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53)
괴담 호텔 탈출기 753화(752/794)
753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23)
– 미로
「… 네가 …」
“으응… 아리야, 방이 엄청 춥고 – 어?”
302호의 두 번째 시도 스타트!
각성 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나, 또 혼자야?
“… 뭐야?”
첫 시도 때와 똑같은 시작이야.
엄청나게 큰 단독주택이고, 나 혼자 산다.
부모님 등 법적인 가족은 설정상으로만 존재할 뿐, 연락해 보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
아침에 가인이는 승엽이가 혼자 진행하는 것만 신경 썼는데, 나도 계속 이런 식이야.
우선은 가인이부터 소환할래.
「… 원하는 …」
“조용히 좀 해.”
— 철컥!
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가인이가 나타났다.
“아직 별일 없지?”
“응.”
가인이는 나오자마자 상태창을 툭툭 건드리며 이것저것 확인하기 시작했다.
“흐음… 위치는 명확히 나오네.”
“…”
“김상현, 김묵성, 이은솔. 이 세 사람은 위치가 미국이야. 셋이 같이 진행하라는 뜻이겠지.”
“…”
“박승엽, 김아리, 유송이. 이 셋은 방배중학교로 잡혀. 송이도 멋진 신세계에서 시작하는 모양이네.”
“그럼, 이쪽은 나 혼자야?”
“그래. 나랑 진철 형, 엘레나는 종말 이후 세계니까. 이쪽은 너뿐이야.”
살짝 짜증 나서 테이블에 얼굴을 박았다.
“아~ 왜 나만 여기야?”
“…”
“미국에서 의사 쌤 돕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승엽이 혼내주는 것도 아니고!”
“아니, 승엽이를 왜 혼내…”
“나 혼자 여기서 뭐 해? 중학생은 아리나 송이보다 나 아니야?”
불평을 늘어놓으니, 가인이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중학생 역할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이곳의 일은 너만 할 수 있지. 그래서 호텔이 널 여기에 배치한 거야.”
툴툴거리는 날 달래기 위한 뻔한 말이지만, 그래도 뭔가 기분이 좋았다.
또, 내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내 역할이 뭔데?
그때, 가인이의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는 태도.
시작은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
“어젯밤, 올빼미에게 조언을 구했지. 논리적으로 과정을 추측하기 어렵다면, 역으로 결과를 보고 과정을 떠올려 보라고 했어.”
“어…”
“처음에는 승엽이에 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302호 전반에 관한 이야기 같았어. 3개짜리 조언이기도 했고.”
“…”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이런 내 기색을 읽었는지, 가인이가 웃으면서 쉽게 설명해 주었다.
“간단해. 302호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지? 고민하다 보니 중간에 의문이 여럿 생겼어. 왜? 멋진 신세계와 관련한 정보가 부족했거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거꾸로 생각해 보자. 해피엔딩의 조건은 뭘까? 결말을 먼저 떠올리고 거기서부터 역으로 계획을 짜자.”
“으음…”
“첫째는 당연히 여명의 아들이 강림할 수 없게 하는 거야.”
“그건 나도 알아.”
“둘째는 여명의 아들이 세상에 끼친 악영향을 걷어내는 거지.”
“음, 그것도 이해했어.”
여명의 아들이 강림하는 걸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죄수는 온 세상에 ‘네가 원하는 바를 행하라’는 영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 영향력까지 없애지 못하면, 세상은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셋째. 솔직히 여기까진 생각 안 했는데, 어제 은솔 누나의 말을 듣고 깨달았지. 멋진 신세계를 없애야 해.”
“멋진 신세계는 끔찍한 장소니까?”
“그래. 조금 심하게 말하면, 인류의 보존을 위해 다수의 무고한 사람을 거짓 세계에 가둔 것이나 다름없지.”
해피엔딩의 3대 조건은 이 정도인가?
1. 여명의 아들 강림 저지.
2. 여명의 아들 영향력 걷어내기.
3. 멋진 신세계 없애기.
“여기서 3번이 너와 관련한 일이야.”
“응?”
“멋진 신세계를 없앤다는 게 무슨 말이겠어? 결말쯤엔 승엽이를 비롯한 거짓 세계의 주민들이 다들 밖으로 나와야 해.”
“그렇네.”
“그 사람들이 자력으로 나올 수 있을까? 관리국에서 통제 중인데?”
슬슬 가인이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결말이 다가오면, 승엽이, 아리, 송이를 포함한 멋진 신세계 주민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런데, 거짓 세계의 주민들은 자력으로 탈출이 어렵다.
왜냐고?
승엽이가 죽기 전, 보이지 않는 지우개 같은 힘이 단박에 오염된 시민들을 지웠다고 해.
승엽이는 그 힘에 대항할 방법이 아예 없다고 느꼈어.
아마도, 송이와 아리도 대응할 수 없겠지.
내부에선 관리국의 통제에 맞설 수 없다.
따라서, 밖에 있는 다른 동료가 도와야 한다.
누군가 방배중학교에 쳐들어가서 내부 직원들을 다 때려죽이든지 해야 한다!
“그게 내 역할이구나.”
“곧, 때가 올 거야. 그 시기까진 일단 쉬고 있어. 그리고…”
그리고?
