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05)
괴담 호텔 탈출기 805화(804/836)
805화 – 진입 전,아주 기이이인 하루 (1)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9,328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로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점심 식사가 끝날 무렵, 호텔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호텔이 알림을 띄운 것이다.
「오늘부로 파티타임이 종료됩니다.참가자 여러분은 새로운 시련을 준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할아버지가 눈을 크게 떴다.
“야, 야! 이게 뭐냐?”
“파티타임이 오늘 끝난다는데요?”
“엘레나! 나도 눈은 있다. 내 말은 왜 오늘 끝나냐는 거지! 아직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는데.”
“어, 의사 선생님과 승엽이가 302호에서 보상을 다 얻은 것 아닐까요?”
“벌써? 그러면, 새로운 시련이라는 말은 설마…”
“내일 저주의 방에 들어가라는 소리 같아요.”
“왜 이리 빨라!”
“그러게요.”
당황하는 것도 잠시, 하강했던 동료들이 돌아왔다.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왔어요!”
하강한 두 동료가 겨우 2박 3일만에 돌아온 것.
동료들은 하나같이 입을 반쯤 벌린 채 승엽이와 상현 형을 바라보았다.
곧, 은솔 누나가 살짝 멍한 표정으로 모두의 생각을 대신 말했다.
“두 사람. 벌써 끝냈어요?”
눈치 없는 승엽이는 활짝 웃었다.
“네. 깃털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잡았죠. ”
“그, 그러니?”
“하하! 302호가 끝날 때 깃털의 힘은 상당 부분 소멸했고, 일부만 남았어요. 이래서 호텔에 돌아온 후로는 정상적으로 쓰지 못한 거죠.”
“이젠 쓸 수 있고?”
“네. 예전처럼 마음대로 쓰긴 어렵고, 증폭해야 해요. 증폭 조건은 사람들을-”
다음 내용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깃털의 힘을 증폭하는 이치는 302호에서 승엽이가 알아냈다.
아마, 여명의 아들이 그러했듯 인류를 위해 힘을 사용해야겠지.
이쯤에서 상현 형이 승엽이의 말을 살짝 끊었다.
승엽이와 달리 눈치가 빠른 만큼, 주변의 싸한 분위기를 눈치챈 것.
“승엽 군, 잠깐.”
“예?”
“우리야 목표가 확실했고, 데이비드가 전세기를 준비해 준 덕에 신속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왜 이러십니까?”
잠깐의 어색한 분위기.
이번에는 내가 입을 열었다.
“별건 아니고, 두 사람이 너무 일찍 돌아와서 그래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현 형.
“늦은 것도 아니고, 빨리 돌아온 게 문제입니까?”
“아, 실은 두 사람이 하강한 사이에 간만에 호텔을 탐색해 보기로 했거든요.”
“아하! 탐색을 제대로 하기 전에 우리가 돌아왔군요?”
“게다가, 미로 녀석이 이상한 사고를 쳐서 -”
“난 잘못 없어!”
“이상한 사고를 쳐서, 하루는 허무하게 날렸거든요.”
이쯤에서 상현 형이 가볍게 웃었다.
“여러분이 느끼기엔, 저와 승엽 군이 하루 만에 돌아와서 아무것도 못 한 상황이군요.”
“그렇죠.”
“호텔 탐색도 못 했고, 새로 얻은 능력에 관한 연구도 못 했고… 탐욕의 손은?”
은솔 누나가 고개를 저으며 쓰지 않았음을 밝혔다.
“이런! 이해했습니다. 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캘리포니아 바닷가라도 한번 다녀올 걸 그랬습니다.”
아쉬워하는 동료들이 많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요번에는 상현 형의 부탁대로 관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강 파티가 일을 다 끝낼 때까지도 위에선 전혀 몰랐다.
두 사람이 돌아오기 직전까지 ‘아직 쉴 시간은 충분하겠지?’ 하고 있었지.
이렇듯, 모두가 시원섭섭한 반응을 보일 무렵.
아리가 갑자기 승엽이 옆으로 다가갔다.
“누나?”
“…”
승엽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유심히 바라보는 아리.
다들 ‘얘 뭐함?’ 하는 시선을 보냈고, 승엽이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왜 그러세요?”
“뭔가 느껴지는데.”
