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92)
괴담 호텔 탈출기 792화(791/794)
792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55) Fin
— 유송이
최후의 순간이 되어서야 드러난 302호의 끔찍한 구조.
회차가 반복되면 소연이는 다시 생겨난다.
따라서 3회차의 소연이를 구해냈으니, 4회차는 안심하고 해결! 같은 일은 성립할 수 없어.
4회차에는 또 다른 소녀가 죄수의 인질로 잡힐 테니까.
3회차의 소녀는 진짜고, 4회차의 소녀는 가짜라고 볼 이유도 없다.
승엽이는 다음 회차에서 사랑을 포기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가능했으면, 애초에 여명의 아들의 협박에 무너지지 않았겠지.
오래전의 가인 오빠는 여기까지 보았기에 ‘포기하라’고 말한 걸까?
그래서, 승엽이는 말한다.
“… 세상에는 단 한 번만 넘을 수 있는 벽이 있다.”
302호는 단 한 번만 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 말이다.
세상에 단 한 명의 소연이만 있고, 그 소녀를 승엽이가 구해낸 지금이 바로 그 한번.
‘다음 회차로 갈 생각 없다.’라는 선언을 듣는 순간, 비로소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악몽 속에 갇혀있던 승엽이가 세운 계획이 이제야 어렴풋이 보였기 때문이지!
…
25년 전, 절망에 빠진 소년은 위대한 자와 계약했다.
사랑하는 소녀의 영혼을 받는 대가로 한 회차 더 하기로 말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언제’ 넘어갈지에 대한 내용은 물론, ‘어떻게’ 넘어갈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던 것.
위대한 자는 전자의 함정을 찔렀다.
언제 넘어가자고 하지 않았으니, 천년 묵히고 넘어가도 위반이 아니었던 것.
승엽이는 후자를 노렸다.
어떻게 넘어가자는 내용도 없었으니, 꼭 깃털을 여명의 아들에게 바쳐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
계약을 이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
첫째, 깃털을 여명의 아들에게 바친다.
둘째, 멋진 신세계를 파괴한다.
승엽은 두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계약의 제약에서 벗어났고, 칼을 뽑아 아스테어를 죽일 수 있었다.
…
여기서 끝난다면, 큰 의미는 없다.
애초 계약에 ‘어떻게’에 대한 내용이 빠진 이유가 뭘까?
여명의 아들에겐 ‘어떻게’라는 건 실상 아무래도 좋은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다음 회차로 가기만 해도 이득이다.
참가자의 회차를 낭비할 수 있고, 다음 회차에선 4회차의 소녀를 인질로 잡으면 그만이니까.
구도를 바꾸려면 승엽이 생각대로 이번 회차에서 끝을 봐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다가오는 종말을 막을 수 있을까?
지금도 서쪽 하늘에서 불길하기 그지없는 마기가 밀려오고 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신비로운 빛이 일대를 감싸기 시작했다.
북극 기지에서 승엽이가 한 차례 보여준 광경, ‘깃털의 힘’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현상.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멋진 신세계의 붕괴를 막을 수는 없어. 설령, 관리국이 온전히 돌아온다 해도. 하지만…”
시시각각 진행 중인 멋진 신세계의 붕괴는 막을 수 없다.
‘사람의 힘’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할 수 있지. 당신이라면 세상이 잿더미만 남았다 해도 복구할 수 있잖아?”
위대한 자의 힘이라면 어떨까?
애초에, 멋진 신세계의 마귀들 전부가 풀려나도 여명의 아들이라면 능히 막아낼 수 있다.
“깃털은 당신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작 중학교 하나 복구 못 할 리 없잖아? 하하!”
승엽의 손에서 시작된 신비로운 빛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승엽이는 무의식, 본능의 영역에서만 깃털의 힘을 쓸 수 있었지.
25년의 고통이 준 보상.
소년은 마침내 명확한 의도를 담아 깃털의 힘을 쓸 수 있게 된 것.
“오랫동안 생각했지. 왜 나는 깃털을 소환할 수 없을까?”
승엽이가 그동안 깃털을 소환할 수 없었던 이유.
“깃털이란 곧 당신의 파편. 그리고, 난 깃털의 수호자.”
깃털의 기원과 소년이 태어났을 때부터 주어진 역할.
“내가 깃털을 소환한다면, 당연히 파괴하기 위해서야. 그리고 깃털을 파괴한다는 건… 당신과 내 역할 전부에 대한 부정이지.”
