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1)
80화 – 파티 타임 (2) – 축복의 성소 (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파티 타임 1일차 오전.
아침 일찍 가볍게 식사하며, 오늘 오전엔 어떤 일부터 할지 대화했다. 먼저 나부터 의견을 밝혔다.
“축복의 성소부터 가는 게 어떨까요? 요번엔 꽤 많은 사람이 강화될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저번에 성소에 들른 후로 104호 호텔고, 106호 호텔 랜드, 101호 상식개변 미디어를 진행했죠? 대충 계산해도 여러 명이 기여도를 인정받을 것 같습니다.”
진철 형이 찬성했다.
“나도 찬성합니다. 축복을 강화하면, 뭔가 새로운 능력이 생길 겁니다. 그것도 연습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빨리빨리 진행합시다.”
축복의 강화! 유산을 제외하면 가장 가치 있는 보상 중 하나가 아닐까? 많은 사람이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누가 기여도를 인정받을지 생각해봤다.
호텔고는 역시 나와 아리겠지? 호텔랜드는 나와 진철 형이 눈에 띄게 활약했다. 상식개변 미디어야 이미 호텔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명단이 엘레나, 차진철, 김묵성이다.
최소한 나, 김아리, 차진철, 엘레나, 김묵성.
다섯은 강화의 대상이 될 것 같다.
다들 생각이 비슷했는지 해당하는 사람들이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
후다닥 식사를 끝내고, 호텔 정문으로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정문 옆의 스위치를 눌러서 불부터 껐다.
… 누나와 할아버지의 짜증이 들려왔다.
“야! 야! 혼자 달려가서 불부터 끄면 난 안 보이잖아!”
“저놈! 저거, 자기 축복 강화될 때 됐다고 자랑하냐!”
다시 불을 켜서 모두가 합류한 후, 불을 끄고 축복의 성소로 진입했다.
익숙한 알림창.
성소에 도착한 것을 축하하고, 축복을 이해하고 강화할 수 있다는 알림이 떴다.
디스플레이로 다가가자 ‘강화’가 활성화됐다. 빠르게 터치했다.
김아리, 엘레나, 차진철, 한가인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
묵성 할아버지의 이름이 없다. 바로 반응이 나왔다.
“뭐냐? 야 호텔 개새끼들아!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직 강화가 없어!”
이후로도 몇 분간 할아버지의 고함을 들으며 생각했다.
대충 짐작 가는 부분은 있다. ‘관리국 팀’은 우리 파티에 좀 늦게 합류했으니 기여도 평가에 손해가 있겠지.
또, 할아버지가 가장 큰 기여를 쌓은 장소라면 역시 ‘상식개변 미디어’의 해결이다.
그런데, 예전에 송이가 ‘인간 목장’을 해결했을 때와 다르다.
‘상식개변 미디어’의 해결은 특정 1인이 해결했다기보다는 여러 사람의 힘이 모여서 해결한 상황이다. 기여도 역시 여럿에게 나눠서 인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승엽이가 위로를 건넸다.
“할아버지! 이런 건 보통 경험치가 레벨업 직전까지 갔는데, 딱 렙업을 못해서 생긴 일 같아요. 아마 다음번에 오면 무조건 강화할 수 있으실 거에요.”
승엽아. 나는 이해하겠는데, 할아버지가 경험치, 레벨업 이런 걸 어떻게 아시겠니.
“하! 참. 아직도 그놈의 경험치를 보여주지도 않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 원!”
이해하시는구나. 묵성 할아버지는 내 생각보다 신세대이신가보다.
진철 형은 오히려 더 기쁜 기색을 보였다.
“자! 자! 기여도 낮은 양반은 좀 비키시고, 강화할 사람들은 빨리합시다.”
이제는 나도 못 참겠다.
바로 ‘네’를 눌렀다.
성소를 밝히던 광채가 나, 김아리, 차진철, 엘레나를 강타했다.
*
의식이 쭉 하늘로 날아오른다.
두 번째여서인지 익숙한 감각. 지상을 초월한 장소. 어디에도 없는 땅.
올빼미가 나타났다.
