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4)
83화 – 파티 타임(5), 기념품의 기능 확인, 모든 시대 사파리 진입.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2]
등산까지 다녀오고 나니 너무 배가 고팠다.
저녁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친 후에야 새롭게 얻은 도구들을 시험해보기 시작했다.
내가 얻은 펜, 누나가 얻은 배지, 할아버지가 얻은 장갑.
기능이 가장 명쾌한 물건은 누나의 배지였다.
“어! 누, 누나가 사라졌어요!”
“흠. 무언가 만져지는 걸 보니 물리적으로 사라진 건 아닌가?”
“할아버님. 지금 어딜 만지고 계신 줄 아세요?”
“어헛! 고의는 아니라네.”
할아버지가 황급히 물러났다.
배지의 능력은 다름 아닌 투명화.
항상 보이지도 않으면서 호텔을 깔끔히 관리하는 힘을 형상화한 느낌인가?
배지를 낀 누나는 순간적으로 깜빡거렸고, 우리는 몇 차례 확인 끝에 정확한 조건을 알았다.
배지를 끼고, 숨을 참으면 그 시간 동안 누나는 투명해진다.
딱 봐도 대단히 유용한 도구라 다들 감탄했다.
할아버지가 얻은 장갑의 능력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
“아프진 않으세요?”
“내 기준으로는 아무 느낌 없다.”
장갑을 착용함과 동시에 할아버지의 손만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손이 있어야 할 자리는 그냥 어슴푸레한 빛만 감돌았고, 장갑과 손이 허공을 떠다녔다.
허공의 손을 붙들어서 장갑을 벗기자 즉시 손도 사라지며 할아버지의 손이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일종의 원격 손인 모양인데요?”
“이거, 조종이 어렵구나.”
설명에 따르면 마치 팔이 몇 배로 길어진 느낌이라는데, 잘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도 되나?”
할아버지는 원격 손으로 총을 들었다!
저거, 진짜 유용한데? 저런 식이면 장애물 뒤에서도 조준할 수 있겠는데?
—탕!
… 아무리 봐도 총알이 영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어이쿠! 총까지 쏘려니 조준이 어렵다. 이건 한참 더 연습해야 할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내 펜의 기능은 기묘했다.
‘어디에나 써지는 펜’
‘허공에 쓴다!’라고 생각하면서 허공에 그으면 실제로 허공에 글씨가 써지고, ‘지운다!’ 생각하면서 펜 뒤의 버튼을 누르면 지워졌다.
허공에도 써졌고, 몸에도 써졌고 종이에도 써졌고, 심지어 물에도 써졌는데 물이 흘러내리자 글씨도 흘러내리며 사라졌다.
… 이걸 대체 어디다 쓰는 거지?
도구를 얻지 못한 2인은 매우 부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막상 얻은 입장에서도 이 펜은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디에나 써진다’라는 부분이 응용의 핵심인 듯하다. 통상적인 필기구라면 글씨를 쓸 수 없는 대상에 쓸 때 본연의 기능이 나오지 않을까?
쉽게 응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셋 모두가 도구를 쓰기 위한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누나는 숨을 오래 참는 연습을 해야 할 테고, 할아버지는 원격 손을 잘 조종해서 총도 쓸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해야겠지.
나는 글씨를 빨리 쓰는 연습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봐도 내 도구가 가장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서 허공에 글씨를 열심히 쓰고 있자, 누나가 또 한 가지 특징을 알아챘다.
“글씨가 원거리에서 써지는 느낌인데?”
“네?”
“보통 글씨는 펜 끝에서 써지잖아? 그런데, 네 펜은 어차피 펜에서 잉크가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그런가?
사실 진짜 글씨도 아닌 것 같고. 펜 끝에서 꽤 떨어진 장소에서 글씨가 써지네.”
직접 확인했다. 실제로 펜 끝과 글씨가 실제 써지는 장소에 약간의 공간이 있었다.
심지어, 내가 그걸 의식하자 더 멀리 글씨를 쓸 수 있었다. 거리 제한은 펜을 기준으로 1M 정도.
