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33)
괴담 호텔 탈출기 833화(832/836)
833화 – 303호, 저주의 방 – ‘타임머신’ (18)
— 김아리
— 덜컹! 덜컹!
시간을 달리는 열반 열차.
알레프는 살짝 긴장한 듯했고, 송이는 말없이 벽에 기대어 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해 생각했다.
— 덜컹!
「곧 열차가 정차합니다.」
다음 역에 곧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
첫 회차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지금쯤 ‘하수연’을 발견했었지.
— 바스락!
과연, 열차 칸 뒤쪽에서 날렵한 외모의 아가씨 – 하수연이 문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심해. 곧 공격할 거야.
환영을 보내 경고하는 송이.
굳이 경고해 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어.
첫 회차 때는 하수연을 보고 당황한 사이 정원사 수장의 정신 공격에 당했지.
팔찌의 정신 보호 기능은 송이 본인을 위해 썼을 테니, 내 정신은 스스로 차려야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없는 만큼,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 지지직!
누군가 머릿속을 가볍게 찌르는 듯한 묘한 감각.
직후, 자연스럽게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역에서 내려야 한다.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 —
“멈춰!”
즉각 낮게 소리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송이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
팔찌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있겠지?
나는 세 걸음 정도 문으로 이동한 상태였고, 알레프는 아예 내리기 직전이었다.
“어, 어라?”
“알레프, 가만히 있어.”
즉각 알레프를 붙잡고 대기.
— 끼익!
곧, 열차 문이 열렸다.
하수연을 비롯한 몇몇 승객이 내렸다.
그리고…
— 덜컹!
다시 문이 닫혔고, 열차가 출발했다.
정원사 수장의 수작을 한 차례 방어한 셈이다.
당황하는 알레프.
“무, 무슨 일이죠? 제가 뭔가 실수했나요?”
“너, 지금 열차에서 내리려 했어.”
“예? 농담이죠? 내릴 이유가 없는걸요.”
본인이 열차에서 내리려 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새삼 느꼈다.
전성기 알레프는 분명 지극히 대단한 괴인이겠지만, 눈앞의 알레프는 허술한 직원 이상의 역량은 없었다.
단순히 전성기에 비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니야.
열반 열차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인지능력 자체가 쇠퇴한 상태다.
어떻게 할래?
슬며시 물어오는 송이.
좋은 지적이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정원사 수장은 주기적으로 정신을 흔들어서 나와 알레프를 열차에서 쫓아내려 할 텐데.
매번 지금처럼 방어한다? 쉽지 않아.
매분 매초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란 어렵다.
조금 전에는 상대가 언제 공격할지 알고 있으니까 쉽게 버텼을 뿐이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한 싸움이야.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이 복잡한 생각 하지 말자.
호텔에 오기 전의 나, 베테랑 요원 김아리처럼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한 문제니까.
혹시나 해서 알레프에게 물었다.
“… 알레프.”
“네.”
“주변의 몽롱한 승객들 보이지?”
“물론이죠.”
“이 사람들 사이에 악령 같은 존재가 숨어있어. 우리를 주시하며 빈틈을 노리고 있지.”
“…”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우린 열차에서 쫓겨나게 될 거야.”
“…”
“어떻게 해야 할까?”
“선배님, 이건… 음, 요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르쳐주시는 그런 건가요?”
요원의 마음가짐.
“글쎄. 그냥 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서.”
“… 선배님 말씀대로라면, 대응법은 명확한 것 아닙니까?”
— 위이잉!
알레프의 품에서 정체불명의 무기가 나왔다.
— 철컥!
내 허리춤에서도 한 정의 총이 나왔다.
“오염을 제거해야죠. 당장 뿌리뽑기 어렵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숙주를 제거해야겠네.”
약 3분 후, 열차 칸 내의 생존자가 셋으로 줄었다.
*
어느새 조용해진 열차 칸.
사방에 널브러진 시체와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만 가득하다.
— 덜컹!
열차는 끊임없이 시간을 달렸고,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정원사 수장의 공격을 방어하고, 열차 칸 내 숙주를 제거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 덜컹!
여전히 다음 전개는 아리송하다.
이제 어떻게 해?
