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13)
괴담 호텔 탈출기 813화(812/836)
813화 – 303호, 저주의 방 – ‘타임머신’ (2)
— 관측소
충격에 빠진 채 관측소 중앙 테이블에 모여든 사람들.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차진철이었다.
“가인아. 나 진짜 기초적인 질문 하나만 하자.”
“하시죠.”
“열차에 있다는 알레프가우리가 아는 그 사람 맞냐? 내 말은, 동명이인의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 알레프 맞습니다.”
“으으… 섬뜩하구나. 네 판단이 정확하겠지.”
다른 사람이야 직접 과거의 알레프를 본 적 없으니, 동명이인과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의 기억을 상당 부분 회복한 가인이 헷갈릴 수는 없다.
다음으로 입을 연 사람은 상현이었다.
“아무래도내 가설이 틀린 모양입니다.”
303호는 가인의 방일 수 없는데, 한가인의 오래된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는 상황.
이 기묘함을 설명하기 위해 상현이 세운 가설은 간단했다.
가인의 방은 명패, 즉 순서가 없는 방이다.
따라서 가인은 다른 방의 진행과 무관하게 기억을 회복한다.
“… 실제는 달랐군요. 가인 군만을 위한 특별한 이치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냥, 303호가 가인 군과 연관이 있던 겁니다.”
상현이 가볍게 한숨쉬며 말을 이었다.
“후우… 내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몇몇 분들은 303호와 가인 군의 연관성을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괜한 소리를 해서 사고의 폭을 제한한 꼴이군요. 죄송합 -”
— 탁!
가인이 탁자를 치며 상현의 말을 끊었다.
“형, 틀렸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틀렸다고 해도 사과할 일 아니고. 지나간 이야기는 이쯤 하죠.”
“그럽시다. 앞으로가 중요하니.”
미로는 신기한 듯 승엽을 보았다.
“뭐야?”
“아까 네가 했던 말이 미묘하게 맞은 거였네.”
승엽이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나야. 몰랐어? 알 리가 없지. 수준이 다르니까.”
어이없다는 듯 눈을 치켜뜨는 미로를 보며 가인은 생각했다.
승엽이와 미로가 대화할 때는 가뜩이나 낮은 서로의 정신연령이 유치원생 수준으로 내려가는 느낌인데, 누가 원인인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 둘 다 조용. 분석적으로 접근해 봅시다.”
송이가 바로 손을 들었다.
“열차 내에 2년 차 가인 오빠 – 아니, 알레프가 있다는 게 무슨 뜻이죠? 시간여행 정도로는 알레프가 아리와 같은 시간대에 있을 수 없잖아요.”
엘레나가 조심스레 답했다.
“열차가 시간여행을 넘어서 루프 이동이 가능한 것 아닐까?”
상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루프 이동과 시간여행을 구분할 이유가 없습니다. 과거 루프 역시 일종의 과거 아닙니까.”
“으음,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송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해서 말했다.
“… 은하수 열차, 방 제목에 따르면 ‘타임머신’. 그게 알레프의 머나먼 고대 루프에서 아리의 최신 루프까지 왔다는 뜻인가요?”
“그렇지 않습니까?”
“아니, 그건, 그러니까, 뭔가, 어 -”
순간, 송이가 혼란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모습.
그 광경을 본 가인이 송이의 마음을 대신 표현했다.
“너무 초월적이다?”
“맞아! 오빠, 열차가 너무 말도 안 되게 초월적인 것 아니에요?”
송이의 말에 여러 사람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단일 루프 내에서 시간 이동하는 혼돈 재해라고 해도 터무니없는 기적이다.
심지어 루프를 넘나드는 혼돈 재해라니?
차진철의 중얼거림은 모두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 어지간한 위대한 자보다 저 열차가 더 기적 같은데.”
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303호의 죄수는 무조건 열차와 관련이 있겠군. 위대한 자를 제외하고선 저 열차의 초월성을 설명할 수 없으니.”
이쯤에서 엘레나가 가인 쪽을 보았다.
“가인 씨 생각은 어때요?”
“…”
“아무래도 알레프라고 하면, 가인 씨가 제일 전문가니까요.”
“아까부터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 역시 가인 씨네요.”
“첫째, 아리가 ‘알레프’라는 이름을 듣고서도 멀쩡히 행동할 수 있을까요?”
“…”
“참가자가 아닌, 호텔에 오기 전의 모습을 다시 구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답은 즉각 돌아왔다.
“어렵겠는데.”
“불가능.”
“저라면 벌써 비명 질렀어요.”
“나라면 칼 뽑았다. 진짜.”
“승엽아?”
“소신 발언이에요.”
