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28)
괴담 호텔 탈출기 828화(827/836)
828화 – 첫 번째 탈출, 회의 (1)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3,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303호의 첫 번째 시도는 탈출로 마무리되었다.
첫 시도가 바로 해결로 연결된 경우는 단 한 번인 만큼, 탈출이라는 결과가 딱히 불만스럽진 않았다.
단지, 시작할 때 세운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뿐.
아리와 할아버지 둘 다 최초의 소원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후원자가 상태창 날짜를 0일로 초기화했네.
열반 열차 때문에 시간대가 꼬여서인 것 같다.
“… 살짝 아쉬운 결과네.”
모두가 둘러앉은 다과 테이블.
비슷한 생각을 떠올린 아리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묵성이도 최초의 소원을 자각하지 못했어.”
할아버지가 한숨 쉬며 답했다.
“후우… 자각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야. 기억 비슷한 것도 떠올리지 못했단 말이다.”
이은솔, 유송이, 박승엽, 김상현을 거치며 확인된 사실.
참가자가 한순간에 최초의 소원을 떠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과거의 기억을 환영처럼 보며 조금씩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기억 비슷한 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상현아, 너 기억 떠올리면서 중간중간 환영들 봤지?”
“그랬지.”
“나는 그런 것도 없었다…”
“묵성아, 너무 상심하지 마. 나도 똑같으니까.”
“아리야, 그걸 지금 위로라고 하는 거냐?”
“…”
“애초에, 난 왜 죽은 거야? 너무 갑작스럽게 끝나서 뭐가 뭔지도 모르겠던데?”
본인이 왜 죽었는지조차 모르는 할아버지.
아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내가 열차에서 내려서.”
“뭔 소리야?”
틀린 말은 아니다.
중간 내용이 엄청나게 생략됐을 뿐.
— 탁!
은솔 누나가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
“가인아, 네가 상황 좀 정리해 줄래?”
이런 역할은 보통 은솔 누나가 담당하지만, 이번엔 내가 해야 할 것 같다.
관측을 제일 많이 한 사람도 나고, 종말 이후 세계의 핵심을 경험한 사람도 나이기 때문이다.
“네. 우선, 이야기를 주제별로 나눕시다.”
303호의 심각한 문제점.
정보가 과다하고 시나리오 구조가 난해하다.
“주제별로?”
“시작은 할아버지와 관련한 정보부터 정리합시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할아버지가 본인 이름이 나오자, 몸을 일으켰다.
“나부터냐? 좋지.”
“서로 다 아는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특별한 정보 위주로 요약하죠.”
“좋지.”
“첫째, 김묵성의 장인, 하진성은 21세기 사람이 아니다. 열반 열차를 타고 1950년대에 도착한 전근대 사람이다. 또한, 하진성은 살해당했다.”
일부러 할아버지라는 표현 대신 이름을 썼다.
가족 살해라는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된 만큼, 모두가 감정을 빼고 분석적으로 접근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둘째, 김묵성의 아내, 하수연 역시 살기 위해 열반 열차에 탑승한 적 있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하진성을 죽인 사람이 하수연까지 노렸다고 한다.”
장인과 아내가 모두 열반 열차를 타고 시간 여행을 겪었다는 이야기.
“셋째, 김묵성의 아들, 김수호는 광기에 휩쓸렸다. 그는 김묵성이 하진성, 하수연을 죽였고, 본인까지 살해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김수호가 했던 광기 어린 말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할아버지의 표정이 지극히 어두워졌다.
그 표정을 본 상현 형이 조심스레 한 마디 덧붙였다.
“셋째 뒤에 문구 하나 추가합시다. 관리국 지부장 박현민을 통해 교차검증한 바에 따르면, 김수호의 주장은 상식선에서 말이 안 됩니다.”
“그렇게 하죠.”
대답은 알았다고 했지만, 내심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상식’이라는 단어처럼 무의미한 게 또 있을까?
상식을 따지기 시작하면, 시간 여행 열차부터가 말이 안 된다.
“마지막으로 넷째.”
“또 있냐?”
한숨 쉬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최근에 알아낸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언급했다.
“김묵성도 열반 열차에 탑승한 적이 있는 것 같다.”
“…”
“엘디스트가 김묵성의 목소리와 말투를 알고 있었다.”
여기까지 설명했을 때, 시야 한구석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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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묵성]1. 장인과 아내는 모두 열반 열차 승객이었습니다.
2. 아들의 주장에 따르면, 장인과 아내를 살해한 사람은 김묵성입니다.
– 물론, 상식에서 어긋난 주장이지만요.