유산을 얻지 못했다고 잔소리라도 하려나?
올빼미의 첫 반응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최근에는 나쁘지 않았다.”
칭찬?
“유산을 얻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네가 쓸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애초에 내가 쓸만한 물건도 아니었으니, 별로 아쉬워하지 않는 분위기.
“이제야 축복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 같군.”
“‘조언’이 설마 내가 답을 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능력인 줄은 몰랐습니다.”
“당연한 것 아닌가? 네가 뭘 궁금해하는지 알아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다.”
“저번에 뵈었을 때, 조언의 사용법을 알려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의 형태에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참가자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구조이지.”
올빼미. 나의 ‘후원자’.
그의 말을 곱씹었다. 적극적으로 축복의 사용법 등을 안내해줄 수는 없다는 것인가?
고민하는 사이 올빼미가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제 네가 기본적인 사용법을 이해했으니 약간 더 알려줄 수 있다. 최근에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조언을 구했던 때를 기억하는가?”
“총을 동료에게 건네주라고 하더군요.”
“왜 그런 조언이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별수가 없어서 아닙니까? 무슨 수를 써도 진행할 방법이 없으니 그냥 편히 죽을 방법이나 알려준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틀린 분석은 아니다. 그러나, 별 도움이 안 되는 조언이지. 그냥 편히 죽는 방법 안내가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는가.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조언이 나온 까닭은, 너 스스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대한 조언을 구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
“네가 조언을 구한 시점은 병실에 들어서기 전이었다. 즉, 병실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
‘지혜’란 무엇인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올바른 선택지를 찾아내는 것은 지혜가 아니다. 그런 일은 예지력이나 행운에 가깝지. 지혜로운 자라 해도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보가 필요한 법.
‘조언’의 활용도 그와 같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에 대한 조언을 구하지 말고, 나름대로 정보를 얻어낸 후에 ‘조언’을 활용할 때 훨씬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렴풋이 느꼈던 사실.
올빼미는 명쾌하게 알려줬다. 조언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막연히 느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뭘 할지 알려달라는 식으로는 제대로 된 조언을 얻을 수 없다.
백지상태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건 지혜가 아닌 예지나 행운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최대한 정보를 모은 다음에 조언을 써야 한다.
잠깐이지만 유용한 대화였다. 하지만, 결국 서론에 불과하다.
오늘의 본론은 ‘축복의 강화’가 아닌가!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올빼미를 바라보았다.
“축복의 강화를 기대하는 표정이군.”
“그렇습니다. 저번에 주셨던 동료의 정보 확인, 유용하게 썼습니다.”
“조금 다른 제안을 하고자 한다.”
“네?”
“넌 최근에 상당히 많은 기여도를 쌓았다. 104호의 탈출, 106호의 미션 해결 과정에서 모두 꽤 큰 점수를 얻었지.
마지막에 쓰러지긴 했으나, 101호의 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판단력도 나쁘지 않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모으면 ‘아주 강력한 강화’를 해줄 수 있지.”
아주 강력한 강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아주 강력한 강화라고 하시면?”
“말 그대로다. 동료 정보 확인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강화. 네가 이 호텔에서 추구하는 목표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지. 다만, 조금 더 모아야 한다.”
“이번에는 강화하지 말고, 기여도를 아껴두라는 말씀입니까?”
“네 선택이다. 원한다면 바로 평범한 강화를 해줄 수 있다.”
고민이 된다. 아주 강력한 강화는 몹시 탐나지만, 이번 기회에 아무 강화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아주 강력한 강화’가 어떤 능력인지 약간이라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 올빼미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힘이라고 해두지.”
모르겠다.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힘. 뭔가 거창한 힘 같긴 하다.
하지만, ‘아주 강력한 강화’라는 설명을 듣자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결정했다.
“아껴두겠습니다.”
“좋은 생각이다.”
그 대화를 끝으로 의식이 밑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
.
.
‘아주 강력한 강화’.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힘’
대체 뭘까? 무척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결국 이번 성소에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셈이구나.
…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 의식이 흐릿해졌다.
