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5)
84화 – 파티 타임 (6) – 모든 시대 사파리, 103호의 비밀 (1)
– 차진철
처음으로 얻은 유산. 위력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물론 ‘상식개변 미디어’를 진행하며 유산의 위력은 간접적으로 체험했지만, 이미 송이에게 들었다.
유산의 위력은 얻기 전후가 다르다. 팔찌만 해도 103호 내부에선 있었던 여러 기능 상당수가 사라졌다고 들었다.
이계의 별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101호 내부에서처럼 세상 전체를 뒤틀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다고 본다.
결국, 호텔에서 마련했다는 이 ‘수련 장소’에서 내가 직접 확인해봐야겠지.
송이에게 팔찌의 정신 보호를 받은 후, 사파리로 진입했다.
/시대를 고릅니다.
.
.
.
—7,400만 년 전
1. 2. 3. 시작합니다!/
?
??
내가 지금 잘못 봤나? 7,400만 년 전?
뭐가 뭔지 상황을 알아채기도 전에 허공에서 떨어졌다.
욕지기를 내뱉으며 일어서는 순간.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집채만 한 익룡.
지평선을 가득 채운 거대한 생물들.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기기묘묘한 식물들까지.
호텔에 도착한 이후로, 나는 가장 크게 감동했다.
언제였지? 영화관에서 쥐라기 공원을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티라노사우루스가 화장실과 그 안에 있던 사람까지 한입에 물어 죽이던 기억.
학자 일행은 처음으로 공룡이 넘실대던 이슬라 누블라 섬에 도착해서,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웅장한 거구에 압도당해 혼이 나갔다.
그때, 쥐라기 공원의 회장이 나타나서 공원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었지.
지금 내가 그때 넋이 나갔던 학자들이 된 기분이 든다.
온 세상에 가득 찬 기적을 보며 나도 모르게 덜덜 떨렸다.
지금 이 광경.
이런 멸종된 공룡이 가득 찬 사파리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돈 주고 판다면….
아마 입장권을 장당 수억 원으로 팔아도 순식간에 동나리라 장담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공룡을 실제로 볼 수 있는데 입장권을 위해 억 단위의 돈을 낼 만한 부자야 전 세계에 넘치지 않을까?
들어온 목적조차 잊은 채로 평원을 걸어가며 온몸으로 고대의 지구를 느꼈다.
신발조차 벗어 던진 채로 발에 밟히는 이끼와 잔디를 섞은 듯한 신비한 식물의 감촉을 느꼈다.
정신없이 시선을 돌리며 하늘과 땅에 가득 찬 거대한 생물들을 보았다.
쉼 없이 숨을 들이켜며 고대의 공기를 빨아들였다.
나는 이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 장담한다.
언젠가 호텔 밖으로 나가더라도 평생 잊지 못할 순간임이 분명하다. 카메라가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나가자마자 누님에게 부탁해서 카메라를 HP 마켓으로 사자.
내일은 카메라를 들고 와야겠다. 어차피 뭘 사야 할지 애매해서 구매 수 제한은 꽤 여유로운 상태니까.
무려 공룡 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라면 모두가 구매에 찬성하겠지.
그렇게 거의 공룡시대의 관광객이 된 기분으로 태고의 지구를 유람한 지 5분 정도 흘렀을까?
흉측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르르륵!
그제야 시선을 낮추고 주변을 돌아봤다. 공룡이라기보다는 엄청나게 거대한 새?
하기야, 새가 곧 공룡의 후예라고 들었으니 그런 구분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머리통 크기만 해도 내 상체보다도 거대한 새가 흉악한 소리를 내며 날 위협했다.
악마도 아니고, 정신을 붕괴시키는 괴담 속 마물도 아니고, 그냥 덩치 큰 새 따위가?
굳이 죽일 생각도 없다. 이계의 별까지 꺼낼 일도 아닌 듯하다.
그냥 훅 달려가서 부리를 후려쳤다.
– 끼에엥! 끼이잉!
펀치 한 방에 거대한 새가 바닥을 굴렀다. 생긴 것답지 않게 귀여운 소리를 내더니 도망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시선을 돌리자 언제 모여들었는지 이빨이 수백 개는 나 있는듯한 도마뱀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쿵! —쿵!
아까부터 바닥이 울린다. 한걸음 한걸음에 지표를 흔드는 거대한 무언가가 근처를 거니는 듯하다.
관광객 행세도 이쯤 하자.
내일 꼭 사진기 들고 와서 사진은 잔뜩 찍을 생각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오늘 이곳에 온건 관광이 목적이 아니다.
바로 유산, ‘이계의 별 조각’을 시험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닌가.
또, 송이가 걸어준 정신 보호엔 시간 제한도 있다. 오자마자 공룡들을 보고 너무 감동하는 바람에 5분 가까이 낭비했다.
심호흡을 하며 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이계의 별은 팔찌와 달리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만상을 파괴하는 도구.
