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12)
괴담 호텔 탈출기 812화(811/836)
812화 – 303호, 저주의 방 – ‘ㅁㅁㅁㅁ’ (1)
— 김아리
이른 아침, 침대에서 깨어나자마자 중얼거렸다.
“오늘이네.”
어제저녁, 마지막 이상현상이었던 검은 비가 그치자마자 호텔은 다음과 같은 알림을 보냈지.
‘오늘의 특별 이벤트 : 아주 기이이인 하루를 종료합니다. 참가자 여러분, 다음 시련을 준비해 주십시오.’
그래, 오늘이다.
우리는 오늘 저주의 방에 들어가야 한다.
간단히 샤워하고 식당으로 가니 이미 여러 사람이 있었다.
“좋은 아침!”
“다들 부지런하네.”
잘 구운 토스트에 땅콩버터를 바르던 중, 동료들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있음을 깨달았다.
지금이 벌써 몇 번째 방이더라?
“오, 가인이 나왔네.”
“할아버지, 머리카락이 좀 뽑히셨네요?”
“아~ 송이의 괴물 놈이 혓바닥으로 머리카락을 뜯어가지 뭐냐?”
“험프티덤프티가?”
“험피는 그냥 페로를 흉내 낸 것뿐이에요.”
“자랑이다!”
105호를 제외하면 1층 6개, 2층 7개, 3층 2개.
여기에 현실도 반 쯤은 방이었으니까 합치자.
이미 16개나 해결했고, 이번이 17번째네.
“하아암!”
“오, 미로 나왔다.”
“아리야앙~!”
이 정도 경험이 쌓였는데도 ‘저주의 방’이라는 단어는 두려운 걸까?
숨이 멎을듯한 무게감이 전신을 짓누르는 –
“아리야앙!”
“… 누르지 마. 헷갈리잖아.”
— 그게 아니라 미로가 위에서 짓누르고 있네.
얘는 진짜 왜 이러는 걸까?
“나, 밤새 아리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잤어.”
“내 걱정?”
“다, 다음이 아리 방이잖아!”
그 순간, 식당에 정적이 감돌았다.
“…”
쥐 죽은 듯 조용한 분위기.
모두가 은근슬쩍 나와 묵성이 쪽을 보았는데, 다들 내심 미로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뭐, 이제는 확실히 말하는 게 좋겠지.
“…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해. 묵성이 생각도 그렇지?”
묵성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뻔한 이야기인데 다들 뭐하냐? 당연히 나랑 아리지.”
정황 증거가 너무 많아.
“나랑 묵성이가 같은 루프를 경험했음은 확실하니까.”
“게다가, 나랑 아리만 요즘 정신병에 시달리잖냐.”
“… 정신병 수준으로 증세가 심한 건 너지. 난 그냥 ‘철컹! 철컹!’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정도야.”
“하하! 선배, 환청도 정신병의 일종입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선배’하는 게 어색해서 슬쩍 바라보니, 묵성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미리 연습해야 할 것 같아서.”
“연습은 무슨…”
그때, 가인이가 입을 열었다.
“아리 네가 들어간다고 하니까 떠오른 생각인데, 예전에 소원이 떠올랐다고 하지 않았어? 만상의 수수께끼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3층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단체로 소파에 쓰러진 채 모두가 최초의 소원과 관련한 꿈을 꿨었지.
그때 가인이에게 했던 말.
‘요원 일을 하면서 장막 아래 감추어진 세상의 신비를 수없이 보고 겪었어. 그 과정에서 언젠가부터 생각했지. 만상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다고.’
지금 다시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예전에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애매해. 그때는 ‘최초의 소원’이 이렇게 음, 심오한 개념인 줄 몰랐어.”
“그래?”
“그때 이야기는 요원 일 하면서 가끔 했던 생각을 표현한 것에 불과해.”
301호, 302호를 거치며 깨달은 사실.
최초의 소원과 그에 얽힌 과거사는 여러모로 상상을 초월했다.
겪어보기 전에 떠올린 어설픈 상상과 실제 소원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듣고 있던 송이가 거들었다.
“의외로 비슷하지 않을까?”
