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46)
괴담 호텔 탈출기 746화(745/794)
746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20)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40일 차
현재 위치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스스로 고백하건대, 내가 그리 솔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동료들을 속인 경우도 적지 않았고, 정보를 숨긴 경우는 너무 흔해서 하나하나 셀 수 없을 정도니까.
그렇다고 내가 항상 거짓말만 하는 사람은 또 아니야.
상대에게 진심을 느낄 때면 있는 그대로 말해줄 때도 많았지.
이번이 대표적인 예시다.
여명의 아들이 내게 물었다.
태고의 너는 왜 동족에게 그리도 잔혹했냐고 말이다.
진심을 느꼈기에 나도 솔직히 답해줬다.
“나도 신 한번 해보고 싶었다!”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려온 소리.
— 우르릉!
안타깝게도, 솔직한 마음이 항상 통하는 건 아니었다.
분명 여명의 아들을 위해서 해준 답변인데, 결과는 극도의 분노로 돌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니까 내가 자꾸 뭘 숨기게 되는 거 아님?
…
하늘 아래 너뿐임을 알라
화신의 서에 담긴 궁극의 이치, 세 번째 문장의 효과는 무엇인가?
거칠게 요약하면, 육체를 넘어 영혼조차 농락하는 힘이라 볼 수 있겠지.
실제로 알레프는 이렇게 이해했었다.
신앙이니, 영원의 옥이니 하는 중간 과정을 무시하고 필멸자의 혼을 가차 없이 끌어당기는 인력!
다만, 힘을 쓰면 쓸수록 자의식이 서서히 흩어져 간다.
부작용이라고 말하긴 애매하다.
애초에 이런 방향의 이치이니,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겠지.
끝까지 가면 어떻게 될까?
206호의 마왕처럼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시달리는 우주적 포식자로 변할지도 모른다.
혹은, 104호의 주처럼 자아의 개념 자체가 사람과 전혀 다른 이질적인 존재로 변할지도 모른다.
정확히 어떻게 될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애초에, 세 번째 문장의 틀을 빚어낸 태어나지 못한 자부터가 탑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치에 대한 고민은 이쯤 하고 눈앞의 싸움에 집중하자.
— 우르릉!
벽력과 함께 하늘이 쪼개졌다.
곧, 새하얀 구름 너머로 여섯 날개의 천사들이 파괴적인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
수호자 중 한 명의 이름이 아스테어라고 했을 때 짐작했지만, 여섯 날개의 천사들은 전원 여명의 아들 부활 의식에 참여한 요원들이었다.
가장 앞자리에 앉아 충성을 바친 신도들인 만큼, 여명의 아들 역시 특별히 고귀한 자리를 내린 것.
벼락을 두른 채 나타난 브라이언.
터무니없이 거대한 체구를 자랑하는 제임스.
그리고, 두 전사의 뒤에서 냉혹한 눈빛을 빛내는 세릴다까지!
— 번쩍!
숨 한번 쉬기도 전에 벼락의 창이 내리꽂혔다.
광속의 99.9% 이상의 속도로 날아오니, 지구권 내에선 피한다는 개념이 성립하기조차 어려운 위력!
허나, 나 역시 수호자들이 등장하자마자 내 통제하에 놓인 일대의 천사들로 살아있는 방어선을 세운 상태.
— 파지직!
단 한 번의 공격에 최소 70개체의 천사들이 말 그대로 증발했다.
이 순간, 날 당황하게 한 건 벼락의 위력보다는 브라이언의 태도였다.
“이런 간악한! 어리고 순한 자들을 네 멋대로 희생시켰구나!”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벼락을 니가 날렸지 내가 날렸냐?”
“살아있는 방패로 삼은 건 너다!”
“벼락을 날린 건 너지.”
유치한 말싸움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공방은 멈추지 않았다.
브라이언이 벽력을 휘두르는 수호자라면, 제임스는 터무니없는 물리력을 자랑하는 불굴의 전사 같은 존재!
그는 심지어 동료가 쏘아내는 벽력의 여파조차 개의치 않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핫!”
극단적으로 강화한 오감 덕에 명확히 느껴진다.
제임스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물리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말이다!
