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99)
98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Re (11) Fin
* 네 번째 시도
– 하늘의 아들
잠시 멈춰서 허공을 부유하고 있자 애벌레가 근처까지 기어 올라왔다.
“고치를 만드느라 바쁘신 줄 알았는데, 몸소 올라오시는군요?”
‘네 목적은 대체 뭐지? 왜 나를 방해하는 거야?’
“아실 필요 있습니까? 오늘이 장례식이실 텐데?
아,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분이니, 장례식은 아니네요.
사산식 정도로 할까요? 아니면 유산식?”
조금 놀렸더니, 상대는 화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힘을 뿜어냈다.
새삼 다시 느꼈다.
저 태어나지 못한 자는 어딘가 이상하다.
단순히 힘의 강약의 문제가 아니었다.
호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정신적인 면에서도 신답지 않았다.
잠깐의 상념이 지나갔다.
‘강림’한 이후 처음으로 싸움 다운 싸움이 시작됐다.
*
싸움이 시작하고 정확히 27.38초가 흘렀다.
30초 미만의 짧은 시간.
소리의 장벽을 넘어선 아득한 속도의 세계에서, 세상 전체를 덮을 듯한 손이 나를 덮쳤다.
산이라도 능히 쪼갤 수 있는 검이 휘둘러지며 손을 쪼개는 순간, 이번엔 인지를 벗어난 악의가 나를 덮쳤다.
주술? 마법?
바보 같은 이야기구나.
태어나지 못했다고는 하나, 신역에 들어선 존재의 악의는 그 자체가 곧 기적인 법.
이런 것을 어찌 인간이 만들어낸 지식으로 재단할 수 있겠는가?
물론 신역에 반 발자국 들어선 것은 나도 마찬가지.
살고자 하는 내 마음이 곧 기적이 되어 악의로부터 나를 지켰다.
두 번째 태양을 불러내어 열선을 뿜어내었다.
인간의 도시 하나는 가볍게 태웠던 힘이건만, 적은 무슨 뜨거운 감자 하나를 먹는 느낌으로 태양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다시금 달라붙어 산이라도 쪼갤 듯한 위력의 검격을 날렸다.
검격이 애벌레를 쪼개는 듯했으나, 애벌레는 마치 액체라도 된 것처럼 내 검을 투과시켰다.
…
이런 식으로 1분을 격돌하며 깨달았다.
절대 이길 수 없다.
이 공간에 들어서기 전에 품었던 오만할 정도의 자신감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천문학에 빗대자면, 달과 별의 차이.
내가 필멸자치고 아무리 강하다 해도, 결국 ‘주’로부터 힘을 받아서 쓰는 달이었다.
상대가 신치고 아무리 부족하다 해도, 그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었다.
또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
평생 내가 해봤던 ‘싸움’들은 지금의 싸움에 비하면 재롱잔치에 불과했다.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렇게 압도적인 수준의 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
강림으로 얻은 힘에 대한 숙련도가 부족함을 수 없이 느꼈다.
두 번의 참격을 휘둘렀지만 모두 무효로 돌아갔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난 빈틈.
시간으로 치면, 1초를 1000번으로 쪼갠 찰나의 순간이 스쳐 간 정도에 불과했다.
… 이 수준의 싸움에서, 그 정도의 시간이면 내 목이 열 번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사방에서 뻗어오는 촉수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쾅!
아. 몸의 통제를 잃은 채 튕겨 나갔다.
대체 어디까지 날아가는 거지?
신체 자체는 멀쩡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강림’이 내게 부여한 힘은 절대 무한하지 않다.
그 힘이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패배가 다가온다.
이러다가 해결은 고사하고, 탈출도 실패하는 게 아닐까?
최소한 저놈에게 치명상을 입혀서 탄생을 늦추기라도 해야 탈출할 수 있을 텐데.
벽, 아니, 성운의 용의 사체 어딘가에 튀어나온 돌기를 붙잡고 간신히 멈췄다.
… 이해할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대한 힘을 얻었으면서도, 그 힘을 제대로 쓸 줄을 모르는구나.’
“…당신은 누구십니까?”
‘현실을 뜻대로 재단하는 권세를 얻었음에도, 어찌 원숭이처럼 싸우는고?’
“어떤 분이신지는 모르지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너에게 바라는 바가 있으니, 조금 도와주마.’
의식이 끝없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진실로 위대한 의지가 내게 깃듦을 느꼈다.
그제야, ‘목소리’가 내게 전한 말의 의미를 깨우쳤다.
‘주’는 내게 총을 줬는데, 나는 그걸 쥐고 둔기처럼 휘두르고 있었구나.
위대한 자들이 보기에 얼마나 어리석어 보였겠는가?
*
신이란 무엇인가?
호텔, 관리국, 교황청이 말하는 신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님은 여러 차례 깨우쳤다.
