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95)
94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Re (7)
* 세 번째 시도
– 이은솔
말없이 이세현을 쳐다보며 그의 손을 꼭 붙잡자, 결국 이세현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시우가…. 어릴 때 일이다. 10년도 넘었지. 시우 엄마, 유진이는 기억하지?”
이렇게 시작된 남자의 고백은 꽤 길게 이어졌다.
10년 전 알게 된 아내의 외도. 불륜 상대는 오랜 친구이자 세현이 당시 경영하던 회사의 대주주.
뒤늦게 아내를 응징하려 했지만, 아내가 빼돌린 각종 서류와 불륜 상대였던 대주주의 결탁으로 인해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했던 세현. 때마침 병마에 시달리기 시작한 아들까지.
… 그래. 대충 아침 드라마 같은 일을 겪었구나.
그런데, 진짜 미안하지만 전혀 안 궁금해.
내가 네 진짜 동생이면 지금쯤 눈물 한 방울은 흘려줬겠지만, 아니거든.
그것보다 저 밖에 나방이 고치 다 만들기 직전인데 제발 빨리 좀 말해라!
최대한 티를 덜 내면서 재촉하니 비로소 다음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쯤, 난 자살할 생각으로 저택 뒷산을 올랐다. 사실 그때는 저택이라기보다 조그마한 주택이긴 했는데 -”
“그래서 뒷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오라버니 제발 빨리 좀. 지금 나방이 고치에 침 바른다고!
“… 마음이 급하구나. 뒷산을 헤집고 다니다가, 나는 이상한 문을 지나쳐서 성스러운 빛이 내려오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 성소에서 요정 같은 존재를 만났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였지….”
거기서 또 아련하게 과거를 추억 할 분위기여서 결국 한 대 쳤다.
—퍽!
“억! 으, 은솔아?”
“너! 이제부터 또 헛소리 시작하면 다음 회차에서 시우부터 날려버린다!”
“알, 알겠으니 진정하거라. 거의 다 말했으니까. 그분은 알고 보니 위대한 분의 사도셨다.
사도께서는 내게 새로운 신을 모시라고 계시를 내리셨다. 내가 그분을 모신다면, 모든 고난이 사라지리라 말씀하셨지….”
신비로운 ‘사도’는 세현에게 새로운 신을 모실 것을 제안했다.
세현이 새로운 신을 성실히 모신다면, 그의 삶에 생긴 모든 고난이 사라지리라 말했다.
세현이 신을 모시기 시작하자, 신비롭게도 운명이 잘 풀려서 아내와 불륜 상대는 응징할 수 있었다.
모든 재산은 돌아왔고, 이후의 사업도 너무나 잘 풀리며 그는 큰 부를 얻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아들의 건강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 신비롭게도 운명이 잘 풀린 게 아니라, 사도 놈이 빙의 능력으로 인간 세상을 뒤흔들어서 네 소원을 이뤄줬겠지.’
“그 후로, 나는 그분 덕에 모은 재산을 그분에게 다시 바치기 위해 지하에 제단을 건설했다. 주기적으로 성실히 기도했고 -”
“제단?”
“제단이라 해서 뭐 그리 거창한 건 아니란다. 단지 -”
“아니, 오빠. 그 제단이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제발 세현아! 잡소리 좀 하지 말아줘. 딱 느낌 왔으니까.
그 제단도 부숴야 하는 거잖아!
“어? 제단 위치는 말로 설명하긴 좀 어려운데. 만들 때 사도께서 보안을 워낙 강조하셔서, 가는 길이 굉장히 복잡 -”
—쿠궁!
천지를 뒤흔들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설마!
바깥을 내다보자, 결국 나방이 고치를 다 만들고 안에 들어간 후 고치를 닫아버렸다.
…
당장 이세현 이 새끼 멱살을 잡아서라도!
“야! 이세현! 그 제단을 그러니까 어떻게 가냐고!”
“그게 말로 설명하기가 -”
/당신은 탈출했습니다!/
… 호텔 미친 새끼들이 여기서 자른다고? 딱 봐도 그 제단 무조건 부숴야 하는 건데?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1]
– 한가인
쿵!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감각과 함께 복도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다들 멍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이제는 익숙한 저주의 방에서 탈출한 모두의 모습.
105호로 향하며 서로가 알아낸 사실을 전달한 후, 식사와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평소와 달리 은솔 누나가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기색이다. 나부터 이야기하자.
“이제 슬슬 막바지입니다. 해결 조건도 윤곽이 드러난 상태죠.
크게 두 가지가 해결 조건인 것 같습니다.
첫째, 악신 탄생 의식을 저지할 것.