갑자기 가인이가 살짝 눈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시나리오 이해에 희한한 말이 적혀있네.”
“응?”
“미로.”
“응!”
“…”
“가, 가인아?”
마지막 질문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 진정한 사랑이 대체 뭐지? 고민해 보라는데.”
진정한 사랑?
*
– 김아리
아침 일찍 교실에 도착해 멍하니 생각했다.
중학교에서 승엽이 괴롭히면서 최초의 ‘가슴 아픈 삶’ 재현해 주기.
이게 진짜 내 역할이야?
“…”
나, 이래 봬도 침묵하는 자 출신인데.
호텔이 보기엔 침묵하는 자라는 게 어디 구멍가게 사장님 정도로 보이나 봐.
뭐, 힘내자.
돌이켜보면, 104호 첫 시도 때 했던 일도 큰 차이는 없으니까.
우선은 –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눈앞에 흐릿한 환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
이런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지.
— 드르륵!
곧, 교실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너도 여기서 시작이네.”
“응.”
송이는 살짝 웃고 있었는데, 두 번째 시도에서 본인이 맡게 된 역할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풋! 에헷! 아~ 학교 오면서 아이디어 엄청 떠올렸어!”
너무 장난스러운데?
몸이 몇 살 어려졌다고 지능까지 어려진 거 아니지?
중학생 송이는 제법 귀엽게 생기긴 했는데, 생각까지 귀여우면 곤란해.
“뭐해? 너도 표정 풀어.”
“…”
“딱딱하게 생각할 필요 없잖아? 애초에 맡은 역할부터가 코미디 같은데.”
“들어보니 그 말은 또 맞네.”
큰 그림은 죄수를 몰아내고 세상을 구하는 거창한 일이지만, 나와 송이가 담당한 작은 그림은 말마따나 코미디나 다름없지.
역할이 어이없고 우습다면, 마음가짐도 가볍고 경쾌하게 가는 게 맞을지도 몰라.
중요하고 위험한 일을 할 때일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워야 하는 법이니까.
“후후… 승엽이에게 누나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려줘야겠어.”
아니, 그래도 너무 가벼운데?
“일단은 책상! 승엽이 책상 어디야?”
“… 저기,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물함은 확인했어?”
“… 왼쪽 위에서 세 번째.”
문득, 송이가 어제 승엽이랑 은근히 말다툼을 벌였음을 깨달았다.
설마 이거, 은근히 뒤끝 부리는 거야?
“…”
여러모로 상황이 우습구나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도 잠시, 송이가 갑자기 살짝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근데 아리야, 살짝 걱정되지 않아?”
“걱정이야 많지. 너무 많아서 문제지.”
“… 내 말은, 본래 승엽이의 삶에는 우리가 없었잖아.”
“그것도 큰 걱정이지.”
승엽이가 자력으로 호텔에 오기 전 상황을 만들어 내기 어려워했기에 우리가 도우러 왔다.
하지만, 관점 바꿔보면 승엽이의 본래 삶 속에는 우리도 없었어.
“우리가 도와주면서 바로잡히는 부분도 있겠지만…”
“뒤틀리는 면도 있겠지. 어쩔 수 없어. 상황을 보면서 맞춰봐야지.”
“…”
“일종의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해. 실제 시나리오가 뭐였을지 고민하고, 그 시나리오를 다시 재현하는 느낌으로.”
“시나리오 재현… 네 지금 말을 들으니 더 불안해졌어.”
“뭐?”
순간, 송이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리야.”
“응?”
“… 연애해 본 적 있어? 요원으로서 연기한 거 말고, 진짜 연애.”
— 쿨럭!
갑자기 뭔 질문이래!
“이, 이게 무슨 질문이야?”
“제대로는 없구나. 없을 것 같긴 했는데.”
“야, 그게 지금 진행과 무슨 상관이야?”
“오면서 한 생각인데…”
송이의 살짝 복잡미묘한 표정.
뭔가 애매함을 느꼈는데,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
“무슨 생각?”
“사랑…”
“뭐라는 거야?
“… 아니야.”
정말 너무나 ‘가인이 같은’ 화법이네
그래서, 즉각 전신을 날려 양발 차기로 송이 상체를 걷어찼다.
“꺄아악! 얘 진짜 미쳤냐고!”
“너, 지금 위험한 병에 걸렸어. 증세가 악화하기 전에 고쳐줄게.”
“으악! 제대로 말해줄게, 근데 너, 제대로 말하면 더 화낼걸?”
“대체 뭔데?”
“… 우리 중 가장 연애 많이 해본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
“그거야 -”
결혼하고 가정까지 꾸린 몇몇 동료를 떠올리던 중, 송이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송이가 말하는 ‘연애’란 보다 어리고 순수한 사랑의 형태를 말하리라.
그러니까…
“… 승엽이네.”
“승엽이지.”
“…”
“지금, 연애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여자애 둘이 금사빠 소년의 씁쓸 달콤 학교생활을 구현하려고 하고 있네.”
“…”
불안한데?
“뭐, 서로 잘하는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네.”
“잘하는 일?”
“누구 괴롭히는 건 잘하잖아.”
“…”
“열심히 해보자. 난 일단 승엽이 교과서에 색칠부터 할게.”
“… 난 승엽이 등교하는 타이밍에 넘어트려서 지각하게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