깃털의 파괴란, 깃털의 기원이 되는 여명의 아들을 부정하는 것.
또, 승엽이가 깃털의 힘을 쓸 수 있게 하는 ‘수호자’라는 자격의 부정이기도 하다.
“무서웠어. 내 의지로 깃털을 파괴하고 나면, 다시는 깃털의 힘을 쓰지 못할 것 같아서.”
본인의 모든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두려움이내가 깃털을 소환할 수 없게 했지.”
여기까지 말한 승엽이가 빙그레 웃었다.
— 스아아…!
희뿌연 안개와 함께 새하얀 형체가 승엽의 몸에서 튀어오기 시작했을 때, 마침내 깨달았다.
승엽이가 두려움을 이겨냈음을!
“마지막 5년이 끝나가던 때, 깨달았어. 깃털의 본질 – 나아가서, 당신의 본질!”
위대한 자 – 여명의 아들이 품은 본질.
“아버지… 당신은,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이윽고, 소년은 더없이 공손한 말투로 여명의 아들을 ‘아버지’라 칭했다.
“깃털은 당신의 일부이니, 깃털 역시 아버지의 본질을 공유합니다. 그러므로…”
비록 ‘아버지’가 자신을 아들은커녕 도자기 정도로 여김을 알지만, 자신은 나름대로 위대한 자를 존중하겠다는 것 같았다.
“… 내 이기심이 아니라, 인류를 위해 사용할 때 깃털의 힘이 온전히 발휘됩니다.”
곧, 신비로운 빛이 서쪽 하늘을 향했다.
*
— 박승엽
— 쿠궁!
“됐다!”
‘아버지’가 지상에 남긴 파편, 황혼의 깃털이 일으킨 기적.
서쪽 하늘을 뒤덮은 사악한 기운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멋진 신세계의 붕괴가 멈췄다는 뜻!
하지만, 아직 승리를 외치기엔 이르다.
— 우르릉!
머나먼 하늘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 위대한 자의 아득한 형상이 다시금 하늘을 뒤덮었다.
과거, 아버지가 날 짓누르며 보였던 환영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내 기원이 된 자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종말을 막고자 하는 네 선택, 잘 보았다.
네 손으로 멋진 신세계의 붕괴를 막았구나.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느니라.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아버지의 말.
사실이다.
나는 사랑하는 이의 영혼을 받는 대가로 ‘한 번 더’를 받아들였고, 계약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까는 멋진 신세계를 무너트려 종말로 향하는 별도의 흐름을 만들어 냈고, 일시적으로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
덕분에 제약 없이 날뛰는 가장 큰 방해물 – 아스테어를 처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깃털의 힘으로 멋진 신세계를 복구하며 계약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 고오오…!
거대한 진동과 함께 깃털이 서서히 하늘로 향하기 시작했다.
드높은 인력이 깃털을 끌어당기기 시작한 것!
나로서는 이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애초에 이 상황을 위한 계약이었고, 과거의 내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아앗! 뭐야? 저거, 파괴해야 하는 것 아니야?”
크게 당황한 송이 누나의 목소리.
“그렇죠.”
“어떻게? 선생님은 돌아가셨고, 나한테는 최후의 섬광 같은 게 없는데!”
나는 깃털을 파괴할 수 없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계약 위반이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어떨까?
송이 누나에겐 파괴할 수단이 없고, 의사 선생님은 돌아가셨다.
손에 잡힐 것만 같았던 승리가 흐릿해지는 듯한 상황.
…
생각했다.
내가 지금의 계획을 세운 시기는 언제일까?
홀로 절망에 빠진 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25년이다.
그 시기의 내가 ‘어떤 동료들이 날 구하러 온다’라는 걸 알았을까?
누군가 오길 기대하긴 했지만, 정확히 누가 올지는 몰랐다.
구조대에 의사 선생님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의사 선생님이 있어야만 가능한 계획을 세웠을 리가 없지.
그러니까, 깃털을 파괴하는 역할은 애초에 나 혹은 동료들이 하는 게 아니었다.
단호히 외쳤다.
“지금이야!”
— 펄럭!
날개가 퍼덕이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수호자가 죽은 지금,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천사가 나타난 것이다.
…
나는 소연이를 보았다.
소연이도 나를 보았다.
행복, 사랑, 기쁨, 환희 – 모든 긍정적인 감정의 총체와 같은 것이 서로의 시선에 담겨있었다.
