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3)
82화 – 파티 타임 (4), 기념품 상점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지하, 등산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잡아! 저거 잡아라!”
미친 듯이 울려 퍼지는 고함
“꺄아아아아악!”
산 전체를 울리는 비명
…
대체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지?
산에서 뜬금없이 나타난 소녀는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했고, 우린 정신없이 그 소녀를 쫓아갔다.
쫓아가면서도 궁금하다. 대체 저 애는 왜 우릴 보고 도망가지? 우리는 왜 저 애를 이렇게 죽어라 쫓아가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쫓아가자!
가뜩이나 산세가 험한데, 등산로에서 벗어나 험한 길과 나무 사이를 뛰어가다 보니 순식간에 옷이 더러워졌다. 평상복이었다면 이미 찢어지지 않았을까?
“뭐야? 대체 뭐야?”
어디선가 들리는 누나의 목소리. 뒤늦게 우리의 추격전을 보고 합류한 것 같다.
“꺄아아아아악!”
아니, 비명 지르지 말라고! 쟤는 대체 왜 저러지? 우리가 무슨 나쁜 사람 같잖아!
다행스럽게도 도망가던 소녀의 신체 능력은 아리처럼 인간을 반쯤 벗어난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 할아버지는 거의 전설의 무림 고수를 방불케 하는 움직임의 소유자. 따라잡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분기탱천한 할아버지의 고함이 산을 울렸다.
“대체 왜 도망가는 거냐!”
“대체 왜 쫓아오시는 건데요!”
“네가 도망가니까 쫓아간 것 아니냐!”
“할아버지가 쫓아오니까 도망간 것 아니에요!”
…
그냥 어이가 없어졌다.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잘못한 것 같다. 여자애가 산에서 할아버지와 청년을 만나서 살짝 웃었는데, 갑자기 청년이 고함을 지르고 할아버지가 미친 듯이 달려오면 일단 도망가지 않을까?
*
뒤늦게 혼란의 추격 현장에 누나가 나타나자, 갑자기 소녀는 누나의 옷깃을 붙들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얘는 왜 우릴 자꾸 나쁜 사람처럼 만들지?
“야 ~ 야! 좀 적당히 해라. NPC인지 뭔지 몰라도, 이상한 짓 그만 해.”
그러자 그 애는 거짓말처럼 표정이 밝아지더니 놀리듯이 말했다.
“티 났나요?”
할아버지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티가 나고 자시고, 이런 곳에 그냥 애가 있을 리가 있냐? 그래서 네 역할이 뭐냐?”
“전 기념품 가게 점원이랍니다~.”
그 말을 듣고 여자애의 복장을 보니, 어디 관광지에서 전통 의상을 입고 호객을 담당하는 직원같이 보이기도 했다. 어느샌가 발랄해진 느낌으로 일어선 소녀는 우리를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절반 미만의 인원으로 호텔을 돌아다니다 보면 저를 만날 수 있지요!”
절반 이하라니?
“절반 미만이 아닐 텐데? 우린 다섯 명이 산에 들어왔는데?”
“아.”
뭔가 알겠다는 누나의 반응이 나왔다.
“누나?”
“승엽이가 하도 힘들다고 해서 그냥 돌아가서 쉬라고 했거든. 송이도 중간에 멈춰있길래 지나쳤는데, 아무래도 밖으로 나간 모양이네.”
“하! 어린놈들이 벌써 요령만 늘었구먼!”
“할아버님. 요즘 애들 데리고 갑자기 이렇게 산에 오면 도망가는 게 정상이에요. 도망 안 간 가인이랑 내가 대단한 거지.”
“그래서 뭐라도 하나 얻을 분위기 아니냐! 원래 어른 말씀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오는 법이다.”
“누가 들으면 어르신이 기념품 가게가 있는 줄 알고 데려온 줄 알겠습니다….”
30분 정도 걷자, 도무지 산 한가운데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가게 하나가 뜬금없이 나타났다. 가게 안쪽은 말 그대로 기념품 가게였다. 여러 인형, 엽서, 장난감, 간단한 의복 등 기념품 가게에 흔히 있을 만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점원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게를 찾으신 여러분께 기념품을 1인당 1개씩 증정합니다! 각자 자기 물건만 골라주세요. 이 자리에 없는 분의 선물을 대신 고르는 건 불가능합니다.”
짐작은 했지만 확인차 물었다.
“평범한 물건들은 아니지?”
“평범한 물건이면 실망스럽겠죠? 당연히 호텔 특제! 다만, 구체적인 성능은 증정받으신 후에 확인할 수 있답니다.”
…
뭘 골라야 할까? 느낌상 모든 물건이 각 별개의 ‘특별한 기능’이 있을 것 같은데, 대체 뭘 골라야 정답인지 모르겠다. 누나가 다가와서 쿡 쳤다.
“전혀 모르겠다. 조언 써봐.”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선 제대로 알려주지 않을걸요.”
“그래도 써봐.”
잠시 정신을 집중하면서 ‘뭘 골라야 할지 알려달라’고 물었다.
[익숙한 물건을 골라주세요.]“익숙한 물건을 고르라네요.”
“너무 대충인데? 익숙한 물건이 한두 개야?”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질문하면 이런 허접한 대답밖에 안 나와요.”
“으~ 승엽이가 있었어야 했는데. 걔가 행운 딱 키면 기가 막히게 이 가게에서 제일 좋은 것 3개 골랐을 것 아니야!”
“그러니까 내려가지 못하게 누나가 끌고 오셨어야죠.”
“걔를 데려왔으면 이 가게가 생기지 않았을 모양인데?”
