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89)
88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Re (1)
* 두 번째 시도
– 한가인
혼란 속에서 어떻게든 상황을 정리해봤다.
“자! 다들 일단 진정합시다. 우선 차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각자 받은 역할을 정리합시다. 전 교황청에서 파견한 수습 엑소시스트(구마 사제), 사제 밑의 부제 역할이네요.”
진철 형이 대답했다.
“그리고 난 네 교육과 추기경님의 보좌 등을 담당하는 엑소시스트다. 성경을 모르는 놀라운 사제지.”
엘레나도 대답했다.
“저랑 송이는 수녀 역할이네요. 영감이 뛰어나다는데, 뭔가 새로운 능력을 준 느낌은 아니네요. 그냥 축복을 다르게 표현한 것 같아요.”
묵성 할아버지는 상자를 꺼냈다.
“내가 바로 악마를 벌하기 위해 파견된 추기경이다! 성당을 가본 적도 없지만 말이지. 그리고, 이 상자 안에 ‘종’이 든 것 같다. 이 방의 진행에 필수적인 물건일 테니 잘 기억들 해둬라.”
마지막으로 은솔 누나가 대답했다.
“난 이번엔 저택 어르신의 조카에서, 여동생으로 역할이 바뀌었어. 오빠가 ‘악마’에 홀려가는 걸 의심하는 동생 역할인가 봐.”
각자의 역할을 노트에 정리해놓자.
… 생각해보니, 굳이 노트에 정리할 필요가 있을까?
나에겐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면 볼 수 있고,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상태창이 있는데.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8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현자의 조언 : 3]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상태창에 적힌 현자의 조언 옆의 숫자를 [13] 으로 바꿔봤다. 이러면 조언이 설마 무한 복사되는 건 아니겠지?
…
1이 바로 지워졌다.
단순한 느낌이지만, 상태창은 펜보다 훨씬 ‘격이 높은 힘’.
펜 따위로 장난칠 수 있는 대상은 아닌 것 같다.
필터를 활용하는 느낌으로 상태창 옆 공간을 확대한 다음 그 부분에 글자를 썼다.
문제없다. 앞으로 이 공간을 ‘메모장’처럼 쓸 수 있을 것 같다.
‘메모장’에 각자의 역할을 정리하기 전, 승엽이와 아리의 위치를 확인했다.
[동료 위치정보(*)박승엽 : 저택 인근 마을
김아리 : 저택 인근 마을]
저택 인근 마을? 위치가 저택 내부가 아닌 건가?
역할에 따라 정리했다.
/1. 엑소시스트 팀
추기경 : 김묵성
사제 : 차진철
수녀 : 엘레나, 유송이
부제 : 한가인
저택 주인의 여동생 : 이은솔
2. 마을 팀
김아리, 박승엽/
아리와 승엽이가 무슨 역할인지 알게 되면 추후 추가하자.
이후, 차 안의 사람들에게 아리와 승엽이는 저택 인근 마을에 있다고 알렸다.
어느 정도 혼란이 가라앉고, 서로의 대략적인 역할, 그 외에 머리에 들어온 간략한 정보들도 나눈 후에야 대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엑소시스트 파티일 줄은 몰랐습니다만, 큰 틀에서 보면 달라질 건 없다고 봅니다.
목표는 저택의 주인, ‘이세현’의 거짓을 밝혀내는 것이리라 봅니다. 우선은 우리 역할 대로 ‘엑소시스트’로서 마을에 가서 정보를 모아봅시다.”
은솔 누나가 바로 지적했다.
“그 전에, 먼저 탈출부터 확보하기로 했잖아. 어떻게 할까?”
본래 계획은 나머지 일행이 저택으로 가는 동안, 한 명은 차를 몰고 바로 이 지역 밖으로 벗어나서 탈출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본래대로라면 ‘저택 내부’에 더해봐야 저택 뒷산이나 성당 정도만 돌아다닐 줄 알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마을과 저택을 지속해서 오가면서 정보를 모아야 할 느낌이 아닌가?
진행팀에게도 차가 필요하다. 탈출 담당이 차를 몰고 떠나버리면 곤란했다.
걸어서 나가야 하나?
그러기엔 어디까지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무대가 저택에서 저택 주변의 마을까지 포함할 정도로 넓어진 상태. 대체 얼마나 멀어져야 탈출이 인정될까?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계획을 좀 바꾸자. 원래 저택에 가기 전에 바로 탈출을 확보하려 했던 이유가 뭐였냐?
‘이세현’ 그놈이 첫 시도 때는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송이에게 빙의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었기 때문이 아니냐?