호텔의 배려였을까? 이계의 별은 팔찌처럼 상시 팔에 붙어있거나 하진 않았다.
평소에는 뭔가 세상 바깥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실체가 없으며, 주인이 원하는 순간 세상에 내려오는 구조.
허공으로 뻗은 내 손끝에 – 이계의 별이 내려왔다.
*
내가 이계의 별에 대해 가진 이미지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방사능’이다.
적과 아군, 심지어 사용자도 구별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비틀고 무너트리는 파장을 끝없이 방출하는 파멸의 도구!
과연, 별을 꺼내 드는 순간 주변이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바닥에서 정체불명의 수정 같은 것이 돋아났다.
내 주변의 도마뱀들의 몸 여기저기서 발톱이나 눈알이 갑자기 솟아나며 극심한 변형이 일어났다.
대부분 생물은 날 공격하긴커녕 공포와 고통에 시달리며 움직이지도 못했다.
별을 꺼내 들고 5초도 지나지 않은 것 같다.
반경 수십 미터의 동물들이 죄다 나뒹굴며 신음만 내뱉었다.
별을 움켜쥔 채 평원을 달려 나갔다.
나는 죽음의 전도자, 말세에 나타날 종말의 기수가 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대지에서 이상한 돌이 솟아났고, 공기에선 이상한 냄새가 났다. 주변의 색채마저 뒤틀리며 대체 무슨 색깔인지 알 수 없어졌다.
내 주변 반경 수십 미터의 동물들은 공룡이고 뭐고 구분할 필요도 없이 싹 다 고통 속에서 쓰러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타조 같은 생물은 순식간에 머리가 세로로 나뉘었고, 나에게 다가오던 익룡은 날개에서 발톱 수백 개가 돋아나며 추락했다.
한참동안 달려간 끝에, 아까부터 매 걸음 대지를 뒤흔들던 거대한 용각류가 풀을 뜯는 광경이 시선에 들어왔다.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생물이구나.
생각해보면, 날 위협하던 거대한 새나 도마뱀들은 진작에 다 죽었다.
저 거대한 생물은 그저 풀만 먹었을 뿐이다. 나를 위협한 적도 없지….
저런 생물을, 내가 별의 힘을 시험하려는 목적으로 해친다고 생각하니 강한 죄책감이 느껴졌다.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태고의 세계를 내가 망치는 듯한 불쾌한 감각.
빨리 하자. 바깥의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별을 들고 거대한 생물에게 접근하며 거리를 쟀다.
30M? 그 정도부터 반응이 나왔다. 공룡에게 신음 비슷한 것이 나왔다.
이게 별의 힘의 범위인가? 아니면 더 넓은데 저 공룡이 이제 반응을 보이는 건가? 그것까진 모르겠다.
아예 달려서 바로 근처까지 접근했다. 별의 힘이 본격적으로 생물의 신체를 뒤틀었다.
갑자기 몸이 뒤틀리고, 등에서 뿔이 솟아나고, 다리가 쪼개지는 변형!
—우오오오오오!
내가 비록 공룡의 소통 수단은 모르지만, 저 고통에 가득 찬 울음소리의 의미도 모를 정도는 아니다.
키가 하늘에 닿을 것 처럼 거대한 생물이 사악한 화가가 아무렇게나 낙서한 듯한 불쾌한 몸으로 변형된 채로 널브러졌다.
그 비참한 광경은 내 심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그 쯤 되었을 때, 이젠 나도 참기가 힘들어졌다.
별을 들고 있는 오른팔을 살펴보았다.
이미 ‘팔’이 아니다. 거대한 살 뭉치 속에 별이 박혀있는 형상에 가깝다.
오른손부터 시작된 변이가 어깨까지 올라오기 직전이다.
이 지경이 되도록 통증이 억제된 것 역시 송이가 걸어준 보호의 힘이겠지.
극심한 변이였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깨달았다.
저 거대한 공룡조차 별 근처까지 접근하자, 극심한 변이 속에서 채 30초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런데, 이 별을 손으로 직접 잡고 있는 나는 아직도 변이가 ‘겨우’ 오른팔 어깨 언저리에서 멈춰있었다.
묵성 어르신의 말대로 내 신체는 별의 힘에 강한 저항력이 있다.
이왕이면 이런 강한 저항력이 정신에도 일부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송이의 축복 시간을 재기 위한 시계는 차고 왔지만, 내 몸과 달리 저항력 따위가 없는 시계는 진작에 시계의 형상조차 남지 않았다.
이젠 슬슬 한계구나.
별을 세상의 틈새로 돌려보냈다.
주변을 돌아보자, 새삼 별의 힘이 얼마나 악마적인지 체감했다.
정상적으로 살아있는 생물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동물은커녕, 식물은 물론 땅과 공기조차 비틀어진 지 오래다.
… 이 세계의 생물들에게는, 나야말로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가 아니었을까.
사파리 내부에 감정이입 하는 건 이쯤 하자.
이렇게 파괴적인 힘이 우리 손에 들어왔다는 것!
