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
7화 – 101호, 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현자의 조언 : 2]
오늘은 참 이상하다. 분명 배가 고픈데, 아침부터 뭘 먹은 게 없는데… 식욕이 전혀 돌질 않았다. 아침은 물론 점심의 오리고기조차 한입도 안 먹을 줄이야? 어릴 때 부터 오리고기 집에 갈 때마다 엄마가 배 속에 아귀가 들었냐고 타박할 정도로 고기를 들이마셨던 걸 생각하면, 오늘 점심에 오리와 눈 싸움만 하다 온 건 참 특이한 일이다.
이제 저녁 까지는 자유시간. 가족들도 각자 하고 싶은걸 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가족들과 떨어져서 걷다 보니, 무언가…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뭔가 잊고 있는 게 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좀 더 고민하다 보면 떠오를까?
가물가물… 침전된 기억 속에서 이상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단한 덩치의 아저씨, 나 부자다 하는 인상의 커리어 우먼 느낌의 누나, 와 귀엽다! 싶은 느낌의 다람쥐 같은 여학생, 어딘가 수줍고 말없는 남자아이.
그리고 – 떠올리는 순간 정신이 띵 해지는 미모의 아가씨. 누구지? 이런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나? 영화에 대한 기억이라기엔 너무 선명했다. 게다가, 무언가 대화를 해본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이런 엄청나게 예쁜 금발 배우와 대화를 했다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정신을 집중할 때 쯤, 건너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아! 한가인 여기서 뭐하고 있음?”
“아 너 왔냐. 엄마 아빠는 어디있어?”
“엄마 아빠는 수족관 구경하러 가셨어. 상어쇼 한다던데?
“상어쇼?”
“여기 리조트 명물이래. 수영복 입은 직원들이 들어가서 백상아리랑 꼬리잡기 하고 논다던데? 돈 좀 내면 관광객들도 같이 들어가서 놀 수 있데!”
“그거 뭔가 좀 위험한 거 아닌가?”
“무슨 상관? 원래 그 재미로 하는건데! 어차피 엄마아빠는 수영 못해서 안들어가. 나도 완전 보고 싶었는데 미성년자라고 거절당함! 진짜 어이없어”
동생과 잠깐 대화를 하다보니,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던 잡생각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나도 참 유별나다. 아침에 꾼 악몽의 영향이 아직까지 있는건가? 가족끼리 온 여행인데 혼자 똥폼잡지 말고 구경이나 다녀야겠다.
또, 시야 어딘가에서 무언가 깜빡였다. 식사를 안한지가 오래돼서 많이 배고픈가보다.
[당장 동생과 떨어지세요]저녁 식사는 화려한 부페식이었다.
호텔 1층, 식당에 들어서자 아름답게 세공된 그릇이 음식을 담은 채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하, 저게 요즘 유행한다는 음식날려받아먹기구나! TV에서 연예인들이 자주 했던 거 같은 느낌이 든다. 하얀 옷을 입은 요리사들이 나타나서 활짝 웃으며 음식을 담은 접시를 원반처럼 날렸다. 접시가 날아가면서 음식의 반은 떨어졌지만, 사람들은 즐거워하며 주저하지 않고 바닥의 음식을 핥아먹었다.
가끔씩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이 훅 튀어올라서 날아오는 접시를 입으로 물곤 했다. 즉시 접시가 깨지면서 얼굴 전체가 피투성이가 되면서 난장판이 되었지만, 정말이지 즐거운 순간이었다. 나도 몇번인가 시도해 봤는데… 이거 참 날아오는 접시를 입으로 잡는게 쉽지가 않더라. 자꾸 박치기만 하다보니 약간 오기가 나서 식사도 거르고 접시 받기만 시도했다.
식사가 다 끝날 때 쯤 되서야 운좋게 과일 하나를 받아먹는데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접시는 먼저 떨어지고, 잘린 망고조각만 날아온 걸 받아먹었다. 아아… 접시를 받아먹는게 핵심인데 접시는 없고 망고만 있다니! 그래도 망고는 진짜 엄청나게 맛있어서, 그건 만족스러웠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망고를 씹어먹고 있자, 건너편에서 생토끼 조림을 먹고 있는 동생이 다가왔다. 저 생토끼 조림은 토끼가 팔다리를 묶었는데도 바둥거리는데 어떻게 먹는 걸까.
“오빠는 오늘 하루 종~일 비싼 건 하나도 안 먹고, 망고 죽은 거나 먹고 있네. 그게 먹을만 해? 심지어 위에 고명도 없는데?”
“이상하게 난 오늘 음식중 이게 제일 맛있음”
“그래?… 오늘 오빠 먹은게 없어서 불쌍하니까 이거 줄게”
동생은 왠 접시 하나를 내밀었다. 내가 망고만 먹는걸 봐서인가? 망고 여러조각이 담겨있었다. 살짝 아쉬운건, 망고 조각마다 소 눈알이 이쑤시개로 붙어있었다. 이렇게 같이 먹는 게 맛있다고는 들었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눈알은 떼어내고 망고만 먹었다.
