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93)
92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Re (5)
* 2시간 전
– 박승엽
누나에게 주사기를 받아들자마자 미친 듯이 뛰었다.
사격으로 풍선을 쏠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괜히 내가 복잡하게 생각하면서 ‘축복’이 안배할 운명을 방해하지 말자.
지금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 그냥 축복을 믿고 매 순간을 찍으면 그게 답이다!
뒤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상한 세계. 모든 것이 작다.
생각해보면, 아까 아리 누나의 반대편에서 나타났던 외계인 같은 존재도 작았다.
정신없이 뛰다 보니 나타나는 동물들도 작고, 식물들도 작다.
소인국 세계의 걸리버가 된 기분이 이런 걸까?
나 자신도 102호에 들어오면서 몇 살 어려져서 작아진 편인데, 이 기묘한 세계에선 거대한 생물에 속했다.
사방의 풀과 작은 나무들이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귓가에서 맴도는 자박거리는 발소리들.
어딘가 썩어 문드러진 고깃덩이에서나 날법한 시큼하고 알싸한 냄새.
무언가 나를 쫓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이럴 때마다 정말 아쉽다.
왜 나는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걸까?
앞에 큰 나무 같은 게 있었다. 저 위로 올라가자.
고민하며 몇 발자국 내딛는 순간, 몸이 쑥 내려갔다.
— 풀썩!
무언가 바닥에 뚫린 구멍 같은 장소에 발이 쑥 들어갔다!
이 위기의 순간에 무슨 재수 없는 –
재수 없는? 지금 내가 재수가 없을 수가 있어?
지금의 나는 최고의 행운아다. 결코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바닥에 뚫린 구멍에 발이 빠진 건 운이 없어서 생긴 일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 생긴 일이다!
구멍으로 오히려 온몸을 밀어 넣었다.
한참을 질척한 흙과 충돌한 끝에 떨어진 장소는 지하의 이상한 동굴이었다.
동굴에 떨어지고 뛰다가 자연스럽게 알았다.
여기까지다. 행운의 가호가 끝나간다.
누나의 말을 듣고 주사기를 든 채로 아무렇게나 달려서 이 동굴에 도착한 것까지가 ‘행운’의 한계였다.
…
가호가 끝났기 때문일까. 사방에서 박쥐 같은 생물들이 눈을 번뜩였다.
박쥐. 세상에 저런 박쥐가 있을까? 전갈처럼 꼬리가 달린 박쥐?
그냥 이 악물고 동굴 끝을 향해 달렸다.
—푹!
아무리 달려도, 어린아이의 달리기 속도로 비행 생물을 따돌릴 수는 없다.
행운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박쥐들이 꼬리로 날 찔러댔다.
… 아프다. 그리고 찔린 곳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 든다.
찔린 곳을 보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이상한 곳에서 몸 멀쩡하게 나가긴 무리 아닐까?
내가 죽더라도 누나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 분명한 주사기를 들고 나가야 한다.
무슨 메시지일지 짐작이 갔다.
이 산에 이상한 세계로 통하는 장소가 있고, 이곳이 아마 적의 본거지임이 틀림없다!
그 외에도 누나라면 나보다 많은 것을 알아냈겠지.
파앗!
시야가 밝아졌다.
순간적으로 들어오는 태 빛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나는 바깥세상으로 나왔음을 알았다.
— 꿈틀!
아프다. 이젠 진짜 참을 수 없이 아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바닥을 굴렀다.
너무 무섭다.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덜덜 떨면서 상의를 벗었다.
“으아아아악!!!”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까 그 박쥐들은 내 몸에 ‘알’을 박았다!
손가락만 한 굵기의 애벌레 같은 무언가가 내 몸에서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몇 마리는 이미 몸 안쪽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 같다.
다들 죄송합니다. 전 이쯤 하겠습니다.
이 괴물들이 제 몸에서 ‘부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버틸 수 없어요.
최대한 등산로 근처까지 가서 내 옷을 벗어두고, 옷에 감싸서 주사기도 내려뒀다.
