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91)
90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Re (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8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테이블로 걸어가며 세 가지 의문에 대해 고민했다.
1. 거짓말 탐지가 이세현에게 왜 통하지 않았지?
2. 이세현은 왜 갑자기 자살한 거지?
3. 이세현이 자살했다고 탈출이 뜬 이유는 또 뭐지?
상태창에 보이는 현자의 조언. 아무래도 써야 할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선 정상적인 답을 주지 못하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정보를 모았지만 하나로 엮지 못하는 상황.
조언이 꼭 필요하다.
침착하게 의문들을 떠올렸다. 조언이 나타났다.
[‘이세현’이 대적자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세요.]그 한 문장에 모든 의문이 풀렸다.
테이블에 도착하자마자, 조언을 썼다고 알린 후 설명을 시작했다.
*
“애초에 우리가 한 가지를 착각했던 겁니다. ‘대적자’가 빙의 능력이 있다는 건 첫 번째 시도에서 우리가 확인했던 사실이죠?
우리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대적자가 이세현이라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제야 무언가 깨달은 누나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세현도 빙의에 당했던 거야?”
“그렇습니다. 진짜 범인, 마도서의 힘으로 빙의하는 자는 따로 있습니다.
그자가 필요할 때, 이세현의 몸을 빼앗을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의문이 풀립니다.
첫째, 거짓말 탐지에 저항한 방법.
너무 쉽죠. 애초에 우리와 대화한 ‘진짜 이세현’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몰라서 모른다고 했으니 거짓말 탐지에 걸리지 않은 겁니다.
둘째, 지하에서 이세현이 자살한 이유.
그의 대답에 정답이 있었습니다. 지하에서 ‘이세현에 빙의했던 진짜 범인’이 말했죠?
‘너희를 죽여봐야 교황청에서 더 많은 군대를 보낼 뿐이다.’
범인은 우리에게 들킨 시점에서 포기한 겁니다. 우릴 죽여봐야 더 많은 군대가 와서 토벌할 테니, 그냥 숨어서 후일을 도모하기로 한 거죠.
이세현은 범인으로선 그냥 인형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진짜 정체는 드러나지 않았어요. 이세현을 버리는 패로 쓰고 숨은 겁니다.
셋째, 탈출이 뜬 이유.
이미 확인했듯이, 탈출은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면’ 인정됩니다.
범인이 이세현을 버리는 패로 쓰고 숨은 이상, 꽤 오랜 시간 평화가 찾아오긴 할 겁니다. 범인은 아마도 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숨을 겁니다.
아니면 아예 다른 장소에서 음모를 꾸밀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현재의 위기’에선 벗어났으니 탈출이 뜬 겁니다.
다들 이해하셨습니까?”
동료들이 모두 고민하기 시작했다. 곧 질문이 시작됐다.
첫 번째 질문은 의외로 승엽이였다.
“형. 그러면 진짜 범인의 정체는 누굴까요? 마을의 누군가일까요?”
“범인이 사람의 몸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이상, ‘현재의 몸’을 기준으로 정체를 따질 수는 없어. 이세현이든 마을의 누군가든 범인으로선 전부 인형일 뿐이야.”
은솔 누나가 살짝 보충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초의 몸’에 해당하는 건 있지 않을까? 대적자가 만일 사람이라면, 그가 태어날 때부터 빙의 능력이 있지 않았을 테니까.”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만, 지금 알아낸 정보로 판단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진철 형은 좀 다른 관점의 질문을 던졌다.
“자살한 이유 말인데, 혹시 우리 시도 횟수를 늘리려고 자살했을 가능성은 없냐? 난 탈출하는 순간 그게 제일 걱정스러웠다. 사실상 강제로 두 번째 시도가 끝난 셈이라.”
나도 순간적으로 했던 생각이다. 아리가 바로 반박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봅니다. 대적자가 ‘호텔의 실체’를 어렴풋하게나마 깨닫는 것이 ‘다섯 번째 시도’의 페널티죠. 뒤집어서 보면, 그 전엔 절대 눈치채지 못합니다.”
진철 형이 되물었다.
“대적자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해도, 죄수가 알려줄 수는 없나?”
그쯤 되자 나도 대답할 수 있었다.
“죄수가 대적자에게 호텔의 실체를 알려줄 수 있다면, 대적자들은 방이 시작할 때마다 자살해서 우리를 강제로 탈출시키지 않겠습니까? 무조건 자살해서 다섯 번째까지 가면 유리해지니까요.”
“으음. 이해했다. 확실히, 그런 꼼수는 막혀있다고 봐야겠다.”
말을 하다 보니 나도 의문이 생겼다.
“대적자는 사람의 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듯합니다. 몸이 죽어도 본인은 죽지 않는 존재인 듯한데,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죠?
결국 그놈을 처단해야 해결이 뜨고 유산을 얻을 텐데 말입니다.”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사실 내 시선은 아리와 묵성 할아버지를 향해있었다.
이런 초자연적인 일에 대해선 역시 전문가가 잘 알지 않겠는가?