지금 우리는 ‘종’도 있고, 송이의 팔찌 덕에 정신 공격에 저항할 힘도 있지. 반면 ‘이세현’ 그놈은 타락 초기 상태. 힘이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은 다 함께 진행하면서 정보를 적당히 확보한 후에 한 명이 나가자.”
*
차를 타고 30분 정도 길을 따라가자, 본격적으로 마을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시골 마을 느낌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흩어진 집들 다수는 관광지에서나 봤던 그림 같은 풍채를 자랑했고, 집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이 느낌은 마치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 같은데….
“은퇴한 부자들이 모인 동네라도 되는 건가?”
내 느낌을 진철 형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딱 그 느낌이다.
시골 하면 떠오르는 비닐하우스나 밭 같은 것들은 없고 멋들어진 전원주택들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우리 차가 지나가자 길가의 사람 한둘이 구경했는데, 그 사람들의 옷차림도 모두 고급스러워 보였다.
저 멀리 익숙한 ‘저택’이 보였다.
새삼스럽지만 배경은 한국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거대하고 화려한 대저택이 있는 걸까?
마을에 들어서자 그제야 은솔 누나가 뭔가 떠올린 느낌으로 전달했다.
“여러분이 사제인 점은 숨길 필요 없어요. 공식적으론 마을에서 이상한 일이 생겨서, 제가 인맥을 통해 여러분을 모셔 온 것으로 되어있으니까요.
다만 유력한 용의자가 ‘이세현’이라는 사실은 당연히 숨기세요.”
“누님. 마을에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고 경찰도 아니고 ‘사제’를 부르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글쎄…. 나도 지금 머리를 뒤지는 중인데, 여긴 내가 아는 한국과 다르네. 교황청이 마치 ‘관리국’ 같은 역할을 하는 모양이야. 그리고 이제부터 주의하자.”
“네?”
“호칭. 이제부터 다른 분들은 절 ‘신도님’으로 불러주세요. 다른 사람이 없을 때도 지키세요. 그래야 다른 사람이 있을 때 실수하지 않을 테니까.”
맞는 이야기. 이제부터, 나는 ‘한 부제’다. 이 방에 있는 동안 호칭은 역할에 맞추기로 했다.
마을 회관으로 보이는 건물 근처에 차를 세웠다.
세 그룹으로 흩어지기로 했다.
‘이은솔 신도님’과 ‘김묵성 추기경’님은 바로 이세현을 만나러 저택으로 향했다.
‘유송이 수녀’와 ‘엘레나 수녀’는 회관을 중심으로 서쪽 지역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한가인 부제’와 ‘차진철 사제’는 동쪽 지역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
– 차진철
“가인아. 일단 뭣부터 -”
“차 사제님. 호칭 신경 써주세요. 곧 다른 사람들이 나타날 텐데.”
“아, 그래. 한 부제. 뭐부터 알아내는 게 좋겠냐?”
“조금 사제처럼 점잖게 말씀하시지요.”
이 자식하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시어머니가 따로 없다.
“… 너랑 온 게 좀 후회된다. 그래. 한 부제, 무엇부터 조사해야 하겠는가?”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실종 사건부터 조사하고, 이세현 형제의 평판도 알아내야 할 듯합니다. 또, 아리와 승엽이도 찾아봐야겠지요.”
“그래. 아니, 알겠네.”
어찌 됐든 호칭과 말투에 주의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나름대로 신경 쓰도록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걷다 보니, 가인이 녀석이 이상한 종이를 꺼내서 열심히 읽고 있었다.
“한 부제. 뭘 그리 열심히 읽는 건가?”
“차에 있던 기도문입니다.”
… 기도문?
“왜 놀라십니까? 사제가 기도문 한 줄 못 외우는 게 정상이라 생각하십니까? 이 방을 진행하는 동안 마을 사람들을 계속 만날 텐데요.
제가 밑줄 그어서 드릴 테니 그 부분은 꼭 외우시고, 마을 사람들과 대화 끝나면 한 번씩 읊으세요. 가능하면 하늘 좀 쳐다보면서 분위기도 잡으시고.”
아 제발! 진짜 도망가고 싶다. 이놈은 엑소시스트 코스프레에 왜 이렇게 심취한 거야?
*
– 한가인
차 사제님과 함께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았다.
자동차에서 느꼈던 대로, 이 마을 주민들 상당수는 도시에서 제법 재산을 모은 후 은퇴해서 두 번째 삶을 설계하는 사람들이었다.
크게 두 가지 정보를 얻었다.
첫째. 실종 사건.
실종 대상은 주로 10대 초중반의 어린아이들. 마을 주민 상당수가 은퇴한 사람들인 만큼 평균 연령대는 높았지만, 당연히 젊은 부부와 아이들도 있었다.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던 아이들이 벌써 4명째 실종된 상태.