송이야, 나도 모르겠으니까 그만 물어봐.
과거의 나는 뭘 어떻게 했던 걸까?
회의할 때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었지.
열차 내에 정원사들이 이용하는 우회 루트가 있을 것 같다.
정원사들과 충돌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회 루트로 진입하지 않을까?
말은 쉬웠는데, 실제로 해보니 우회 루트고 자시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열차 직원은 유령처럼 스르륵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정원사의 수장은 아예 육체가 없는 망령에 가까운 존재다.
이런 존재들이 이동하는 루트를 어떻게 찾아내란 거야?
앞으로의 진행이 오리무중에 빠진 시점.
“어? 어엇! 선배님, 주변을 보세요!”
갑자기 사방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당황하는 것도 잠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차는 승객 여러분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습니다. 다만, 청소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와 알레프, 송이까지 세 사람의 시선이 갑자기 나타난 직원을 향했다.
“승객 여러분. 아무래도 여러분은 목적지가 뚜렷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
“우리가 추천한 역에서도 내리지 않으셨고, 다른 승객이 추천한 역에서도 내리지 않으셨지요.”
다른 승객이 추천한 역이라니…
기괴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열차 나름의 유머일지도 모르지.
“앞서 말씀드렸지만, 손님에게는 목적지가 필요합니다. 목적지가 없는 승객은 열차를 방황하기 마련이고, 이런 일은 우리에게도 달갑지 않거든요.
“…”
“그래서 말인데, 여행을 조금 더 다채롭게 즐길 생각은 없으십니까?”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아시겠지만, 본 열차는 현재 정상이 아닙니다.”
“…”
“심각한 고장으로 인해 핵심 기능을 쓸 수 없는 상태지요.”
열반 열차의 고장과 이로 인한 루프 이동 불가.
잊고 있던 키워드가 다시 나타났다.
“두 분, 열차 수리에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바로 송이가 메시지를 보냈다.
열차 수리!
이거, 예전에 하진성이 했다는 일 아니야?
여러 시대에 내려서 이상한 일을 했다는 식이었지?
알레프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왜? 우리가 음, 왜 그런 일을 해야 하죠?”
“명령이 아닙니다. 거래지요. 거부하셔도 됩니다. 열차는 승객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거래라면, 뭔가 보상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 기다리고 있지요. 무엇인지 알고 계실 겁니다.”
“예? 모르겠는데요?”
열반 열차 수리에 협조할 경우의 보상.
알레프는 모르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열반 열차 탑승권.
대답은 자연스럽게 나왔다.
“좋아. 협조할게.”
“어엇! 서, 선배님? 이상한 놈이 하는 소리인데, 조금 더 고민하시는 게 -”
“훌륭한 선택입니다.”
“어떻게 할까?”
“첫째, 의뢰를 받은 두 분과 또 한 분까지 모두 다음 역에서 내려주십시오. 둘째, 하차 후에 품속의 쪽지를 읽어주십시오.”
의뢰를 받은 두 분과 또 한 분?
미묘하게 나와 알레프 그리고 송이를 구분하는 듯한 말투네.
그 말을 끝으로 직원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직원 사라졌네요.”
“내릴 준비 하자.”
“서, 선배님! 진짜 내리시게요? 우리 목적은 내리는 게 아니잖습니까?”
“우리 목적이 뭔데?”
“열차에 대한 정보 수집 아닙니까?”
“지금 하는 게 바로 그 일이지. 열차 관련 정보 수집.”
“어… 그런가요?”
“다시 탈 수 있을 거야.”
‘~거야’라고 모호하게 말했지만, 실제로는 확실해.
하진성의 경험담에 따르면, 여러 차례에 걸쳐 하차와 승차를 반복했다고 하니까.
— 덜컹!
「곧 열차가 정차합니다.」
*
— 쿵!
내리자마자 처음 떠오른 느낀 것은 바다 냄새였다.
솔직히 말하면, 알싸한 생선 비린내에 가까운 악취가 코를 찔렀다.
그 순간.
— 파아앗!
*
“으읏! 냄새 엄청 심하네.”
“선배님! 진짜 괜히 내린 것 같다니까요?”