약간 비린내가 나긴 했지만, 망고는 참 맛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띵~ 한 식사를 마치고, 리조트 숙소로 돌아가서 넷플릭스 한편을 가볍게 때리고 침대에 누웠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은 게 없어서인가… 배가 많이 고파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가족과 떨어져서 침대에 누워 있다 보니, 또 아까처럼 머리가 아프면서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아가씨. 이름이… 엘레나. 갑자기 확 이름이 떠오른다. 꿈에서 본건가? 정말이지… 평생 잊을 수 없는 모습이다. 진짜 금을 녹인 것보다도 더 반짝이는 머리카락, 세공된 보석이 들어간 듯한 눈동자… 게다가 분명 선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게 틀림없다.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다른 사람들도 몇몇 더 떠오를 랑 말랑 했는데, 솔직히 잘 기억나진 않는다.
뭔가… 아득하다. 사람들하고 모여서, 뭔가를 하기로 했지. 위험한 방. 아름답고 위대한 보물. 무언가 모험을 하는 꿈이라도 꾸었던가 싶다. 그리고… ‘호텔 파이오니어’. 갑자기 확 떠올랐다. 이게 뭐지? 정신이 번쩍 들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순간,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아하, 엄마 아빠가 시시한 걸로 또 싸우셨구나. 참 두분은 여행지에 와서도 별것도 아닌 걸로 틱틱거리시는게 수십 년은 된것 같다. 부부란 다 저런 걸까? 킥킥대고 카톡하면서 웃다보니 복잡한 생각은 싹 사라졌고,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기묘한 가족)
현자의 조언 : 1]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었다. 이상하게도, 잠도 한 3초만 잔 느낌. 피곤하게 일하고 아주 깊은 숙면을 취했을 땐 눕자마자 바로 일어나는 기분이 들때도 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한게 아닌가?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아예 잠을 안 잔 것 같은데 아침이다. 어제의 하루가 정말 많이 피곤했나보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세안도 마치고, 스키를 타기 위한 무장을 갖췄다. 어제 잠깐 바깥 바람을 쐬기로는 꽤나 추웠기 때문에 오리털 파카를 단단히 입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생각과 동시에 1초만에 스키장 정상으로 올라왔다. 가족들도 다 모여있었다. 그런데, 나와는 옷차림이 조금 다르길래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어라? 엄마? 희강아? 옷 그렇게 입으면 너무 춥지 않나?
“어휴… 니 오빠좀 봐라. 엄마가 진짜 가끔 미치겠다 미치겠어!”
“야 한가인! 아니 그냥 됐다. 진짜 요새 누가 겨울에 옷을 그렇게 껴입어?”
“어… 이렇게 안입으면 춥잖아? 그래서 많이 입은건데…”
“가인아. 겨울은 원래 추운거야. 봄은 따듯하고, 여름은 덥고, 가을은 선선하고, 겨울은 춥고. 이게 자연의 섭리지. 덥다고 옷을 벗고, 춥다고 옷을 껴입는건 섭리에서 벗어난다는 생각 안해봤니?”
아빠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자 과연 옳았다.
무릇, 대자연의 법칙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있으니, 더울때는 덥고, 추울때는 추운것이 세상의 섭리인 것. 자연스러운 일을 옷 따위로 바꿔 보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닌가. 더욱이, 요즘은 환경보호의 시대. 환경보호라 함은 환경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의 이치에 따름이 맞다.
곧바로,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그제서야 가족들도 표정이 풀리고 다 같이 즐겁게 웃었다. 굉장히, 엄청난 추위가 느껴졌지만, 별 일 아니다. 겨울은 원래 추운 건데 대체 왜 놀라는가? 웃다 보니 시야 귀퉁이가 깜빡거리는 느낌이 든다.
[체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옷을 입어야 합니다]즐겁게, 스키를 탔다. 행복했다. 정말이지, 즐거운 순간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모여서, 수목원에서 뛰어놀다가 맛 좋은 오리고기를 뜯고, 저녁은 화려한 리조트의 풍채를 즐기다가 다음날엔 다 함께 스키. 이런 행복한 순간이 언제 또 오겠는가!
조금씩 정신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든다. 별 일 아니다. 겨울은 원래 추우니까. 스키를 타다가 순간, 넘어졌다. 피부가 달라붙는 느낌이 들더니,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아아… 사실, 굳이 일어날 필요가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다들 편안하게 누워있는게 보인다. 아하, 원래 얼음 바닥에서 알몸으로 누워있는게 요즘 유행이구나. 시야가 슬슬 암전된다. 언젠가 부터 춥지 않았다. 행복한 여행이 끝나 감을 느꼈다……
/당신은 실패했습니다!
착한 아들, 좋은 오빠.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당신은 기묘한 가족의 이변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들과 함께한 끝에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저주로부터 탈출하지도 못했고, 저주의 근원을 해결하지도 못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동료들을 기다리세요
…
…
…
…
동료 중 탈출 성공자 발생! 축하합니다! 탈출 성공자가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한가인은 침전된 의식이 천천히 부유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