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06)
괴담 호텔 탈출기 806화(805/836)
806화 – 아주 기이이인 하루 (2)
— 한가인
「* 참가자의 요청에 따라 오늘의 깜짝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깜짝 이벤트 : 아주 기이이인 하루
지금까지의 일, 이상한 점이 많지 않으셨나요?
하나하나 되새겨보시길.
참, 여러분이 심심하지 않도록 약간의 ‘즐거운 이벤트’를 준비했답니다.
항상 호텔에 감사하세요.
다 우리 덕분입니다.」
— 쿠궁!
황당한 알림을 보고 당황하는 것도 잠시, 요동치는 소음과 함께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졌다.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페로의 몸에서 깨어났다.
*
“삐이익!”
“… 가인아, 왜 삐이익 하는 거야?”
“아, 나도 모르게 그만.”
“…”
이곳은 호텔 1층 로비, 현재 총 아홉 명의 동료가 모여 있는 장소다.
좁은 장소는 아니었지만, 아홉 사람 – 정확히는 여덟 사람과 한 마리의 새 -이나 한 장소에 있으니 다소 불편했다.
물론, 모두가 뭉쳐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현 상황을 요약했다.
“뭐냐? 벗어날 수가 없는데?”
송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그러게요.”
“아무리 걸어도 계속 로비야. 어떻게 된 거지?”
“로비 밖으로 향하는 길이 쭉 늘어진 느낌 아닌가요?”
그때, 주변을 살피던 아리가 나름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복도가 무한히 길어진 느낌이네. 또, 위를 봐. 천장이 보이지 않아.”
“으음…”
“지금 우리가 있는 장소, 로비 밖으로 가는 길이 다 끝없이 길어졌어. 쉽게 말하면, 로비에 갇혔네.”
“이거, 은솔이가 탐욕의 손 쓴 거 아니냐?”
“그런 것 같네.”
“걔는 이런 일을 벌이고 어디로 사라진 거야?”
이 자리에 없는 단 한 명의 동료, 이은솔.
아리가 간단히 답했다.
“뭐… 탐욕의 손은 사용자에겐 리스크가 없으니까.”
“으윽! 은솔이 혼자 안전한 곳에 있다는 소리구만.”
“그렇지. 아, 저기 디스플레이에 설명 몇 줄 더 있다.”
아리 말대로 디스플레이에 약간의 설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여러분 중 다섯 사람의 마음속에 어둠이 있습니다.
그 어둠이, 호텔에 불길함을 드리우고 있군요!
모두의 미혹이 사라질 때까지 오늘 하루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서로 진실한 대화를 나눠보는 게 어떨까요?」
상현 형이 살짝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섯 사람의 마음속에 어둠이 있다니… 가인 군, 짐작 가는 바가 있습니까?”
자연스럽게 내게 돌아온 질문.
“삐이익!”
“…”
“아 죄송, 습관적으로.”
“습관적으로 삐이익 할 정도면, 페로의 몸이 사실상 가인 군의 분신 아닙니까?”
송이가 어이없어했다.
“그 말 페로가 들으면 엄청나게 놀라겠네요. 가인 오빠, 페로 몸에서 나올 수 없어요?”
“삐-”
“한 번만 더 삐이익 하면 부리를 뽑아버릴 줄 알아요.”
“… 마도서 소환할 수 없어. 호텔이 막았나 봐.”
“어머나, 역시 호텔이다. 오빠도 꼼짝 못 하네요. 어쨌든 오빠, 짐작 가는 사람 없어요?”
상현 형에 이어서 송이도 내게 질문을 던진다.
기다렸다는 듯 다른 동료의 시선이 내 쪽을 향할 무렵,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오빠?”
나는 모두의 위키피디아 같은 존재가 아닐까?
“몇 사람이 떠오르긴 해.”
“역시 인류 역사상 제일 똑똑한 앵무새!”
“…”
“페로 역사상 가장 똑똑한 가인 오빠.”
“뭔 소리야?”
