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97)
96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Re (9)
* 네 번째 시도
– 한가인
— 끼에에에엑!
사방에서 괴물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네 번째 시도, 여기서 실패하면 다음 시도부터는 치명적인 페널티!
아니, 사실 페널티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이젠 탈출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저택 전체에서 괴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마치, ‘첫 번째 시도’때처럼!
뻐꾸기시계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새들이 튀어나왔다.
거울에서 우리를 닮은 괴물들이 칼을 들고 튀어나왔다.
저택 여기저기 장식된 조각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묵성 할아버지가 외쳤다.
“당장 모여라! 그나마 종 주변이 안전하다!”
‘저택 팀’ 전원이 정신없이 뛰어서 저택 1층의 결정화된 시우 근처에 모였다.
종을 넘겨받은 승엽이가 정신없이 종을 치기 시작했다.
과연, 성 게오르기우스의 종!
사실 이 세계의 게오르기우스가 뭐 하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한 분이긴 한 것 같다.
탁하고 거친 종소리는 도도한 물결처럼 우리 주변을 덮었고, 저택 사방에서 튀어나온 괴물들조차 종소리의 범위를 넘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버틴다고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하죠? 여기서 버티기만 해서 답이 있습니까?”
“나라고 알겠냐! 일단, 버티면서 이놈의 결정이 사라지길 기다려보자.”
결정이 사라질 때까지 버티면 되는 걸까? 그 후 시우를 죽이면, 해결이나 탈출이 뜨나?
—탕!
총소리와 함께 우리 근처의 탁자가 부서졌다.
갑자기 탁자에 총을 왜? 의아한 눈으로 할아버지를 보는 순간 깨달았다.
총을 쏜 사람은 할아버지가 아니다. 바로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어떤 새끼야? 나와!”
“집주인이다. 이 개새끼들아!”
분노로 가득 찬 이세현의 목소리.
아, 저 미친놈이 뭔 짓을 했구나.
대체 저 새끼는 대한민국에서 총은 또 어떻게 구한 거야?
“너! 네 이놈이 대체 어떻게 여길 -”
“하! 추기경. 당신 부하들은 이미 지하에서 다 타죽었으니 기대할 것 없다.”
그 말을 끝으로 이세현은 우리를 둘러싼 괴물들 뒤편에서 마구잡이로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괴물의 접근을 막아내던 종의 힘도 총알 앞에선 의미가 없었다.
점점 답이 없다.
다행히 이세현의 사격 실력은 별 볼 일 없었고, 우린 어떻게든 주변의 가구를 끌어다 막기에 급급했다.
“할아버지! 저 새끼를 저격하실 수는 없습니까?”
“야 인마! 이 많은 괴물 틈바구니에서 저놈을 맞출 수 있으면 내가 사격의 신이지! 각도도 잘 안 나온다.”
“아니, 손 말입니다! 장갑 써서 총을 저놈 더 가까이 가져가서요.”
그제야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은 할아버지가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
권총을 쥔 손이 허공으로 붕 떠올라서 이세현을 노리기 쉬운 위치를 점했다.
이세현은 우리에게 총을 쏘느라 급급했는지, 권총이 하늘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했다.
—탕!
“어엇! 이게 대체 무슨? 저것, 저 손을 떨궈라!”
아 미치겠네!
총알은 빗나갔고, 이세현은 허공에 떠오른 권총을 알아채고 마물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결국 총과 장갑만 잃고 말았다.
“아! 그걸 못 맞추십니까!”
“야…. 내가 원격 손으로 총 쏘는 건 어렵다고 하지 않았냐…. 진짜 망했네.”
그때, 은솔 누나가 행동을 시작했다.
은솔 누나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우리 주변에서 휙 벗어나더니, 괴물들 사이로 다가갔다.
즉시 괴물들이 은솔 누나를 죽이려던 찰나 –
“멈춰라!”
이세현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은솔 누나의 온 힘을 다한 ‘연기’가 시작됐다.
“그래도 동생이라고 살려는 주시나요?”
“내가 아무렴 널 죽일 생각이었겠냐? 하지만, 너도 나에게 설명해라!”
“저택에 엑소시스트들을 데려온 것 말인가요? 애초에 오빠가 언젠가부터 제게 뭐든지 숨기면서, 이상한 일을 벌인 게 아니라면 저라고 바깥의 도움을 구했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조카를 죽이겠다는 놈들을 불러와!”
“저도 교황청 사람들이 저렇게 미친놈들일 줄은 몰랐어요. 설마, 죄 없는 아이까지 다짜고짜 죽이려 들 줄이야…. 오빠는 제가 정말 시우를 죽이려 했다고 생각하세요?”
“…”
“시우는 절반은 제가 키웠답니다.”
“그랬지. 유진이, 그년이 엄마 노릇을 못 한 걸 네가 대신해 줬지.”
