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7)
76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 최종시련 (10) FIN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4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현자의 조언 : 3]
*
다섯 번째 시도
*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병원으로 들어섰다.
예상과 달리 비틀린 간호사들이 바로 덮치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어제 처음 들어섰을 때처럼 인사라도 하는 분위기.
그러나 형과 할아버지가 험악한 기세여서 그런지 비틀린 간호사들도 손을 몸 안쪽으로 –
“두 분 다 무기 내리세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상황. 잘하면 싸움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제야 상황을 살짝 눈치챘는지, 형과 할아버지도 톤파와 총을 뒤로 숨겼다.
긴장감이 누그러졌다.
…
뭐지? 분명, 101호에 진입할 때 알림이 뜨지 않았나?
[대적자들이 참가자의 침입을 인지합니다.]이것 때문에 ‘김상민’이 저주에 감염된 자들을 조종해서 우릴 공격하는 것 아니었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병원이 우리를 ‘고객’ 대접해준다면 잘됐다.
혹시 몰라서 ‘조언’을 구했다.
‘병원에 엘레나의 치료를 부탁하는 게 어떨까?’
[지금은 엘레나를 치료해줄 것입니다.]… 애매한 대답. ‘지금은’.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수 있다는 걸까?
‘조언’을 능동적으로 쓰기 시작한 이래 느낀 사실.
이 힘은 내가 원하는 모든 지식을 전해주는 만능의 공략집 같은 느낌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이미 모은 정보를 잘 엮어서, 혹은 거기서 ‘살짝’ 더 나아가서 알려주는 힌트 같다.
다른 수가 없다. 엘레나를 업고 있는 내가 제일 느끼고 있다.
이대로라면 엘레나는 죽는다.
“환자! 환자가 있어요! 출혈이 심합니다. 응급처치가 필요합니다. 당장!”
갑작스럽게 튀어 나가서 엘레나를 내미는 내 행동에 형과 할아버지는 당황하는듯했다.
간호사들 서넛이 다가오더니 엘레나를 들고 어딘가로 옮겨갔다.
… 그 잠깐 사이에 필터가 있는데도 간호사에게 서린 저주 덕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엘레나는 괜찮겠지? ‘정의’가 지금도 활성화된 상태이니 저주를 견디리라 믿었다.
형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입구로 들어오면 손님 대접한다고 듣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치료까지 해줄까? 엘레나를 죽이는 게 아니냐?”
“우리를 죽일 생각이면,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공격하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엘레나를 죽일 생각이면 그냥 받자마자 칼로 찌르면 그만이지 저렇게 여럿이서 병상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까?”
“그만 떠들고 저쪽 봐라.”
옆을 바라보자, 간호사가 어디선가 수혈 팩, 붕대 등이 담긴 트레이를 끌고 엘레나의 방으로 가고 있었다.
“진짜 언니를 치료해줄 생각인가 보네요.”
“뭐, 입구로 들어가면 평범한 병원 같아진다는 건 너희가 알아낸 사실 아니냐? 평범한 병원에 응급환자가 들어왔으니 당연히 치료해야겠지. 우리는 이제 그 김상민이라는 놈 병실로 가자.”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방향을 트는 순간.
격렬한 통증이 엄습했다.
“윽! 으아아악~!”
순간적으로 바닥에 엎어져서 두어 번 굴렀다.
반쯤 정신을 잃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자, 내 입에서 피와 ‘이빨’과 ‘살덩이’가 섞인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그 역겨운 광경을 보자 토할 것 같았다.
내 상태도 정상이 아닌 게 드러나자, 주변의 간호사들이 다가왔다.
… 간호사들이 다가오면 상태가 더 심각해질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엘레나만 치료할 때가 아니다. 저주가 제일 깊게 파고든 장소는 집이었지?
나는 총이 있고, 송이는 팔찌가 있고, 멧돼지는 힘이 세니까 싸움을 금방 끝냈는데, 너는 옷 껴입고 칼부림하는 동안 저주가 제일 심하게 파고든 모양이다.”
“괜찮습니다.”
“아니, 누가 봐도 안 괜찮다. 내장까지 망가진 것 아니냐?”
“…”
형도 말을 이었다.
“가인아. 너도 그냥 쉬는 게 나을 것 같다. 게다가 너는 어떻게 보면 최종 보험 같은 느낌이지. 괜히 어설프게 나서다가 죽느니 우리가 다 실패했을 때 강림 쓰는 게 맞을 것 같다.”