이 순간, 이런저런 잡스러운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공허한 25년의 지옥 속에서 동상에 갇힌 그녀와 수없이 대화했기 때문이다.
곧, 갈색 머리칼의 천사가 부유하는 깃털을 붙잡았다.
그녀는 나와 달리 계약에 참여하지 않은 존재.
또한, 여명의 아들에 의해 부활하는 과정에서 천사가 되어 많은 기억을 회복한 존재.
그러므로 깃털을 파괴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사람!
소연이가 깃털을 붙잡는 순간, 하늘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야, 네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보거라.
그 말에 소녀는 지그시 내 쪽을 보았고,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 아버지, 설마 본인이 되살린 여자애를 협박하실 생각이세요?”
협박 내용 따위는듣지 않아도 안다.
소연이의 영혼과 ‘한 번 더’를 교환한 계약.
소연이는 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아니니까 계약의 강제력을 무시하고 깃털을 파괴할 수 있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깃털의 파괴란 곧 ‘한 번 더’의 실패.
그러므로 그녀의 혼은 다시 위대한 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걱정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영혼의 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 탈칵!
자그마한 목함이 열렸다.
곧, 신비로운 인력이 소연의 혼을 붙잡았다!
계약이 파기되며 소연이의 혼을 하늘로 끌어당기는 힘.
영혼의 함이 소연이의 혼을 끌어당기는 힘.
두 힘 중 어느 쪽이 더 강할까?
…
아니, 당연히 영혼의 함이 이겨야 하는 거 아니야?
누군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단호히 답하겠다.
씨발, 이거 하나 하라고 호텔이 준 유산이잖아!
다른 유산들을 봐.
신성한 태양이나 화신의 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시간대여기 같은 걸 보라고.
사람을 반쯤 신으로 만드는 물건들이 수두룩한데, 영혼의 함은 뭘 할 수 있지?
‘영혼 담기’ 이거 딱 하나만 할 수 있잖아!
이거 하나 할 수 있는데, 이것조차 제대로 못 하면 인간적으로 너무하잖아.
안식의 피리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정신을 회복하는 딱 한 가지 기능만 있지만, 그것 하나만큼은 위대한 자에게도 통하는 유산.
영혼의 함도 비슷할 거야.
예전에야 소연이의 혼이 내 앞에 없었으니까, 아버지가 내민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소연이는 내 앞에 있으니까.
이 상황에선 영혼의 함 판정이 이긴다!
— 팅…!
유리알이 튕기는 듯한 맑은소리.
깃털이 마치 증발하듯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소연이의 혼은 아버지에게 끌려가지 않았다.
예상대로 영혼의 함 판정이 더 우선한 것!
나도, 어느새 옆에서 울먹거리는 송이 누나도 깨달았다.
승리가 바로 눈앞까지 왔다는 사실을.
그래서, 하늘에서 들려온 다음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최후의 순간, 아버지는 패배를 한탄하지 않았다.
낙원을 만들지 못했음에 절망하지도 않았고, 계획을 망친 우리에게 저주를 퍼붓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히 말했을 뿐.
부족한 대가는 네가 짊어져야 할 것이다…
부족한 대가를 짊어져?
이게 대체 무슨 소리 –
“으앗! 쟤 뭐야? 몸이 갑자기 흩어지잖아?”
소연이의 몸이 흩어진다.
아니, 몸이 아니라 영혼 자체가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놀랐다.
정말 너무 놀라서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갑자기 영혼의 소멸이라니?
영혼의 함은 영혼을 ‘담는’ 유산이지, 소멸하는 영혼을 ‘복구’하는 유산이 아니야.
애초에 소멸한 혼을 되살릴 수 있는 유산 따위는 없다.
시간을 돌리는 원 모어 찬스조차도 소멸한 영혼을 되돌릴 수 없으니까.
— 지이잉…!
격렬히 진동하는 깃털을 보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감했다.
소연이가 깃털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깃털을 파괴하려는 게 아니었어.
단순한 소멸이 아닌, 깃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일으키려는 것.
깃털이 소멸하는 정도로는 모자란 기적.
더 많은 대가 – 사용자의 영혼까지 아낌없이 바쳐야만 가능한 기적.
— 타앗!
벼락같이 뛰어올라 소녀의 팔을 붙잡았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왜 이래?”