역시 내 기대대로 묵성 할아버지의 입에서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육신을 초월한 유령 같은 존재야 많이 상대해보긴 했지. 유형이 워낙 다양하긴 한데, 결국은 빙의를 어떻게 막느냐의 문제다.”
“보통 어떻게 막습니까?”
“매번 다르다. 마법적인 힘의 근원을 파괴할 때도 있고, 별도의 수단으로 빙의를 일시적으로 차단한 후 죽이는 때도 있지. 이 모든 걸 다 해야 할 때도 있고.”
마법적인 힘의 근원을 파괴하거나 빙의를 막은 채로 죽이기.
“힘의 근원이라 하면, 아무래도 저택 지하의 악마겠죠? 악마 자체를 처리할 수 있겠습니까? 또, 빙의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시점에선 나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악마를 우리가 처리하는 건 아닐 것 같다. 101호에서 죄수는 만나보지도 못했고, 103호에서 삼키는 자는 아군 아니었냐?
그간의 흐름을 보면 죄수와 싸울 필요는 없어. 아마 악마와 대적자를 연결하는 고리가 있지 않겠냐? 마도서일 수도 있고, 계약서나 제단 따위가 있을 수도 있지. 그런걸 파괴하는 게 답이지 싶다.
빙의를 막을 방법은 전혀 모르겠다. 애초에, 그놈의 빙의 능력의 범위, 제한 등을 전혀 모르지 않느냐? 극단적으로 말해서 세상 모든 인간에게 언제나 빙의할 수 있다면 막는 건 불가능하지.”
대화하면서 차근차근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아리가 회의의 결론을 내렸다.
“다음 시도에선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진행해요.
첫째, 대적자의 진짜 정체를 알아낼 것.
둘째, 그를 죽일 방법과 관련해서 빙의 능력을 억제할 방법을 알아볼 것.”
나도 한가지 주의사항을 알렸다.
“빙의를 막을 방법을 알아내기 전에 이세현을 섣불리 건드리지 맙시다. 건드린 결과가 두 번째 시도의 강제 탈출이니까요. 대적자는 생각보다 조심스럽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다시 102호에 진입했다.
* 세 번째 시도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102호에 다시 진입한 후, 우리는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저택에 버티면서 이세현을 자극하는 행위는 까딱하면 ‘배후의 범인’을 자극해서 강제 탈출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저택에 가서 이세현과 간략한 인사만 나눈 후 이세현의 동생 역할인 은솔 신도와 만약을 위한 진철 사제만 남기고 전원 저택에서 나왔다.
현 시나리오의 핵심축인 ‘아이들 실종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는 결국 마을이다.
마을을 좀 더 조사할 필요가 있겠지. 우선, 다들 성당으로 향했다.
…
“정말 실종 사건에 대해서 모아둔 정보가 전혀 없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추기경님. 저는 경찰에만 신고하면 금방 해결될 줄로 알았습니다.”
“교황청에서 네놈을 여기다 박아놓은 게 고작 무슨 일이 생기면 112나 누르라는 의미인 줄 알았냐!”
—턱!
“죄, 죄송합니다.”
… 대체 왜 저 추기경은 애먼 신부를 괴롭히고 있는 걸까?
대화를 시작하고 20분 만에 우리 모두 깨달았다.
아마 ‘첫 번째 시도’때 봤던 수상한 집사의 먼 과거의 모습이라 여겨지는 저 신부는 정말 일반인이었다.
실종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라는 건 마을의 일반인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고, 마도서니 악마니 하는 이야기를 꺼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평범한 신부’라면, 사실 이렇게 추기경에게 혼나는 상황 자체가 억울할 것 같다.
평범한 성직자가 실종 사건이 일어날 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경찰에 신고해야지.
하지만 묵성 추기경은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 임명될 때 듣지 못했냐? 이 성당은 결코 이유 없이 지어진 장소가 아니다! 오래된 자료라도 있을 것 아니냐?”
‘오래된 자료’
정확히 집어서 이야기하자, 그제야 신부는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했다.
신부가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추기경은 뭔가 떠올린 걸까?
“묵성 추기경님. 뭔가 떠올리신 겁니까?”
“아니. 그런 정보가 있으면, 내가 진작 너희에게 이야기했겠지.”
“네? ‘성당이 이유 없이 지어진 게 아니다, 오래된 자료가 있을 거다’ 이런 말씀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냥 넘겨짚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이런 인구밀도 더럽게 낮은 장소에 그럴듯한 성당이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냐?
생각해보니, 이 세계의 교황청은 사실상 우리 ‘관리국’ 비슷한 집단 아니냐. 아예 관리국처럼 생각하니까 좀 감이 왔다.”
“감이 왔다고 하시면?”
“좀 더 상황을 보고 말해주마.”
10분 정도 흐른 후, 신부가 성당 내에서 파일들을 잔뜩 들고 나타났다.
그걸 본 추기경이 한마디 했다.
“너, 이것들 읽어본 적은 있냐?”
신부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표정만 봐도 대답을 알 수 있었다. 만져본 것조차 오늘이 처음일 것 같다.
대충 복잡한 문서를 오래 살펴야 할 분위기다.