“‘위치정보’로 우리 생사도 알 수 있지? 깨어나는 대로 확인해서 우리 다 죽었으면, 강림해서 올라와서 살덩이고 뭐고 싹 부숴라.”
“… 그렇게 하겠습니다.”
간호사들이 다가온다.
내 몸이 망가진 원인은 저주인데, 그 저주를 퍼트리고 다니는 간호사들이 날 치료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의식이 흐릿해진다.
저주 때문인지, 아니면 몸이 너무 쇠약해졌기 때문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게 이 방에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
– 차진철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제 세 사람.
거의 다 왔다.
…아무리 봐도 송이도 더 진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보이면서도 서로 모르는 체했던 송이의 한쪽 팔.
이젠 사람의 팔이라기보다는 외계 생물에 가까워졌다.
병원 위층으로 올라가려 하자 간호사 괴물이 다가와서 이상한 소리를 낸다. 송이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가서 ‘김상민’ 어쩌고 하자 간호사가 비켜섰다.
옆에 있던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
“이 병원.”
“네?”
“‘김상민’의 통제가 먹히지 않는 것 같다. 병원에선 그놈도 평범한 환자로 여기는 모양이지. 요전에 송이가 살덩이를 총으로 쏘니까 간호사들이 덮친 건 그놈이 통제해서가 아니라 ‘병원에서 난동을 부려서’였던 건가?”
“그렇다면 이 병원을 통제하는 놈은 누굴까요?”
“병원 원장. 그 새끼지. 마지막 순간까지 찜찜한 게 남았구먼.”
10분 정도 걸은 후, 원흉이 있다는 병실 근처까지 도착했다.
“흐으으윽!”
놀라서 돌아서자, 송이의 한쪽 팔이 송이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기겁해서 이젠 팔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살덩어리들을 떼어냈다. 큰 살덩이를 떼어내자, 이번엔 세 조각으로 갈라져서 송이의 몸을 찔러댔다.
결국 전부 뜯어내자, 고통을 견디지 못한 송이가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 나 까지 고통스럽다.
어르신이 총을 들고 다가갔다.
“송이, 너도 더는 무리겠다. 편하게 해주랴?”
팔찌가 걸려있는 다른 팔이 힘없이 움직이더니 나를 건드렸다.
백색의 섬광이 순간적으로 공간 전체를 메웠다!
내 몸 전체에서 은은한 후광이 발산하기 시작했다.
놀라서 송이 쪽을 바라보자, 송이는 이미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남은 힘을 싹 긁어모아서 너에게 몰아준 것 아니냐? 엄청나게 강력한 정신 보호를 건 모양인데?”
“그,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당장 뛰어라! 그게 유지되는 동안 네가 그 병신같은 살덩이를 개작살 내야지! 난 여기서 간호사들이 못 오게 막겠다.”
—쾅!
문짝을 열어젖히고 병실로 들어섰다.
이미 들었던 기괴한 풍경. 이 세상이라기보단 이미 거의 외계행성으로 변한 듯한 공간으로 들어서자, 체격이 3M도 넘는 거인이 나타났다.
이런 놈이 있다는 말은 없지 않았나? 우리가 올 걸 아니까 미리 준비한 건가?
뭘 생각할 틈도 없이 괴물의 팔이 덮쳤다.
…
우선 거리를 벌리자. 형상이 사람과 유사한 이상, 공격할 수 있는 궤적도 예측할 수 있다.
뒤로 세 걸음.
거대한 팔이 날 스치고 지나간다.
바로 안쪽으로 파고들자, 이번엔 내 몸통만 한 무릎을 치켜세우며 내 접근을 막았다.
그 무릎을 지지대로 삼아서 –
—쾅!
놈의 머리를 향해 영혼을 담아서 톤파로 어퍼컷을 날렸다.
머리가 뒤로 꺾인다.
사람이라면, 머리가 아마 터지지 않았을까 싶은 힘인데도, 괴물은 그저 뒤로 꺾이는 정도.
이번엔 양손으로 날 붙들려 들었다.
나도 양손을 뻗어서 그놈의 손을 붙들었다.
힘 싸움.
체격을 보면 절대 불가능하겠지만, 잠깐의 공방으로 느꼈다.
해볼 만하다!
“으랴아아아아압!”
기합을 내지르며 날 옥죄려는 놈의 팔을 밀어냈다.
