있는데도 이 안쪽에선 절대로 버틸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딱히 무슨 변화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마도 팔찌의 힘은 이 호텔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정신 공격보다 상위의 힘이 아닐까.
그런데, 이렇게 나 말고 다 쓰러지는 수준이면 대체 다음에 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 모르겠다. 나가서 대화해보면, 다른 사람들이 똑똑한 의견을 낼 거라고 믿자.
그냥 나 혼자서라도 끝까지 가봐야겠다.
…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3분? 동굴의 끝에 도착하자, 거대한 살덩이 비슷한 무언가가 보였다.
대체 뭘까? 이게 모든 사태의 원흉? 그냥 꿈틀거리는 거대한 심장같이 생겼는데?
다음에 와서 내가 진철 오빠의 정신을 보호하는 동안, 오빠가 이걸 주먹으로 터트리면 되는 걸까?
어차피 총도 내가 들었겠다, 한번 쏴볼까?
탕! 탕! 탕!
세 발 정도 연달아 쐈을 때, 드디어 반응이 나타났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너 도 나 를 아 프 게 하 는 구 나’
머릿속을 찌르듯이 들어오는 목소리.
무언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자, 간호사들이 뛰어오는 게 보였다.
아하, 역시 이놈이네. 이걸 어떻게든 부수면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나 할 만큼 다 한 거겠지?
더 하는 건 이제 무서워.
그래도 가기 전에 한마디는 해주자.
“네가 세상에 끼친 민폐보다는 훨씬 덜할걸?”
그리고 자살을 위한 한발만 남긴 채로 나머지 총알을 전부 저 살덩어리에 쐈다.
-탕! 탕! 탕! 탕! 탕!
‘아아아! 선생님! 어디 계세요! 또 절 괴롭히는 애가 왔어요. 선생님!’
선생님? 나도 선생님 한 분 알기는 하는데. 상민이 네 선생님은 또 누구니?
간호사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 이쯤 하자.
—탕!
… 의식이 흐릿해진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3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2]
– 한가인
쿵! 평소보다 좀 더 거칠게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복도에서 깨어났다.
머리를 싸매며 주변을 돌아보자, 다들 피곤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시간은 대충 저녁 시간. 아침에 진입했으니, 하루를 거의 다 썼구나.
다들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
여러 사람의 눈이 자연스럽게 한 사람에게 쏠렸다.
우리 중 가장 거대한 체구의 남자는 거의 반 죽어가는 분위기로 고개를 숙였다.
*
여럿이서 일하다 보면 종종 그런 일이 있다.
누군가가 소소한 실수를 하면 다들 타박하고, 놀리고, 훈계한다.
그런데, 너무 큰 실수를 하면 오히려 그런 말을 꺼내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그런 경우엔 누굴 혼낼 틈도 없이 뒷수습에 바쁜 경우도 많고, 당사자가 어지간히 뻔뻔한 사람이 아니라면 본인 스스로 엄청난 자책감으로 움츠러든 경우가 많아서 타박하기 힘들 때도 있다.
특히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을 해야 하는 관계에선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
본인도 괴로워하는데, 거기에 몇 마디 얹는다고 상황이 나아지겠는가?
차라리 위로하고 다음을 고민하는 게 모두에게 생산적이다.
지금 우리가 딱 그랬다.
*
“야! 야! 누가 보면 우리 다 뒤진 줄 알겠다. 밥 안 먹고 뭐 하냐?”
“…”
“효도 좀 한 걸 가지고 오빠는 뭘 그리 숨어있어? 난 처음부터 휴식팀, 포기팀이라 엄마랑 재밌게 놀아서 완전 여유로운데~.”
아리 너는 조금 미안해해도 될 것 같다.
“야! 나는 가짜 아버지 죽었다고 장례식하고 가족들하고 기 싸움하다가 순장 당했어. 농담 아니고 진짜 순장 당했어. 그런데 넌 뭘 그렇게 움츠러드냐?”
순장을 당해? 누님? 대체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오빠! 아직 빨간약은 들고 있죠? 그러면 된 거예요. 제가 나름대로 마지막까지 보고 왔는데, 오빠가 약 먹고 살덩이만 터트리면 해결일 것 같아요.
그런데, 가인 오빠는 마지막에 대체 무슨 생각 했어요?”
갑자기 나한테 공이 넘어왔다. 송이는 101호에서 나온 후로 나한테 세 번이나 ‘주전자’가 무슨 이야기냐고 물어왔다.
…
일본식 송이버섯 주전자찜 이야기를 설명하기보다는 차라리 기억상실 행세가 쉬울 것 같다.
“진짜 모르겠어. 딱 병실 문 열자마자 기억을 잃었거든.”
“흐음….”
전혀 안 믿는 눈치다. 오늘은 송이랑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해야지.
이렇게 혼란의 저녁 식사가 끝났다.
*
“이제, 최종 작전회의 시간이네. 물론, 최종일지 아닐지 장담은 못 하지만, 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봐. 목표가 누군지도 알았고, 어디 있는지도 알았고, 대충 어떤 힘을 가졌는지도 알았지. 여기서 더 끌면 우리가 무능한 거겠지.”
“은솔 누나. 이제 우리 다섯 번째에요….”
“그래. 그게 제일 문제지. 횟수를 한 번이라도 아껴서 이번이 4번째 시도였으면 아마 별문제 없이 100% 깼을 거라 봐. 그런데 5번째네. 아리야. 혹시, ‘어떻게’ 바뀐다는 건지 기억나는 건 전혀 없어?”
“죄송해요. 호텔 1회차 때는 제가 진짜 정신적으로 어렸던 시기라. 남은 기억이 거의 없어요.”
호텔에서 태어났다는 아리. 즉, 1회차 때는 진짜 어린아이였을 테니 뚜렷한 기억이 별로 없겠지.
“그래서, 오늘의 작전회의의 첫 번째 안건은 이거야.
1. 계속 101호에 도전할 것인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101호는 넘기고 102호나 104호를 진행하고, 다음에 우리가 더 강해진 후에 101호로 돌아오는 게 답일지도 모르지.
물론 다른 관점으로 볼 수도 있어. 다른 방으로 옮긴다고 쉬울까?
근본적인 우리의 ‘스펙 향상’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야. 이 상태로 무작정 다른 방에 도전한다고 쉽게 깨질까? 다른 방들에서도 허우적거리다가 싹 5회차로 만들면 어떡하지?
차라리 그나마 많은 걸 알아낸 101호를 한 번 더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모를 일이지. 애초에, ‘어떻게’ 바뀌는지도 모르니 합리적인 판단이 어려워.
다른 사람들도 각자 생각 이야기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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