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88)
괴담 호텔 탈출기 788화(787/794)
788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51)
— 박승엽 실종 후 13년 차, 대한민국
‘네가 원하는 바를 행하라’
이는, 여명의 아들이 세상 전체에 퍼트린 속삭임이다.
속삭임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구원파는 나로 인해 여명의 아들이 온전히 깨어나지 못해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겼다.
반면, 순수파는 여명의 아들이 온 세상을 타락으로 물들인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로 여겼지.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깝든, 한 가지 사실은 모두가 동의했다.
목소리를 막지 못한다면, 언젠가 세상이 붕괴한다는 사실 말이다.
단지, 구체적인 시기가 언제인지 아무도 몰랐을 뿐이다.
그 시기가 바로 6년 전이었지.
본래도 치안이 불안한 멕시코에서 시작된 문명의 붕괴는 삽시간에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통제할 수 없는 폭동이 들불처럼 일어났고, 대통령이나 총리를 비롯한 사회지도층조차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
긍정적인 요소부터 두 가지 짚어보자.
첫째, 아직 최소한의 질서가 유지 중인 나라들도 있다.
대체로 대한민국이나 일본, 중국 등의 동북아 국가였다.
데이비드는 타 문화권에 비해 국민의 체제 순응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는데,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둘째, 세상이 무너질수록 관리국 구원파의 공세 역시 점점 줄어들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상대는 기존 세상을 지탱하던 집단이다.
지금의 절망적인 상황조차 큰 틀에선 세상을 구원하는 과정이라 믿는 광신도들이기도 하지.
그래서, 상대 역시 문명 붕괴로 인한 피해를 극심히 겪고 있었다.
좋은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안 좋은 이야기를 할 차례.
나는 지금 병원에 가고 있다.
*
— 삑! 삑! 삑!
“거 참 시끄럽네.”
“…”
“상현아, 거기 기계 그냥 꺼주면 안 되냐? 더럽게 시끄러운데.”
“끄면 너 일주일도 못 버틸 거다.”
작년 말, 구원파의 급습을 겪으며 가뜩이나 위태위태하던 묵성의 몸 상태가 선을 넘었다.
그 후로는 더 이상 승엽 군 탐색에 참여하지 못한 채 병실에 누워있을 뿐.
“하하, 몸 상태가 이 꼴이 될 줄은 몰랐는데…”
“묵성, 네 신체 나이가 80세에 가까운 점, 평생 험한 일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지.”
“인마, 내가 요원인 걸 고려하면 이건 무지하게 특이한 경우라고.”
“…”
“요원 일 하면서, 운 좋게 안 죽고 오래 살아서 노인이 된 적도 여러 번이야.”
“그랬군.”
“지금 같은 – 콜록! – 경우는 드물었어. 보통은, 관리국이 이 지랄 나지 않게 관리 해주거든.”
악마의 힘에 당한 것도 아니고, 단순 노화나 부상으로 이렇게 약해지는 일은 요원에게 드문 일이라고 한다.
엘레나 양의 몸 전체를 복제체로 바꿔준 관리국의 기술력을 생각하니, 묵성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문명 붕괴로 인해 순수파의 기반 역시 상당수 무너졌기 때문에 지금 같은 일을 겪는 것.
그때, 내 쪽을 바라보던 묵성이 혀를 찼다.
“상현이 너, 이제는 흰머리뿐이구나.”
“…”
“엘릭서를 네가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나간 일이다.”
엘릭서라…
6년 전에 묵성이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지.
‘수명을 늘릴 방법에 대해 데이비드랑 말해봐라. 분명 뭔가 있을 테니까.’
과연, 묵성의 말대로 순수파는 수명을 늘리고 신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신비한 영약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영약이 딱 ‘한 알’이었다는 것.
데이비드는 엘릭서를 누가 먹을지 우리가 정하라고 했었지.
묵성은 먹지 않았다. 나도 먹지 않았다.
우리 중 한 사람, 승엽을 찾는 일에 있어서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의 소유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병실에서 시간 낭비해도 되냐?”
“다음 탐색까지 시간이 꽤 남았으니 신경 쓰지 마라.”
고요한 침묵이 흐른 후, 묵성이 느릿하게 중얼거렸다.
“병실에 누워있다보면, 가끔 예전 생각이 든다.”
“후회?”
“봐라.”
— 팅!