“누구 같아요? 마음속에 어둠이 있는 사람?”
아까 전, 승엽이와 상현 형이 예상보다 일찍 돌아오자 이상 행동을 보인 동료들이 있었지.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미로였다.
아까 전, 아리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린 채 헛소리하던 기억이 생생했다.
“미로.”
“으악? 나, 나야?”
아리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아까 미로가 다음 방 가기 싫다고 어린애처럼 울었어.”
미로가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우, 운 적 없어! 아리 거짓말하지 마.”
“본인은 다섯 살이니까 울어도 된다고 했어.”
“그, 그건 그냥 농담이지.”
그때, 승엽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야, 야! 미로. 귀찮게 하지 말고 정신 차려.”
“…”
“3층 왔으면 다음 방은 어차피 가는 건데, 뭘 무섭다고 난리야?”
“…”
“정신 차리라고 인마! 겁만 많아서는 참… 넌 고수 되긴 글렀어.”
대답이 없는 미로.
곧, 아리가 크게 한숨쉬며 승엽이 다리를 걷어찼다.
— 툭!
“어엇!”
“조용히 안 해?”
“누, 누나, 갑자기 왜 -”
“우울증 환자에게 꼰대 같은 소리 하면 멀쩡해져?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승엽이 네가 그런 소리라니… 그냥 입이나 다물고 있어.”
— 푸드득!
그 사이, 나는 자연스레 날개를 퍼덕이며 미로 어깨에 –
— 쿵!
— 미로 옆의 벽에 충돌했다.
“삐익!”
“아앗!”
“… 오랜만에 날아서 그런가? 각도 조절이 잘 안되네.”
“가, 가인아 괜찮아? 부리 괜찮아?”
“괜찮아. 내 부리 아니야.”
“아~ 오빠 진짜 조심 하라고요.”
“어쨌든 미로, 저주의 방에 가는 게 싫어?”
미로는 잠시 침묵한 후, 순순히 답했다.
“… 당연하지.”
“으음, 하지만 미로. 3층에 온 건 네 선택이었잖아?”
“그때는 그때고.”
침울한 표정의 소녀.
찰싹 붙어서 미로의 눈을 바라보니,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어렴풋한 생각.
돌이켜보면, 미로 본인이 멀쩡한 정신으로 연 단위의 시간을 견뎌낸 일은 302호가 처음이다.
2층 관문의 방?
그곳에서 미로가 보낸 시간 대부분은 석관에서 잠든 상태였지.
그래서, 미로에겐 302호에서 3년을 버틴 경험이 꽤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3년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까딱하면 25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시달릴 수 있다는 생각.
이 두려움이 미로의 마음속 어둠이다.
“처음 3층에 도전할 때의 마음을 다시 떠올려 봐. 초심으로 돌아가서 – 어엇!”
아리가 내 몸통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가인이 너도 다시 테이블 위로 가.”
— 푸드득!
“아니, 나는 미로를 설득하려고 —”
“내가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본인이 미로를 설득하겠다는 자신 있는 태도.
다른 동료들은 물론, 미로까지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리를 보았다.
곧, 아리는 할아버지 귀에 대고 무어라 속삭였다.
이때, 나는 페로의 청력이 생각보다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미로에게 개인 메시지 보내.
… 무슨 내용?
… 내가 너한테 보낸 내용 그대로 미로에게 보내.
아리와 할아버지 사이에 오간 대화.
곧, 아리의 메시지가 할아버지의 대화창을 통해 미로에게 보내졌고…
“으엣! 아, 아리야, 진짜 -”
“멍청아, 입 밖으로 꺼내지 마!”
“으, 응! 진짜지?”
“그래. 진짜야.”
“진짜 해주는 거 맞지?”
“조용히 하라고 좀!”
미로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뭐야? 아리가 무슨 메시지를 보냈길래 미로 표정이 갑자기 밝아진 거야?
이 상황, 나만 이해 못 하는 거 아니지?