모두가 호텔에서 안전하게 살아나갈 확률이 올라갔다는 의미다.
—찌이이익!
—투둑!
진작부터 감각이 사라진 팔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시선을 돌렸다.
비틀어진 살덩이들이 떨어져 나간다. 무슨 비늘처럼 솟아 나온 피부가 저절로 벗겨지고, 여기저기 돋아난 눈알이나 혓바닥, 손톱이나 이빨들이 저절로 떨어졌다.
기괴한 살덩이들이 다 떨어지자, 나에겐 더 이상 ‘오른팔’이 없었다.
그러나, 어차피 별이 비틀어버려서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도 없던 살덩이들.
떨어지고 나자 오히려 홀가분했다. 이것이 아마도 ‘재생력’인 것 같다.
축복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후원자’의 말을 이해했다.
‘재생력’은 도마뱀처럼 잘려 나간 신체 부위를 다시 돋아나게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별에 의해 오염된 신체 부위를 떨어트리고, 상처를 봉합하는 정도의 힘은 있다.
이제 곧 송이가 걸어준 축복의 힘이 끝나겠구나.
아까부터 몸이 이 지랄이 났는데도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한 이유는 필시 팔찌의 힘 때문이겠지.
처음엔 10분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송이의 실력이 늘어난 건가?
정신 보호가 완전히 풀리기 전에 나가자. 완전히 풀리면 분명 엄청난 통증을 느끼리라는 확신이 든다.
이 사파리에선 어떻게 나가지? 분명히 원할 때 나갈 수 있다고 한 것 같은데?
어디 상태창 같은 거 안 보이나?
그냥 한번 외쳐봤다.
“야! 나 지금 나가고 싶다! 나가게 해줘!”
그게 정답이었다.
외침과 동시에 내 몸과 정신이 붕 떠올랐다.
— 콰당!
정신을 차렸을 때, 사파리 바깥으로 나온 나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저주의 방에서 나왔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주변을 돌아보자 동료들이 보였다.
아. 나오자마자 공룡들의 신령한 거구가 떠올라서 아쉬웠다!
살면서 언제 그런 장면을 또 볼 수 있을까. 카메라. 무조건 주문해야지.
“이야~! 호텔에 이렇게 멋진 장소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다들 구경 잘하셨습니까?
난 공룡들이 튀어나오던데, 다른 분들은 뭘 보셨습니까?
우리 남은 파티타임 동안 매일 사파리 옵시다! 그리고 카메라도 빨리 -”
“진철아. 잠깐 조용히 좀 해봐.”
흥분해서 떠들다가 누님의 피로한 목소리를 듣고 놀라서 주변을 돌아봤다.
뭐지? 이렇게 엄청난 장소를 다녀왔는데 다들 반응이 왜 이래?
나와 달리 다들 엄청나게 힘들고 피곤한 표정들이 아닌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가인이가 입을 열었다.
“형은 엄청 즐거우셨나 보네요. 한 사람이라도 잘 놀고 온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전 5초 만에 꼬리에 맞아 죽어서 잘 모르겠네요.”
송이도 한마디 얹었다.
“가인 오빠 부럽네요. 5초 만에 죽으셨다니. 전 식인 고대인들에게 몇 시간은 쫓겨 다녔는데.”
아니, 아니? 분위기 뭐야?
“왜 그런 고생을 한 거냐? 느낌 아니다 싶으면 내보내 달라고 외치면 되잖아? 그러면 바로 내보내 줬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죄다 나를 쳐다봤다.
어르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나가는 방법이었냐? 내보내 달라고 외치기? 하…. 난 그 외칠 생각을 못 하고 대체 어떻게 나가는지 이해를 못 하고 도망 다니다가 물려 죽었다.”
아무래도, 이 사파리를 매일 오고 싶은 사람은 나 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한가인
혼자 즐겁게 지낸 것 같은 진철 형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그래, 한 사람이라도 잘 놀았으니 다행인 셈 치자. 어차피, 이 사파리는 결국 유산 사용법을 익히자고 온 장소 아닌가.
형은 앞으로 매일 사파리 가서 훈련하면 되겠네.
옆에서 들려오는 별의 위력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새삼 궁금해진다.
별과 동급의 도구, ‘다양한 관점’.
송이는 사실상 혼자서 팔찌를 얻어냈지.
… 대체 103호는 뭐였지? 101호까지 깨고 나니까 새삼 궁금하다.
시작하자마자 모두가 동물농장의 환각을 보면서 시작, 동시에 목의 목걸이를 통해 지성과 영혼이 빨아 먹히면서 생기는 ‘타임어택’.
이 조건만으로도 끔찍한데, 주변엔 인간 군대도 이겨내지 못할듯한 강대한 아타나시아가 널려있고, 심지어 무대는 우주를 날아가는 우주선이다.
이런 환경에서 대체 어떻게 해결했지? ‘친화’없이 해결한다는 시나리오가 존재는 하나?
탈출 조건은 또 뭘까?
송이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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