이렇게 서로 열심히 떠들었지만, 뭘 골라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조언을 참고나 하자.
‘익숙한 물건’
호텔에 오기 전까지 내 인생에서 제일 큰일이란 대학입시였고, 책보고 공부한 시간이 제일 많다. 익숙하다면 역시 필기구가 아닐까?
호텔에 온 후로는 단검을 꽤 많이 쓰긴 했는데, 단검 같은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펜 하나를 집어 들었다. HP라고 크게 박혀있다. 호텔 파이오니어의 약자인가?
돌아보자, 은솔 누나는 역시 HP라고 박힌 배지를 들고 왔다.
“그냥 가지고 다니기 편한 것 골랐어.”
할아버지는 어디선가 장갑 하나를 들고 왔다.
“대충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냐? 질감이 좋길래 골랐다.”
각자 펜, 배지, 장갑을 고른 채로 점원 앞에 섰다.
“이 물건들이 확실한가요?”
“뭐, 다른 추천하는 물건이라도 있으신지?”
“우리 가게의 물건은 모두 호텔 특제! 전부 우수한 물건이니, 전부 추천해 드려요!”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말을 길게도 말하는구나. 난 그냥 이 장갑으로 하겠다.”
“저도 펜으로 정했습니다.”
“나도 배지로 정했어.”
점원은 가볍게 손뼉을 치더니,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나가려다가 멈췄다.
…
이 점원도 NPC 겠지. 아마도, 우리 이전에 호텔을 겪었던 ‘실패자’중 한 명일 것 같다. 뭔가 질문할 수 없을까?
“호텔에 대해서 아무거나 알려줄 수 없어?”
직전까지만 해도 발랄하게 생긋거리던 소녀의 표정이 한순간에 얼음처럼 굳었다.
“…”
“뭘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냥 아무거나, 간단한 것이라도 좋아. 여차하면 네 ‘진짜’ 이름이라도.”
“그거야말로 가장 대답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죠.”
…오래전 의사, ‘김상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는 ‘내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선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투로 이야기했지.
점원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난 대화는 불가능한 걸까? 점원은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다른 두 분.”
“뭐?”
“할아버님과 아가씨는 이미 물건을 구하셨으니, 나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뜬금없다. 점원은 갑자기 나를 제외한 할아버지와 누나보고 나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시키는 대로 가게 밖으로 나갔다. 가게엔 점원과 나만 남았다.
“나가고 싶으시죠?”
“당연하지. 이런 이상한 호텔에 평생 있고 싶은 사람이 있겠어?”
“호텔엔 여러 탈출 루트가 있죠. 이미 여러 가지 파악하셨을 테고.”
‘여러 가지’
그 말을 하는 점원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점원은 동료 중 내가 탈출 루트를 제일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궁금하실 겁니다. 특정한 1인이 아니라, 모두가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그런 길이 있어?”
“3층.”
“3층?”
“3층에 모두가 조건 없이 나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3층의 객실을 깰 필요도 없고, 3층에 도착만 하면 됩니다. 사실상, 2층 관문 방을 통과하는 순간 여러분 전원이 나갈 수 있습니다.”
심장이 뛴다.
엘리베이터를 통한 탈출 루트를 알았을 때, 나는 그 루트를 본능적으로 숨겼다. 나 혼자 이용하고 싶다는 얄팍하고 이기적인 마음.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그러나, 애초에 1인 탈출 루트라는 것 자체가 분열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 존재 자체를 숨겨야 한다. 모두가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 사실만으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녀는 더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왜 그녀는 나에게만 알려줬을까?
물으려다가 그만뒀다. 점원의 의미심장한 태도에서 나는 답을 알았으니까.
‘탈출에 대한 정보’는 아마도 ‘이미 탈출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던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었을까?
—탈칵!
문을 열고 가게를 나왔다. 돌아보자 가게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후에 동료들을 다시 데려와도 가게를 만날 일은 없겠지.
바깥에서 기다리던 할아버지와 누나가 대체 무슨 대화를 했냐고 물었다. 들은 대로 전했다. 모두가 탈출할 수 있는 길이 3층에 가자마자 있다는 사실.
다만, 점원이 나에게만 이 사실을 알린 건 아마 내 축복 ‘지혜’ 때문일 것이라고 둘러댔다.
*
등산의 방을 나와서 105호로 도착했을 때, 먼저 와서 쉬고 있던 승엽이와 송이를 만났다. 상황을 모르는 승엽이와 송이는 어딘가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다리가 너무 아파서 내려갔다고 변명했다.
나와 할아버지, 누나 셋은 순간적으로 말문을 잃었다. 이 두 사람이 이탈한 덕에 인원이 절반 미만일 때만 나타난다는 NPC를 만나서 뜬금없이 보물을 얻었으니,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
약간의 대화가 진행된 후,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보물을 얻은 셋은 기뻐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오히려 둘을 위로하기 시작했고, 먼저 내려간 둘은 바닥을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진짜 바닥을 구르고 있는데? 승엽이는 몰라도 송이는 이럴 나이는 아니지 않니?
“아니, 너네 뭐하냐? 초등학생이야? 삐졌어?”
“진짜 저 화났어요! 그런 곳에 가면서 우릴 부를 생각도 하지 않으시다니!”
“야~ 너희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어떻게 부르냐.”
“할아버지가 대화창으로 부르실 수도 있었잖아요!”
사실 그 생각도 하긴 했지. 하지만, 송이나 승엽이가 나타나면 가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약간의 위로 시간을 가진 후. 모두가 흥분한 채로 새롭게 얻은 3가지 도구의 성능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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