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56)
괴담 호텔 탈출기 756화(755/794)
756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26)
– 관측소, 엘레나
망원경 너머의 세상, 저주의 방 302호를 관측하는 일.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조금 답답한 일이기도 했다.
관측 대상이 의사 선생님뿐이기 때문이다.
승엽이 쪽은 관측할 수 없으니, 그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이러다가 갑자기 관측 픽하고 끝나는 거 아니야?
의사 선생님은 열심히 뭐 하고 있는데, 승엽이 쪽에서 대실패! 뜨면 그냥 바로 끝이잖아.
— 툭!
누군가 어깨를 건드리는 느낌과 함께 망원경에서 벗어났다.
벗어나자마자 관측의 고통이 몸과 마음, 영혼 모두를 덮치며 전신이 휘청였다.
“으으…!”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교대하죠. 다음은 진철 형이고.”
“으음, 제가 적은 메모 보셨나요?”
“다 읽었습니다. 황혼의 깃털이라… 신경 써야겠네요. 그 뒤는 어떻죠?”
“상현 씨, 묵성 할아버님, 은솔 언니 셋이 함께 텍사스 외곽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
“참, 관리국이 2시간쯤 전부터 추격하기 시작했어요. 아직은 할아버님이 요리조리 잘 피하고 있긴 한데, 조만간 한판 붙을 것 같 -”
말하던 중, 가인 씨가 내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대답이 멈췄고, 시선은 허공에 고정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피차 하루 이틀 함께한 사이가 아니다 보니 저 행동의 의미는 잘 알지.
상태창을 보고 있는 거야.
그런데, 지금 상태창에서 정보가 나올 수 있어?
여기는 저주의 방이 아니라 관측소인걸.
조언을 썼다? 그럴 리 없어.
분명 조언은 새벽에 다 썼다고 했는걸.
“…”
이제는 숫제 눈앞에 내가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듯한 모습.
홀린 듯 허공만 보는 모습을 보아하니, 살짝 장난치고 싶어졌다.
위치가 관측소인 이상, 어차피 위기 상황은 아니지 않아?
훗! 비록 내게 상태창이 보이진 않지만, 위치 정도는 이미 알고 있지.
— 쓱!
“얍! 상태창 가리기!”
“으앗!”
손을 뻗어 상태창이 있음직한 장소를 막자, 가인 씨가 놀라서 연거푸 뒤로 물러섰다.
“아니… 엘레나, 놀랐잖아요.”
의외로 귀여운 반응에 나도 살짝 당황했다.
겨우 이 정도에 이렇게 놀랄 줄은 몰랐어.
이 정도는 뻔하다는 듯 가볍게 피하거나, 장난스럽게 웃는 반응을 예상했는데.
가인 씨,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집중하고 있던 거죠?
“쿡! 미안해요. 뭐 때문에 이렇게 정신이 팔린 상태였어요? 조언? 아직 0개 아닌가요?”
“… 미로가 불러낸 소환체 쪽이 상태창에 메모를 적었습니다.”
소환체 가인 씨가 관측소의 가인 씨 보라고 상태창에 메모를 남기는 일.
첫 번째 시도 극후반에 있었던 일인데, 이번에도 벌어졌네.
희한한 방식이긴 한데, 상태창 메모를 통한 정보 전달은 굉장히 유용한 것 같아.
저게 현재까지 우리가 알아낸 유일한 저주의 방 – 관측소 사이의 정보 교환 방법이니까.
‘이게 대체 뭔 소리지?’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가인 씨.
호텔에서 기괴하고 두려운 일은 마치 일상처럼 벌어진다.
눈앞의 남자는 그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다른 시간대의 자신이 던진 의문은 황당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뭐라고 적혀 있어요?”
“…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예?”
“아까 적힌 질문인데, 아직도 답을 못 얻었습니다.”
“그, 그래요?”
“조금 전에 또 하나의 질문이 나타났습니다. 미로가 날 또 소환한 모양이죠. 다른 시간대의 나는 뭔가를 또 적은 거고.”
“이번엔 뭐죠?”
다음 내용 역시 당혹스러웠다.
“지혜로운 이는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판을 짠다.”
“아, 이건 기억해요. 예전에 가인 씨 후원자가 말한 -”
“…어리석은 자는 테이블에 앉은 모두가 패배하는 판을 짠다.”
*
– 김아리
교실 밖으로 나간 승엽이와 송이를 몰래 따라간 지 약 20분.