절벽에서 뛰었다.
… 그게 내 의식의 끝이었다. 다들 죄송해요. 그리고 힘내주세요.
* 현재
– 한가인
상태창에 뜬 아리와 승엽이의 죽음을 확인한 후, 우리는 다급히 수녀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들이 있다는 집으로 가보자, 다른 아이들은 전부 쥐 죽은 듯이 소파나 매트리스에서 잠들어 있었다.
추기경이 흔적을 찾아냈다.
“뒷산이다!”
“네?”
“여기! 요원들이 주로 흔적을 이런 식으로 남긴다. 뒷산으로 가자!”
더 설명도 안 하고 묵성 추기경은 바로 차로 달려갔다. 슬쩍 살펴보니 문 근처에 알 수 없는 기호가 있었다. 요원들끼리 쓰는 암호 같은 건가?
정신없이 나와 추기경, 수녀들이 차를 타고 저택 뒷산으로 향했다.
뒷산으로 가던 도중, 잠시 차를 세워 대화창으로 불러낸 진철 형까지 태웠다.
산에 도착하기까진 금방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대체 이 넓은 산 어디를 뒤져야 하지?
하다못해 승엽이와 아리가 죽은 장소라도 알아야 하는데!
일단은 다 함께 정신없이 등산로를 올랐다. 산 중턱쯤 갔을까?
길 근처에 피범벅이 된 상의를 발견했다. 송이가 바로 반응했다.
“저거! 저거 승엽이 옷이에요!”
피 묻은 상의.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걸까?
내가 옷을 들어 올리자, 안쪽에서 피로 가득 찬 주사기가 나타났다.
옷 옆엔 흙 위에 조악하게 끄적인 글씨도 있었다.
‘산, 이상한 세계, 본거지’
대충 산 어딘가에 이상한 장소가 있고, 그곳이 본거지라는 건가?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무슨 언덕도 아니고 이 광대한 산 어디에 본거지가 있다는 거지?
주사기를 집어 든 채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던 도중, 내부의 피가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
옆에서 추기경이 놀란 채로 외쳤다.
“야! 그 주사기를 내게 -”
주사기에서 저절로 빠져나온 피가 내 몸을 파고들면서 의식이 흐릿해졌다.
*
정신을 차리자, 어두운 공간에 선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고개를 돌리자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아리가 보였다.
이런 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건가?
“대체 뭘 하다가 죽은 거야? 대화창이라도 써서 우릴 부르지, 왜 혼자 위험한 장소에 갔어?”
멍하니 서 있는 아리는 내 말에 반응하지 않고, 그냥 내가 다가가자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
뭔가 ‘이 아리’는 진짜 아리가 아닌 것 같다. 그냥 홀로그램 같은 걸까?
허공에서 영상이 떠올랐다.
산 입구부터 시작해서 이상한 문이 있는 장소로 가는 길이 나타났다.
문을 넘어서자 기이한 세상의 풍경과 아름다운 꽃밭이 나타났다.
꼭 외우라는 듯이 영상은 두 번 반복됐다.
영상이 끝난 후, 아리는 역시 허공에 떠드는 느낌으로 말했다.
“이 문을 통과하면 적의 본거지, 이계가 나타난다. 이곳에는 사람의 영혼을 가공해서 만든 꽃들이 있다. 이 일대를 파괴하는 것이 해결의 핵심일 것으로 추측된다.”
너무 거창한데? 파괴해야 할 장소가 무려 이계에 있다고?
내가 혼란에 빠진 사이, 눈앞의 홀로그램은 말을 이어 나갔다. 다음 말은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아마도 나는 패배할 것이다. 내 영혼의 격이 매우 높으므로, 수백 혹은 수천의 인간을 희생시킨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아마도 곧 ‘태어나지 못한 악신’이 탄생할 것이다. 바로 탈출할 필요가 있다.”
놀라서 외쳤다.
“아니! 갑자기 곧 악신이 탄생한다니? 게다가 영혼의 격이 높다는 건 무슨 말이야?”