3. 김묵성은 엘디스트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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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열반 열차입니다. 첫째, 열반 열차는 본래 시간 여행과 루프 이동이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지금은 루프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은솔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장 나있다고 했지. 오면서 아리에게 엘디스트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녀석이 원인 아닐까?”
“아마도… 하지만, 아직 확신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건 그래.”
“둘째, 열차는 자신을 스스로 수리하기 위해 승객에게 기이한 일을 시킵니다.”
하진성이 하수연에게 전한 무용담.
젊은 시절, 그는 열차에 타서 이상한 경험을 했다.
이런저런 역에 내려서 괴상한 행동을 하고, 다시 타기를 반복하는 괴이한 모험.
여정이 끝날 무렵, 직원이 하진성에게 말했다.
‘덕분에 열차 수리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고생하셨으니, 보답이 있어야겠지요. 원하는 역에서 내려드리겠습니다. 또, 원할 때 열차에 다시 탈 수 있는 탑승권도 드리겠습니다.’
아리가 보충 설명했다.
“알레프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서 몇몇 동료들이 움찔하며 내 쪽을 보았다.
“하진성이 했다는 기이한 일은 나비효과를 이용한 일 처리라고 해.”
“나비효과?”
“예를 들어볼게. 하진성은 도로에 바나나 껍질을 던졌어. 교통사고가 나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죽었지. 오토바이 운전자에겐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은 본래 공부를 잘해서 대학에 갈 수 있었어. 아버지가 죽으면서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 그런데, 알고 보니 아들의 본래 운명은 대학에서 사악한 신의 사제를 만나 장차 교주가 되는 거였던 거야.”
이쯤에서 은솔 누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하진성이 바나나 껍질을 던져서 사신을 섬기는 교단의 종주가 사라졌다?”
“그런 거지.”
“이, 이게 말이 돼?”
“관리국도 이런 짓은 절대 못 해. 위대한 자나 가능한 일 처리야. 그래서, 나는 열반 열차가 303호의 죄수라고 생각해.”
열반 열차는 303호의 죄수다.
이 부분은 아리의 주장이며,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다만, 꽤 설득력 있게 들리긴 했다.
“셋째, 열반 열차는 최초의 문명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아리가 화이트보드 쪽으로 움직였다.
열반 열차는 최초의 구원이다.
영겁의 고통에서 해방되길 갈망한 선조들의 꿈이다.
비록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지만, 그 뜻은 실로 숭고한 것.
천국으로 향하는 열차를 망쳐 파멸을 부른 자들.
죄인에게 영원한 저주 있으라.
아아… 대자대비한 분, 우리는 왜 이리 일찍 태어났단 말입니까?
부디, 다음 삶은 천국에서 시작하게 하소서.
“다들 한번 읽어봐. 여러 가지로 신기한 이야기니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진철 형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최초의 구원? 뭔가 알듯 모를듯한데?”
아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호텔 바깥의 현실에서 나왔던 이야기야. 모든 방주는, 최초에 만들어진 원본의 열화 복제품이다.”
“으음…”
“뭐, 그 이상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지만.”
본인도 그 이상은 모른다는 아리의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나는 아리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방주에 관한 이야기.
현실에서 알레프와 합일하며 여러 가지 지식을 얻었지만, 대부분을 동료들에게 숨겼지.
우습게도, 날 제외한 사람 중 최초의 방주에 대해 아는 사람은 호텔 밖의 에이디아 뿐이다.
“가인아.”
왜 숨겼을까?
스스로에게 고백하건대, 악의는 없었다.
방주와 관련한 문제는 더 이상 생길 리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제는 끝난 문제.
알아봐야 도움 될 것도 없고, 불길하고 흉측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정보.
이렇게 생각했기에 굳이 알리지 않았다.
만약, 최초의 방주에 관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가인아? 다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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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1. 가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동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함.
2. 축복을 잘못 받은 것 같음. 비밀이 더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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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왜 그래?”
“아니에요.”
탈출하면서 불령해탈 노트도 복구되었는데, 그랬더니 또 이 난리네.
“어흠! 넷째, 열차에 오래 있으면 기억과 자아가 흐려집니다. 이래서 정원사들이 대부분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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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 열차]1. 열차는 현재 수리가 필요하며, 루프 이동은 불가능하다.
2. 수리를 위해 승객을 이용한다.
– 루프 이동이 가능한 점, 승객을 이용한 일 처리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열차는 위대한 자이거나 최소한 그에 준한다.
3. 열차는 최초의 문명과 관련이 있다.
4. 열차에 오래 있으면 정신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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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정원사입니다. 첫째, 확인된 바에 따르면, 정원사는 가장 직접적인 종말의 원인입니다.”
배경은 빼고 핵심만 보자.
