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795)
괴담 호텔 탈출기 795화(794/794)
795화 – 축복의 성소 (2)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9,32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파티 타임 첫날, 아침부터 식당에서 기대감 섞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첫 일정은 축복의 성소겠지?”
은솔 누나가 언제나 그렇듯 화이트보드에 일정을 정리 중이었는데, 송이가 한 마디 보탰다.
“네. 의사 선생님과 승엽이는 무조건 불려 갈 것 같아요. 다른 사람도 있으려나? 있겠죠?”
“…”
“언니?”
누나는 송이의 말에 심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송이는 ‘은솔 언니’가 왜 이러지? 싶은 눈치였지만, 내 눈에는 누나 생각이 뻔히 보였다.
본인이 송이에게 ‘은솔 언니’ 소리 듣는 게 맞나 생각 중이겠지.
저주의 방이 장기간 진행된 덕에 나이 순서가 뒤바뀌는 현상.
일반인은 평생 겪을 일 없겠지만, 호텔에서는 벌써 2, 3번은 생긴 것 같다.
“아, 순간 목이 멨네. 음, 송이 너도 후원자가 부르지 않을까?”
이번에는 송이가 살짝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아? 내 기억이 맞는다면, 후원자가 네게 곧 4단계 강화를 얻을 것 같다고 했는데.”
“언니, 제 후원자는 그렇게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4단계는 굉장히 얻기 힘든 것 같으니까요.”
“하긴, 네 말이 맞아.”
언뜻 듣기에는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주변 동료들도 별생각 없는 표정이고.
하지만, 내게는 어딘가 살짝 어색하게 들렸다.
“성소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들은 뭐하지? 쉬면 되나?”
잘 구운 프렌치토스트를 먹던 아리가 한 마디 얹었다.
“탐색.”
“탐색?”
“이번에는 탐색 한번 제대로 해보자. 마침, ‘계승의 방’이라는 키워드도 나왔으니까.”
“좋아. 승엽이랑 상현 씨는 하강하고, 나머지는 탐색 한번 해보는 쪽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차, 뒤에서 나타난 상현 형이 크게 소리쳤다.
“자, 바로 출발합시다. 잠드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성소에 최대한 빨리 가는 게 좋겠습니다.”
“하핫! 상현이 이놈, 지가 강화할 거 같으니 들뜬 거 봐라!”
“묵성아, 내가 너인 줄 아냐?”
“부끄러워하기는!”
*
축복의 성소에서 메시지가 뜨는 순간, 모두가 잠시 침묵했다.
「참가자 김상현, 참가자 박승엽, 참가자 미로, 참가자 김묵성, 참가자 김아리. 후원자의 부름에 응하시겠습니까? (Y/N)」
첫째, 부르는 사람 수가 꽤 많다.
상현 형이나 승엽이야 302호의 주연이었으니 있어야 정상이지만, 셋이나 더 있지 않은가.
미로와 할아버지, 여기에 아리까지 포함될 줄은 몰랐는데.
둘째, 이렇게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그중에 송이가 없었다.
아침에 은솔 누나가 했던 이야기,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친화의 후원자가 송이의 4단계 강화가 머지않았다고 했고, 302호에서 25년이나 고생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사람은 없고, 딱히 기대하지 않은 사람들이 셋이나 더 있는 리스트.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송이였다.
“다들 왜 그래요? 강화 단계를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리스트잖아요.”
대답한 사람은 묵성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리스트를 보자마자 입을 쩍 벌렸는데, 본인 이름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
“어, 그, 그렇긴 하지. 생각해 보니, 미로는 이제 겨우 강화 한 번, 나랑 아리는 두 번 아니냐?”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는 송이.
“그렇죠. 게임처럼 생각하면, 레벨이 낮으니까 더 쉽게 강화하는 개념.”
고개를 갸우뚱하던 아리가 중얼거렸다.
“미로야 1단계 강화만 한 상태였으니 언제 강화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고… 묵성이는 301호에서 원 모어 찬스 썼었잖아? 그때 많이 채웠나 보네.”
“아, 그때 그랬었지?”
호텔 특성상 활약 시기와 축복 강화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강화는 2번 방 끝나고 했지만, 기여도는 1번 방에서 90%를 채웠을 수도 있는 것.
“또 하나. 생각해 보면, 이번에도 멘트가 ‘후원자의 부름’이야.”
“그러면, 불려 간다고 꼭 축복을 강화하는 건 아니겠군?”
“그렇지. 나는 음… 솔직히, 이번에 강화할 타이밍은 아니지 싶은데.”
“301호, 302호 모두에서 별 활약은 못 했으니까?”
“…”
“아니, 아리야. 말하다 느낀 건데, 넌 대체 어디서 활약하는 – 아얏!”
“302호에선 탈출 한번 했거든? 그리고 너보단 강해.”
“… 이 무슨 유치한 – 으악!”
전에도 은솔 누나와 송이가 둘 다 불려 갔지만, 강화는 은솔 누나만 얻었지.
3층이 개방된 후, 성소의 멘트가 ‘후원자의 부름’으로 바뀌며 소환과 강화는 더 이상 동의어가 아니었다.
“에헴! 호텔이 알아서 잘했겠죠. 전 이제 후원자 보러 갈게요!”
본인 이름이 있으니 아무래도 좋다는 투의 승엽이.
어제의 울적함이 많이 가신 분위기였는데,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겨우 하루 만에 원상 복귀?’ 싶어서 웃음도 나왔다.
