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6)
75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9)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4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현자의 조언 : 3]
*
다섯 번째 시도
*
– 한가인
방에 진입함과 동시에, ‘알림’이 떴다.
[대적자들이 참가자의 침입을 인지합니다.] [저주의 힘이 강해집니다.] [탈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다섯 번째 시도’부터 시작되는 페널티구나.
말도 안 되게 심하네.
—쿵! 쿵! 쿵!
“나와! 아하하하! 오빠? 안 나와?”
—푹!
…
시작과 동시에 집의 가족들이 죄다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바로 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에 틀어박혔다.
이거, 나갈 수 있나?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총이 있는 할아버지야 그냥 쏴 죽이면 그만이다.
팔찌가 있는 송이나 힘이 강한 진철 형이야 어떻게든 해결하겠지.
엘레나가 좀 염려되긴 한다. 시각과 청각을 차단한 채로, 시작하자마자 가족과 같이 있는 상황. 어떻게든 극 초반을 버티고 축복을 발동시킬 수 있냐에 달렸다.
… 사실, 남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 제일 큰 문제는 나, 승엽, 은솔 3명이 아닌가.
은솔 누나는 절대 무리겠지. 경호원이 달려들 텐데, 답이 있을까. 이미 죽었을 것 같다.
승엽이도 쉽지 않아 보인다.
—쿵! 쾅!
이거 진짜 어떡하지. 아예 작정하고 문을 쪼개고 들어올 기세.
…
방 안의 옷장을 열어서 겨울옷을 최대한 껴입었다. 청바지는 세 겹을 겹쳐 입고, 스웨터 두 벌에 패딩 두 벌. 이 정도면 남극에 떨어져도 버틸 만할 것 같다.
이 정도면 식칼 정도로 뚫기는 어렵지 않을까? 부모님과 동생은 소드마스터가 아니다.
—벌컥!
문을 열어젖힘과 동시에 단검으로 동생의 목을 찔렀다. 그 잠깐 사이에 식칼이 내 상체를 스쳤지만 역시나! 엄청나게 두꺼운 옷들을 뚫지 못했다.
정신없이 연거푸 찌르던 중,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급히 피했지만, 등에 둔중한 충격이 가해졌다.
뒤로 돌아서자, 아버지가 방에 있던 골프채를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견딜 만 하다!
거의 천 갑옷을 입은 느낌으로 옷을 잔뜩 입은 나와 달리, 가족들은 그냥 평상복이다. 지나치게 강한 저주로 인해 지성 자체도 내려간 느낌.
전부 쓰러뜨리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
예상했지만, 가족을 전부 쓰러트렸는데도 ‘탈출’이 뜨지 않았다.
…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저주가 강해졌다’라고 했지?
집 밖으로 나오자, 지옥이 된 세상이 보였다. 모든 인간이 모든 인간을 향해 달려드는 대참상.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명백히 ‘나’만 노린 ‘가족들’과 달리, 집 밖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섬세한 통제는 어려웠는지 그냥 미쳐 날뛰면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택시고 뭐고 최소한의 시스템이 전부 붕괴한 상황.
대체 방송국을 어떻게 가지? 이 지옥을 뚫고 걸어가?
자동차를 운전해 보기로 했다. 설마 세상이 이 지경인데 무면허 운전이라고 잡아가진 않겠지?
방송국까지의 길은 대충 알고 있다.
출발하기 직전, 상태창을 확인했다.
[동료 위치정보(*)박승엽 : 사망
이은솔 : 사망]
역시나 두 사람은 버티지 못했구나.
여차하면 ‘강림’을 쓰자. 유산을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겠지.
… 배가 아프다.
*
처음 해보는 운전은 생각보다 쉬웠다. 범퍼카 때 경험으로 최소한의 조작법은 익혔으니까.
다들 싸우느라 바빠서 도로엔 차도 별로 없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그냥 치고 갔다.
차도 별로 없다. 신호니, 속도제한이니 하는 건 싹 무시하고, 사람은 그냥 치고 가고, 여기저기 박아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움직였다.
운전 쉬운데?
… 밖에 나가서 운전은 제대로 배우자.
어찌어찌 험난하게 방송국에 도착해보니, 정말 이 잠깐 사이에 너무나 보고 싶던 동료들의 얼굴이 보였다.
