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5)
74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8)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3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2]
계속 101호에 도전할 것인가.
다들 조용했다.
사실, 무슨 이야기를 꺼내기 애매하다. 호텔에서 토론할 때 여러 번 겪는 현상. 뭔가 토론하려면 최소한의 정보가 필요한데, 어떻게 바뀌는지부터를 모르는 상황이니 의견제시도 어려웠다.
“아무래도 다들 고민만 많은 모양이네. 나도 이해해. 이런 주제로 오래 끌어봐야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어. 투표로 정하자.”
누나는 그냥 노트를 찢어서 조그마한 종이 여러 장을 만들어서 나눠줬다.
종이를 들고 생각했다.
이미 뭔가 이상해진 101호를 또 들어가는 게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펙이 부족한 채로 다른 방을 간다고 쉬울까? 그 방도 또 여러 번 탈출만 하다가 5회차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유산을 하나 더 얻어서 도전했다면 쉽게 깼을 방까지 부족한 스펙으로 어설프게 시도한 끝에 싹 5회차로 만드는 자충수일 수 있다.
논리적인 생각과 별개로, 다 같이 그렇게 고생하면서 이것저것 알아낸 상태인데 인제 와서 다른 방으로 도망가고 싶지도 않았다.
이번에 끝을 보자.
뭘 어떻게 바꿀지는 몰라도, 우리는 이미 방의 해결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었다!
/101호/
*
투표는 금방 끝났다. 6:2. 101호가 6명. 결정됐다.
“그러면, 이 문제는 이걸로 끝. 이제 마지막으로 알아낸 101호 관련 정보를 정리하고, 마지막 시도에서 어떻게 진행할지 계획 짜자. 가인아?”
“4번째 시도에서 알아낸 사실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방송국 옥상 문을 열면 병원 입구로 연결됩니다. 병원 내부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방송국에서 발견한 ‘주의사항’을 어길 때 나타나는 공간들은 병원의 일부인 듯합니다.
말하자면, 방송국은 병원과 연결된 상태인 거죠.
방송국 옥상을 통해 병원 입구로 들어가면, 간호사들은 적대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우리를 ‘손님’처럼 대우합니다.
다른 장소를 통해 진입했을 때와 반응이 다른 이유. ‘병원 입장’에서 보면, 정문이 아닌 장소에서 나타난 경우는 ‘배회하는 환자’ 취급이 아니었을까요?
4층 복도 끝 병실로 가면 아마도 원래는 ‘김상민’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살덩어리가 나타납니다. 그걸 박살 내면 해결일 것이라고 봅니다.
참고로 4층의 병실은 엄청나게 강력한 정신 공격이 들어옵니다. 제 필터로도 못 버팁니다. 현재 우리가 찾은 수단으로는 팔찌와 빨간 약으로만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쭉 듣던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4층에선 팔찌와 빨간약 말고는 그놈에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 난관이군.”
아리가 대답했다.
“아니,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지.”
… 누구지?
“엘레나 언니. 호텔고에서 있었던 일 잊었어?
일단 ‘정의’를 발동시킨 후에는 언니는 천사의 세뇌에 전혀 영향받지 않았어. ‘집행은 멈춰서는 안된다.’ 그 메커니즘이 일종의 정신 공격에 대한 면역으로 기능 중이라고 봐.
엘레나 언니? 어떻게 생각해?”
“엇! 그렇네요. 확실히 호텔고에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의를 발동시킬 수 있을까요? 101호의 사람들 대부분은 저주에 당한 피해자일 뿐이잖아요.
병원 4층에 있다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살덩이’가 되었다고 하고.”
“엘레나 언니.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있을까?
잘 들어봐. 보통 타의에 의해 조종당하면서 범죄의 도구처럼 이용당하는 사람을 형법에서 ‘간접정범의 피이용자’라고 하거든? 이 사람들은 물론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겠지.
하지만, 경찰이 범죄를 진압하는 과정에선 이런 사람들도 일단 패서라도 제압은 해야지. 그래야 범죄를 멈출 수 있을 테니까. 법정에서의 처벌은 별개의 문제야.