“그래, 그래. 가자!”
다섯 사람이 후원자를 보러 떠났고, 다섯 사람이 남았다.
“으음, 송이야. 실망하지 마. 4단계라서 얻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지.”
“괜찮아. 엘레나, 정말 괜찮아.”
“다행이네.”
아까부터 한 가지가 정말 의아하다.
축복 강화 리스트에 송이가 없는 것?
엘레나 말마따나 4단계 강화니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후원자는 ‘곧이다’라고 했지만, 정확한 시점은 생각보다 멀리 있을 수 있겠지.
이상한 건 송이의 반응이었다.
평소 송이 성격 같으면, 302호에서 고생했는데 호텔이 너무하다는 정도의 말은 했을 것 같은데…
아까부터 본인이 나서서 ‘내 이름이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마치, 이번에 강화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짐작했던 것처럼 말이다.
“…”
「조언 : 3 -> 2」
‘송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경고 : 다른 참가자 및 축복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행위는 축복 – 지혜의 기여도를 소모합니다.」
이미 4단계인데 어쩌라는 거야?
최고 단계인데 경험치 바가 깎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답변해 주시길.’
「둘만 있을 때 직접 물어보라. 또한, 기여도를 낭비하지 말라.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하라.」
“…”
이미 4단계 강화를 끝낸 지 오래인데, 기여도를 낭비하지 말라는 말.
… 쓸 곳이 있다는 이야기다.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
— 김상현
— 사락!
“…”
— 펄럭!
“으음, 오랜만입니다.”
두 번째로 만난 후원자는 과거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예전에는 분명, 전신이 근육과 흉터로 가득한 노인의 모습이었지.
장소는 숨 쉬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의 열기로 가득한 대장간이었다.
이번에는 전혀 달랐다.
주변은 정체불명의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처럼 느껴졌고, 후원자는 깔끔한 튜닉을 입은 학자 같은 모습.
“예전과 분위기가 제법 다르군요.”
“이상한가?”
“아닙니다.”
신적인 존재인 후원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배경과 모습이 어떻게 바뀌든 이상한 일은 아니다.
“땀 흘리며 망치를 휘두르는 것만 성실함이 아니라네. 지식을 쌓는 데 힘쓰는 것 역시 성실함의 표상이지.”
“그렇지요.”
“그래, 자네가 더 잘 알겠지.”
노인은 슬며시 미소 지으며 들고 있는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무슨 책을 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후원자의 기분은 제법 좋아 보였다.
“나쁘지 않지.”
당연하다는 듯 내 마음을 읽는 후원자.
“자네가 203호에 이어서 제법 큰 활약을 했으니 말일세.”
“감사합니다.”
“인간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 흥미롭게 보았네. 또, 동료들에 대한 믿음도 인상 깊었고. 다만…”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나?
“능력이 조화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렇지 않나?”
“… 상세히 말해주시겠습니까?”
“축복은 무엇이든 숙련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성과를 얻는 식인데, 유산은 그게 통하질 않으니 하는 말이지.”
축복과 유산이 조화롭지 못하다는 후원자의 지적, 일리 있었다.
“최후의 섬광, 유산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사용 횟수가 많지 않기도 하죠.”
“어쩔 수 없다? 왜 그리 생각하는가?”
“성장성이 있는 유산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냉병기와 화기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무사의 개인 기량에 영향을 많이 받는 냉병기와 달리, 화기의 근본적 특성은 사용자의 역량과 무관하다는 말이지?”
“그렇지요.”
— 탁!
노인이 책을 덮으며 빙그레 웃었다.
“자네의 그 이론, 누가 만들었나?”
“네? 누가 무슨 이론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유산의 특성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자네는 모닥불을 수십 년 피운 끝에 손으로 불을 피우는 능력을 얻었어.”
“그렇지요.”
“창술을 100년 넘게 연마한 끝에 창이 스스로 춤추게 하는 힘을 얻었지.”
“… 그렇지요.”
“체술을 연마한 끝에 80대 노인의 몸으로 대천사 상대로 맞설 능력을 얻었고, 사격술은 인간의 한계를 넘은 지 오래야.”
“…”
“그런데, 최후의 섬광만큼은 축복의 힘이 통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군.”
이쯤에서 후원자의 말을 이해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네. 자네가 성실히 노력할 기반을 마련해줄 뿐.”
말없이 고개를 숙일 무렵, 노인이 빙그레 웃었다.
“노력하는 자에게 보답이 있으라…”
— 파아앗!
의식이 흐려질 무렵, 노인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새로이 얻게 될 무기, 조심하게. 실수하면 독이 될 수 있음이야.”
*
김상현(성실) -> ‘한계돌파’를 얻었습니다.
*
— 박승엽
신비로운 빛무리로 가득한 공간에 도착한 순간,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 오랜만이야. 그렇지?
“… 괜찮으세요?”
— 그럼 그럼, 괜찮고말고.
후원자가 모니터 안에 들어가 있었다!
“왜, 왜 이런 곳에 계신 거죠?”
— 지혜가 네게 알려주지 않았구나?
“가인 형이요?”
— 하하! 내가 이번에 널 돕지 않았다면 – 아니, 지금 뭘 하려는 거지?
“와! 이, 이거 보세요! 후원자님이 마우스로 잡히는데요?”
— 야! 이 자식아!
“휴지통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