걸어서 10여 분 거리라는 송이, 알아서 차 타고 왔을 묵성 할아버지가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요?”
“기다리고 있다. 네 상태창으로 확인해봐라. 죽으면 ‘사망’이라고 뜬다며? 나머지는 올 것 같냐?”
“아까부터 주기적으로 봤는데, 엘레나랑 진철 형은 살아있어요. 어떻게든 오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너는 무슨 펭귄 흉내 내냐? 그 옷은 대체? 아하! 이거 머리 좀 썼구먼? 하기야 너는 총이 없으니. 역시 내 후배야!”
“…”
“근데 이제 벗는 게 어떻냐? 너무 더워 보인다.”
후배가 될 생각은 없지만 더운 건 사실이라 옷을 적당히 벗었다.
“방송국 직원들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다들 ‘준비 중’인 것 같다.”
“준비 중?”
“아예 위에서 안 내려온다. 아마도, ‘우리’가 오는 걸 눈치챘으니 자기들 나름대로 대비 중이겠지.”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요?”
“내가 제일 걱정하는 건 총이다. 방송국 정도면 청원 경찰이 있겠지. 최대한 총을 챙겨올 듯하다. 그래서 나랑 송이도 그냥 기다리고 있는 게다. 멧돼지 놈이 와서 어디 방패 비슷한 거라도 들어야 우리가 진행할 수 있을 듯하다.”
쿨럭!
…
목이 간지럽다 싶어서 거칠게 기침을 토해냈다.
피는 물론이고, 이빨처럼 보이는 것들이 튀어나왔다.
…
“…”
“괜찮냐?”
살짝 상의를 걷어서 배 상태를 확인했다.
…배에 입 하나가 새로 생기고 있었다.
“어르신이나 송이는 괜찮은 겁니까.”
어르신은 말없이 상의를 살짝 걷어 보였다.
… 웬 눈알과 혓바닥이 뒤섞인 살덩이들이 꿈틀거렸다.
“시작할 때, ‘저주의 힘이 강해진다’라고 하더군요.”
“아마, 이젠 우리의 몸 자체도 뒤트는 모양이지. 송이는 오른팔에 문제가 생겼다.”
“오래 버티긴 어렵겠네요.”
“편히 생각해라. 어차피, 이런 장소에서 오래 있을 생각이었냐? 두 명 오는 대로 병원으로 가자.”
“여차하면, 제가 강림을 쓰겠습니다.”
“그래. 사실 나도 그걸 믿고 101호 한 번 더 들어온 거다.”
“혹시 어제 투표에서?”
“난 다른 방으로 가는 게 맞았다고 본다. 그런데, 뭐 네 강림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진철 형이 나타났다.
“왔구나! 이 새끼야! 설마 또 어머니를 데려온 건 아니겠지?”
“설마 또 그런 실수를 하겠습니까?”
“약 먹었냐?”
“그냥 왔습니다.”
다 같이 엘레나가 오기만 기다렸다.
15분 정도 흘렀을까?
…
하늘에서 천사가 날아왔다.
*
금을 녹여낸 듯한 머리칼이 물결처럼 파도쳤다.
황금색의 광휘를 뿜어내는 저울이 그녀의 주변을 나선으로 회전했다.
그 상태로 엘레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 자리에 있던 동료 전원이 넋이 나가서 입만 벌리고 있을 때,
엘레나는 우리를 무시하듯이 지나쳐서 방송국 위층으로 바로 달려갔다.
…어라?
“어! 어! 엘레나 씨!”
“앗!”
“다 뛰어라! 이미 정의를 발동한 상태라 멈출 수 없는 모양이다!”
엘레나는, 이미 ‘정의’를 발동한 상태로 도착했다.
정신없이 달려가며 엘레나의 상황을 살폈다.
여기저기 찢어진 블라우스 원피스는 아름다우면서도 엘레나의 몸을 드러내서 –
찢어져?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옷이 여기저기 찢어진데다 사방에 상처가 가득했다.
뒤늦게 동료들도 이 사실을 알아챘다.
“언니? 다쳤어요?”
예전처럼, 엘레나의 ‘행동’이 강제되는 것과 별개로 대화 자체는 가능한 상황.