조금씩, 조금씩, 내 힘이 그놈의 힘을 이기고 팔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괴물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놈의 자세가 흔들리는 순간 –
오른쪽 다리를 뻗어서 놈의 다리를 거세게 걷어찼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괴물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탕! 탕! 탕!
—끄아아아악!
이런 엄청난 난동 속에서 병원의 반응이 없으면 더 이상한 일.
엄청난 괴성, 비명, 총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은은한 황금의 빛이 병실 안쪽까지 스며들었다.
엘레나가 깨어났구나!
병실 밖에서도 엘레나와 어르신이 간호사들과 엄청난 싸움을 벌이는 듯하다.
빨리 끝을 내자.
숨도 쉬지 않고 거인에게 달려가서 미친 듯이 파운딩을 날렸다.
10초 정도 지났나? 거인의 몸이 축 늘어졌다.
제대로 쓴 건 겨우 한번 같은데, 톤파도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하기야, 고작해야 튼튼한 나무 막대가 이런 괴물들의 싸움에서 버티는 게 이상하지.
“상민아! 이 개새끼야! 이제 너랑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 뒤질 준비 해라!”
살덩이. 보인다.
쿵 쿵 쿵 하는 울리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온다.
다가가자, 뭐라 찡찡대는 소리가 귓가에 어른거렸다.
뭐 나름대로 불쌍하게 살긴 한 모양이다. 누가 날 괴롭혔니, 누구는 원망스럽니 어쩌니.
“아! 애새끼가 존나 찡찡대네. 안 닥치냐? 네가 뭔 짓을 당했어도 세상을 이 꼴을 만들었으면 나에게 맞아 죽는 게 맞다.”
… 그런데, 어떻게 죽이지?
그냥 무식하게 두들기면 되겠지.
—쾅! —쾅! —쾅!
내리칠 때마다 생각한다. 바깥에서도 이런 힘 일부만 있었으면 격투기 세계 챔피언이 되고도 남았을 텐데.
아, 아닌가? 이런 힘이 있었으면 괴물이라고 관리국에 끌려가는 게 먼저였을지도 모르겠다.
콘크리트도 부수는 내 주먹. 살덩이라고 버틸 리가 없지.
‘살덩이’가 흩어지고, ‘살 조각’들만 여기저기 남을 때쯤.
나는 웬 빛나는 돌을 발견했다.
…
잡아들려는 순간, 돌로 향하던 내 손가락이 좌우로 갈라지며 격렬한 변이가 일어났다.
이것이 원흉. 모든 사태의 근원.
손가락이 찢어지든 말든 무시하고 돌을 살점들 사이에서 끄집어냈다.
돌이 나오자, 살덩이들이 무너지듯이 흩어졌다.
모든 것이 – 무너지기 시작한다.
병실이, 병원이, 방송국이 순서대로 흘러내리듯이 사라진다.
고개를 돌리자 멀찍이 어르신과 엘레나가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게 보였다.
안내 창이 떴다.
/당신은 성공했습니다!
광기로 물든 가족. 광기로 물든 세계! 모든 사태의 시작은, 모두가 흔히 들어왔던 작은 학교폭력에서 시작되었죠. 그러나, 가혹한 일을 당했다 한들 세상 전체를 이 지경으로 만든 복수의 면죄부가 되기는 어렵겠습니다.
순서대로 떨어져 나가는 동료들, 어디에 숨어있는지 갈피를 잡기도 힘들었던 적들! 당신은 그 모든 시련을 이겨 내고 마침내 최종 결말에 도달했습니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저주의 근원을 해결했습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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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중 최종 해결 발생! 축하합니다! 최종 해결자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유산 ‘이계의 별조각’을 획득했습니다./
이제 끝난 거지? 정말 힘들었다. 모두에게 미안한 순간도 있어서 고개 들기 힘들었는데, 이번엔 내가 마침표를 찍는구나.
제발, 이젠 좀 쉬게 해주라. 아무리 힘이 세도 이런 일은 너무 힘들잖냐.
…
왜 끝나지 않는 거냐? 뭐가 더 남았어?
/참가자 여러분! 다시금 101호의 해결을 축하드립니다!
현재까지 살아남았고, 최종 결전에 기여한 참가자들에게 유산을 얻을 자격이 있습니다.
자격이 있는 참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엘레나 이바노프(정의)
2. 차진철(용기)
3. 김묵성(소통)
그러나, 유산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곧 ‘선택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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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 끝에 부서진 ‘톤파’는 이렇게 생긴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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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를 익힌 사람이라면,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공방일체의 도구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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