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19)
괴담 호텔 탈출기 819화(818/836)
818화 – 303호, 저주의 방 – ‘타임머신’ (8)
— 김아리
“지금 이 정보, 대체 어떻게 알았지?”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알레프의 눈빛이 흐릿해졌다.
“하수연이 조금 전에 뭐라고 했지? 본인의 행동이 무슨 의미였는지 모르겠다고 했어. 나도 마찬가지였지.”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지식이 머리에 가득함을 뒤늦게 깨달은 사람처럼 말이다.
“직접 경험한 본인도 몰랐고, 옆에서 들은 나도 몰랐는데, 너는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이해했네. 어렴풋이 이해한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예시를 들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런 게 단순히 똑똑하다고 가능한 일일까?
가인이를 오랜 시간 겪으며 깨달은 사실.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해도 연신 헛다리를 짚기 마련이다.
통찰을 얻은 후의 가인이조차 심심치 않게 잘못된 판단을 내리곤 했지.
하물며, 경험도 지식도 부족해야 정상인 2년 차 알레프가 갑자기 이러는 건 어색하다.
알레프의 흐릿한 눈을 직시하며 다시 한번 말했다.
“내 생각에, 지금의 넌 논리적으로 사고해서 열차의 이치를 깨달은 게 아니야.”
“…”
“원래 답을 알고 있었어. 아니야?”
“선배님.”
“말해봐.”
그때, 알레프의 얼굴에서 극도로 강렬한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 열차에서 왜 내렸죠?”
알레프에게 질문 중인데, 알레프가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치는 상황.
평소 같으면 개수작 부리지 말라고 끊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왜 내렸어요? 선배님 품속에 있던 열차표에는 목적지가 적혀있지 않았잖아요?”
강렬한 직감이 뇌리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고, 알레프가 그 부분을 찌르고 있다는 직감.
“선배님 본인 입으로 말했잖아요. 선배님의 목적지는 -”
“열차 그 자체지.”
“그렇죠. 여기, 수연 양처럼 뭔가를 하려고 열차를 탄 게 아니라, 열차 자체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탔으니까.”
내 목적지는 열차 그 자체였다.
따라서 내리면 안 된다.
“그런데 왜 내리셨죠?”
“… 열차에서 하수연을 봤어.”
본인 이름이 나오자 놀란 표정을 짓는 하수연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왜 열차에서 내렸더라?
열차에서 하수연을 봤다. 바로 알아보진 못했지.
대단한 친분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오래전에 묵성이 결혼식 가서 한번 본 정도의 사이였으니까.
그래서 누구지? 어디서 한 번 본 사람 같은데? 하면서 고민에 빠졌고…
정신을 차렸을 때, 열차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처음 내렸을 때도 왜 내렸는지 알 수 없어서 이유를 찾으려 했지.
당시 떠올렸던 나름의 논리.
“하수연이 누구지? 고민하는 과정. 이걸 열차에서 목적지 결정이라고 판단했나?”
설명하면서 자연스레 깨달았다.
말이 안 되는 설명이구나.
‘하수연이 누구지?’라는 생각과 ‘여기서 내려야겠어’라는 생각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도!
“선배님, 열차는 승객을 강제로 내리지 않습니다. 직원이 했던 말 잊으셨습니까?”
‘무조건 내려야 해?’
‘그럴 리가요. 추천은 추천일 뿐, 선택은 손님 몫이지요.’
“… 기억해.”
“열차가 추천하는 역이 있었어요. 그 역에 도착했을 때, 열차는 선배님을 강제로 내리지 않았어요.”
열차는 승객을 강제로 내리지 않는다.
자신들이 추천하는 역에 도착했을 때도, 내가 하차를 거부하니 해당 역을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하수연이 내리니까 열차가 뜬금없이 날 강제로 내렸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이쯤에서 하수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했다.
“저기, 두 분 갑자기 무슨 말씀하시는 -”
바로 그 순간.
— 쿵!
알레프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서 문 쪽으로 달려갔다.
“멈춰!”
나 역시 즉각 움직여 알레프를 멈추려는 시점, 휙 돌아선 청년이 말없이 손을 뻗었다.
전신이 돌처럼 굳어가는 기이한 감각.
“선배님 죄, 죄송합니다. 사, 상황이 급해서! 안돼… 안돼! 아직 늦지 않았다고!”
극도로 흥분한 채 뛰어가는 알레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힘은 ‘마도서’의 마력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말이다.
“뭐, 뭐죠? 두 분 갑자기 왜 싸우신 거죠? 알레프 씨는 뭐가 늦지 않았다는 건가요?”
*
— 관측소
급작스레 변화하는 아리 측 상황을 관측하며 가인은 생각했다.
알레프가 던진 의문, ‘우리는 왜 열차에서 내렸나요?’에 대하여.
은솔이 조심스레 답했다.
“아리가 열차에서 내릴 때 관측한 사람이 나였지? 그때 확실히 이상하긴 했어.”
“…”
“아리가 열차에서 하수연의 뒷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따라 내리더라고.”
“…”
“본인도 본인이 왜 내렸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어. 막, 귀신에 홀린 것 같다고 했지.”
진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가인이 말로는 알레프가 갑자기 충격받은 표정으로 뛰쳐나갔다는데… 맞지?”
“네. 이상한 힘으로 아리를 멈춰 세우더니, 혼자 뛰어갔습니다.”
“아리는 지금도 굳어있냐?”
“슬슬 다리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으음… 어쨌든, 그 녀석은 뭐 때문에 그렇게 놀란 거냐?”