묵성의 고목 같은 손 위에 나타난 신비로운 동전, 원 모어 찬스.
“이걸 승엽이 녀석이 사라지자마자 썼으면 어땠을까?”
“…”
“그때 회귀 시점을 언제로 지정했는지 기억 안 나긴 하는데, 아마 한 2~3일 전으로 돌아갔겠지.”
“…”
“바로 썼어야 했는데… 왜 승엽이가 사라지자마자 원 모어 찬스를 쓰지 못했지?”
“묵성아, 이쯤 하고 -”
지나간 일을 후회해 봐야 의미가 없다.
그래서 묵성의 말을 멈추고 싶었지만, 묵성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유는 뻔하다. 두려웠기 때문이야.”
“…”
“원 모어 찬스의 대가는 사용 장소에 따라 바뀐다. 목적은 하나, 원 모어 찬스의 사용 횟수를 제한하는 것.”
“…”
“현실에선 회귀자의 자격을 박탈했다.”
원 모어 찬스의 대가는 ‘사용 횟수 제한’에 있다.
관문의 방에선 묵성의 잔여 수명을 반토막 냈지.
그런데, 이러한 대가는 현실의 묵성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묵성은 요원이자 회귀자이니 관리국이 노화를 막아줄 수도 있고, 사후에도 다음 삶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원 모어 찬스의 사용 대가가 바뀌었다.
회귀자 자격 박탈과 이후의 영구적인 죽음으로 말이다.
…
저주의 방에서는 회귀자 자격 박탈조차 의미가 없다.
탈출 후 부활은 회귀와 전혀 다른 메커니즘이므로, 회귀자 자격이 사라지든 말든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원 모어 찬스의 사용 대가가 바뀌었다.
“저주의 방에서는 참가자의 자격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지.”
“…”
“균열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대로야. 한 번 더 사용하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
“…”
“그게… 두려웠어. 참가자의 자격이 사라지면, 그때는 대체 무슨 일이 생길까?”
“…”
“그래서, 원 모어 찬스를 쓸 타이밍을 놓쳤다. 승엽이가 사라지고 한 달이 지났거든. 알다시피, 원 모어 찬스로는 한 달 이상을 돌릴 수는 없으니까.”
“…”
“한 번 타이밍을 놓치니, 이후로는 타이밍이 오지 않았지…”
“이쯤 하지. 묵성, 알잖아? 지나간 일을 후회해 봐야 의미가 없어.”
그때, 병실에서 죽어가는 노인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후회가 아니야. 다짐이다.”
“뭐?”
“대가가 무서워서 유산을 쓰기 힘들어? 하! 그럴 거면 원 모어 찬스를 얻지 말았어야지.”
“…”
“심지어 이 생각을 예전에도 했었는데…! 나약함이다. 극복하지 못한 나약함이 내게 남아 있던 거야.”
“진정하고 -”
“다음번에는 결코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 필요한 순간이라면, 절대로 주저하지 않겠어. 시간을 돌린다. 돌려서, 모든 뒤틀림을 바로잡겠다. 이게 내 다짐이요, 맹세다.”
이 순간, 노인은 더 이상 병실에서 허무하게 쓰러져 가는 필멸자가 아니었다.
그는 용사였다.
시간을 지배하는 지고한 보물의 주인이었다.
호텔 파이오니어의 참가자였다.
“참, 상현이 너 아직도 밖에 애들한테 양양 거리고 있냐?”
*
— 탁!
병실에서 나왔을 때, 익숙한 엘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끽해야 20대 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13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할아버님은 어떠세요?”
“아직은 괜찮습니다.”
“나아지진 않았고요?”
“가장 큰 원인이 노화인데, 나아질 수야 없지요. 의술의 신이 내려와도 노화는 막을 길이 없으니…”
의학의 힘으로는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법.
그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 크르륵!
— 꺄악! 험피, 안된다니까!
“으음… 이 소리는 설마?”
엘레나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험프티덤프티가 아까부터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하고 있어요.”
“송이 양의 몹쓸 애완동물이 또!”
“잠깐이라도 송이가 사라지면 난리라니까요. 솔직히, 험프티덤프티는 그냥 괴물이에요.”
“기원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악마적인 외계 공작의 유해에서 태어났으니.”
“그렇죠. 저 녀석과 비교하면 페로가 천사 같아요.”
