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43)
괴담 호텔 탈출기 743화(742/794)
743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17)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40일 차
현재 위치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현자의 조언 : 0
현재 아리 수색 중.
존재감 없는 소녀 쓰고 있을 듯
」
– 한가인
엘레나에 이어 진철 형까지 합류한 후, 약 30분간 빠르게 이동했다.
사실, 순수한 이동시간은 5분 미만이다.
끊임없이 달려드는 천사와 싸우며 이동한 시간이 30분이었던 것.
“으윽! 가인아, 여기 맞냐?”
“요 근처가 맞습니다.”
“어디 있는 거지? 그러니까, 어 -”
누군가를 찾으러 왔음은 아는데,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순간 헷갈려하는 진철 형.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아예 생각이 멈추겠지.
실제로 천사들 역시 우리를 쫓을 뿐, 이 장소를 수색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진철 형이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 그렇지! 아리 말이다.”
“근처입니다. 곧 스스로 나올 겁니다.”
예상대로 아리는 존재감 없는 소녀의 힘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상태창 하단에 적어둔 문장이 아니었다면, 나도 중간중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헷갈렸을지도 모르지.
“저기 천사들 또 와요!”
“아오! 내가 처치해야 하는 거지?”
진철 형은 투덜거리면서도 주저 없이 움직여 다가오는 천사 둘을 처치했다.
지속적인 싸움 끝에 형 역시 천사 사냥의 귀재가 된 상태였는데, 역시나 몸통보다는 날개 위주로 공략하는 모습이 보였다.
전투에 있어 천사들의 가장 큰 강점은 하나하나가 비행할 수 있다는 것.
반면, 가장 큰 약점은 날개가 크면서도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것.
강점도 약점도 모두 날개이니, 날개만 집중적으로 노리는 전술이 제법 잘 통했다.
그때, 누군가의 손길이 내 어깨를 툭 건드렸다.
“왔구나.”
“—”
순간, 아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존재감 없는 소녀의 인지 방해 능력이 어째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능력 풀어.”
곧, 명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요란하게 구냐고!”
“요란하게? 아, 왜 정체를 숨기지 않냐는 말이야?”
“그래. 아니 무슨, 천사를 대체 몇이나 죽이는 거야?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면 탈출할 수가 없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아리야. 정체를 숨겨봐야 의미가 없어.”
“뭐?”
이럴 때면 올빼미에게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내가 다른 동료, 예컨대 아리보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이유.
물론, 내가 아리보다 좀 똑똑하기도 하지만 – 솔직히 그렇지 않나? – 조언을 써서 답을 구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이미 참가자들이 나타났음을 알고 있어. 시작하자마자 네가 겪은 일을 잘 되새겨봐.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할 거야.”
“…”
잠시 후, 아리는 크게 한숨 쉬며 아까의 진철 형과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 그러면 어떻게 탈출하지?”
“알다시피, 탈출을 위해서 이 세상을 원래대로 돌릴 필요는 없어.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여명의 아들이 눈 크게 뜨고 있을 테니…”
아리가 즉답했다.
“여명의 아들이 당장 개입할 수는 없을 거야. 그는 낙원을 창조한 반동을 겪고 있다고 하니까.”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아리 네가 얻은 정보? 그러면 천사들만 상대하면 되는 건가?”
“아마도.”
“좋아, 이걸로 탈출 조건이 거의 확실해졌다고 봐.”
“…”
101호 등 과거의 탈출 사례를 복기하자.
멸망한 세계의 회복은 해결의 영역이지, 탈출 조건이 아니다.
“천사들의 추격에서 벗어나 일시적인 평온을 얻는 정도로 충분할 거야.”
해결보다 훨씬 단순한 조건.
하지만, 이것 역시 전혀 쉽지 않다.
“천사들의 추격에서 벗어나? 그게 지금 가능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애들이 지금도 – 이얍!”
벼락같이 하늘로 손을 뻗은 아리.
직후,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핏물이 떨어졌다.
“- 지금도 이렇게 하늘에서 계속 날아오는데?”
“저, 진철 씨 좀 도울게요!”
“알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엘레나가 진철 형을 도우러 떠났고, 나는 아리에게 계획을 전했다.
“두 가지 계획이 있어. 첫째, 도주.”
“그니까 어디로 도망가냐고. 세상 전체가 적의 손아귀인데, 어디로 피해?”
“여명의 아들이 손대기 어려운 영역으로 피해야 해.”
“그게 어디야? 설마…”
아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설마 달? 아니, 어, 달 정도면 대단하긴 하지만 -”
아리의 오해를 바로잡았다.