마을의 분위기는 지극히 우울해진 상태였다.
아이들이 사라진 정황을 듣고 있자니 이들이 왜 경찰이 아닌 ‘사제’에게 연락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멀쩡히 집 내부에 있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방범 카메라가 비추고 있었는데 갑자기 귀신이 잡아가듯 사라졌다고 한다.
또, 대체로 부유한 가정의 아이를 사람이 납치했다면 최소한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전화를 할 법도 한데, 납치범들의 연락조차도 없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분명 초자연적인 힘이 개입한 것이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둘째. 이세현의 평판.
사악한 힘에 물든 이세현의 미래의 모습과 현재의 수상쩍은 정황들을 알고 있는 우리와 달리,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이세현의 평판은 대단히 좋았다.
마을 내에선 젊은 축이면서도 여러 사업으로 대단한 재산을 모은 수완가. 또한, 이 마을이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이세현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한다.
사실상 마을 전체의 대표나 다름없는 위치였다. 마을에 심상찮은 일이 생기자 이세현의 동생이 대표로 외부의 도움을 구해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내가 살짝 이세현이 의심스럽다는 투로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내 질문을 받던 마을 사람들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을 정도였다.
옆에 있던 차 사제님이 바로 부제의 실언이라 사과해야 했다.
실종 사건과 이세현의 관계성을 어떻게 밝혀야 할까?
애초에 실종된 아이들은 어디 있는 거지? 이세현이 저택 지하에 가두기라도 했나? 설마 이미 죽었을까?
일단 저택에 가봐야 할 것 같다.
마을 회관 쪽으로 향하자, 이미 반대편을 살피고 온 송이 수녀와 엘레나 수녀가 있었다.
“두 수녀분. 혹시 알아내신 정보가 있습니까?”
“… 오빠?”
“‘한 부제님’이라고 하시지요.”
송이에게 호칭에 주의를 주자, 옆에서 차 사제님이 한탄했다.
“야! 얘는 아주 깊이 심취했다. 호칭 정리하지 않으면 잔소리를 계속할걸?”
“전 한 부제님 태도가 맞는 것 같네요. 이제 탐정처럼 돌아다녀야 할 텐데, 마을이고 저택이고 보는 눈이 많잖아요? 차 사제님도 주의해 주세요.”
긴장감 없는 소리나 늘어놓는 차 사제와 달리, 엘레나 수녀는 나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역시 엘레나 수녀가 한마디 하자 차 사제는 고개를 숙였다. 엘레나 수녀가 모은 정보를 전달했다.
“우리가 간 방향 쪽에 성당이 있었어요. 첫 번째 시도 때 반쯤 무너져가던 모습과 다르더군요. 신부님과도 만나봤습니다.”
“신부님이 뭔가 알고 계시던가요?”
“전혀요. 신부님은 악마 퇴치니, 마도서니 하는 초자연적인 일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고, 우릴 대단히 부담스러워하시더군요. 실종 사건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송이 수녀도 대화에 참여했다.
“승엽이와 아리는 찾았어요. 마을의 아이들이 되어있던데요? 실종 사건 때문에 다들 아이들을 철저히 숨기는 분위기라, 한번 얼굴 보기도 힘들었어요.
그나마 우리가 교황청에서 왔다고 하니까 간신히 만날 수 있었어요.”
“마을의 아이들? 혹시 어려진 상태입니까?”
“네. 둘 다 10살 좀 넘은 것 같았네요. 둘 다 엄청 귀여워요!”
“얘기는 해 보셨습니까?”
“승엽이는 무척 답답해하고 있고, 자기도 저택에 가서 우리와 합류하고 싶다고 하네요. 아리는 그냥 잘 있다고 했어요.”
둘 다 아이가 된 상태다.
하필 아이들의 실종이 일어나는 마을에서 둘 다 아이가 된 상황. 이게 우연일 리가 있을까?
옆에서 듣다가 똑같이 생각한 차 사제가 말했다.
“한 부제. 설마 걔네 둘이 ‘다음 타겟’인 것 아니냐? 데려와서 보호해야 하나?”
“음. 차 사제님. 우리도 듣자마자 떠올린 생각이니, 아리도 당연히 그 정도 생각은 하고 있을 겁니다. 자기 자신은 보호할 능력이 있을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나도 아리 걱정은 하지 않는다. 승엽이 고놈이 걱정인데.”
“당장 우리가 어떻게 손쓰긴 어렵습니다. 부모가 있는 상황인데, 난데없이 사제들이 애를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일단 저택에 갑시다. 가서 이세현을 만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저택.
저택을 언급하자, 걱정스러운 송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첫 번째 시도 때는 제가 석상을 만지자마자 빙의됐어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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