힌두교나 그리스 신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인간은 초월했으나, 그 한계 또한 있는 존재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능력이 있기에 그들을 필멸자와 구분하여 신이라 표현하는가?
‘목소리’의 도움으로 신의 영역에 한 발자국 더 깊이 들어가고서야 이해했다.
필멸자가 무대 위를 살아가는 배우들이라면, 신이란 그 무대를 빚어내는 설계자들이다.
시야의 끝에서 태어나지 못한 자가 내게 다가왔다.
이윽고 내 입에서 ‘힘을 가진 말’이 세상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선언컨대, 너는 오늘 나를 3번 부정하리라.”
‘무슨 개수작을 – 대체 이게 무슨 힘이지?’
“성운의 용의 아이야. 너는 종복을 부려 수없이 많은 무고한 이를 학살한 죄업을 쌓았다.
그러나 ‘주’의 자비는 실로 크도다. 내 앞에서 회개하겠느냐?”
‘너는 개미를 밟을 때도 죄업을 논하는가? 나는 그 어떤 죄업도 쌓지 않았다!’
회개하지 않은 이는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으니, 영원히 속박당하리라.
사방에서 뻗은 불타는 사슬이 죄인의 몸을 붙들었다.
“회개하지 않은 죄인이여. 너는 이 어둑한 장소에서 빛나는 지상을 바라보며, 삶을 희구하는 생자들을 끝없이 질투하였다.
그러나 ‘주’의 자비는 실로 크도다. 내 앞에서 고백하겠느냐?”
‘개소리! 나는 성운의 용의 장자! 신세계를 열 운명을 타고났다. 내 어찌 미천한 필멸자를 질투한단 말이냐!’
자기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자격이 없으니, 영원히 성장의 가능성을 잃으리라.
허공에서 나타난 칼들이 패배자의 몸을 토막 쳤다.
고치를 만들기 위해 필멸자의 영혼을 녹여 만들어낸 실들을 전부 끊어버렸다.
“성장할 수 없는 아이야. 네가 쌓은 업이 네게 돌아오고 있다. 심판의 날이 다가왔느니라.
그러나 ‘주’의 자비는 실로 크도다. 너는 네 두려움을 인정하고, 내 앞에 엎드리겠느냐?”
‘나는…. 용의 장자다…. 죽을지언정, 겁쟁이처럼 떨지 않겠다.’
그 말을 하는 아이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가득했고, 아이는 더 이상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자신의 두려움조차 직시하지 못하는 이는 이미 판단력을 잃었으니, 더 이상 지성을 가지지 못 하리라.
덜덜 떨던 아이의 산처럼 거대하던 몸뚱이가 오그라들었다.
곧, 아이는 흡사 진짜 애벌레처럼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아아, 이런 비극이 있겠느냐?
내가 네게 3번의 기회를 주었으니, 회개하고, 고백하고, 인정할 기회였다.
그러나 네가 오늘 나를 3번 부인하니, 어찌 그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있겠느냐?”
지성을 잃은 아이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아아!’
“너는 죄인이다. 그러나 너는 아이로구나.
보라. ‘주’의 자비는 너무나도 방대하니, 네가 이토록 악업을 쌓았음에도, 아직도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다.
아이야. 네 모든 업을 내려놓고 억겁의 세월 동안 널 기다려온 부모의 품에 안기겠느냐?”
나를 3번 부정한 아이는 4번의 기회가 되어서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말을 받아들였다.
태어나지 못한 자가 이제야 순수한 빛으로 변하며, 천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힘을 가진 말’이 끝났다. ‘강림’의 힘이 나를 떠나갔다.
*
– 한가인
기적의 시간이 끝나고, 그제야 ‘내’가 깨어났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마지막은 또 뭐야?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마치 기나긴 꿈을 꾼 것과 같았다.
허공에 붕 떠오른 채로 그저 혼란에 덜덜 떨고 있던 순간 –
공간 전체, ‘성운의 용’의 유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퉁!
순식간에 내가 퉁겨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끝없이 광대 무량한 공간에서 나를 바라보는 ‘용’을 보았다.
눈 하나가 호수보다도 크고, 비늘 하나하나가 섬보다도 큰 존재.
태양이 자아를 가지고 나를 쳐다보면 이런 기분이 들까?
‘이제 좀 이해했나?’
“무엇? 무엇을 말입니까?”
‘힘의 사용법.’
… 그제야 깨달았다. 아까 전, 내게 말을 걸어 도움을 준 존재가 바로 ‘용’이었구나.
동시에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죄수, 아니, ‘죄수라고 착각했던’ 태어나지 못한 자가 호텔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이유!
“당신이 이 방의 죄수였던 겁니까? 당신을 죽인 건 호텔이었던 건가요?
아니, 죽은 것 치곤 지금은 마치 살아계신 것 같긴 합니다만?”
‘나는 분명 죽었다. 지금은 일종의 유언이라고 해두지. 그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너는 내 목표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궁금한 점은 없는가?’