추기경은 유송이, 엘레나 수녀에게 마을을 둘러보라 지시한 후, 나와 함께 문서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
2시간 정도 지났나? 추기경과 함께 많은 자료를 살폈다.
—탁!
“역시 예상대로다.”
“뭐가 말입니까?”
“이 성당은, 쉽게 말하면 오랫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관리국 지부’ 같은 장소다.”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전 이 세계관의 ‘교황청’만큼이나 ‘관리국’도 모릅니다.”
“간단한 이야기야. 이 성당이 지어질 당시엔 이 일대는 굉장히 위협적인 초자연 현상이 있었다.
그래서 지부를 설치했고, 당시엔 실력자들을 배치했을 거다.
그런데 갑자기 그 현상들이 사라지고 수십 년간 잠잠해진 거지.”
“우리가 ‘두 번째 시도’에서 겪은 일이 생긴 겁니까?”
“비슷하겠지. 아마 그때 ‘진짜 범인’은 어차피 빙의 능력 덕에 수명도 넘치겠다, 그냥 수십 년을 기다리기로 한 거지.
바로 지금처럼, 인간이 준비해둔 시스템이 수십 년의 세월 속에서 무력화되길 기다리면서.”
“아무리 그래도, 이 서류들에 따르면 꽤 심상찮은 정황이 많은데, 어떻게 이렇게 완전 일반인 신부를 배치하게 된 걸까요?”
갑자기 추기경은 조용해졌다.
잠시 후, 그는 마치 일반인에게 변명하는 공무원 같은 뉘앙스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반인 처지에서야 악마니, 괴물이니 하면 너무나 큰 사건이겠지만, 사실 지구 전체를 관리하는 조직이 보기엔 좀 과장하면 지천으로 널린 게 그런 놈들이거든.
당장 어제 2,000명을 학살한 괴물 두꺼비나 도시 하나를 통째로 이계로 옮기겠다고 날뛰는 사교 집단을 상대해봐라.
수십 년째 숨어서 사람 한둘씩 실종시키는 ‘사소한 놈들’에 일일이 힘을 쏟기 힘들어지지.
그러다 보니 이 지부도 관리가 잘 안돼서 저런 평범한 인간이 담당하게 되고 그러는 거다.”
… 어제 2,000명을 학살한 두꺼비? 도시 하나를 통째로 이계로 옮기겠다는 사교 집단?
예시가 너무 구체적인데?
나는 대체 무슨 세상에 살고 있었던 걸까?
잡설은 이쯤 하고, 모여있던 자료들의 내용은 간단했다.
102호의 죄수, ‘지저의 악마’에 대해 모아둔 자료들.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들을 모아보자 하나의 신화가 나타났다.
우주 어딘가에 ‘성운의 용’이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있었다고 한다.
그 초월적인 존재는 자식을 잉태한 채로 죽었다. 왜 죽었는지 따위는 적히지 않았다.
평범한 어미와 태아였다면, 그 시점에서 둘 모두가 죽었겠지.
그러나 어미가 신적인 존재였던 만큼, 태아도 이미 신적인 존재.
어미가 죽었는데도 태아는 죽지 않았다.
그는 영원히 태어나지 못하게 된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세상에 악의로 가득 찬 저주를 뿌렸다고 한다.
“이 태어나지 못한 자가 아리가 보았다는 ‘지저의 악마’일까요?”
“그렇겠지.”
“악마가 봉인된 장소는 마치 더 거대한 생물의 내장 속 같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봉인된 게 아니라 태어나지 못한 거였군요. 생물의 내장이라기보다는 어미의 배였고.”
“대충 비슷하게 보긴 한 셈 아니냐.”
“그렇긴 합니다. 이 정보들을 써먹을 구석이 있을까요?”
“모를 일이다. 난 그보다 다음 내용이 더 흥미가 간다.”
악마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수십 년 전, 이 자료를 모은 사람들도 아마 너무 머나먼 신화 같은 이야기라 생각한 것 같다.
훨씬 더 많은 자료가 60년 전의 실종 사건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실종 사건이 이번에 처음 일어난 게 아니군요.”
“그래. 아무래도 ‘진짜 범인’은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60년 전 사람일까요?”
“능력의 특성을 고려하면 160년 전 사람이어도 이상할 게 없다. 사실 그쯤 되면 이미 인간도 아니고.”
“점점 더 골치 아파집니다. 여전히 진짜 정체도 모르겠고, 빙의 능력의 한계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성과가 없진 않다.”
“뭔가 찾으셨습니까?”
추기경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창문을 통해 저택 쪽을 바라보았다.
“부제. 너 저택 뒷산 기억나냐?”
“… 제가 추기경님과 드잡이질했던 장소 말이군요.”
“저 뒷산에 뭔가 있는 모양이다.”
*
—탁!
성당에서 알아볼 만한 정보는 다 알아봤다.
출발하기 직전, 습관적으로 상태창을 켜서 승엽이와 아리의 상태를 살폈다.
[동료 위치정보(*)박승엽 : 사망
김아리 : 사망]
—풀썩!
나는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뭐냐? 부제? 뭐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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