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08)
괴담 호텔 탈출기 808화(807/836)
808화 – 아주 기이이인 하루 (4)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9,32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로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김상현과의 대화를 끝낼 무렵, 일대의 조명 전체가 1초 정도 꺼졌다.
— 깜빡!
빛이 돌아왔을 때, 나는 다시 사람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변화가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처음부터 사람이었나 싶어질 정도였다.
— 화르르!
바로 신성한 태양을 소환해 방어막을 구현했다.
사실, 내게는 방어막보다는 천장을 향한 척력에 가까운 느낌인데, 이 형태의 방어법을 ‘방어막’ 말고 다른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 풀썩!
“아앗! 아리야, 괜찮아?”
“좀 피곤하네.”
아리는 신성한 태양을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바닥에 픽 주저앉았다.
동료들도 이제는 안심이라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는데, 살짝 짓궂은 말이 떠올랐다.
“하하! 아리야, 이 분위기 차이가 보여?”
“…”
“이게 너와 나의 차이야. 네가 방어할 때는 모두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힘을 되찾으니 모두 편안한 표정을 -”
“가, 가인이 너무해! 때로는 맞는 말도 숨길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어.”
미로의 격한 반응을 본 아리가 크게 한숨쉬며 미로를 쥐어박았다.
— 쿵!
“아얏!”
“… 미로, 너는 처맞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워야겠네.”
피식피식 웃는 동료들, 서서히 긴장이 풀려가는 분위기다.
검은 비를 막아내는 사람이 아리에서 나로 바뀌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
이제 로비에서 벗어나 105호로 이동할 수 있다.
“자, 다들 105호로 이동합시다. 아마, 그쪽은 안전할 겁니다.”
연산 능력의 한계로 거대한 벽을 움직이기 힘들어하는 아리와 달리, 내게는 그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
과연, 흉측한 검은 비는 105호 내부에까지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덕분에 동료들이 피로를 풀 수 있는 건 좋았지만…
105호의 효과는 ‘검은 비를 피할 수 있다’가 전부였다.
— 쏴아아…!
“… 지금 저녁 식사 시간 아니냐?”
할아버지의 말에 진철 형이 다소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디스플레이에 나오는 시간도 그렇고, 다 같이 모여 있는 것만 봐도 식사 시간 맞습니다.”
“그런데 왜 밥이 안 나와?”
“이벤트 중이니까?”
“하아아…”
— 쏴아아…!
계속해서 들려오는 빗소리에 송이가 반응했다.
“문을 닫았는데도 왜 저 소리가 계속 들리죠?”
아리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호텔이 우리에게 말하는 거야. 잊지 마라. 아직 이벤트 안 끝났다. 105호 왔다고 넋 놓고 있으면, 비가 들이칠지도 모른다.”
“…”
“밥도 안 줄 거고, 조금 있으면 시설도 고장 낼 거다. 그러니까 숨도 쉬지 말고 고생해라.”
“그렇게까지 말한 적은 없잖아.”
“그걸 들어야 알아? 호텔 오늘 들어왔어?”
“…”
어느새 고요한 분위기.
엘레나가 다소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섯 개의 어둠이 있고, 그에 따른 이상 현상이 있는 느낌인데… 그러면, 저 검은 비는 누가 만들고 있을까요?”
내가 답했다.
“검은 비의 원인은 명확합니다. 99% 이상 확신하죠.”
내 입에서 ‘명확하다, 확신하죠’라는 표현이 나오자, 엘레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저, 저는 진짜 아닌 것 같은데 -”
“엘레나 말고요.”
“그러면 누구요?”
“은솔 누나죠.”
그제야 눈을 동그랗게 뜨는 동료들.
나는 오면서 생각한 몇 가지 근거를 떠올렸다.
“첫째, 소원을 빈 사람이 은솔 누나 본인입니다. 둘째, 검은 비의 특징을 생각해 보시길. 인간에겐 지극히 유독한데, 험프티덤프티에겐 아무 해가 없었잖아요?”
“그러고 보면 분명 그랬죠.”
“이스의 마력이 깃든 혼돈 재해일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은솔 누나와 얽혀있으면서 인간에겐 해롭고, 험프티덤프티에겐 해가 없는 이유가 모두 풀리죠.”
아리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네.”
“마지막으로 검은색. 이건 좀 끼워맞춘 느낌이긴 한데, 누나를 고민에 빠트린 물건이 ‘흑석’이니까.”
“으음…”
이쯤에서 송이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은솔 언니, 흑석 때문에 정신이 살짝 혼란스러운 것 같았는데.”
“그랬지.”
“다시 홀린 상태로 탐욕의 손을 쓴 걸까요?”
“나중에 직접 확인해 보자.”
이벤트가 시작할 때, 호텔이 보낸 알림.
여러분 중 다섯 사람의 마음속에 어둠이 있습니다.
그 어둠이, 호텔에 불길함을 드리우고 있군요!
지금까지 확인된 어둠과 이상 현상의 정체는 다음과 같다.
1. 미로
어둠 : 저주의 방에 가기 싫다.
이상 현상 : 로비 밖으로 벗어날 수 없음
2. 유송이
어둠 : 험프티덤프티에 대한 죄책감
이상 현상 : 통제 불가, 자유가 된 험프티덤프티
3. 김상현
어둠 : 한가인에 대한 불안감.
이상 현상 : 한가인이 페로의 몸에 갇힘.
4. ???
어둠 : ???
이상 현상 : ???
5. 이은솔
어둠 : ???