그 사이, 승엽이는 예전에 말했던 전개를 그대로 다시 밟고 있었다.
“우리, 도망치지 않을래?”
“뭐, 뭐라고?”
“남은 수업 때려치우자. 할 말 있어.”
갑자기 학교 때려치우고 땡땡이치자는 제안을 던지는 소녀.
소년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좋, 좋아!”
자연스럽네.
반나절 동안 승엽이 보면서 느낀 건데, 원래의 승엽이가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을 성격은 전혀 아니야.
예쁜 여자애가 땡땡이치자고 하면 냉큼 ‘그래!’하는 게 맞아.
다음 전개 역시 승엽이가 말한 것과 거의 똑같았다.
“재밌는 것 보여줄게.”
“응?”
“본래 저기, 후문에는 체육 선생님이 순찰하시잖아?”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영화.
“체육 선생님이 안 계시네?”
“지금은 교무실에 있어. 어제 비품 하나가 망가져서 신청하러 갔을 거야.”
“…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더 봐봐. 여기서 음, 26초만 더 기다리면…”
이 사실을 인지했기에 다른 ‘배우’ 대부분을 NPC나 다름없이 꿰뚫고 있는 소연.
소녀는 어렵지 않게 학교를 빠져나갔다.
물론, 나와 송이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어.
우리는 저 여자애처럼 영화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 중인 건 아니지만, 전직 요원이자 참가자니까.
이후 내용도 유사했다.
소연이는 승엽이에게 ‘세상의 진실’에 대해 알렸고, 승엽이는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과거의 기억을 조금씩 회복했기 때문이다.
“예전 기억이 생각났으면, 너도 알았을 거야.”
“무슨 말이야? 아, 다른 사람들도 꿈에서 깨우게?”
“나는, 아주 강한 감정을 만들면 깨어나는 것 같다고 생각해.”
소년·소녀의 달콤씁쓸한 연애인지, 탈출극인지, 기행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멀리서 관측하는 시점.
뜬금없이 분노한 사람이 있었다.
“어머, 어머! 뭐야? 쟤 뭐냐고!”
“…”
“방금 봤어? 소연이인지 뭔지 하는 애가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얼굴 새빨갛게 붉힌 꼬라지 하고는!”
“조용히 좀 해. 들키겠어.”
“승엽이 쟤, 벌써 반했어. 벌써 반했다고!”
“어차피 진짜 승엽이도 아니잖아.”
“유미는 대체 뭘 위해 저런 애를 기다린 거야?”
딱히 유미랑 친하지도 않았으면서 분개하는 송이.
뭔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발견한 것처럼 느끼는 모양이네.
“쟤는 쟤고, 유미는 유미대로 부활할 수도 있지.”
“으악! 너는 그런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니?”
어처구니없어하던 송이는 곧, 다시 진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지금까진 승엽이에게 들은 전개랑 99% 똑같네.”
“그렇지.”
“이대로 가면 또 똑같이 실패 아니야? 진행이 달라져야 태초의 인간을 쓴 의미가 있 -”
바로 그 순간.
“잠깐.”
전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민 중이야. 어떻게 할까? 일단, 내 계획이 하나 있긴 해.”
“어, 어떤 계획인데?”
“후후… 이리 와봐.”
첫 번째 시도 때는 저 대화가 어떤 식으로 갔다고 했었지?
승엽이는 가인이처럼 기억력이 비상하지 못해서 소연이가 한 말을 문자 그대로 전해주진 못했어.
하지만, 본인이 겪은 일이니만큼 대략적인 흐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이쯤에서 소연이는 승엽이의 의견을 물어야 해.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을 깨울 수 있냐고, 승엽이 네 생각은 뭐냐고 물어야 해.
이번 회차에선 달라졌다.
“달라졌어.”
“뭐가 바뀐 거야?”
“여자애 쪽에서 승엽이 의견을 묻지 않아. 그냥 본인 계획대로 하려고 하네.”
“… 지금 전개가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을 거야.”
“…”
“본래의 승엽이는 누군가에게 믿음 줄 모습은 아니었어. 실제 역사의 소연이는 승엽이를 딱히 믿지 않았을 테고, 의견을 묻기보단 자기 뜻대로 했겠지.”
“…”
“하지만, 첫 번째 시도 때는 승엽이가 너무 똑똑하고 비범한 모습을 보인 거야. 그래서 소연이는 자기 의견은 숨기고, 승엽이 뜻을 따랐지.”
“여자애 쪽 계획이 뭔지 봐야겠네.”