*
– 차진철
살면서 이런 풍경을 볼 일이 생길 줄이야.
지평선까지 수없이 많은 냉병기들이 가득 깔려있다.
지금 걷고 있는 바닥조차도 냉병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야말로 도산검림(刀山劍林)이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광경.
냉병기의 산 위에서 갑옷을 입은 믿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존재가 나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느 정도 크기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키만 수백 미터는 되는 것 같다.
아찔한 표정으로 거인을 바라보자, 냉병기의 세계 전체를 울리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둔한 짓만 골라 하길래 썩은 종자인가 실망했거늘. 이번에는 운이 좋았군.”
“당신이 그 후원자인가 뭔가 하는 분이십니까?”
“심지어 이번에도 어리석은 실수로 시도 한번을 날려 먹었지? 한숨이 나온다.”
… 어째 만나자마자 혼만 내는 분위기인데?
너무 압도적인 덩치에 위압됐었으나, 만나자마자 혼나고 있으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어찌합니까!”
“네 어미를 방송국에 데려간 일도 힘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냐?”
“…”
“뭐, 이쯤 하자. 운이든 뭐든 유산을 얻은 것은 잘했다. 유산을 쓰는 데 도움 될만한 힘을 내려주마.”
“도움이 될 힘이라 하시면?”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거인이 냉병기의 세계에서 발을 한번 구르자, 내 의식은 그대로 멀어졌다.
*
[차진철 – 용기 -> ‘재생력’을 얻었습니다.]*
– 엘레나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 찻잔이 놓였다.
어색하네요. 엄청 어색해요.
의식이 붕 뜨는가 싶더니, 목가적인 풍경의 정원 한가운데 선 나 자신을 발견했다.
정원의 길을 쭉 따라가자 간단한 다과 테이블이 나타났고, 그곳엔 정체불명의 여성이 있었다.
가인 씨에게 설명을 들은 바에 따르면, 저 존재가 바로 내 ‘후원자’지?
테이블에 앉자 여성은 나에게 차를 내어주고, 같이 다과 시간을 보냈다.
…
뭔가 말씀은 하지 않으시나? 슬쩍 외형을 살폈는데, 모르겠다.
아마 뭔가 초자연적인 힘이겠지. 외형이 보이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것도 단순히 실루엣을 보고 내린 자의적인 판단일 뿐.
“초조해하는군.”
“네?”
“차를 천천히 마시거라. 위기 속에서도 마음에는 평정심이 필요하다.”
“네….”
시키는 대로 천천히 차를 마셨다. 다 마실 때쯤, 다시 대화가 재개됐다.
“잘하고 있다.”
뜬금없는 칭찬. 나, 잘하고 있는 거였어? 솔직히 별 활약을 못 한 적이 더 많은 것 같은데.
“호텔 내에서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부분은 조금은 아쉬운 면도 있었지.”
“그러면, 뭘 잘하고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정의’에 대한 너의 믿음. 그간 너를 지켜보았다. 네가 마음속에 세운 ‘저울’의 기준. 사람이 만든 법과 유사하더구나.
사악한 행동에 대한 처벌, 증거의 존재, 자의성의 배제 등. 옳고 그름에 대해 인간종이 오랜 세월 고찰해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지.”
“아무래도, 제가 사람이니까 당연하지 않을까요?”
“당연하지 않다. 나는 너보다 훨씬 많은 인간을 보아왔느니라. 많은 인간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악행이라 단정 짓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곤 하지. 너 이전에 존재했던 ‘정의’의 주인은 그 극한이었다.”
나 이전의 ‘정의’의 주인. 대체 누구일까? 눈앞의 후원자는 그 존재를 몹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올바른 길에는 가시가 많은 법. 짧게 생각하기엔, 제약만 심하고 보상이 없는 길이라 착각할 수 있지. 길게 보거라. 도리어, 바른길이기에 주어지는 가능성이 있느니라.”
“솔직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녀는 다시 차 한잔을 나에게 건넸다. 천천히 차 한잔을 마시는 동안, 그녀는 이번엔 좀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널 잘못된 방향으로 흔들려는 아이가 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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