…
어디에나, 원거리에서 글씨를 쓸 수 있다. 공격적인 사용법이 하나 떠올랐다.
생각보다 쓸만한 도구구나.
모든 도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주인이 아닌 타인은 특수한 기능을 쓸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잡으면 내 펜은 평범한 펜이고, 할아버지의 장갑도 그냥 장갑이고, 누나의 배지도 그냥 배지다.
오직 주인이 쓸 때만 어디에나 써지는 펜이고, 원격 손이고, 투명 배지였다
첫날부터 아침엔 성소, 저녁엔 등산, 밤에는 도구 기능 확인까지 마치고 나자 졸음이 몰려왔다.
파티타임 첫날이 지나갔다.
*
둘째 날 오전은 다들 근육통에 시달리며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들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할아버지를 탓하다 보니, 어느샌가 할아버지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점심 먹을 때쯤, 어제 축복을 강화한 사람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모이자마자 축복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그들이 잠든 사이에 우리는 무슨 도구를 얻었는지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엘레나는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고, 진철 형은 재생력이 생겼고, 아리는 암시의 힘이 다소 강해졌다는 거죠?”
“네.”
“그래.”
“응.”
“엘레나는 상시 탐지할 수 있는 거에요?”
“그건 아니에요. 사실, 일상적으로도 항상 탐지할 수 있으면 되게 피곤한 능력 아닐까요? 하루 10분 정도 가능한 것 같네요.”
“어차피 오늘 저주의 방을 갈 것도 아니니, 한번 시험해봅시다.”
그 말이 끝나자 엘레나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다들 신기한 눈으로 엘레나를 쳐다보았다.
일단 나부터 시작하자.
“내 키는 2M다.”
엘레나가 피식 웃었다.
진철 형이 말을 이었다.
“내 체중은 200kg다.”
이번에는 엘레나가 살짝 갸우뚱했다.
“어떤 느낌이세요? 거짓말 나오는 순간 번개가 딱 친다?”
“지금 두 분하고 대화하다가 느꼈는데, 이거 보세요.”
엘레나는 손으로 가볍게 탁자를 잡았다.
… 테이블 구석이 으깨졌다.
“아무래도, 거짓말을 듣는 순간 그걸 알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응징하는 힘’이 생기네요.
정식으로 ‘집행’을 시작할 때처럼 활화산처럼 힘이 솟아난다! 이런 느낌까진 아니고, 그냥 딱 한두 번 주먹 세게 휘두를 정도의 힘이 생기는 감각이네요.
진철 씨 한번 맞아보실래요? ‘재생력’도 시험할 겸?”
“… 아닙니다.”
테이블이 부서지는 걸 보고 나니 도저히 맞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무서운 힘이구나.
그런 식으로 10분 정도 장난을 치다 보니 엘레나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형 재생력도 한번 시험해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손가락을 잘라본다거나?”
“넌 진짜 못 하는 말이 없는 것 같다. 재생력이 꼭 시험을 해봐야 하는 능력이냐?”
형과 아리의 능력은 딱히 시험해보긴 어려웠다.
재생력을 시험해보자고 손가락을 자르는 건 본인이 거부했고, 더 강력해진 암시를 시험해보려고 암시를 당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적당히 서로 새롭게 얻은 힘과 도구들을 시연한 후, 다음 일정이 정해졌다.
호텔에서 안내한 최우선 일정.
유산 연습을 위한 ‘모든 시대 사파리’!
*
파티 타임 2일 차 오후.
오늘의 첫 번째 일정은 지하의 ‘모든 시대 사파리’에 가는 것.
대체 뭘까?
이름만 들어서는 느낌이 잘 오지 않았다.
사파리가 어째서 유산의 사용법을 익히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서로 대화도 해봤지만, 결국은 직접 가봐야 알 문제 같다.
간만에 묵성 어르신이 앞장서며 말했다.