“…”
“만상의 수수께끼! 단어만 생각해도 뭔가 신기해. 내 생각에, 아리의 실제 꿈과 연관이 있을 것 같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이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푸는 시점.
“… 저기요.”
승엽이가 손을 들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말보다 훨씬 믿음직했다.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뭐가?”
“경험상, 모두가 A라고 하면 호텔은 꼭 B를 준비하는 경향이 있던데요.”
일리 있는 이야기긴 한데, 지금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지?
“지금 모두가 A라고 말하고 있어? 각자 떠오른 이런저런 생각을 막 던지는 중 아니야?”
당장 최초의 소원에 대해 나랑 송이가 다른 의견을 냈지.
“내용은 그런데, 한 가지 전제는 모두가 동의 중이잖아요.”
그제야 얘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누나랑 할아버지가 다음 방의 주연이다. 이걸 확정 지은 느낌이라…”
“… 그렇긴 하네.”
침묵이 흐른 후, 은솔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멤버 추측이 틀렸다? 다른 사람이 주연이다? 으음…”
상현이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딱 이 시점에 아리 양과 묵성 요원이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있는데, 이런 일이 이유 없이 벌어질 리 있겠습니까?”
날 포함한 여러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고, 승엽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하하, 그냥 한번 해본 말이에요. 아닌가 봐요.”
아침 식사가 끝날 무렵, 불현듯 깨달은 사실.
“자~ 슬슬 출발하자!”
“일어납시다.”
생각해 보면, 기억을 되찾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지.
그 사람은 바로 가인이다.
이 사실은 종종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1번 : 자신의 방이 다가오면 기억을 되찾는다.
2번 : 가인의 방은 명패 없는 방이며, 따라서 303호는 가인의 방일 수 없다.
3번 : 순서대로 진행 중이니, 다음 방은 303호. 그런데, 가인이가 기억을 되찾고 있다.
1번부터 3번이 현재 발생 중인 일인데, 2번과 3번이 모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상현은 명패 없는 방은 순서가 없어서라는 가설을 세웠다.
굉장히 그럴듯한 논리라 가인이와 날 포함한 모두가 수긍했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
호텔의 규칙에 대한 우리의 판단 혹은 가설은 틀릴 때가 많다.
“이야, 긴장되네. 아리야, 요원님, 303호 문 엽니다?”
“새삼 긴장은 무슨. 열어.”
— 벌컥!
*
세 번째 보는 3층 대기실 풍경.
301호, 302호가 그러했듯 대기실 중앙에는 입실명부가 놓인 테이블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테이블로 다가갔다.
펼치기 직전까지 혹시나, 정말 혹시나 했어.
— 펄럭!
1번 김묵성
2번 김아리
이번에는 모두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구나.
“나랑 묵성이네.”
“하하, 선배. 이럴 거라고 했잖습니까. 오히려 다행이네.”
“다행?”
“우리야 뭐, 호텔에 오기 전부터 팀이었으니 말입니다.”
“글쎄, 나는 아까부터 네가 요원 시절처럼 말하는 게 거슬리는데.”
“…”
“농담이야. 잘해보자.”
이미 301호, 302호를 진행한 만큼, 첫 시도의 진행 방식은 어느 정도 감이 왔다.
“첫 시도는 너랑 나 둘이 가야겠네.”
“그렇죠. 그리고, 요원 시절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해야 할 겁니다.”
첫 시도의 목적은 해결보다는 최초의 소원을 자각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천천히 예전의 내 성격이 어땠나 되새기는 시점, 묵성이 뒤쪽을 보았다.
“가인아! 방 제목 뭐냐!”
“…”
“야, 뭐하냐! 방 제목 뭐냐니까?”
“…”
“저거 왜 저래?”
분위기가 이상하다.
뭔가 싶어 뒤쪽을 보니, 가인이가 입을 반쯤 벌린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거 왜 저래?”
“지금 조언 쓰나 본데?”
“갑자기?”
짤막한 침묵이 흐른 후, 내가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야? 방 제목이 뭔데?”
“…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아.”
가인이가 또렷한 눈빛으로 명심하라는 듯 말했다.
“첫 시도 때 뭘 해야 하는지 알지? 해결보다는 과거의 일을 재현하며 최초의 소원을 자각하는 게 목표야.”