갑자기 저택에 감상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졸지에 죄 없는 아이를 죽이려던 광기의 교황청 사람들이 된 우리는 탁자 뒤에서 숨만 죽이고 있었다.
와! 누나 연기력 미쳤다!
실제론 시우인지 뭔지 하는 애를 만난 지 3일도 안 됐으면서, 누나 표정만 보면 엄마가 도망간 아이를 10년 동안 길러낸 감동의 모성애가 느껴졌다.
그 표정에 이세현도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이세현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동생과 감동의 화해를 했다.
은솔 누나가 괴물들 사이를 넘어서 본인 쪽으로 오는 걸 허락했다.
괴물을 넘어섬과 동시에 은솔 누나가 ‘사라졌다.’
“어! 아니, 이게 대체 -”
—푹!
어디서 구해왔는지, 날카로운 칼이 이세현의 가슴팍을 찍었다!
즉시 이세현 주변의 마물이 은솔 누나를 끌어냈지만, 이미 이세현의 급소에 칼이 박혔다.
“미안.”
“너…. 너!”
“시우는 내가 잘 보살펴줄게. 적어도 죽이기 전까지는.”
은솔 누나?
그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가 있어?
너무 악당 역할에 심취한 것 아니야?
이세현은 비틀거리면서 외쳤다.
“달려들어라! 너희가 다 죽더라도 종을 부숴라!”
외침과 함께 괴물들이 전부 달려들었다!
종소리의 범위 안에 억지로 들어서자, 순식간에 괴물들의 몸이 녹아내리고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괴물들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죽음을 불사하고 종만 부수려 달려들었다!
—탕! 탕!
권총 소리가 연거푸 들렸지만, 이미 권총으로 어떻게 해볼 놈들이 아니다.
마물들은 어떻게 봐도 인간이 아니다.
이세현도 엘레나의 ‘정의관’에 따르면, ‘악인’이라 보긴 어렵겠지.
… 사실, 아까부터 느끼기론 우리야말로 ‘조금’ 악인 같다.
덕분에 엘레나는 완전히 일반인이 되었다.
이 자리에 초자연적인 전투력을 지닌 사람은 우리 중 아무도 없다.
— 쾅!
오른쪽에서 거인이 몸의 절반은 녹아내리면서도 우릴 덮쳤다.
종에 의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냥 본인의 시체로 우릴 덮으려는 모양새!
어쩔 수 없이 무너지는 놈의 시체를 피하며 우리가 벌어지는 순간 –
쿵!
거대한 망치 같은 게 엘레나를 덮쳤다.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종을 치던 승엽이의 위로 또 다른 붕대를 두른 괴물이 떨어졌다.
종 근처로 억지로 접근한 대가로 괴물은 순식간에 타죽었지만, 그 타죽은 잔해가 승엽이를 덮쳤다.
“아악!”
고통을 참지 못한 승엽이가 바닥을 구르며, 종을 떨어트렸다.
저것! 저걸 어떻게든 집지 않으면 –
—으적!
…
거대한 조각상이 살아 움직이며 발로 종을 짓밟았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하하! 과연. 잘했다. 내 충실한 종, 세현아.”
본능적으로 필터로 날 덮은 채, 펜을 꺼내 들고 결정을 바라보았다.
깨어난 시우의 눈동자가 붉게 물드는 순간, 펜으로 눈동자를 마구 그었다!
“음? 넌 뭔가 잔재주가 있구나? 그래봐야 소용없다. 뭐, 사람은 많지.”
소용없다고 말하면서도, 사도는 나에게 빙의 시도하지 않았다.
바닥에서 솟아 나온 사슬들이 날 결박했다.
사도의 말대로 사람은 많았다.
바로 묵성 할아버지가 머리를 감싸 안으며 주저앉는가 싶더니 – 표정이 달라졌다.
아, 펜으로 시야를 가려도 소용없구나. 빙의를 막을 수 있는 건 종 뿐인 건가?
할아버지는 본래라면 절대 만들지 않았을 요사한 표정을 지으며 마물들을 지나쳐 이세현에게 향했다.
“사도님! 저, 이세현이 당신을 구했습니다.”
“물론. 잘 알고 있다.”
“시우! 그 아이는 괜찮습니까?”
“시우? 아, 네 아들 말이냐?”
“그렇습니다.”
할아버지의 몸을 빼앗은 사도는 기묘한 표정으로 결정 쪽을 바라보았다.
결정이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
그 안의 시우의 몸도 함께 녹아버렸다.
“아,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이해하거라. 저 술법은 방어력이 아주 견고하다만, 내부의 몸도 멀쩡히 나오기 어려워. 나처럼 몸을 갈아탈 수 있어야만 나올 수 있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시우는, 시우는!”
“흠. 너도 이쯤 하면 됐다.”
“네? 그게 무슨 – ”
—으직!
사도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바닥에서 솟은 사슬이 한순간에 이세현을 으스러트렸다.
… 아직 내가 살아있는 게 신기하다.