“네?”
“너한테 이상한 게 느껴져.”
“뭐, 뭐가요?”
“… 조금 생각해 보고 말해줄게.”
아리가 제자리로 돌아오자, 상현 형이 가볍게 손뼉 치며 말했다.
“이미 끝난 일, 어쩌겠습니까? 남은 시간이라도 충분히 쉽시다. 내일부터 바로 저주의 방에 가야 하는 모양이니까요.”
“그렇죠! 다들 해산해요. 참, 두 사람 수고했어요!”
“하하, 아닙니다.”
*
제법 길었던 302호의 시련.
나는 관측소에서 꽤 오랜 시간을 홀로 보냈다.
진철 형은 기이하게 뒤틀렸고, 아리는 영혼을 회복하기 위해 동면했기 때문이다.
가끔 302호가 끝난 후의 미래를 생각하곤 했다.
302호가 종료된 후에 모두 괜찮을까?
동료들이 정신적인 후유증에 시달리진 않을까?
상현 형과 나는 203호에서 유사한 일을 겪었지만, 다른 동료들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다행히, 동료들의 정신이 ‘겨우’ 25년 만에 맛이 가진 않았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인간의 영역은 반쯤 벗어났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맛이 가지 않았다는 말이 아무 문제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까부터 몇몇 동료가 기이한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음이 그 증거겠지.
예컨대, 눈앞의 송이처럼.
— 콩! 콩!
“… 송이야.”
“네?”
“지금 뭐 하는 거야?”
“쉬고 있어요. 아아…! 내일 저주의 방에 바로 가야 한다니.”
송이는 양손으로 페로를 꽉 잡고 있었다.
그게 전부라면 페로와 친밀한 교류를 나누는가 보다 했겠지만…
“내 말은 지금 이 행동의 의미가 뭐냐는 거야.”
— 콩! 콩!
송이는 페로의 부리로 험프티덤프티의 등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둘이 친해졌으면 해서요.”
“… 페로의 부리로 험프티덤프티 등을 찍으면 친해져?”
“험피가 자꾸 페로를 삼키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페로에게도 험피를 삼키는 법을 가르치고 있어요.”
“둘 다 엄청나게 싫어하는 것 같은데?”
“설마요. 지금도 서로 친해지고 있는걸요? 그렇지?”
— 삐익!
“… 스트레스가 심한가 보네.”
“302호 진짜 힘들었거든요. 다음 방에 가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날이 내일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너무 우울하네요. 페로, 부리를 조금 더 내밀어 볼래?”
— 그르륵!
계속 보고 있으면 나까지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일어섰다.
*
미로는 아리와 함께 1층 분수대 근처에 있었다.
정확히는, 아리는 앉아있고 미로는 아리 무릎에 머리를 올린 채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있어.”
“…”
“1초, 1초, 1초… 아리야, 1초가 60개 모이면 1분이야.”
“…”
“1분이 60개 모이면 1시간이고, 1시간이 14개 모이면 자정이야.”
“…”
“자정이 되면 나는 죽는 거구나…”
뭔 소리야?
14시간 후에 자정인 것과 미로가 죽는 게 무슨 상관이지?
“대체 무슨 소리야?”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다음 방 가기 싫다고 이러는 거야.”
“…”
“말하자면, 저주의 방 공포증이지. 호텔포비아에 걸렸다고나 할까.”
솔직히 황당했다.
송이야 25년을 맨정신으로 견뎠으니 스트레스가 심할 만하지만, 미로는 아니잖아?
“미로, 넌 겨우 3년 깨어있었잖아.”
“겨우? 겨어어우우우? 3년이 얼마나 긴지 알아?”
“위대한 자에게 3년은 1초와 같 -”
미로가 바로 몸을 일으키며 분개했다.
“그 소리가 왜 나와! 내가 위대한 자도 아닌데!”
“…”
“애초에, 얼마나 힘든지는 상대적인 거야. 인생의 길이를 보라고.”
“인생의 길이?”
“아리는 무지무지 나이 많아. 그니까 25년 아무렇지도 않아.”
아리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미로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상현이는 203호에서 이미 몇백 년 살았다며! 그니까 25년 아무렇지 않아.”
아니, 아리도 상현 형도 꽤 힘들어한 것 같던데…
“나는, 나는…!”