“…”
*
— 김아리
— 덜컹! 덜컹!
“선배님.”
“…”
— 덜컹! 덜컹!
“선배님?”
“…”
“저기, 괜찮으신가요?”
— 부우우…!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지, 진정하자.
나는 참가자가 아니라 요원 아리다.
나는 참가자가 아니라 요원 아리다.
나는 참가자가 아니라 –
“으으…!”
“어엇! 서, 선배님?”
이 상황에서 맨정신을 유지하는 게 말이 돼?
눈앞에 갑자기 알레프가 튀어나왔는데!
“… 미안. 멀리서 귀를 찌를 듯한 소음이 들렸어.”
진짜 알레프야?
혹시 동명이인 아닐까?
… 아니야.
처음 봤을 땐 상상도 못 해서 몰랐지만, 이름을 듣고 다시 보니 느낌이 오네.
정확히 어느 부분이 가인이와 닮았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가인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온다.
“소음이요? 제게는 특별한 소리가 들리진 않는데…”
“…”
“하하, 실수했습니다. 선배님은 특무부 소속일 테니, 신체 능력이 저와 다르시겠지요.”
아까부터 이 녀석이 사용하는 용어가 나와 묘하게 다르다.
‘특무부 소속’이라는 건 뭐야?
알레프의 시대엔 직원과 요원으로 분류하는 게 아니라 부서로 분류했던 건가?
이렇게 생각하면, 이 녀석이 주저 없이 ‘선배님’ 한 이유도 알겠네.
저 시절엔 현 관리국처럼 직원과 요원을 철저히 구분하지 않은 듯하다.
침착하게, 침착하게.
이럴 때일수록 복잡한 생각은 그만두고 원칙으로 돌아가야 해.
첫 회차의 목표는?
과거의 삶을 재현하며 최초의 소원을 자각하는 것.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참가자 김아리가 아니라 호텔에 오기 전의 요원 김아리여야 해.
당시의 나라면 지금 어떻게 생각했을까?
첫째, 상대가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조직 출신이라는 건 금방 깨달았을 거야.
사용하는 장비가 너무 다르고, 쓰는 표현도 미묘하게 다르니까.
어쩌면, 언어 문제로 소통부터 힘겨워했을지도 모르지.
둘째, 상대에게 딱히 위협을 느끼진 않았을 것 같다.
알레프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을 테고, 무엇보다…
— 툭!
“으읏, 죄송합니다. B타입 정화자가 자꾸 벨트에서 분리되네요.”
“… 천천히 주워.”
신입 티가 많이 난다.
우선, 본인 장비에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지식은 충분하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의 전형적인 특징.
“이젠 괜찮아. 그보다, 임무 이야기를 해보자.”
“물론입니다.”
“나는 5분쯤 전에 열차에 들어왔어. 아마, 네가 더 오래 있었을 거야.”
“그렇네요.”
“네가 알아낸 정보를 듣고 싶은데.”
“물론이죠. 우선, 이 열차는 여러 시대에 걸쳐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시대라…”
“지금 저와 선배님이 있는 칸은 첫 번째 천년기 중반, 물질 혁명 초기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만 -”
진짜, 쓰는 단어가 미묘하게 다르네.
“더 앞칸으로 이동하면 원시적인 열차 칸이 나옵니다.”
“원시적이라면, 어느 정도?”
“증기기관 수준의 열차 칸도 있더군요. 더 앞은 모르겠습니다.”
“흐음…”
“아, 열차가 주기적으로 한 번씩 멈추던데요?”
“그때 내릴 수 있어?”
“잘 모르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내리는 사람도 있긴 한데…”
“그런데?”
“저, 정말 이상한 역이 많습니다. 악몽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뒤틀린 영역 말입니다.”
“… 무서워?”
“하하! 무, 무섭긴요. 선배님, 저도 당당한 조직의 일원입니다.”
또, 내가 옆에 있으니 두려움을 숨기려 하는 게 보였다.
본인 나름대로는 침착한 체하는데, 베테랑이 보기엔 그 행동 때문에 더 티가 났다.
하지만, 상대는 알레프다.
이 모든 행동이 전부 날 속이기 위한 연기일 가능성은?
“참, 더 중요한 게 있죠. 선배님도 지금쯤 눈치채셨겠지만, 주변 사람들은 정상이 아닙니다.”
“그렇지.”
“대부분 이지를 상실해서 대화할 수 없습니다. 멀쩡한 사람은 저 혼자 – 아, 이젠 선배님도 있네요. 다행입니다.”
… 아닌가?
너무 의심병 환자 같은 사고방식 아니야?
2년 차 신입 알레프라면 지금 같은 어설픈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어.