“사파리나 가자! 여기서 떠든다고 답이 나오겠냐? 가보면 알겠지. ‘훈련’에 적합한 장소라는 걸 보니 위험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
진짜 그럴까.
이 호텔은 희망의 호텔랜드라고 하면서 시작부터 몬스터 트럭으로 밟아 죽이는 곳인데.
지하로 내려갈 때마다 하는 생각인데, 이 지하엔 대체 몇 개의 방이 있는 걸까?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방들.
심지어 주의 깊게 구조도를 살핀 할아버지가 알린 바에 따르면 지하의 구조는 매번 바뀐다는 것 같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사파리를 찾아서 지하로 내려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계단 바로 근처에 아주 크게 ‘사파리’라고 써진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히 어제 등산에 갈 때만 해도 이 위치엔 다른 방이 있던 것 같은데….
생각을 그만뒀다.
‘사파리’로 들어가자, 마치 놀이동산 같은 드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입구에는 마치 키오스크 같은 거대한 기계가 있었다.
“이건 어떻게 쓰는 거냐?”
“표를 뽑는 모양인데요?”
디스플레이에 나온 설명을 읽었다.
1. 사파리는 파티타임에만 개방됩니다.
2. 사파리 내부엔 ‘모든 시대’에서 온 동물들이 있습니다.
3. 진입할 때마다 시대는 무작위로 결정됩니다.
4. 여러분은 언제든지 나갈 수 있습니다. 내부에서 죽을 경우, 바깥에서 부활합니다.
…
내부에서 죽을 경우? 살벌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호텔 기준으론 평범한 말인 것 같다. 그보다는 ‘바깥에서 부활한다.’라는 말에 안심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참, 인제 와서 따지기도 웃기긴 한데, 이 호텔은 어딜 가도 죽일 생각만 가득하구나. 사파리도 당연하다는 듯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적혀있다.”
“뭐, 부활은 시켜준다니 다행 아닙니까.”
“멧돼지! 너는 별 조각 한번 꺼내 보기라도 했냐?”
“얻은 후로 막연하게 ‘소환하는 방법’은 알았는데, 소환 해 본 적은 없습니다. 꺼내면 주변이 다 난리가 날 텐데 어떻게 꺼냅니까.”
“그럼, 여기서 한번 해 봐야겠네. 송이야!”
송이는 자연스럽게 팔찌를 빛내며 형에게 다가갔다.
“팔찌 써드릴게요.”
모두가 디스플레이를 터치해서 대충 입장권 비슷한 걸 받아든 후, 입구로 향했다.
긴장감이 감돈다.
저주의 방과 달리, 죽어도 그냥 바깥으로 나갈 뿐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거지?
‘모든 시대 사파리’
대체 이 기묘한 제목의 정체는 뭘까?
진입했다.
*
– 한가인
/시대를 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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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 5천 500만 년 전
1. 2. 3. 시작합니다!/
아찔한 기분으로 땅에 떨어졌다.
뭐? 몇억 년? 1억 5천 500만 년? 대체 뭐야?
땅에 떨어지자마자 놀라서 주변을 돌아보자, 시간이 밤인지 주변은 어두웠다.
이건 벽인가? 옆의 거대한 벽을 매만지며 어떻게든 이동했다. 손전등 같은 것이라도 사서 왔어야 했나?
다음 순간, 주변이 밝아졌다.
…
시간은 밤이 아니었다.
단지 내가 너무나 거대한 무언가의 밑에 있었을 뿐.
내가 매만졌던 ‘거대한 발’이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 나는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아니 진짜 공룡시대냐고!
거대한 – 너무나도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 같은 것이 나에게 날아들었다.
상태창에서 경고는 안 해 주냐!
생각해보니 사파리는 죽어도 상관없는 장소였지? 그래서 아무것도 안 뜨는구나.
사실, 경고해 줬어도 아무 의미는 없었을 것 같다.
—쾅!
몸 전체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의식이 흐릿해졌다.
…
아, 저거 브라키오사우르스네.
사파리에서의 첫 번째 죽음은 브라키오사우르스의 분노의 꼬리치기 한방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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