“야, 아깐 너도 수리에 협조하자며?”
“그, 그거야 직원 때문이죠. 열차가 고장 나있어서 본부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으니까요.”
“어쨌든, 너도 수리에 협조해야겠다고 했잖아. 이제와서 내 탓 할래?”
“으윽…!”
“일이나 하자. 직원이 아까 뭐라고 했었지?”
“하차 후에 품속의 쪽지를 읽으라고 했어요.”
“펼쳐보자.”
*
.
..
…
빠르게 스쳐 간 환영.
넋 나간 듯 주변을 보고 있으니, 슬며시 환영이 나타났다.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한 거야?
송이만 볼 수 있는 각도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네. 이제부터 난 방해하지 않고 거리 유지 할게.
예전처럼 진행해 봐. 알레프에겐 적당히 이야기해 둘게.
자연스럽게 거리를 벌리는 송이.
본인이 내 근처에 있으면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섬세한 배려가 고마웠다.
301호에서 유사한 경험을 해본 만큼, 이런저런 대화 없이도 내 상황을 바로 이해해 주는 느낌이야.
“알레프 씨, 저는 잠시 주변 상황 좀 살피고 오겠습니다.”
“엇? 저기요? 송이 양! 혼자 움직이는 건 위험 -”
“괜찮아. 신경 쓸 필요 없어.”
“호, 혹시 송이 양에게 주어진 비밀 임무가 있는 건가요?”
“… 그렇다고 해두자. 신경 쓰지 마.”
마침내 돌아오기 시작한 과거의 기억에 대한 첫 감상은 두 가지다.
하나, 지금 진행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
그리고 둘.
“선배님?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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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와 알레프는 되게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네?
나, 알레프 녀석과 굉장히 친했었구나?
‘알레프’라는 이름에 반응해서 과하게 경계한 것 자체가 엇박자의 시작이었어.
“품속의 쪽지 확인하자.”
“네.”
— 펄럭!
*
— 유송이
짠맛으로 가득한 공기.
아직 정확한 시대와 장소는 모르겠지만, 바닷가인 건 확실해.
10분 정도 뛰어서 거리를 벌린 후, 슬쩍 품속을 확인했다.
내게 주어진 쪽지에는 딱 한 문장만 적혀있다.
당신은 수리 의뢰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고민해 보시길.
“…”
천천히 생각해 보자.
첫째, 열차의 일 처리 방식.
‘나비효과라는 이야기, 아십니까?’
기억을 회복한 알레프가 말하길, 열차의 일 처리 방식은 나비효과의 응용이라 했다.
승객은 본인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승객은 방아쇠를 당길 뿐, 이후의 일이 쭉 전개된 끝에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에 도달하는지는 모른다.
과거의 아리도 똑같았을 거야.
본인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했겠지.
둘째, 열차의 목적은 무엇일까?
왜 지금은 루프 이동을 할 수 없어?
신에 가까운 열반 열차가 고장 났다는 건 무슨 뜻이야?
열차의 목적은 무엇이고, 승객에게는 어떤 일을 시키는 거야?
과거의 아리는 몰랐다.
지금의 아리 역시 알아낼 수 없겠지.
그렇다면, 호텔 파티는 어떻게 해야 열차의 목적을 알아낼 수 있을까?
나야.
내가 알아내야 해.
열차의 의뢰를 직접적으로 받지 않은 사람.
아리와 달리 최초의 소원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
“…”
이제부터 아리는 열반 열차의 지시대로 행동할 거야.
나는, 열차가 내리는 지시의 의미를 파악해야겠다.
*
첫 번째 의뢰.
1. 인근의 인간 거주지로 이동하라. 약 700명의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을 찾아냈다면, 그곳이다.
2. 마을 중앙에는 통나무집이 있다. 지붕 위에 새하얀 십자가를 확인하라.
3. 새벽 2시경, 새하얀 십자가를 불태워라.
4. 십자가가 타오르면, 세 사람이 막기 위해 나타난다.
5. 가장 처음 나타난 자는 즉시 죽여라. 두 번째는 눈을 뽑은 후 놓아주고, 세 번째는 십자가에 매달아라.
다음 지시 사항은 보름달이 뜰 때 나타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