아리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너도 나이 많잖아. 요원 시절 합치면 수백, 수천 년 아니야?”
“기, 기억 안 나는 시간은 빼야 해. 난 지금 두 살 정도야.”
순간, 나와 아리가 둘다 말문을 잃었다.
“… 두 살?”
“호텔에서 깨어난 시간부터 세면 그 정도 아니야? 302호에서 3년 보냈으니까, 난 평생보다 긴 시간을 보냈어.”
“…”
이게 무슨 황당한 논리인가 싶었지만, 따지는 것도 피곤해서 몸을 일으켰다.
“으엣? 가인아~ 어디가?”
“다른 사람들 뭐 하나 보려고.”
“으응… 알았어.”
그때, 아리가 입을 열었다.
“잠깐!”
“응?”
“승엽이 쪽 한번 확인해 봐.”
이 말을 들으니, 아리가 아까 승엽이 주변을 빙글빙글 돌던 게 생각났다.
“왜? 승엽이에게 뭔가 느끼기라도 했어?”
“알고 있겠지만, 내 축복은 호텔의 숨겨진 요소를 찾는 데 특화한 힘이야.”
“그렇지.”
“숨겨진 요소와 관련된 무언가를 찾으면 파바밧! 하는 느낌이 와.”
“되게 역동적인 느낌이네. 그래서?”
아리의 다음 말은 살짝 이해하기 어려웠다.
“… 승엽이에게 그 느낌을 받았어.”
“승엽이는 참가자인데? 숨겨진 NPC 같은 게 아니잖아.”
“그러게. 무슨 일인지 나도 잘 모르겠네.”
다음은 승엽이를 찾아가 볼까?
*
승엽이를 중심에 두고 오른쪽으로 한 바퀴, 왼쪽으로 한 바퀴, 다음으론 정면에서 바라보기.
“… 형.”
“…”
“가인 형.”
“…”
“형까지 왜 이러세요?”
“널 관찰 중이야.”
“뭐, 뭔가 찾으시는 건가요?”
“상현 형 말로는 네가 무슨 노트를 얻은 것 같다던데.”
“음, 호텔로 돌아오기 직전에 뭔가 보긴 했어요.”
“꺼내봐.”
“그게, 자기 멋대로 생겼다 사라졌다가 해요.”
“네 마음대로 소환할 수는 없어?”
“네.”
이상한 노트라…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칠 무렵, 승엽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참, 아까 할아버지가 가인 형 찾았는데.”
“할아버지가? 왜?”
“할 말이 있다고 했어요.”
“대화창 써서 부르시지.”
“아마, 형이 그때 다른 층에 있던 것 같아요.”
“그래? 지금은 어디 계셔?”
“할아버지, 선생님, 진철 형 셋이 함께 등산한다고 지하로 갔어요.”
“그래?”
할아버지가 날 찾는다고 하니, 지하로 가자.
이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승엽이가 빙그레 웃었다.
“… 우리, 302호에서 고생 많았잖습니까?”
“그렇지.”
“하나만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저녁에 간단한 이벤트를 하고 싶어서 말이죠.”
“…”
“적절한 선물 하나만 준비해 주시겠습니까? 유의미한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
각종 편의시설이 모여있는 호텔 지하에 도착.
—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화려한 금발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어엇! 가인 씨.”
“지하에 있었군요?”
“잘됐네요! 마침, 가인 씨 찾고 있었거든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할아버지가 날 찾는다고 하던데 -”
“저도 가인 씨 찾고 있었어요. 묻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엘레나의 질문이 뭔지 궁금해하는 시점.
— 쿠궁!
갑자기 호텔 전체에 요란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엇?”
“으악!”
나와 엘레나가 당황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근처의 디스플레이에 알림이 떴다.
「* 참가자의 요청에 따라 오늘의 깜짝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깜짝 이벤트 : 아주 기이이인 하루
지금까지의 일, 이상한 점이 많지 않으셨나요?
하나하나 되새겨보시길.
참, 여러분이 심심하지 않도록 약간의 ‘즐거운 이벤트’를 준비했답니다.
항상 호텔에 감사하세요.다 우리 덕분입니다.」
“참가자의 요청? 설마!”
“… 은솔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