아무리 알레프라 해도 엄마 배에서 나오자마자 ‘내가 하늘에 서겠다.’ 했겠냐고.
사자나 호랑이도 막 태어났을 때는 고양이나 다름없을 –
“… 고래.”
“예?”
“대왕고래는 태어날 때부터 체중이 3톤이지.”
“네?”
“고점이 고래라면 태어날 때부터 돌아있을 가능성도…”
“서, 선배님. 괜찮은 것 맞으시죠?”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 이런저런 생각 중이라. 불안해할 필요 없어.”
“그, 그렇죠. 저보다 경험이 많으실 테니까요.”
“어쨌든, 주변에 인간의 정신을 무너트리는 무언가가 있는 건 확실해.”
“맞습니다.”
“아직 특별한 공격이 느껴지진 않아. 하지만, 조만간 시작될 수 있지. 그래서 말인데, 알레프.”
“예.”
“네가 느낀 징후는 없어? 나보다 오래 있었으니, 뭔가 겪었을 수 있잖아.”
“음… 정신 공격? 그 정도는 아닌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알레프.
이런 행동만 보면 평범한 관리국 신입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와…!나 진짜 모르겠어.
신의 경지에 달한 연기에 속고 있는 거야?
아니면, 아무리 대단한 존재라 해도 작고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평범한 이야기인 거야?
“휴…”
“선배님?”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것 자체가 망한 거 아닐까?
아까부터 참가자적 사고 그 자체잖아!
모르겠다.
그냥, 진짜 다 내려놓고 예전처럼 행동하자.
“신입, 모든 위기는 사소한 변화를 가볍게 넘기면서 시작해.”
“그, 그렇죠.”
“지금 너, 어떤 징후를 떠올린 것 아니야?”
“…”
“뭔가 떠올렸으면서 ‘이건 아니겠지’ 하고 넘기는 태도.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야. 디테일을 놓치지 마. 사소한 변화에 민감해야 해.”
청년이 한 수 배웠다는 듯,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염두에 두겠습니다. 그러면, 방금 생각을 숨김없이 말씀드리죠.”
“…”
“아까부터 조금 우울한 생각을 했거든요. 이게 열차가 만들어 내는 현상인지, 저 혼자 남았다고 생각해서 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자세히 말해봐.”
“… 열반 열차에 투입되는 일, 꽤 위험한 임무였 -”
“잠깐.”
“예?”
“무슨 열차라고?”
“열반 열차 말씀입니까?”
“… 하려던 이야기 계속 해.”
“꽤 위험한 임무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투입되었지만, 돌아오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민간인 희생자가 많으니 무시할 수도 없었죠. 그러다가 저번 주였나? 출근했더니 탁자 위에 지령서가 있더군요.”
“널 이곳으로 보내는 명령이 적혀 있었나 보지?”
“네. 다음에야 뭐… 조직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으니, 순순히 따랐죠.”
“…”
“처음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열차에 혼자 남으니까…”
“…”
“무섭기도 했고, 조금 씁쓸했습니다. 조직이 생각하는 내 가치가 이 정도였나? 위험한 임무에 보내서 희생할 수 있는 소모성 인적 자원?”
이 부분은 가인의 기억과 다소 차이가 있네.
가인이의 기억에 따르면, 알레프는 조직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인적 자원이었는데.
물론, ‘연구소장 알레프’와 ‘2년 차 신입 알레프’의 상황은 다르다.
복권에 비유하면, 전자는 이미 당첨된 복권이고 후자는 긁기 전 복권이니까.
“조직과 인류를 위한 내 헌신과 봉사의 가치가 겨우 이 정도였나… 싶었습니다.”
“…”
“하하, 죄송합니다. 2년 차 주제에 별소리를 다 했네요. 선배님이 듣기엔 겨우 2년 봉사하고 별생각을 다 한다 싶겠어요.”
“딱히 그렇진 않아. 희생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니까.”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듯, 하나하나 알아가는 시점.
“선배님, 이건 희망적인 이야기인데요.”
“말해봐.”
“만약, 제가 이번 위기를 이겨내고 살아 나간다면!”
“그래, 그런 생각 좋지.”
청년이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남은 삶은 나를 위해 살겠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이 저절로 열렸다.
“여기서 더? 쉽지 않은데.”
“예? 무슨 말씀 -”
— 덜컹!
「승객 여러분, 지금부터 표 검사가 있겠습니다.」
***
— 관측소
“가인 씨, 두 번째 생각은 뭔가요?”
“… 만약, 아리가 저 녀석을 죽이고 방을 해결하면 전 어떻게 되는 거죠?”
“예?”
“타임 패러독스 이런 문제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