그 방법은 아마도 뒷산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이계의 ‘성소’, 지하 어딘가에 있다는 ‘제단’.
두 장소를 파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둘째, 대적자의 처단.
종으로 대적자의 빙의 능력을 저지한 상태로 죽이면 됩니다.
아리와 승엽이가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시작 시점’에서 대적자는 ‘이시우’에게 빙의 중인 듯합니다.
다른 생각이 있는 분은 말씀해주세요.”
송이가 질문했다.
“다른 생각이라기보다는, 궁금한 부분이에요. 왜 이시우의 몸에 빙의한 상태일까요?
재산을 통제하는 사람은 이세현이니, 이세현의 몸을 빼앗으면 훨씬 이런저런 일을 벌이기 쉬웠을 텐데요.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빼앗을 수 있던 것 같던데?”
묵성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이세현의 대외활동이 훨씬 많은 만큼, 이세현의 몸을 차지하고 있으면 교황청에 들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겠지.
실제로 사도 놈이 이세현의 몸에 있었다면 우린 두 번째 시도에서 이세현을 즉시 구속하든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애 몸에 있으니 깜빡 속아버렸지. 송이 너도 어린애는 팔찌로 검사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
송이가 인정했다.
“맞아요. 두 번째 시도에선 이세현만 의식하느라 이시우는 검사할 생각을 못 했어요.”
고민을 끝냈는지, 은솔 누나가 대화에 참여했다.
“한참 고민했는데, 역시 지하의 ‘제단’은 위치를 모르겠다. 내 머리에 들어온 이세현 동생의 지식을 뒤지고 뒤져도 제단의 위치와 관련된 정보가 없어.”
보안이 철저해서 가는 길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제단.
“어떻게 가야 할까요? 방법이 떠오르시는 분 없습니까?”
묵성 할아버지가 별일 아니라는 분위기로 대답했다.
“뭘 고민하냐? 가는 길 아는 놈은 ‘이세현’, ‘사도’ 둘 뿐인 게 아니냐? 사도 놈이야 입 열기는 불가능할 테니, 이세현을 족쳐서 가야지.”
“그러면 첫 번째 조건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답이 나왔네요. 이세현을 통해 제단의 위치를 알아내서 파괴하고, 뒷산의 성소도 가서 파괴합시다.”
‘파괴’라는 단어를 꺼내면서 진철 형을 바라보자, 진철 형도 바로 이해하고 대답했다.
“파괴는 내 별로 하면 될 것 같다. 우리가 뭐 폭탄이 있는 것도 아니니, 별만큼 확실한 수단이 없지. 무려 악신의 날개조차 비트는 유산인데, 성소든 제단이든 얼마든지 망칠 수 있을 거다.”
계속 말을 이었다.
“다음으로 대적자, ‘사도’를 죽이는 건 쉬울 것 같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이시우를 확보해서 바로 종을 치면서 빙의를 억제한 상태로….”
순간 말문이 막혔다.
따지고 보면 사악한 존재에게 몸을 빼앗긴 불행한 아이인데 죽여야 하나?
내가 말문이 막힌 사이, 아리가 대답했다.
“빙의를 억제한 상태로 시우를 죽이면 되겠네.”
…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종 계획이 완성됐다.
첫째, 제단과 성소를 별의 힘으로 파괴할 것. 제단의 위치는 이세현을 통해 알아낼 것.
둘째, 종으로 빙의 능력을 억누른 채로 이시우의 몸에 빙의한 대적자, 악신의 사도를 죽일 것.
마지막으로 묵성 할아버지가 주의사항을 말한 후, 오늘의 회의가 끝났다.
“다들 명심해라! 실시간으로 악신 탄생 의식이 진행 중이니까 계획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당하면 안 된다. 우리가 당해서 제물로 바쳐지면 악신의 탄생이 크게 당겨진다.”
* 네 번째 시도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네 번째 시도가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마을로 가서 아리와 승엽이를 챙긴 후 저택으로 바로 달렸다.
이젠 누구 눈치 볼 것도 없다. 오로지 필요한 것은 속전속결!
계획의 최우선 사항은 이시우의 몸에 빙의한 대적자를 종으로 바로 억제해서 개수작 부리지 못하게 하는 것.
번개처럼 저택에 들이치자, 이세현은 우리를 맞이하려 했다.
이세현이 무언가 행동을 하기도 전에 바로 이세현을 붙들었고, 추기경은 저택의 고용인들을 시켜 이시우를 불러냈다.
이시우가 무슨 행동을 하기도 전에 –
—타아앙!