“아리야, 너와 내가 아는 그 달과 이 시간대의 달은 힘 차이가 엄청나.”
“…”
“지금은 훨씬 약해. 여명의 아들이 봉인에서 풀려나자마자 달을 침묵시켰잖아?”
따라서 달은 여명의 아들의 권역에서 벗어난 장소가 아니다.
다른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저주의 방 진행을 퍼즐 풀이에 비유하자면, 답을 달에서 찾는 건 조금 이상하다.
딱 맞는 조각을 찾지 못해서 퍼즐 외부의 무언가를 대신 끼워 넣는 느낌?
302호의 해법은 302호 내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다른 시간대의 한가인’이 남긴 기록에 그 힌트가 있었다.
「
관리국에는 여러 계파가 있다.
여명의 아들을 숭배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이 302호의 주도권을 잡은 모양이지만…
회의론자들도 있었다.
이들이 멋진 신세계를 만든 것 같다.
말하자면, 여명의 아들이 세상을 뒤틀 때 영향받지 않는 순수한 인간을 남겨두기 위한 장소.
멋진 신세계는 외부에서 무너트릴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와 미로가 발견한 시점에서 멋진 신세계는 이미 붕괴해 있었다.
…
안락사
.」
“멋진 신세계.”
“그건, 승엽이가 죽기 전까지 있었다는 장소?”
“종말 전, 미로와 나는 멋진 신세계의 실체를 어렴풋이 봤던 것 같아.”
“으음…”
“내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멋진 신세계는 여명의 아들의 영향을 받지 않아. 또, 외부에서 무너트릴 수 없는 장소야.”
“그게 아직도 있어?”
“아니. 종말 전에 이미 붕괴했어.”
“그러면?”
“하지만, 멋진 신세계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는 알지.”
“… 승엽이가 다녔다는 학교.”
“세상이 뒤틀리긴 했지만, 이곳은 여전히 지구야.”
“지리적으로는 한반도겠지. 저기 저 산이 아마 관악산일 테고.”
“너 혼자 멋진 신세계가 있던 위치로 가봐. 멋진 신세계가 어떤 상태인지, 혹시 복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봐. 복구할 수 있다면 -”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아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떠났기 때문이다.
아리는 남은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따위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본인의 역할이 명확한 이상, 쓸데없는 추가 정보는 머리만 복잡하게 할 뿐이라 생각했으리라.
물론, 어느새 내 옆으로 돌아온 엘레나의 상황은 아리와 달랐다.
엘레나는 우리가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했다.
“가인 씨, 아리는 혼자 멋진 신세계로 피난하는 건가요?”
“계획은 그렇습니다. 성공 여부는 모르겠고.”
“우리는요?”
지그시 전방을 바라보니, 진철 형이 말 그대로 쉬지 않고 천사와 싸우는 광경이 보인다.
두어 시간 동안 우리가 죽인 천사의 수가 대체 몇 명일까?
최소 세 자릿수다.
어쩌면 네 자릿수를 넘겼을지도 모르지.
이래봐야 천사들에겐 별다른 타격이 아니다.
지구 전체에 천사의 개체수가 몇 명일까? 10억?
이쯤 되면, 네 자릿수가 아니라 다섯 자릿수의 천사를 죽여도 적이 보기엔 한 줌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 알려줘야죠.”
“네?”
“인해전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장소 옮깁시다. 좀 더 넓은 곳으로!”
*
사방이 뚫려있는 황량한 평원.
주변에 지형지물이 없다시피 하니, 비행 능력과 많은 수를 겸비한 상대에게 유리한 환경이었다.
덕분에 진철 형은 더 이상 혼자서 천사들을 막지 못했다.
다행히 혼자서 막을 필요도 없었다.
이런 순간을 위해 동료라는 게 있는 것이니 말이다.
— 위이잉!
흉측한 소리와 함께 나타난 꿈틀거리는 날벌레 무리.
식인 벌레떼가 천사들을 덮치니, 기괴할 정도로 잔혹한 일이 벌어진다.
순식간에 수천수만 조각의 육편으로 변해 산채로 잡아먹히는 천사들.
천사들을 잡아먹는 벌레떼와 그 벌레떼를 소환한 엘레나 중 무엇이 더 불길한지 판단할 수 없었다.
“하하하! 보통 벌레들이 아니었잖아? 뱀이라더니, 역시 대단해!”
어쩌면, 옆에서 동료가 잡아먹히는데 낄낄거리며 달려드는 천사들이 가장 불길한지도 모르지.