엘레나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시작하자마자 언니가 달려들어서요. 뒤늦게 축복을 썼지만, 이미 생긴 상처가 치료되거나 하진 않네요.”
…
방송국을 올라가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저항이 시작됐다.
—탕! —탕!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은 총을 쏘기 시작했고,
방송국 직원들은 사무실 내벽이나 책상 등을 바리케이드처럼 쌓기 시작했다.
우직하게 뚫는다 생각하면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
엘레나는 매우 손쉽게 해결했다.
보이지 않는 거력이 직원들을 내던지며 전부 기절시키기 시작했다.
애초에 보이지 않는 손이 사람들을 제압하는 상황이니 바리케이드 따위는 의미가 없다.
기절? 가만 보니, 직원 중 죽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다.
… 정말 어제 아리의 말을 듣고 저주의 피해자라 해도 ‘제압’은 할 수 있게 된 것인가?
엘레나의 축복에 대해 알 것 같았다.
피. 앞으로 걸어가는 엘레나에게 끝없이 피가 흘러내린다.
날아오는 총탄도 막아내고, 직원들이 세운 바리케이드를 무시하며 제압하는 압도적인 ‘정의’의 힘조차도, 엘레나가 이미 입은 상처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바닥을 피로 물들이며 걸어가는 상황이니, 결국 우리끼리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
“할아버지! 어떡하죠? 엘레나 언니가 저 상태로 끝까지 싸울 수 있을까요?”
“나도 돌겠다! 차라리 멈출 수라도 있다면 내가 출혈이라도 막겠는데, 숫제 멈추지도 않고 다 쓸어버리고 있으니.”
“그냥 옥상까지 최대한 빨리 갑시다. 이미 6층입니다.”
“내가 가서 엘레나를 들겠습니다.”
“형이 집행을 방해한다고 공격받는 것 아닙니까?”
“방해할 생각 없다. 내가 들고 위층으로 뛰면 되는 것 아니냐? ‘축복’ 자체가 무슨 인공지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방해하진 않겠다.”
진철 형이 뛰어가서 엘레나를 양팔로 들고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 엘레나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 상태로 끝까지 갈 수 있을까.
*
결국,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엘레나가 혼절했다. 집행을 강제하는 ‘정의’의 힘도 엘레나 본인의 몸이 버티지 못해 기절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어차피, 이 밑의 직원들은 다 무력화된 상태다. 여기 두고 우리끼리 올라가자.”
“여기다 두고 가면 안전할까요? 직원들은 죽은 게 아니라 기절했을 뿐입니다. 엘레나가 ‘우리를’ 공격할까 봐 확인 사살도 못했고요. 직원들이 깨어나면 엘레나를 죽일 겁니다.”
“그러면 데려간다는 말이냐? 괴물들이 넘실거리는 병원으로?”
“이걸 보세요. 데려가야 해요.”
송이가 가리키는 방향.
저울이 엘레나의 주변을 공전하고 있었다.
“축복이 사라지지 않았어?”
“정의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어요. 그냥, 엘레나 본인의 몸이 기절했을 뿐. 어떻게든 깨어나면 다시 싸울 수 있을 거예요.”
“출혈이 심해서 기절했는데 대체 무슨 수로 깨어난다는 말이냐! 이제 곧 죽겠지.”
“기절한 상태로도 축복이 작동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깨어날지도 모르고.”
“그냥 데려갑시다! 내가 들고 갈 테니까! 어차피 무겁지도 않습니다.”
“아니, 제가 업겠습니다. 형이 더 자유로워야 올라가기 편하죠.”
‘엘레나를 곧 깨어날 직원들 사이에 두고 떠난다’라는 선택지를 차단하듯이, 진철 형이 바로 엘레나를 들고 움직일 기세였다.
그렇지만, 진짜 형이 업으면 전투력 손실이 너무 크다. 내가 업었다.
… 피 냄새가 훅 올라온다. 정말 괜찮을까?
묵성 할아버지도 더 따지지 않았다.
방송국 옥상. 병원 입구와 연결된 장소.
모두가 잠시 멈추어 섰다.
…
시간 끌 필요 없겠지. 서로 한 번씩 바라본 후, 결의를 다지며 병원으로 진입했다.
길었던 101호의 끝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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