“뭐, 별수 없지요. 그 몬스터가 없으면 승엽 군을 찾을 방법이 없으니.”
— 험피! 너 진짜 맞을래?
바깥에서 송이 양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슬쩍 창밖을 확인하니, 둥글둥글 굴러가는 검은색 괴물을 마구 걷어차는 아가씨가 보였다.
그녀는 20대 초반의 아름다움을 한 치의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엘레나 양처럼 관리국이 제작한 특별한 신체를 가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의학의 힘으로는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기적의 힘으로는 가능했다.
“엘릭서, 효과 좋네요.”
흰 눈이 내리던 날, 묵성 요원이 숨을 거두었다.
*
— 박승엽 실종 후 21년 차, 텍사스
20년이 넘는 탐색 과정에서 위기는 수도 없이 많았지.
비행기가 추락할 뻔한 적도 있고, 독살당할 뻔한 적도 있다.
오늘은 그동안의 위기를 통틀어봐도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끔찍한 날이었다.
벼락의 천사, 브라이언이 잔여 병력을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 우르릉!
하늘이 쪼개질 듯한 폭음과 함께 내리친 벼락!
콘크리트 건물조차 모래성처럼 무너트릴 위력의 공격이었지만, 이쪽에도 합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 라아아…!
청량한 소리와 함께 황금의 천칭이 나선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소용돌이는 마치 방어막처럼 일대를 보호하며 벼락의 공세를 막아냈다.
“막아봤자다!”
다시금 브라이언이 쏘아낸 벼락이 천칭과 충돌했을 때, 이번에는 힘의 우열이 명확히 가려졌다.
벼락의 천사, 브라이언이 정의의 천칭을 받아내지 못하고 연거푸 물러선 것.
엘레나는 대답 대신 – 정의를사용 중이니, 대답할 수도 없겠지만 – 섬뜩한 살의를 드러냈고, 브라이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크으으! 이, 이건 대체 무슨 힘이지?”
정의의 천칭이 마치 황금빛 거인의 주먹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하앗!”
엘레나가 단호한 일성을 토해내며 손을 뻗었을 때, 집채만 한 정의의 철권 – 아니, 황금권(黃金拳)이 브라이언이 이끌고 온 군세를 향해 날아들었다.
— 쿠궁!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한 어마어마한 위력!
두 다리로 서 있기 힘들 정도의 충격파가 일대를 휩쓸었고, 근처에서 기둥을 붙잡고 있던 송이 양이 균형을 잃고 바닥을 굴렀다.
“꺄악! 서, 선생님 -”
“내 손 잡아!”
다행히, 20년에 걸친 고행은 내 몸놀림을 실로 비범하게 만든 지 오래다.
묵성이 녀석이 살아있었다면, 지금의 날 보면서 무공이라도 쓰는 것 같다고 했으리라.
“타앗!”
송이 양을 붙잡은 채 충격파를 견뎌낼 무렵, 전방을 보니 서서히 흙먼지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방금 공격으로 죽었겠죠?”
“아직, 아직은 명줄이 붙어있습니다.”
“아직도요?”
— 스아아아…!
서늘한 바람이 몰아치며 흙먼지가 사라질 무렵, 벼락의 천사의 처참한 몰골이 눈에 들어왔다.
브라이언의 양 다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뭉툭한 내장이 바닥에 흐르고 있었던 것.
인간이라면 목숨이 10개여도 죽었을 부상이다.
반쯤 천사가 된 상태라 아직도 살아있을 뿐.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면, 낙원 수호자들이 여섯 날개의 천사로 완성된 후에는 엘레나 양이 전력을 다해도 당해낼 수 없었지.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여명의 아들은 여전히 지상에 내려오지 않았고, 브라이언의 등에는 여섯 날개는커녕 두 장의 날개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엘레나가 힘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위 사실을 증명하듯, 엘레나가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을 드러내며 한 손을 들어 올려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오늘의 위기가 이쯤 끝나겠거니 생각할 무렵.
— 화르르!
새하얗게 타오르는 불꽃이 일대를 감싸 안았다.
하늘에서 아스테어가 나타난 것이다.
아스테어의 등에는 여섯 장의 날개가 있었다.
“저, 저건 -”
그 순간, 우리 중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송이 양이었다.
“험피! 선생님 삼켜!”
날카로운 외침, 기다렸다는 듯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에서 튀어나온 거무튀튀한 이형의 괴물.