이해했어? 저주에 당한 피해자 같은 존재라 해도, 처벌과 별개로 제압은 할 수 있다.”
… 난데없이 법학 강의. 갑자기 이게 뭐지? 난데없이 연설이 나와서 다들 당황했다.
하지만 아리는 흔들림 없이 엘레나를 바라보았고, 엘레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들어봐. 언니는 ‘김상민’은 살덩이가 되었으니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지? 그것도 너무 1차원적인 생각 아닐까?
호텔고에서의 천사는?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며 온갖 초능력을 다 썼는데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천사와 살덩이의 차이가 뭘까? 전자가 좀 더 ‘사람처럼’ 생겼으니 사람인 걸까?
어차피 둘 다 원래는 사람이었고, 이후에 초자연적인 일을 겪으며 한쪽은 천사가 되었고 다른 한쪽은 살덩이가 되었을 뿐. 전자만 사람대우하는 건 차별이 아닐까?”
대체 뭔 소리야? 차별이 거기서 왜 나오지? 이런 긴 대화의 목적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아리는 엘레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결국 엘레나는 뭔지 모를 아리의 압박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예. 아리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럼 명심해. 저주에 당한 피해자들이라 해도 제압은 할 수 있다. 생긴 게 살덩이라 해도 원래는 사람이다. 인정?”
“갑자기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인정할게요.”
목적을 알 수 없는 아리와 엘레나의 철학적인(?) 토론이 끝났다.
… 아리는 어떤 ‘개념’을 엘레나에게 주입하려고 한 것 같다.
어렴풋이 – 뭔가 알듯 말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아리는 엘레나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던 게 아닐까?
‘방송국 직원이나 간호사들도 제압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살덩이가 된 ‘김상민’도 원래는 인간이었으니 처벌할 수 있는 존재 아니냐?’
의미는 알겠는데, 엘레나가 이런 말에 설득된다 해서 의미가 있을까?
엘레나 생각대로 축복이 변화하는 게 아니고서야 –
—탁!
은솔 누나가 책상을 치며 주의를 끌었다.
“자! 갑자기 대화가 옆으로 샜어. 원래 계획으로 돌아오자.
옥상까지는 어떻게 간다 치고, 결국은 거기서 살덩이를 부숴야 하잖아? 가장 큰 문제는 가인이의 필터로도 버틸 수 없다는 정신 공격이고.
결국 내 생각엔 상황이 단순해진 것 같은데?
진철이가 진입하자마자 빨간 약 먹고, 방송국으로 오면 될 것 같다.”
“멧돼지 놈이 혹시 또 실수할까 하는 말인데, 빨간약을 먹고 정신 오염의 면역을 얻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지?
저주에 걸리지 않을 테니 순간이동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넌 가인이나 송이처럼 가족 데리고 직접 와야 한다.”
거의 처음으로 형이 고개를 들었다.
“약 먹고, 어머니를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렇지. 가족을 그냥 힘으로 끌고 오면 그만이다.”
그렇게 정리하려던 차, 아리가 대답했다.
“잠깐! 지금, 진철 오빠가 약 시작하자마자 먹을 생각?”
“혹시 다른 생각 있니?”
“네. 저는 빨간약은 가능하면 무조건 아껴두고, 가능하면 송이 팔찌로 해결하는 게 좋아 보여요. 송이가 오빠에게 정신 보호를 걸어주고, 그걸로는 안된다 싶을 때 빨간약을 먹는 게 어때요?”
아리가 송이 팔찌를 언급하며 송이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제가 직접 살덩이까지 보고 온 바에 따르면, 팔찌의 힘이라면 어렵지 않게 견딜 수 있어요.”
“소모품은 결국 필요할 때 쓰자고 있는 건데, 억지로 아낄 필요 있을까? 게다가, 지금은 다섯 번째 시도야. 뭘 아끼기엔 위험이 크지. 아끼고 순간이동으로 오려다가 ‘또’ 진철이가 어머님을 데려오는 사고가 나면 어쩌려고?”