“…”
“방의 제목 같은 건 신경 쓰지 마. 그런 건 ‘참가자적 사고’니까. 그냥, 예전 느낌대로 해.”
“… 이해했어.”
이쯤에서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옆의 묵성이도 깨달은 표정이었다.
“선배, 아무래도…”
“그만. 서로 이해했으니, 굳이 언급하지 말자.”
방 제목 자체가 키워드다.
창작물로 치면 스포일러, 그것도 아주 강력한 스포일러다.
제목을 알면, 그걸 의식한 나와 묵성이의 행동이 달라질 정도로!
이래서 가인이가 제목을 알려주지 않는 거야.
아마, 올빼미도 조언을 통해 같은 이야기를 했겠지.
“더 시간 끌지 말고 들어가자.”
“그럽시다.”
곧, 신비로운 빛무리가 나와 묵성의 몸 주변을 감쌌다.
*
.
..
…
— 부우우!
— まもなく、18番線に電車が参ります。(곧, 18번 선로에 열차가 도착합니다.)
“… 아.”
정신을 차렸다.
— 덜컹! 덜컹!
이곳은 기차역, 정확히는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오래된 기차역으로 기억해.
곧, 누군가 내 머릿속에 입력한 것처럼 오래된 기억이 돌아왔다.
혼돈 재해의 명칭은 은하수 열차.
일정 주기마다 세계 각지에 출몰하며, 실제 존재하는 열차 혹은 지하철을 대체하는 식이다.
평범한 열차인 줄 착각하고 접근한 일반인을 납치해서 그대로 사라진다.
민간인의 대량 실종이 반복되자 관리국 주도하에 은하수 열차가 나타날 만한 장소를 추린 후, 요원을 투입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
이 이상의 정보는 없다.
“…”
주변을 돌아보니, 기차역에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관리국이 일대를 통제하는 모양이네.
— 덜컹! 덜컹!
— 電車が参ります。ご注意ください 。 (열차가 도착합니다. 주의해 주세요.)
“… 일본어?”
대놓고 ‘나 이상 현상이오!’ 외치며 들어오는 열차 소리를 듣고 있으니, 한 가지 재미난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꼭 열차 타야 해?
누가 날 강제로 열차에 넣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후퇴하면?
밖에 민간인 접근을 통제 중인 관리국 직원들이 꽤 있겠지만, 현장에선 요원 판단이 우선이잖아.
불가사의한 위협을 느끼고 물러섰다고 하면, 관리국에서도 기껏해야 시말서나 쓰라고 할걸?
베테랑 요원 김아리‘님’이 그렇다는데 너희가 어쩔 거냐고.
열차 무시하고 묵성이 쪽부터 도와주면 – 스톱, 스톱!
조금 전은 너무 참가자적 사고야.
과거의 내가 갑자기 멋대로 행동했을 리가 없잖아.
첫 시도는 자연스럽게, 흐름대로 가자.
이상하게 뒤트는 건 두 번째부터야.
— 끼이익!
열차 문이 열렸다.
*
— 덜컹! 덜컹!
“저기요! 저기요!”
“… 어젯밤의실수가오늘의고통을낳으니업은족쇄와도같아서 -”
열차에 들어온 지 약 5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에 제정신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천천히 말해봐. 뭐라고?”
“고통은감미로움이니두려워할것이아니고우리는빛으로나아가니축복이-”
“뭐라는 거야?”
“감사하고또감사하라우리는축복받은마지막자손이니영광스러운미래와함께-”
주변에 승객은 많은데, 하나같이 넋 나간 표정으로 이상한 소리만 중얼거리는 모습.
계속 듣고 있으니 슬슬 귀가 아플 지경이다.
또, 분명 재해 이름은 ‘은하수 열차’인데, 바깥 풍경은 우주가 아니다.
열차가 터무니없는 속도로 별을 관통하는 느낌이긴 한데, 아직은 지구다.
“…”
다음 칸으로 넘어가자.
— 끼익!
통로 연결문을 열고 다음 칸에 도착.
“엇!”
“…”
직후,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쳤다.
외모는 20대 초반, 성별은 남성.
체격은 성인 남성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정도.