이스의 공작이 남긴 파편에서 깨어난 존재 – 험프티덤프티가 내게 달려드는 광경.
… 곧, 시야가 어두워졌다.
*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걸까?
뼈가 시릴 정도의 추위를 느끼며 깨어났다.
주변은 그 어떤 문명의 흔적도 없는 설원이었다.
간신히 근처의 나무에 기대 몸을 추스르니,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 저벅!
“괜찮으세요?”
“춥긴 한데, 버틸만합니다.”
“따뜻한 물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찾지 못했어요.”
송이 양이 우울한 표정을 지은 채 내 옆에 섰다.
“… 엘레나는?”
“모르겠어요. 여섯 날개를 보자마자 튄 거라서.”
“이곳은 어딥니까?”
“그것도 모르겠어요. 그냥, 좌표를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움직였거든요.”
이것이 바로 송이 양의 새로운 능력이다.
험프티덤프티의 도움을 받아 경계면에 진입한 후, 다양한 관점의 힘으로 이동하는 것.
용도는 다양하지만, 지금처럼 긴급탈출용으로도 쓸만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합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당장은 벗어난 것 같으니.”
“… 어떻게.”
“송이 양?”
“어떻게 지금 ‘긍정적’이라는 단어가 나오세요?”
당황하며 고개를 들었을 때, 송이 양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어떻게 지금 긍정이라는 소리가 나오냐고!”
“…”
“아스테어는 무슨 수로 여섯 날개를 달았지? 죄수가 지상에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
“엘레나가 죽었다면, 이제는 아스테어를 상대할 힘도 없다고요!”
“…”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풀죠? 세상이 이미 반쯤 망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을까요? 문명이 거의 무너졌는데!”
“…”
“무슨 수로 해결을 얻어내죠? 얻어낸다 한들, 수습할 방법은 있나요?”
“송이 양.”
“그러면 다음 회차로 가야 하나? 망했으니까? 하하! 죄수가 보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송이 양.”
“그동안 위기다 싶으면 관측소에서 진동을 보냈죠. 가장 최근의 진동이 언제였나요? 3년 전인가? 4년 전?”
“송이 양.”
“관측소 동료들도 멀쩡하지 않은 게 분명해요. 아무 신호도 없잖아요? 정말, 저랑 선생님 두 사람만 남았는데…!”
“송이 양.”
“설령 다음 회차 갔다 치죠. 호텔 규칙을 완벽히 꿰뚫고 있는 저 악마 같은 죄수가 다음엔 얼마나 끔찍한 함정을 보여줄지 상상이 가요?”
“…”
“다음 회차로 가면 더 불리해질 거야. 틀림없어. 어떻게 이 상황에서 긍정이라는 소리가 나오죠?”
내게 울분을 토하는 듯한 송이 양의 목소리.
지금까지는 고난을 잘 견뎌냈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슬슬 한계가 온 것 같았다.
20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니, 나는 송이 양의 절망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래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래전에 가인 군이 말했습니다.”
“…”
“마지막까지 신념을 지켜라.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실제로 이기게 할 것이다…”
“아직도 그 말을 믿어요?”
“믿습니다.”
“하, 그 말 한 당사자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판인데!”
“저 말을 누가 했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우리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죠.”
“…”
“게다가, 가인 군 정도면 꽤 믿을만한 사람 아닙니까.”
“… 그건 그래요.”
“그리고, 나는 이 여정의 끝이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
“송이 양, 애초에 미국 본토에 오는 건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 그렇죠. 아스테어와 브라이언이 덮쳐온 것도 장소가 미국이었기 때문이고.”
“그런데, 우리는 왜 미국에 왔습니까?”
“…”
“TT 빌딩에 승엽 군의 행방을 찾기 위한 핵심 자료가 있기 때문이었지요.”
송이 양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보았다.
“설마 차, 찾으셨어요?”
“물론.”
“완전히 폐허만 있었는데!”
“북극입니다. 그곳에 우리의 최종 목표가 있습니다.”
“아…”
나는, 아주 오랜만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거의 다 왔습니다. 본래,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
“…”
“우리는, 시련의 끝에서 전부를 얻어갈 겁니다.”
마지막 말은 송이 양을 위한 말이자, 나 자신을 위한 말이었다.
나는, 우리는…
302호에서 전부를 얻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