날개를 퍼덕이니 그 여파만으로 일대의 천사들이 추락했는데, 태풍에 휘말린 참새가 아닌가 싶어질 정도였다.
다음으로 이어진 공격은 특별한 기술조차 없는, 단순한 몸통 박치기.
최소 400kg은 넘어보이는 거구 – 확실히 호모 사피엔스의 영역은 아니다 -가 포탄처럼 날아들어 인의 장막을 그대로 관통했다.
순식간에 살점이 비처럼 떨어지는데, 이 순간까지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상대의 움직임이 음속을 아득히 능가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사실을 받아들였다.
수호자가 발휘하는 물리력은 신성한 태양의 최대 출력조차 확실히 능가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싸움은 힘세고 빠르다고 무조건 이기는 게 아니지.
그랬으면 진철 형이 지금쯤 유산을 세 개는 먹었다고!
— 후우웅!
뒤늦게 들려온 바람 같은 소리.
이는, 소리보다 빠르게 들이닥친 수호자의 몸통 박치기가 빗나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거구의 수호자, 제임스가 눈살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 내 움직임을 읽었나? 과연, 뱀 중의 뱀이로다.”
상대는 내가 무슨 무예의 고수여서 본인의 움직임을 읽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읽은 건 맞다.
무예를 익혀서가 아니라 통찰 때문이지만!
— 우르릉!
다시금 천지를 불사르는 벽력이 일대를 불살랐고, 날개만 퍼덕여도 토네이도가 일어나는 초월적인 파괴력이 일대를 휩쓸었다.
이번에도 나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상대의 움직임이 시작함과 동시에 어디로 날아올지 이미 알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극한에 달한 통찰이 끊임없이 ‘다음 수’를 알려주니, 마치 내 오감이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인식하는 것 같았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
어쩌면, 이런 방향성이 끝까지 나아간 끝에 완성된 것이 시간 축을 초월한 위대한 자의 인지능력이 아닐까?
“하! 정말 미래라도 보는 건가? 어이가 없구나!”
천지를 뒤흔드는 공격.
여섯 날개의 천사들을 담아내기에 이 세상은 너무 나약한 그릇이 아닌가 싶어질 정도였다.
신성한 태양이 제공하는 물리력과 통찰의 힘을 빌려 피하고, 피하고 또 피했지만…
“대단한 재주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끝까지 피할 수 있을 것 같나?”
이런 식으로는 결국 내 쪽이 밀린다.
왜 이렇게 거침없이 밀리지?
수호자들이 나보다 강하니 당연하다?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내가 쓸 수 있는 세 개의 자원은 통찰, 신성한 태양 그리고 화신의 서.
그중 가장 중요한 날개, 화신의 서가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누군가 화신의 서의 발현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지!
“… 저 여자가 너희를 보호하는 건가?”
“하! 소용없다!”
후방의 세릴다.
상현 형의 말에 따르면, 세릴다는 요원 시절 사람의 몸을 조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능력의 방향성 자체가 화신의 서와 살짝 유사했다는 의미다.
물론, 205호의 환마가 그러했듯 세릴다의 능력 역시 ‘본래는’ 화신의 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이 낮았으리라.
부족한 격이 채워졌다.
세릴다가 여섯 날개의 천사로 환생하며 여명의 아들이 능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내 신경이 눈앞의 괴력 천사와 벼락 천사에게 분산된 상황.
세릴다는 후방에서 화신의 서만 억제하면 그만이니 훨씬 편하겠지.
— 우르릉!
이번에는 벼락의 여파 일부가 오른팔을 스쳤다.
그것만으로 어깨 아래가 말 그대로 기화했다.
“하하! 벌써 한계에 달했나?”
뇌리를 스치는 강렬한 직감.
앞에서 시선을 끄는 괴력 천사와 벼락 천사를 상대로 힘겨루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후방의 마법 천사, 세릴다를 저격해야 한다.
그리하여 화신의 서를 마음껏 쓸 수 있게 되면, 눈앞의 두 천사는 버텨내지 못하리라.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한 놈은 산을 무너트리는 벼락을 날리고, 다른 한 놈은 손가락 튕겨서 소닉붐을 일으키는데 얘네를 어떻게 넘어가?