“…”
“그냥 깃털을 파괴하기로 했잖아? 네 혼은 영혼의 함이 지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
그때, 천사를 닮은 갈색 머리칼의 소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302호가 이렇게 해결되면…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직후, 나는 소연이의 뜻을 이해했다.
그녀는 깃털의 힘 전부를 증발시켜 가며 세상을 복구하려고 한다!
“우리, 아주 오랫동안 대화했지. 신기한 이야기가 많았어. 내가 정말 작은 세계관에 갇혀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
“고마워. 네 이야기가 너무 신기했고, 네 동료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었지.”
“…”
“너희는 여행객이구나. 하나의 세상에 머무르는 대신, 구세를 위한 영원한 순례를 택한 사람들. 대단해. 존경스러워. 정말이야.”
“…”
“하지만, 그래서 하나의 세상을 그렇게까지 귀히 여기지는 않는구나…”
“소연아…!”
“수십, 수백, 수천 개의 세상이 있음을 아니까.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무수한 세상이 사라지고 다시 생기는 과정을 봤을 테니까…”
“…”
“그러니까, 너희는 문명이 붕괴한 결말이라 해도 수긍할 수 있겠구나.”
“너…!”
“미안해. 나는, 나는… 도저히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
“…”
“다행히, 승엽이 네가 알려주었지. 깃털의 본질은 아버지와 같다. 인류를 위해 사용한다면, 그 힘이 훨씬 더 강해질 거라고…”
갈색 머리칼의 천사가 빙그레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아버지, 부디 불효를 용서하시길. 용서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지옥에서 살아가길 바라지 않을 테니까요.”
— 팅!
맑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었다.
이는, 인류를 사랑하는 신의 파편이 모든 힘을 다하고 사라지는 소리였다.
아득한 휘광을 드러냈던 여명의 아들 역시, 항거 불능한 천상의 힘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승리가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이다.
당연하다는 듯, 302호 해결 알림이 발생 –
“닥쳐어어어어어!”
“으읏, 승엽아, 진정하고 -”
이게 진짜 뭐야? 뭐 해결?
깃털이 사라지며 여명의 아들 또한 사라졌고,멋진 신세계도 복구되었고, 스러져 가던 인류 문명에 다시 빛이 돌아왔으니 해피 엔딩 맞는 거 아니냐고?
씨발, 소연이는 어떻게 된 건데!
모래알처럼 사그라드는 소녀의 손을 정신없이 붙잡았다.
“… 미안해.”
천사처럼 웃는 미소를 보고 있으니, 진짜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제발… 제발…! 이건 아니잖아!”
“…”
그 순간, 25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지 못했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지나간 일에 너무 미련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널 위한 이야기란다.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는 법.’
천상에서 기다리는 그 사람.
때로는, 정말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던 동료가 내게 속삭였다.
포기하라고 하지 않았냐고, 무슨 수를 써도 구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냐고 말이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이러면, 이건 아, 안되는 거잖아!”
“진정해! 영혼의 함에 담아도 안 돼?”
“소, 소연이 영혼이 사라지고있잖아요…!”
방법이 없다.
그 어떤 유산으로도 영혼 소멸을 막을 수는 없다.
심지어 원 모어 찬스로 시간을 돌려도 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
차라리 기회가 한번 더 있었다면 모를까, 해결 판정까지 뜬 이상 정말로 돌이킬 방법이 없는데!
영혼이 녹아버릴 듯한 절망이 날 집어삼키려는 순간.
「천운 발동!」
「우주의 기운이 당신을 가호합니다.」
천상에서 나를 지켜보던 후원자가 속삭였다.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수를 말이다.
신비로운 영감을 느끼며 정신없이 바스러지는 손을 붙잡았다.
“당장 시키는 대로 해!”
“… 승엽아?”
“시키는 대로 하라고! 그냥, 묻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영혼이 소멸했다 해도 되돌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가 있다.
극한의 영역에 닿은 통찰조차 가벼이 여길 수 있는 존재가 있다.
호텔 파이오니어.
그러므로, 이 상황은 호텔의 시스템을 통해서만 깨트릴 수 있다.
“무슨, 뭘 하라는 -”
“하늘에 대고 빌어보렴.”
“뭐?”
“지금, 네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소원. 네 최초의 소원을!”
천운이 내게 속삭여 준 가능성.
이미 우리가 ‘10번 넘게’ 경험한 일.
알림이 떴다.
「참가자 박승엽, 당신은 승천자이므로 계승의 방에서 다음 참가자를 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 그 권리를 사전행사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