황당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니, 다른 동료들도 ‘이게 뭐임?’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푸드득!
재빨리 할아버지 어깨 위로 올라갔다.
“뭐죠?”
“…”
“아리가 미로에게 뭐라고 한 거죠?”
“… 세상 유치한 이야기.”
“그니까, 그게 뭔데요.”
“아이디어는 네가 낸 거다.”
“네?”
“네가 미로에게 말했잖냐. 초심 찾으라고.”
“그거야 -”
“미로의 초심이 뭔지 생각해봐라. 애초에 미로가 3층에 온 이유가 뭐였냐? 에잇! 귀찮게 할래?”
미로의 초심?
— 쿠궁!
갑자기 시작된 진동.
“엇! 어엇!”
“바, 바닥하고 천장이 흔들리는 -”
“흔들리는 게 아니라 가까워지고 있어!”
뒤틀린 공간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던 복도가 다시 정상적인 길이로 돌아왔고, 보이지 않던 천장이 다시 가까워졌다.
그러니까, 이제 로비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 –
그 순간, 진철 형의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리야! 천장 막아! 당장!”
— 쏴아아…!
*
뒤틀린 공간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1층 로비 밖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옹기종기 모여 있다.
— 쏴아아…!
“… 천장에서 검은 비가 내리네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는 부등변다면체의 힘으로 위에 투명한 벽을 만들어서 검은 빗방울이 우리 몸에 닿는 걸 막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검은 빗방울은 바닥에 고이지 않았기에 바닥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이건 또 뭐야?”
예리한 눈으로 천장을 보던 상현 형이 중얼거렸다.
“대충, 이벤트의 진행 방식을 알겠군요.”
“진행 방식?”
“다섯 동료의 마음속에 어둠이 있고, 그 어둠이 호텔에 불길한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으음…”
“미로 양의 어둠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뒤틀린 공간이 원래대로 돌아왔군요.”
미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내가 로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거야?”
“아마도. 생각해 보면, 미로 양은 저주의 방에 가기 싫어했으니 말입니다.”
저주의 방에 가기 싫어했던 미로의 마음속 어둠.
그 어둠이 공간을 뒤틀어서 우리를 로비 밖으로 나갈 수 없게 했다.
미로의 어둠을 해결하니, 로비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은, 이상 현상이 앞으로 네 개 더 있다는 뜻이네요.”
“하나는 검은 비군요.”
“또 하나는?”
— 그르르륵!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렁찬 포효가 멀리서 들려왔다.
“… 저거군요.”
“다, 다른 건 뭐죠?”
송이가 내 등을 툭 쳤다.
“오빠의 상태 그 자체죠. 오빠만 페로 몸에 갇혀있잖아요.”
“…”
— 그르르륵!
승엽이가 긴장한 표정으로 외쳤다.
“저 소리, 험프티덤프티 아닌가요!”
“그런 것 같은데?”
“험프티덤프티와 관련한 어둠이라면… 소, 송이 누나?”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송이에게 향했다.
“… 아무래도, 제가 범인인가 보네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어둠, 다음 순번은 송이의 마음속 어둠이었던 것.
— 크르륵!
승엽이가 이를 꽉 깨물며 고함쳤다.
“소,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커요!”
“소리의 크기와 진동으로 미루어 볼 때, 험프티덤프티가 평소보다 3배쯤 거대해진 상태 -”
“으악! 누나, 어둠인지 뭔지 그냥 없애면 안 돼요?”
“…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아.”
“야, 야! 일단 싸움 한번은 해야 할 모양이다!”
동료들이 굳은 표정으로 한바탕 할 준비를 하는 시점,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대체, 누구의 마음속 어둠이 날 페로의 몸속에 가둔 걸까?
범인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 –
— 쓰윽!
응?
— 덥석!
… 이건, 혓바닥?
미끌거리는 목구멍 뭐냐고 대체!
“꺄아악! 험피가 페로를 삼켰어!”
“혀가 왜 허공에서 튀어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