시간이 흐른 후, 승엽이와 소연이는 커피숍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지간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보면 볼수록 헛웃음 나오는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네.
아니, 얘들아.
무슨 놈의 비밀회의를 커피숍에서 하니?
심지어 다른 사람들을 쫓아내지도 않았잖아!
너네 바로 옆 테이블에 사람 있어요.
뒤쪽 세 번째 테이블엔 나랑 송이도 있는데, 안보이니?
… 그러려니 하자.
소연이와 승엽이는 숙련된 요원이 아니라 그냥 중학생이니까.
“격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면 깨울 수 있다고 했지?”
“응. 그러면, 어, 막 때리기라도 하려고?”
“그건 안돼. 경찰에 잡혀가.”
“… 잡혀가 봤구나.”
“으흠! 어쨌든, 안 들키게 큰일을 벌여야 해.”
경찰에 잡혀갈 위험 없이 많은 사람을 극도로 분노하게 만드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을 떠올리던 중, 승엽이가 했다는 방식이 떠올라서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송이도 비슷한 생각 중이었는지, 테이블 위에 흐릿한 환영이 나타났다.
승엽이 진짜 대단하지 않아?
악질적인 채팅과 트롤링으로 사람들 멘탈을 부순다는 방법을 떠올리다니!
게임에 미쳐있는 승엽이나 떠올릴 법한 계획이다.
다시 말해, 소연이는 떠올릴 수 없었다.
“처음에는 육교에서 돌을 떨어트리거나, 아파트 옥상에서 물풍선 떨어트리는 거 생각했어.”
뭘 한다고?
와, 여자애 쪽도 어지간하네.
“그, 그랬다간 사람들 막 죽을 것 같은데.”
“… 그래서 조금 전에 말한 방법은 폐기.”
“설마 실제로 해봤어? 사람들 죽었 -”
“조, 조용히 해! 다른 사람이 듣잖아!”
얘들아, 다른 사람이 듣는 게 무서우면 애초에 커피숍에서 회의하지 말아줘.
어차피 너희 하는 말 너무 황당해서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 안 할 거야.
“결론은 간단해. 사람이 없을 때 일을 벌여야 해.”
“사람이 없을 때?”
“밤에 학교에 몰래 들어갈 거야. 들어가서, 막 다 부수고 태우는 거야. 이러면, 다음날 선생님하고 애들이 놀라서 기절하지 않을까? 어때? 괜찮지?”
“괘, 괜찮은 것 같아!”
괜찮아? 저게?
말문이 막힌 것도 잠시, 송이가 조심스레 귀에 속삭였다.
“아리야, 저 계획 좀 이상하지 않아?”
“… 좀 이상한 게 아니지. 애초에, 학교에는 야간에도 사람이 있어.”
사람을 죽이기 싫다면서, 정작 사람이 있는 학교에 불을 지르겠다는 계획.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획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쟤네, 밤에도 학교 내부에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는 거야. 내부는 비어있고, 바깥 경비실에만 사람이 있는 줄 알아.”
“생각해 보니, 나도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나 경비원이 숙직하시는 거 몰랐어.”
“휴… 그럴 수 있지.”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해. 그냥 둬야지.”
*
늦은 밤.
창의적인 사고력을 자랑하는 두 테러리스트가 정말로 작은 통에 기름과 라이터, 망치 등을 준비해 나타났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유치하고 허점 많은 계획이 성공하는 게 말이 안 돼.
물론, 멋진 신세계에서 상식을 따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여자애 쪽이 학교에 잠입하는 루트나 경비원의 순찰 시간 등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지.
평범한 중학생이 아닌, 수십 번의 루프를 거듭한 중학생에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송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까부터 드는 생각인데.”
“뭔데?”
“지금, 이 세상은 영화잖아? 저 둘이 어쩌면 주인공일지도 몰라.”
“그럴 수 있지.”
“로맨스 학원물이라고 하지 않았어? 서로 연애할 때 막 시간이 느려졌잖아.”
“승엽이 말로는 그래.”
“진짜 이상해…”
“뭐가?”
“나, 진짜 만화, 웹툰, 소설 많이 봤거든? 로맨스 학원물 좋아해서.”
“그래서?”
“여주인공이 학교에 불 지르는 로맨스 학원물 같은 건 살면서 본 적이 없어…”
“…”
“이렇게 황당한 전개는 처음 봐.”
송이의 말은 간단하다.
무슨 로맨스 학원물에서 여주인공이 학교에 불을 지르냐는 것.