이상 현상 : 검은 비
그러니까, 4번이 미스터리인 상황이네.
“흐음…”
“어흠, 얘들아. 계산해 보니까 한 사람이 비는 것 같다.”
“그러게요. 미로, 송이, 의사 선생님, 여기에 은솔 언니까지 합쳐도 한 명이 비네요.”
고요한 침묵.
결국, 모두가 부담스러워하는 이야기는 내가 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러분.”
내 쪽을 향하는 동료들의 시선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다음 이야기는 모두가 내심 짐작하고 있었으리라.
“슬슬 ‘범인 찾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네 번째 범인은 누구인가.”
— 쏴아아…!
정신없이 오가는 눈길 속에서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은 미로였다.
“일단 난 아니야!”
“그래, 미로는 아니지. 이미 첫 어둠의 범인이었으니까.”
같은 이유로 송이와 상현 형도 더는 범인이 아니다.
“자, 자! 아직 한 사람 남았어요. 난가? 싶으면 자진 신고합시다.”
— 탕!
가볍게 테이블을 치자 모두가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미로가 자신 있게 손을 들어 승엽이를 가리켰다.
“범인은 얘야!”
승엽이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항변했다.
“전 어둠 같은 거 없는데요! 오히려 반대죠. 미련을 전부 해결한 쪽 -”
“거짓말하지 마! 송이에게 다 들었어.”
“나한테 들었다고?”
“뭘 들었다는 거야?”
송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람을 표했고, 승엽이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미로는, 더없이 당당하게 외쳤다.
“뭐가 어째? 거울의 방에서 소원을 빌 자신이 없어? 유미랑 소연이 중 하나로 마음을 모을 수 없어서?”
즉각 승엽이가 고개를 숙였고, 여러 사람이 매서운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게 어둠이 아니면 뭐겠어? 당연히 어둠! 사형!”
나는 슬쩍 중재하려 시도했지만 —
“미로, 어둠이 있다면 고민을 풀면 되는 문제야. 처벌이 아니고 -”
“가인아, 설마 지금 승엽이를 옹호하는 거야?”
— 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리가. 사형해야지.”
“혀, 형?”
“물 끓일까?”
진지한 토론이 오가던 중, 참지 못한 아리가 탁자를 쳤다.
— 탁!
“미로, 조용히 좀 해봐. 아무리 봐도 얘는 아니잖아.”
“누, 누나! 역시 아리 누나만 믿고 -”
“어둠이란 심도 높은 고민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 멍청한 머리에 그런 게 있겠어?”
“…”
“얘는 그냥 생각이 없어. 고민도 없고 어둠도 없다고.”
미로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랭…”
“여자친구가 둘? 여자친구는 좋은 거고, 좋은 건 두 개면 더 좋다. 딱 이 수준이 승엽이 생각이겠지.”
이쯤에서 승엽이는 탁자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리 생각이 궁금했다.
“아리, 네 생각엔 누구 마음속에 어둠이 있는 것 같아?”
“묵성이 같은데.”
“쿨럭! 갑자기 나냐?”
“묵성아, 요새 맨날 옛날 생각 하면서 밤마다 술 마시는 거 모를 줄 알았어?”
아리의 주장 : 묵성은 최근 밤마다 술에 빠져 살 정도로 고민이 많다.
할아버지의 최초의 소원에 얽힌 고민이 어둠의 정체로 추정된다.
“그렇긴 하지만… 이, 이 시련과는 상관없지 않겠냐?”
“왜?”
“내 고민은 저주의 방과 관련한 고민이잖냐.”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 호텔이 저주의 방 관련 문제를 외부 이벤트로 해결하는 거 봤냐?”
할아버지의 항변 : 고민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주의 방 및 최초의 소원과 얽힌 고민이 저주의 방과 무관한 이벤트에서 해결된다?
이런 건 호텔 스타일이 아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주 이상한 소리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생각해 보면, 아직 들어가지 않은 저주의 방 관련 내용을 호텔이 미리 알려준 적은 없네.”
“… 천기누설이 있긴 했잖아.”
“솔직히, 그때 알려준 키워드가 도움이 많이 됐냐?”
“아니긴 하지. 그러면 누구라고 보는데?”
슬쩍 승엽이 쪽을 살폈다.
미로와는 다른 이유지만, 승엽이 쪽도 분명 걸리는 부분이 있긴 한데… 애매하다.
앞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아리가 반응했다.
“나 아니야.”
“…”
“뭐야? 왜 내 쪽 보는 거야?”
“그냥 앞을 보고 있었는데.”
“거짓말.”
“너도 내 쪽 보고 있잖아.”
“나는 네가 범인 같아서.”
“…”
“생각해 봐. 우리 중 어둠 하면 가인이잖아. 너보다 더한 어둠은 없어. 인류사의 어둠 그 자체야.”
이상하게도, 동료들이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내 쪽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완전 빛인데? 태양 그 자체인데?”
“요즘 네가 빠져있는 해괴한 연구. 그게 틀림없이 어둠이야. 당장 무릎 꿇고 진실을 말해.”
“… 애초에, 네 번째 이상 현상의 정체도 모르잖아.”
“그건 그래.”
그때, 진철 형이 입을 열었다.
“너, 원래 몸으로 돌아왔으니 조언 쓸 수 있지? 지금이 타이밍 아니냐?”
“으음…”
「조언 : 3 -> 2」
‘네 번째 이상 현상의 정체는 뭡니까?’
「이미 발생했다. 네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