열차에서 내릴 이유가 없는데, 귀신에 홀린 것처럼 내린 아리.
그 부분을 지적하던 중, 갑자기 충격에 빠져서 뛰어나간 알레프.
그때, 송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가 알 것 같아요.”
“뭔데?”
“아리만 귀신에 홀린 것처럼 내린 게 아니에요. 알레프도 똑같은 상황이잖아요?”
여기까지 듣던 가인이 정리하듯 답했다.
“열차에 누군가가 있어.”
“네?”
“열차는 승객을 강제로 내리지 않는데, 아리와 알레프는 강제로 내려졌잖아? 답은 하나지.”
“… 누군가 두 사람을 강제로 내렸다? 마음을 조종해서?”
“그래. 아무래도 – 어?”
무언가 말하던 가인이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대신 관측 중이던 분신의 눈으로 충격적인 정보를 인지한 것.
“오빠?”
“뭐야? 왜 그래?”
“… 이건 너무 갑작스럽잖아.”
*
— 김아리
어느덧 새벽의 한기가 느껴지는 시간대.
서늘한 공기를 느끼며 걷다 보니, 전방에 청년이 나타났다.
“금방 오셨군요.”
“…”
“하긴, 고작해야 서울역이니까요.”
“설명을 좀 듣고 싶은데.”
“별거 아닙니다. 아까 선배님하고 이야기하다가 깨달은 거죠. 아, 내리면 안 되는데 내렸구나.”
“우리 둘 다?”
“우리 둘 다.”
“그래서?”
“열차에 다시 타야겠다. 그래서, 가장 빠른 장소로 온 겁니다.”
“가장 빠른 장소?”
“다음 열차가 서울역에 오거든요.”
관리국조차도 열반 열차가 정확히 언제 어느 역에 오는지 모르는데.
‘열차의 일 처리 방식’을 언급할 때도 느꼈지.
지금의 알레프는 열반 열차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것 같다.
“하아… 그래봐야 의미 없었습니다.”
“왜?”
“가장 이른 시간 기준으로도 6년이나 남았거든요.”
다음 열차는 6년 후, 서울역에 온다.
“그러면, 애초에 여긴 왜 온 건데?”
“아까는 다음 역이 서울역이라는 사실부터 생각났어요. 도착한 다음에야 6년 남았다는 걸 깨달았죠.”
“너는… 잊고 있던 지식을 하나둘 되찾는 중인 것처럼 말하는구나.”
알레프가 빙그레 웃었다.
“정말인가요? 어쩌면, 모든 걸 알면서 처음부터 당신을 속인 것 아닐까요?”
“글쎄, 그런 느낌은 아니야.”
눈앞의 남자는 미묘하게 가인과 닮았다.
“하핫, 감이 좋으시네요. 맞습니다. 지금도 천천히 기억을 되찾는 중입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요.”
미묘하게 장난스러운 태도가 특히 가인과 비슷했다.
물론, 분위기는 제법 달랐다.
가인의 장난기가 여유에서 비롯됐다면, 알레프가 지금 보이는 태도는 자포자기 내지는 체념에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왜 기억을 잊었지?”
“열차에 너무 오래 있었거든요. 그곳은 지성체의 정신을 흐리게 만듭니다.”
“직원 말로는 목적지가 없으면 지성이 무너지는 것처럼 말하던데.”
“비슷한 말입니다. 목적지가 없으면 내리지 못하니까 오래 타게 되죠.”
“…”
“열차에서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잊었는데…”
“열차에서 내린 채 시간이 흐르니 기억을 되찾았다?”
“…”
“그래서? 우리가 열차에서 내리면 왜 안 되는데?”
알레프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답했다.
“… 악마.”
“뭐라고?”
“열차에는 악마가 있습니다. 사람의 몸과 마음, 나아가서 정신까지 뒤흔드는 흉측한 존재. 나는…”
“…”
“나는, 그 악마를 아주 오랜 세월 막아왔죠.”
그 순간.
— 스아아아…!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인간이 쌓아 올린 문명 전부를 해변의 모래성처럼 무너트리는 영겁의 바람이!
— 우르릉!
서울역 일대의 건물들이 거침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시작됐구나…”
절망 가득한 표정으로 주저앉은 알레프.
— 덜커덩!
안내판이 떨어지고 바닥이 요동친다.
그때 쯤, 나는 받아들였다.
이번 회차는 망했구나.
시나리오도 모르겠고, 죄수도 모르겠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았어.
열차에서 절대로 내리면 안 된다!
파멸이 다가온다.
그렇기에 다음 질문을 반드시 해야 했다.
“악마가 무슨 짓을 하길래 이 난리가 나는 거지?”
“나비효과라고 했지요?”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알레프가 슬피 웃었다.
“끝이 아무리 창대하다 해도, 미약한 시작의 순간이 있는 법.”
“…”
“가장 거대한 나무도 처음에는 콩알만 한 씨앗이었고, 밤하늘을 밝히는 별도 처음에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가스였지요.”
“…”
“따라서 최초의 씨앗을 부수면, 가장 거대한 나무조차 허무하게 사라집니다.”
“…”
“악마는 바꿔서는 안 되는 역사를 바꾸려고 합니다. 지금처럼요.”
— 우르릉!
문명을 상징하는 콘크리트 건물들이 모래성처럼 바람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무너트리는 영겁의 소용돌이가 내게 닥쳤을 때,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해결에 실패하였습니다. 따라서 ‘종말 이후 세계’가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발생한 알림.
이것이, 내 마지막 기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