사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이후로, 여차하면 강림을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마지막까지 미루기 위해서 목숨이 위험해지면 쓰려고 했는데, 여태 단 한 번도 조언이 발동하지 않았다.
아까 나에게 빙의하지 않은 것도 그렇고, 사도가 날 바로 죽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내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려는 듯이 사도는 날 바라보았다.
“자네는 좀 기다리게. 자네처럼 격이 높은 영혼은 정말 드물거든.
사실 마을에서 만났던 아리라는 아이가 진짜 대단하긴 했지.
그 아이의 영혼 하나면 1,000명의 인간보다도 가치 있을 정도로!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바치지 못했네.
그 아이보다는 많이 못 미치긴 하네만, 자네라도 ‘제대로’ 바쳐야지.”
대충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사도 입장에서 보면, 격렬하게 싸우느라 가치가 높은 제물들을 ‘제대로’ 바치지 못하고 상당수가 그냥 죽은 상황이다.
이제라도 남은 제물 중 가치가 높아 보이는 나를 신에게 ‘제대로’ 공양해서 악신 탄생 의식을 진행하려는 계획.
그리고 그게 나의 기회지.
나에겐 강림이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던 순간 –
폭탄이 터지는 듯한 엄청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쾅!!!
저택 문짝이 말 그대로 터져나가며, 거한이 빗살처럼 날아들었다.
종의 범위 바깥에 있던 그나마 멀쩡한 괴물들이 거한에게 달려들었다.
—부우웅!
무슨 만화영화의 한 장면처럼, 거한은 괴물들을 힘으로 내던지며 다가왔다.
아니, 이쯤 되면 누가 괴물이야?
그 미친 광경을 보던 사도도 놀람을 감추지 않았다.
“저 새끼는 또 뭐야? 교황청은 무슨 헤라클레스라도 불러낸 거냐?”
사방에서 사슬이 뻗어 나오며 진철 형을 덮친다.
형은 그 사슬을 붙들더니, 그냥 힘으로 뜯어내고 사도에게 달려들었다.
…
그걸 보고 신기해서 나도 내 몸을 결박한 사슬을 잡고 움직여봤다.
아예 1mm도 움직이지 않는다.
저 형의 힘은 이제 정말 헤라클레스 같은 단계에 들어선 듯하다.
싸움은 그리 길게 끌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사도는 형의 몸을 빼앗지도 못하는 듯했다.
힘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고, 몸을 빼앗지도 못하니 승부는 뻔한 것.
그야말로 항우처럼 괴물을 뚫고, 사슬을 뜯어내면서 달려든 진철 형의 주먹이 사도의 몸통을 으깨버렸다.
끝났나?
빌어먹게도 아직도 끝이 아니었다.
이세현을 찌른 후, 한참 전부터 바닥에 결박되어있던 은솔 누나가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바로 일어나서 –
아니 시발 투명해졌잖아!
형은 바로 투명해진 누나를 쫓으려는 듯했으나, 아직도 남아있던 괴물들이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형을 붙들고 늘어졌다.
…
사도도 도망가고, 저택의 괴물들도 모두 으깨진 후.
형은 내게 다가왔다.
“괜찮냐?”
“제가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형은 괜찮습니까?”
진철 형은 별 대답 하지 않고 내 옆에 주저앉았다.
“이제, 가인이 네가 해결해야 할 것 같다.”
“강림이요? 아까부터 쓸까 말까 고민은 했는데. 지금 분위기면 형이 끝낼 만하지 않습니까? 사도하고 형이 두 번 붙었는데, 두 번 다 쉽게 이기시던데.”
“처음엔 종의 힘으로, 다음엔 송이가 죽기 전에 목숨 바쳐서 걸어준 정신 보호의 힘으로 빙의를 막아서 가능한 일이지.
이제 정신 보호도 끝났다. 사실, 정신 보호보다도 이젠 내 몸이 문제다.”
“몸이요?”
그제야 형의 몸을 살폈다.
… 그야말로 셀 수 없는 상처들.
거의 몸 절반은 불에 탄 것처럼 화상으로 가득하고, 여기저기 총알 자국으로 가득하다. 대체 지하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것인가.
거기에 괴물, 사도와의 싸움까지 벌였다.
이건, 여태 살아있는 것조차 기적이 아닌가.
“그나마, 내 후원자 놈이 얹어준 재생력 덕에 여기까지 온 거지. 그래도 이젠 좀 힘들구나.”
“…”
형의 숨결이 점차 흐릿해지는 듯하더니, 결국 멈췄다.
이제, 나 혼자 남았구나.
… 정체불명의 존재, ‘주’로부터 얻은 힘.
어떻게든 모두가 피하고 싶어 했던 때가 오고 말았다.
[강림 : 3 -> 2]—라아아아아!
천사들의 합창이 세상에 울려 퍼진다.
천상의 물결이 지상을 덮었다. 이윽고, 하늘의 아들이 지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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