질문하면서 순간적으로 느꼈다. 지금 나의 질문.
‘진짜 아리’라면 절대 대답하지 않았을 것 같은 내용.
그러나 아리의 기억 일부를 담아 만들어진 듯한 이 홀로그램은 날 바라보며 대답했다.
“참가자의 영혼은 호텔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격이 올라간다. 그것이 호텔의 목적 중 하나. 내 영혼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났다.”
그 대답을 끝으로 나는 끝없는 소용돌이에 빠진 느낌을 받으며 어둑한 공간에서 벗어났다.
*
– 한가인
일어나자마자 전달받은 정보를 전달했다.
산 어딘가엔 적의 본거지라 할만한 이계가 있고, 아리 본인이 제물로 바쳐지면서 죄수, ‘태어나지 못한 자’의 탄생이 목전에 이르렀다는 사실!
추기경은 심각한 표정으로 외쳤다.
“좆됐다!”
송이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외쳤다.
“뭐가 어떻게 된 거죠?”
대답은 실시간으로 탄생 중이라는 분이 직접 해줬다.
—-고오오오오오오!
끝없이 사악한 외침이 천지를 뒤흔든다.
먹구름이 순식간에 저택으로부터 하늘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추기경을 바라보자,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악신의 탄생을 위한 본거지도 알아냈고, 뭐 다 좋은데, 정작 아리가 제물로 바쳐져서 악신이 곧 태어날 모양이다.”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엘레나가 중얼거렸다.
“그 말씀은….”
“이제 모든 게 망하기 직전이라는 이야기지.”
대지가 흔들리며 천지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진철 형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장 움직여라! 의식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탈출해야 한다!”
“이계에 있다는 본거지는요? 그 장소를 조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병신아! 이미 악신이 먹을 것 다 처먹고 태어나기 직전인데, 뒤늦게 본거지를 부수면 뭐 하냐! 이 지랄 나기 전에 부쉈어야지.”
나도 상황을 깨달았다.
악신의 탄생을 위한 의식이 진행되는 본거지의 장소까진 알아냈지만, 이미 고농축 제물인 아리가 죽고 제물로 바쳐지면서 악신이 태어나기 직전이다.
‘이번 시도’는 이미 망했다.
물론, 성과가 없는 시도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네 번째 시도로 넘어갈 수만 있다면!
악신이 태어나기 전에 본거지를 박살 내고, 대적자도 죽이면 해결이 아닐까?
일단 탈출 후에 생각해보자.
모두가 황급히 차를 타고 저택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가지 고민에 빠졌다.
‘강림을 써야 할까?’
차에 타자마자 주변에 의견을 구했다.
“제가 강림을 써서 그놈을 덮칠까요? 막 태어난 시점에선 좀 약하지 않겠습니까? 그 틈에 다른 분들은 최대한 거리를 벌려보는 게 어떻습니까?”
추기경이 대답했다.
“글쎄다.”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네 강림은 횟수 제한도 있고, ‘주’ 때문에 꺼림칙하다. 해결이 확실한 상황이 아니면 아끼고 싶구나.
이번 시도는 내가 볼 땐 이미 망했다. 악신의 탄생을 막지 못한 시점에서 이미 잘해봐야 탈출이다.”
“하지만 강림 없이 탈출이라도 가능하겠습니까?”
탈출의 조건은 ‘현재의 위기’에서 일시적으로라도 벗어날 것.
무려 악신이 태어나는 상황에서, 위기를 일시적으로라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순간에야말로 필요한 것이 조언이다.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줘!
[현자의 조언 : 3->2] [가끔은 판을 망쳐서 시간을 버는 것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무슨 말이지? 판을 망쳐서 시간을 벌어?
순간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즉시 한 번 더 조언을 썼다.
‘어떻게 판을 망쳐서 시간을 벌라는 거지?’
[현자의 조언 : 2 -> 1] [여러분은 ‘모든 것을 비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진철 형을 쳐다봤다.
파국으로 치달은 세 번째 시도.
탈출을 위한 유일한 길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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