내가 든 종에서 거친 금속음이 터져 나온다.
무언가 심상찮은 기운을 느낀 이시우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대체 어떻게!”
주변에서 시꺼먼 사슬이 솟아올랐지만, 역시나 종으로 인해 위력이 형편없었다.
진철 사제까지 갈 것도 없이, 그냥 내 힘으로도 충분히 버틸 만했다.
이시우를 침대에 결박하고, 옆에서 쉴 새 없이 종을 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시우는 의식을 잃은 듯이 축 늘어졌다.
이후, 우리는 이세현을 설득하려 시도했다.
시우의 몸에 빙의한 사악한 존재가 마을의 아이들을 제물로 바쳐왔고, 그 존재의 목적은 악신의 강림이라는 것.
당신이 모신 존재는 지극히 사악한 존재이며, 그 제단을 파괴해야 하니 안내해야 한다는 점.
당연하게도 이세현은 격렬히 저항했고, 우리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이세현을 평화롭게 설득할 생각으로만 온 건 아니다.
아리가 말없이 다가서서 최면을 걸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이시우를 바로 죽여야 하나?
내가 뭘 하기도 전에 추기경이 권총을 들고 축 늘어진 소년의 옆으로 다가갔다.
… 한숨을 쉬며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탕!
—팅~!
?
이거 무슨 소리지? 뭔가 튕기는 소리?
의아해서 돌아보자, 이시우가 뜬금없이 나타난 거대한 결정에 갇혀있었다.
“이게 뭡니까?”
추기경은 황당해하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자기 보호를 위한 비장의 수가 있던 모양이다. 총을 쏘니까 갑자기 이런 어이없는 돌덩어리가 나타났다.”
종을 계속 쳤는데도 결정은 멀쩡했다. 총도, 종도 안 통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진철 사제가 픽 웃더니 다가갔다.
“뭐, 다들 떨어지쇼. 저것 따위야 내 별로 -”
“병신아! 여기서 별을 쓰면 안 된다!”
“에?”
“에? 는 뭐야 에? 가! 가인이가 지금도 옆에서 죽어라 종 치는 것 안보이냐? 악신의 날개조차 비트는 별의 힘에 종이 버틸 리가 있냐?
저 결정이 망가지기 전에 종이 먼저 망가질 것이다. 종이 망가지면, 저놈은 이계에 있는 원래 몸에 돌아가겠지. 그 개지랄하는 것을 보고 싶냐?”
진철 사제는 깨달은 표정을 지은 후, 몇차례 주먹으로 결정을 내리쳤다.
까딱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주변에서 돌이나 쇳덩어리들도 가져와서 내리쳤지만, 역시 결정은 흠 하나 생기지 않았다.
결국 추기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 단순히 물리적으로 부술수는 없는 듯 하다. 평범한 수단으론 파괴가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하지?
총알도 튕겨내고, 진철 사제 힘으로도 흠집도 나지 않는다. 별 정도가 아니면 부술 방법이 없다.
별을 쓰면 종이 망가진다. 그렇다고 종을 별의 범위 바깥으로 가져가면, 사도가 다시 빙의 능력을 회복할 것 같다.
… 모두가 잠시 어떻게 할지 몰라 멈춘 사이에 아리가 결정을 내렸다.
“저 결정을 한도 끝도 없이 유지할 수는 없을 거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겠지. 몇 명은 남아서 종 치면서 저놈을 붙들고, 나머진 이세현 데리고 제단을 파괴하러 가자.”
결국 파티를 나누기로 했다.
제단을 파괴하기 위한 진철 형, 형에게 팔찌를 써야 하는 송이, 이세현의 최면을 유지해야 하는 아리 셋이서 제단을 파괴하러 떠나고, 나머지는 종을 두들기며 사도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
– 이세현
… 정신이 흐릿하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모르겠다. 마치 꿈꾸는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든다.
왜 나는 오늘 처음 보는 교황청의 사제들을 제단으로 안내하고 있는 걸까?
…
눈을 뜨라.
신실한 어린 양아! 나의 충실한 종 세현아.
거짓된 신을 섬기는 자들이 널 마소처럼 부리는구나
.
…
눈을 뜨라.
네가 신실한 마음으로 세우고, 매일 같이 경건한 마음으로 지켜온 성전이 무너져가노라.
네가 5000번의 밤을 지새우며 보살폈던 아이의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다.
일어서라. 오직 너만이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있나니.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거짓으로 가득 찬 위선자들이 나를 포위하고 있음을 알았다.
‘아아! 주여! 나의 주여!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제부터 내 말을 따르라. 네가 나의 손이고, 네가 나의 다리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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