… 궁금한 점.
너무 많다. 너무 많아서 오히려 뭘 물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을 했다.
“호텔은 대체 뭐죠? 왜 우릴 가둔 겁니까? 목표를 이뤘다고요? 죄수들의 목적은 또 뭐죠?”
‘안타깝지만, 대답해줄 수 있는 질문은 뒷부분뿐이군. 죄수들의 목적은 다들 다르다.
적어도 내 목적은 아이의 구원이었다고 해두지.’
“아이의 구원?”
‘너희도 아이를 지극히 아끼는데, 나라고 다르겠는가?
아득한 세월 동안, 이 지옥 속에서 내 아이가 이룰 수 없는 미망에 시달리는 걸 보았도다….
나는 아이에게 ‘다음 기회’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 말과 함께 용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태어나지 못한 자가 변한 순수한 빛이, 마치 나비처럼 펄럭이며 공간의 저편을 향해 나아갔다.
‘아아…. 내 아이야. 이제 부처께서 네게 다음 기회를 허하시리라.’
“대체, 아까부터 말하는 ‘다음 기회’라는 게 무슨 말입니까?”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해결’이 다가온다.
‘시련, 아니 지금은 호텔인가? 위로 올라가거라.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필멸자도 불멸자도 간절히 바라는 것. 우주에서 오직 이 장소에서만 이룰 수 있는 것.’
우주에서 오직 이 호텔에서만 이룰 수 있는 것? 그게 대체 무슨 말이지?
‘나는 비록 여기서 끝이지만, 내 아이는 이 지옥에서 기나긴 속죄를 마쳤으니 ‘다음 기회’를 얻으리라.’
용은 더 이상의 대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뭔가 많은 정보를 말해주는 듯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마치 유언을 남기는 듯한 용의 태도를 볼 때, 인제 와서 내게 뭘 숨기려는 것 같진 않다.
그보다는 호텔이 건 ‘제약’이 아직도 남아있는 느낌.
내 근처의 공간까지 요동칠 때쯤, 한 권의 책이 내 앞에 나타났다.
책을 움켜쥔 채로 해결의 순간을 기다렸다.
‘다시 한번 말하지. 고맙다. 그리고 조심해라. 네게 ‘강림’의 힘을 준 자의 의도가 좋지 않음이 느껴진다….’
오늘의 일은 사람의 지혜로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러나, 어렴풋한 깨달음이 머리를 스쳐갔다.
‘지옥’, ‘속죄’.
… 관리국은 호텔에 갇힌 초월체들을 ‘죄수’라고 불렀지?
이 장소는 악행을 저지른 신적인 존재들이 끝없이 고통받는 지옥인가?
그렇다면, 이제 빛의 나비로 변해 공간의 저편으로 날아간 ‘태어난 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득한 세월 속에서 죗값을 치르고, 마지막엔 ‘주’의 힘을 통해 ‘회개’하였으니, 어딘가에서 ‘다음 기회’를 얻는 걸까?
알 수 없다. 내가 추론을 하는 건지, 상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가서 조언을 써볼까 했지만, 의미 없겠지.
호텔 그 자체의 비밀에 대해선 올빼미 본인부터가 제약에 걸려있는데, 어떻게 조언 따위로 답을 얻을 수 있겠는가.
죄수들은 그렇다 쳐도, 대체 우리는 왜 이 장소에 끌려온걸까?
서서히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 시야의 모든 것이 가루처럼 흩어지고 성운의 용의 몸도 사라져갔다.
완전히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
성운의 용은 ‘다음 기회’를 얻어 시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이 공간에서, 나는 적어도 지금 저 용의 마음만큼은 이해했다.
마지막 순간, 성운의 용은 이계의 창조주도, 호텔의 죄수도 아니었다.
단지 자식의 운명을 비틀어보려 모든 것을 바친 존재였을 뿐.
… 오랜만에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안내창이 떴다.
/당신은 성공했습니다!
공포의 저택. 악신의 부활을 꾀하는 자! 비극의 시작은 성운의 용의 죽음에서 시작되었지요.
신이 죽으며 말세가 도래한 세계. 신의 유해에서 찾아낸 태어나지 못한 아기 신을 완성하고자 했던 사도!
어쩌면, 여러분이 쓰러트린 사도는 인류의 적이지만, 이계의 구세주였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사슴이 사자 걱정해 줄 필요 있겠어요?
끝없이 동료의 몸을 빼앗는 사도, 마지막까지 거짓을 감췄던 저택의 주인!
게다가, 혼란스러운 시나리오 변경으로 인해 힌트를 망각한 여러분의 실수까지.
사실상 시나리오가 파국으로 치달았음에도, 기적의 힘을 빌려 태어나지 못한 신과 싸워 이기는 대활약!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다음번엔 이렇게 ‘자체 하드모드’로 가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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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중 최종 해결 발생! 축하합니다! 최종 해결자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유산 ‘화신의 서’를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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