다른 승객과 달리 일어서서 돌아다니고 있고, 정신도 멀쩡해 보였다.
상대의 손이 허리춤으로 움직이는 순간,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으악! 왜 이리 빨 -”
상대가 총을 뽑는 속도보다 내 움직임이 월등히 빨랐다.
— 탁!
“아얏!”
즉각 왼손으로 총을 바닥에 떨어트렸고, 오른손으로 멱살을 쥐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총이지? 애초에 총 맞아?
여러 시대에 걸쳐 다채로운 무기를 다뤄봤는데, 이런 개인화기는 처음 봐.
“으윽! 수, 숨이…! 으읍!”
“…”
“소, 손에 히, 힘 좀…”
상대의 뻔히 보이는 몇 가지 행동들.
시종일관 주변을 관찰하는 태도.
나와 시선을 마주치자, 표정은 웃으면서도 손은 살짝 허리로 향했던 반사적인 움직임.
지금도 봐.
입으로는 겁먹은 일반인처럼 말하면서 왼손은 또 슬쩍 품속에 넣고 있잖아?
이쯤에서 뭔가 느낌이 왔다.
느낌이라고 표현했지만, 일반인의 막연한 감과는 달라.
베테랑 요원의 느낌이란 일종의 빅데이터에 가까우니까.
“으윽!진짜 숨을 쉬기 어렵 -”
“… 왼쪽 가슴 아래에 뭔가 있나 보지?”
“…”
“무릎에도 뭐 있네. 윗주머니는 또 뭐야? 그런데 들어가는 장비도 있어?”
“… 설마.”
“설마는 무슨 설마.”
— 툭!
청년을 바닥에 떨어트리며 말했다.
“미안. 우리, 아무래도 직장이 같은 것 같네.”
상대는 관리국 직원이다.
곧, 청년이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중얼거렸다.
“아… 조직에서 오셨군요?”
“그래.”
“으읏, 다행이네요. 하핫!”
“…”
“10대 여자애한테 제압당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한데, 상대가 그럴만한 분이라고 생각하니 다행 -”
행동을 보니 어째, 경력이 짧아 보이네.
아까 총을 뽑는 속도도 느렸어.
“입사 몇 년?”
“예?”
“몇 년 차냐고.”
“2년입니다.”
“완전 신입이네.”
“으읏, 그 정도는 아닌데요…”
도우미는커녕 짐 덩이가 늘어난 느낌.
“설마 혼자 왔어?”
“여러 명하고 같이 탔는데, 들어오니 저 혼자였습니다.”
“…”
“하핫! 이제 안심이네요.”
실망하는 나와 달리 상대는 대놓고 반색했다.
위험천만한 혼돈 재해에 혼자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믿음직한 요원이 나타났으니 당연한 일.
“휴우…”
“선배님!”
“…”
벌써 선배야?
엄밀히 말해 직원하고 요원은 체계가 달라서 선후배 관계 아니잖아.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 참, 너 이름 뭐야?”
청년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
— 관측소
가인이 굳은 표정으로 망원경에서 내려오며 손짓했다.
슬슬 관측 순번을 교체하자는 신호.
“바꿀까?”
“네.”
“질문 하나 할게. 네 분신이 끄적인 글이 잘 이해가 안 가서.”
“메모 쓸 때는 저도 잘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말하세요.”
은솔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할아버님을 관측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 302호랑은 다르다고 적혀 있는데?”
“말 그대로 관측할 수 없어요. 302호는 승엽이가 이상한 공간에 있었기 때문이라면…”
“때문이라면?”
“할아버지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 같네요. 아예 망원경이 아예 할아버지 시점으로 넘어가질 않아요.”
“으음… 시작 시점이 다른 방도 있었구나. 알았어.”
교체하기 직전, 은솔은 화이트보드 쪽을 살폈다.
그곳에는 가인이 적은 ‘303호의 제목’이 적혀 있었다.
아리와 묵성에게는 알려줄 수 없었지만, 다른 동료들에게까지 숨길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303호, 저주의 방 – ‘타임머신’」
“… 관측 시작.”
***
“제 이름은 알레프입니다. 오래된 중동계 언어의 첫 글자지요. 무슨 일을 하든지 첫째가 되는 게 제 꿈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