영화 속 세상인데, NPC가 세상이 영화임을 인지하며 벌어지는 황당한 전개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운동장 한편에서 뜬금없이 말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뭐라는 거야? 갑자기 집에 가자고?”
“소연아… 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왜? 갑자기 겁먹었어?”
“학교에 불을 지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안될 건 뭐야? 어차피 지금 사람도 없잖아. 경비실은 학교랑 거리 멀어서 괜찮아.”
“조,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시간 더 있다며? 내일이나 모래 -”
“에잇! 너한테 기대한 내가 바보다. 여기 있어.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처음엔 여자애가 하자는 대로 다 따랐지만, 막상 학교에 불 지르는 순간이 되자 생각이 바뀐 소년.
며칠 더 생각하자고 여자애를 극구 말렸지만, 통하지 않았다.
소연이는 여기서 내 편을 안 들 줄은 몰랐다는 듯, 살짝 삐진 표정을 지으며 학교로 향하기 시작했다.
“참 순수한 모습이네. 귀여운 애들이야.”
“… 쟤네 지금 학교에 불 지르려고 온 거 알고 하는 소리지?”
“불 정도야 지를 수도 있지. 그게 뭐 대수라고.”
“무슨 미친 소리를 – 아, 104호에서 너도 학교 태워 먹은 거 까먹었네.”
“어릴 때 학교 태워버리고 싶다 생각 다들 한 번씩 하잖아. 자, 여자애 쪽이 어떻게 진행하는지 살펴볼게.”
소연이를 따라 학교로 들어가려는 시점.
— 툭!
갑자기 송이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왜?”
“…”
말할 듯 말듯 고민하는 표정.
뭔가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데, 본인이 느끼기에도 어딘가 이상한 모양이다.
“그냥 말해봐.”
아까부터 내심 송이의 감을 신뢰하고 있어.
승엽이 멘탈이 생각보다 튼튼하다 싶으니 즉각 게임 훈수로 방향을 트는 걸 보면서 느꼈거든.
중학교, 고등학교 애들 가지고 노는 이런 영역에선 나보다 얘가 낫구나.
물론, 이런 말을 내 입으로 꺼낼 일은 없다.
“… 아리야. 방금 왜 소연이 따라가려고 했어?”
“왜냐니? 쟤가 학교에 불 지르려고 하니까 -”
“승엽이는 저 뒤에 있잖아.”
“어?”
“승엽이랑 소연이가 나뉘니까, 넌자연스럽게 소연이 쪽을 따라가네.”
“…”
지적받고 나서야 깨달았다.
송이 말대로, 승엽이와 소연이가 나뉘자 자연스럽게 소연이를 따라가려 했기 때문이다.
“즉, 너는 지금 소연이가 주인공이라고 느끼는 거야.”
“…”
“내가 보기에도 그래. 소연이가 주인공이고, 승엽이는 그냥 멍청한 금사빠 남자애 같아.”
“… 하지만, 참가자로 선택받은 사람은 승엽이지. 소연이가 아니라.”
처음으로 송이가 엄청 머리가 좋은 것 같다고 느꼈다.
중학교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학원물.
이런 분야에선 송이가 전문가인 거야?
이야~ 되게 하찮은 전문성이네.
이 생각 말해주면 화내겠지?
“창작물에서 제일 중요한 파트가 어딘지 알아?”
“…”
“시작과 끝이야. 도입부 임팩트가 있어야 대중을 끌어모을 수 있고, 결말이 작품 평가의 반은 차지해.”
당장이라도 학교에 불 지를 기세로 뛰어가는 소녀.
운동장에 남은 채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년.
소년의 태도는 상황에 끌려다니는 나약한 모습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는 소년에게 주인공 같은 면모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뜻.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을 알지.
누가 호텔에 선택받았는지도 알아.
그러니까, 지금부터다.
야구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볼까?
결승전에서 마지막 경기 8회 전까지 못 해도 괜찮아.
마지막 경기, 9회 말 투아웃의 치열한 동점 승부.
여기서 딱 한 번 홈런 치면 바로 MVP.
“… 호텔, 생각보다 마지막 한 방만 보는구나.”
“그게 이상해? 가장 위에 앉은 분부터가 딱 그런 성향인데!”
이전에 여러 차례 실패해도 마지막에 딱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
돌이켜보면,이것이야말로 호텔의 이치 그 자체였다.
누군가에게 인생은 한방이다.
어떤 분에겐 우주의 운명조차 한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