“오빠도 똑같은 실수를 또 하진 않을 거예요. 그리고, 엘레나도 있잖아요? 단 1회밖에 쓸 수 없는 귀한 소모품인데, 무조건 시작하자마자 먹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요?”
정작 엘레나는 표정을 보면 자신이 없는 듯한데, 아리는 자연스럽게 엘레나를 ‘전투원’에 넣고 있었다.
송이도 호응했다.
“이번엔 제가 최대한 빨리 가볼게요. 그래도 ‘순간이동’만큼 빠를 수는 없으니까, 진철 오빠는 아예 10분쯤 늦게 출발하시는 게 어때요? 그러면 혹시 사고가 나도 제가 팔찌로 대처할 수 있으니까.”
송이가 진철 형보다 먼저 도착한다면, 설령 형이 실수해도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다. 환각을 통해 두 모자를 떨어트리면 되는 문제.
대화를 듣다가 느꼈는데, 아리는 물론이고 송이도 ‘빨간약’은 가능하면 아끼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둘 다 이해 가는 생각이다.
이제 위험한 상황이니 시작하자마자 바로 먹자는 의견도 일리 있고, 단 1회밖에 쓸 수 없는 귀한 소모품이니 꼭 필요한 순간까지 일단 아끼자는 말도 일리는 있다.
“어차피 먹을 놈이 멧돼지 놈이니 저놈이 판단하라고 해라.”
“일단은 아끼고, 송이 말대로 좀 늦게 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할 말 다 했다. 혹시 더 할 말 있는 사람?”
지치기도 했고, 계획도 명확해졌다. 다들 별말 없이 식사를 마치고 쉬었다.
내일, 우리는 두 번째 유산을 얻을 것이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4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다 같이 서로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계획을 정리했다.
1. 방송국에 다 같이 집합.
2. 직원을 제거하며 옥상으로 가서 병원에 진입.
3. 손님 행세하며 김상민 방에 도착.
4. 빨간약 또는 팔찌의 힘을 빌려서 살덩이 제거.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결국 진철 형이다.
살덩이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간호사’들이 접근한다는 걸 확인한 상황. 결국 간호사와의 싸움까지 생각하면, 총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모두의 시선이 진철 형에게 향하자, 형도 고개를 끄덕했다.
두 번 실수하진 않겠지.
“햐…. 들어갈 때 되니까 살 떨린다. 대체 어떤 식으로 바뀔까? 가인이 너는 뭐 떠오르는 것 없냐?”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긴 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들어가기가 싫어지네요.”
진입했다.
*
다섯 번째 시도
*
– ???
아프다. 아파.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모든 곳이 아프다.
팔이 아픈 걸까? 다리가 아픈 걸까?
…
왜 나한테 팔도 다리도 없는 걸까.
모르겠다. 온몸이 그저 고통만을 느끼는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원망스럽다.
누가?
…
모르겠다. 원래는, 너무 미운 사람들이 있던 것 같은데….
이젠 그 누구의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아.
세상이 밉다. 나 혼자 고통 속에 남겨지게 만든 세상이 미워.
비틀려라! 비틀려라!
내 비명을 세상 전체로 토해냈다. 온 세상이 나처럼 비틀어지고 또 비틀어질 때까지!
…
세상이 아무리 비틀어진다 해도, 내 고통이 끝나지는 않았다.
아아.
선생님. 원장 선생님. 어디 계세요?
내가 가장 큰 절망에 사로잡혔던 순간.
모두가 나를 몰아세워서 모든 희망을 잃었던 순간.
그때, 선생님은 날 찾아와서 ‘별’을 건네주셨지.
제발 돌아와 주세요.
제발 저를 버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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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의 다섯 번째 시도가 시작됩니다!]이해할 수 없는 문구.
‘눈’이라는 게 사라진 지 오래인데, 나는 대체 어떻게 이런 문구를 보고 있는 걸까.
…
이제는 어디 있는지도 모를 머릿속에 이해할 수 없는 정보가 쏟아졌다.
…
아아! 알았다.
또 나에게 고통을 주려는 놈들이 들어왔구나.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 하리라.
모두 죽여라. 별 전체가 시체로 가득 찰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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