생각이 여기까지 닿았을 때, 괴력의 수호자가 절묘하게 몸을 비틀며 내 후방을 점했다.
이 움직임은 내 예측을 다소 벗어나 있었는데, 본인 역시 벼락의 여파를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위치였기 때문이다.
“…!”
“끝을 내자!”
상대의 생각은 명확하다.
설령 본인이 나와 함께 벼락에 직격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 움직임을 제약해 싸움을 단박에 끝내겠다는 것!
죽어도 부활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수법이다.
찰나,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던 시점!
나에게도 원군이 있었다.
— 파아아앗!
만상을 뒤트는 기오막측한 파동이 일대를 휩쓰니, 용맹하기 그지없던 괴력의 수호자조차 본능적으로 비켜선다.
이계의 별 조각의 위력은 여섯 날개의 천사들조차 쉬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동시에, 지상에서부터 뻗어온 무궁한 악의를 담은 저주가 벽력의 천사를 강타했다.
하하! 세릴다가 화신의 서를 봉했으니, 동료들도 지금은 내 곁으로 올 수 있지!
… 물론, 동료들이 이 상황을 전부 이해했을 것 같진 않다.
내가 죽을 것 같으니, 본인들이 위기에 처하는 걸 감수하고 달려들었겠지.
이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단박에 포위망을 뚫고 비상했다.
후방에서 화신의 서를 집요하게 억제하던 마법사 – 세릴다를 향해서!
“무, 무슨 -!”
세릴다를 포착함과 동시에 깨달았다.
이 여자에겐 벼락의 수호자, 괴력의 수호자와 같은 터무니없는 물리력이 없다!
다시 말해서 –
— 콰직!
“끄아악!”
아껴왔던 순간이동으로 단박에 붙은 후, 세릴다의 모가지를 잡아 뜯고 몸을 쪼개서 흩뿌리기까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근접을 허용한 마법사의 말로란 이처럼 비참한 것.
안타깝게도, 내가 세릴다를 죽이는 그 잠깐 사이에 진철 형과 엘레나도 육편이 된 상태였다.
“…”
하지만, 전세는 뒤집혔다.
“세, 세릴다!”
“이런!”
저들에겐 화신의 서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니까!
…
새하얗게 질린 표정의 두 수호자를 바라보며 떠오른 상념.
분명, 수호자는 ‘네 명’이라고 했었지.
그중 하나는 아스테어다.
그런데, 아스테어는 어디 있지?
최후의 섬광으로 인한 타격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나?
설령 그렇다 해도, 내 손에 수호자들이 다 죽게 생겼으면 나타나야 하는 것 같은데.
아스테어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
– 아스테어
.
..
…
“… 낙원이 위기에 처했단다.”
“그래서?”
“아버님께서는 낙원을 창조한 반동에 시달리고 계신다. 낙원을 지킬 수 있는 건 우리뿐이다. 마지막까지 지켜볼 셈이니?”
“흥! 너희에게나 낙원이지, 난 재미 없었어.”
“하아… 이럴 때면, 아버님이 우리에게 무한한 자유를 허락하셨음이 한스럽구나. 너같이 말 안 듣는 천사가 나타나곤 하니 말이지.”
“내가? 글쎄, 난 세상 그 누구보다 아버님을 위했다고 생각하는데.”
“… 너는, 오래전의 인연이 이 땅에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지.”
“응.”
“생각해 보렴. 낙원이 무너지면, 환생의 이치도 무너진단다.”
“…”
“적어도, 네 첫사랑이 돌아올 집은 지켜야 하지 않겠니?”
“…”
새하얗게 빛나는 황홀한 기운이 한 점에 응집하기 시작한다.
문득, 아스테어는 오래된 상념에 빠졌다.
그녀가 모시는 신은 공에 대한 보상이 확실한 존재였다.
여섯 장의 날개를 품은 수호자들은 모두가 신의 부활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눈앞의 소녀는 그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 존재였다.
구원을 막아내던 최후의 방벽, 난공불락의 요새를 내부에서 무너트린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위대한 자는 소녀에게 그 누구에게도 내리지 않은 지고한 특권을 내렸다.
— 스아아아…!
여덟 장의 날개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