어떤 세력이 303호의 인류를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하는가?
정원사다.
누나가 한숨 쉬며 중얼거렸다.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 분들이네.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종말씩이나 일으키다니… 아무나 하는 일 아닌데.”
“둘째, 정원사들은 관리국이 열차에 파견한 직원들의 연합체에 가깝습니다.”
할아버지가 확인차 질문했다.
“그놈들이 쓰는 암호를 아리가 해석했다고?”
“네. 그 과정에서 알아낸 정보입니다.”
“으음…”
“셋째, 정원사들은 인류가 오염되었다고 판단 중이다. 이래서 열반 열차의 힘을 빌려 인류를 전멸시켰다.”
“어이쿠! 스케일이 큰 분들인데.”
“정원사들의 무력은 그리 대단치 않습니다. 즉, 본인들의 힘으로는 세상을 정화할 수 없다고 여겼을 겁니다.”
“열차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라는 건가?”
“그들이 생각하기엔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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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1. 종말의 직접적 원인은 정원사다.
2. 정원사는 여러 루프에 걸친 유사 관리국에서 파견한 직원들의 연합이다.
3. 정원사는 인류가 오염되었다고 판단하며, 열반 열차를 통한 정화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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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염이라는 게 뭐냐?”
“아직 모릅니다. 다만, 오염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존재는 만났습니다.”
정원사들은 인류가 오염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떤 존재가 인류를 변질시켰는가.
“엘디스트…”
“필시 그 녀석이죠. 첫째, 정원사의 주장에 따르면, 엘디스트가 오염의 근원입니다.”
“…”
“둘째, 엘디스트는 장막 너머에 있었습니다. 여기서 장막은 루프와 루프 사이의 벽입니다.”
“즉, 엘디스트는 303호 이전 루프에 속한 존재구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셋째…”
여기서 잠시 말문이 멎었다.
엘디스트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엘디스트는 완벽합니다.”
“뭐?”
과연, 몇몇 동료들이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완벽합니다. 얼룩이 없고, 하자가 없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빈틈이 없습니다.”
미로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게 뭔 소리야?”
“그냥, 엄청나게 강하다고 할게.”
이 이상의 설명은 어렵다.
엘디스트의 ‘완벽함’은 일시적으로 합일까지 했던 내가 아니고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넷째. 최초 문명의 왕족은 엘디스트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정원사들은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가장 오래된 목소리만 엘디스트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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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디스트]1. 303호 인류를 오염시킨 존재가 엘디스트다.
2. 엘디스트는 과거 루프의 존재다.
3. 엘디스트는 흠결이 없는 완전한 존재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제게도 이 표현은 와닿지 않는군요.
4. 최초 문명의 왕족은 엘디스트를 물리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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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첫 시도에서 얻은 정보는 대부분 정리한 것 같네요. 다들 뭔가 느껴지시나요?”
설명이 끝날 무렵, 자연스레 깨달은 사실.
동료들의 눈에 담긴 것은 물음표 뿐이었다.
반쯤 몽롱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송이.
“… 무지하게 어려운 것 같아요.”
미로는 아예 천장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해를 포기한 것 같았다.
은솔 누나가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뭐랄까, 알아낸 게 적진 않네.”
“…”
“정보는 엄청나게 많이 알아냈어. 그런데, 연결이 잘 안되는 느낌이야.”
“그렇죠.”
그때, 상현 형이 조심스레 말했다.
“내일 저주의 방에 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아리 양과 묵성 요원이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 봅시다.”
아리가 즉각 답했다.
“내 쪽은 하나는 명확해. 내리지 말아야 해.”
“그거 하나라도 확실해서 다행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야. 최초의 소원을 떠올리려면 과거의 일을 재현해야 하잖아? 나랑 가인이 둘이 열차 앞칸으로 가면서 느꼈는데, 환경이 지옥보다 더해.”
“…”
“하나, 특정 구간을 넘어서면 보호벽이 사라져. 그때부턴 시간 여행의 부하가 덮쳐서 필멸자는 순식간에 죽어.”
“어이쿠!”
“둘, 그보다 더 앞으로 가면 아예 태고의 지구가 나와. 지표 전체가 화산으로 덮여 있지. 온도가 섭씨 몇천 도는 될 거야.”
송이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런 구간을 호텔에 오기 전의 네가 돌파했다고?”
“좋은 지적이야. 가인이도 이 부분을 여러 번 말했어.”
이 부분은 그냥 조언을 쓰는 게 좋겠다.
「조언 : 3 -> 2」
‘호텔에 오기 전의 아리가 어떻게 저 지옥도를 통과했습니까?’
「너희가 버틸 수 없는 환경을 직원이 버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