천사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만 없는 게 아니라, 고통에 대한 저항력도 아주 강한 것 같았다.
고통이란 본디 필멸의 생물이 진화 과정에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감각이다.
죽어도 부활하는 천사들이 고통을 민감히 느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진짜 이 미친놈들! 으앗! 엘레나, 벌레떼가 내 쪽으로도 옵니다!”
“알아서 피하든가!”
“그, 그건 좀 -”
신경질적인 엘레나의 목소리를 보니, 불길한 상상의 광기가 명경지수로 커버할 수 있는 선을 넘은 모양이다.
동료들이 날 위해 벌어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뜻.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지고한 이치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일에 조급함은 적이었다.
황량한 평원의 중앙에서 눈을 감고 묵상에 잠긴다.
단순한 명상이 아니다.
통찰을 극한까지 발휘해 위대한 이치를 내 나름대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화신의 서에 담긴 세 번째 문장에 대하여.
‘하늘 아래 너뿐임을 알라’
“…”
형이상학적인 접근도 좋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실리적으로 접근해 볼까?
최초의 문명이 역설했듯, 사람의 혼은 그 자체가 고순도의 혼돈이다.
따라서 혼을 모아 정제하면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의 혼은 또한 하나하나가 색을 가진 보석과도 같다.
따라서 무작정 모을 경우, 서로 다른 색깔로 인한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이게 바로 자아의 분열이다.
…
색의 차이로 인한 불협화음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수법이 고안되었다.
신앙.
모든 영혼에 하나의 사상을 주입해 색을 일치시키는 과정을 말함이다.
영원의 옥.
억겁의 시간 속에서 각 영혼의 자아를 무너트려 색을 지우는 과정을 말함이다.
색을 일치한다.
색을 지운다.
어느 쪽이든, 색의 차이로 인한 불협화음을 방지한다는 목적은 같다.
어느 수법이든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신앙이든, 영원의 옥이든 대단히 많은 시간과 자원을 요한다는 것.
이는 영혼 흡수의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달은 특정 시점(=자아 분열을 겪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억겁의 시간 동안 성장이 거의 멈춰버렸지.
…
생각이 여기에 닿았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밝아진 지성이 한 가지 흥미로운 이치에 도달했다.
제물의 힘.
화신의 서를 처음 얻을 때부터 편집되었던 힘을 말함이라.
본래라면, 얻은 적이 없으니 사용할 수 없음은 물론 이해할 수도 없고, 무엇인지도 몰라야 한다.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화신의 서의 기원이 된 존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혼이란 곧, 색을 가진 보석.
색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의 문제.
신앙은 색을 일치시키고, 영원의 옥은 색을 지워서 해결한다.
제물의 힘은 보석을 깨트린다.
필멸자를 제물로 바쳐 공양하는 것은 보석을 산산조각 내 색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과정의 일환이다.
제물의 힘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했다 해서 쓸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호텔이 쓰지 못하게 편집했으니, 화신의 서를 통해서는 제물의 힘에 도달할 수 없다.
다만, 내 이해가 점차 태어나지 못한 자의 영역과 동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태어나지 못한 자가 마도(魔道)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혔고,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
다시 세 번째 문장으로 돌아가자.
‘하늘 아래 너뿐임을 알라’
위의 해법들은 말한다.
하나의 사상으로 색을 통일해라.
영겁의 고통으로 색을 지워라.
인신 공양으로 색을 깨트려라.
세 번째 문장은 근본적으로 다른 의문을 던진다.
색에 집착하지 말라.
하늘 아래 진실한 존재는 나뿐이다.
모든 색이 나의 일부인데, 색을 구분할 필요가 있겠는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진실하다.
만물은 나이거나, 나의 일부가 되어가는 무언가다.
그러므로 세상에는 단 하나의 특이점이 있으리라.
— 사아아…!
사방에 가득한 천사들.
그 사이에서 세 번째 문장의 지고한 힘이 실체를 드러내려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
… 그대는 내게 큰 도전이니라…
’
도전?
‘
… 너를 죽이는 일은 어렵지 않으리라. 허나, 내가 너를 회개하게 할 수 있을까…
’
뭔 소리야?
‘
… 유사 이래 가장 이기적이고 타락한 마인조차 빛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내가 옳고 미륵이 틀렸음을 입증할 수 있는 길이다…
’
지금 나 말하는 거임?
‘
… 하지만, 삼천 번의 삶을 거치고도 악성(惡性)을 품은 그대를 보니 자신이 없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