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MC : 일단 유연 씨는 성공이고요~ 계속해서 청 씨 뽑아 보도록 할게요.]다행히 백야는 복숭아 말랭이가 되기 전에 구조됐다.
검지와 중지를 편 청이 자신의 눈을 한 번, 백야의 눈을 한 번 가리키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유연을 놀려 먹을 수 있는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 버린 자에게 보내는 경고였다.
[MC : 네, 청 씨도 미션지를 뽑으셨고요. 큰 소리로 읽어 주세요.] [청 : 이거 제발 청이가 해 줬으면. 오! 내가 뽑았어! 나잉아, 이거 내가 뽑았다!] [민성 : 뭔데 그래?]궁금증을 참지 못한 민성이 슬쩍 다가가 종이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다.
[민성 : 푸핫!] [청 : 인소 남주 재질? 청청 보고 싶어요. 오글거리지만 설레는 대사해 주세요. 이게 뭐냐?] [유연 : 으아악!]호락호락하지 않은 미션에 나잉이와 멤버들이 환호했다. 유연은 몸을 꼬며 시작 전부터 못 견디어 했다.
[MC : 인소 남주! 미션지가 다행히 주인을 잘 찾아갔네요.] [청 : 인소 남주가 뭐야?] [MC : 인터넷 소설 남자 주인공이라고 제가 학교 다닐 때 유행하던 거예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잘생긴 사대 천왕이 나만 좋아하는 그런~]앨리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지한 : 대사가 뭔가요?] [민성 : 들어 봐. 들어 보면 알아.] [MC : 청 씨는 준비되는 대로 바로 대사 해 주시면 됩니다.] [청 : Okay!]제가 하는 것도 아니면서 온몸으로 부끄러워하는 멤버들에 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 : 왜 저래?]외국인은 본인이 들고 있는 대사가 얼마나 엄청난 건지 모르고 있었다.
[청 : 나 한다?]팬들의 요청인 만큼 진지하게 임하고 싶었던 그는 웃음기를 쫙 뺀 얼굴로 주어진 대사를 읽었다.
[청 : 나를 함부로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으아악!”
공연장이 뒤집어지고 뱁쌔도 뒤집어졌다.
세기말 감성을 견디지 못한 율무와 유연은 벌떡 일어나 뒤돌아섰고, 지한은 민망한 듯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웃음을 참았다.
반면 민성은 앨리와 함께 소녀처럼 좋아했고, 백야는 청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청이 대사를 하는 순간 그의 시야에 보이는 데시벨 측정기가 110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었다.
[율무 : 나를 함부로 대한 여자는.] [유연 : 네가 처음이야. 으악!] [청 : 모야. 왜 저래.]유연과 율무가 대사를 주거니 받거니 장난쳤지만, 청은 타격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다른 멤버들의 버전을 듣게 된 나잉이들만 신이 났다.
[MC : 정말 대단합니다~] [민성 : 이쯤 되면 백야가 어떤 걸 뽑을지 정말 기대되네요.]자리에서 일어난 백야가 앨리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어떤 걸 뽑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잡혔다.
[MC : 네! 마지막으로 백야 씨까지 미션지를 뽑으셨고요. 지금 내용을 먼저 확인해 보고 계십니다.]미션지를 얼굴 가까이로 바짝 당긴 백야가 꼬물거리며 종이를 반만 펼쳤다.
[유연 : 그게 보여요?] [율무 : 안 보일 것 같은데~]백야가 뒤를 홱 돌아보며 사나운 눈을 치켜떴다. 놀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청 : 나 궁금해!]자리에서 일어난 청이 다가오자 백야가 냉큼 등을 돌렸다. 카메라를 등진 복숭아가 멤버들을 경계하며 몰래 종이를 펼쳤다.
[율무 : 아~ 뮤직비디오 장면 중 하나 재연해 주세요~] [백야 : 뭐야?!]그러나 내용을 공개하기도 전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놀란 개복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카메라가 미션지를 비추고 있는 게 보였다.
[백야 : !!!!! (당황)] [청 : 백야 바보야, 바보~]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개복치가 입술을 말아 물며 분해했다.
[MC : 뮤직비디오 장면 어떤 게 있을까요? 혹시 멤버들이 보고 싶다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지한 : 립스틱?] [율무 : 오~ 그거 좋다.] [유연 : 지한이 형이 입술 문지르는 마지막 장면으로 가시죠.] [백야 : 네? 그거 하면 화장이 다 망가지잖아요.] [MC : 이게 마지막 코너라서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스타일리스트님 괜찮나요?] [민성 : 괜찮다고 하시는 것 같은데요? 나잉이 여러분은 어떠세요.]물어본 게 무색할 정도로 열렬한 환호가 쏟아졌다. 팬들은 당장 백야에게 립스틱을 대령하라며 함성을 부르짖었다.
잠시 후 무대 위로 립스틱 하나가 올라왔다. 데이즈가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MC : 혹시 거울은 없나요?]아무래도 남자분들은 조금 서투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울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앨리가 요청했다.
그러자 청이 립스틱을 채 가며 대뜸 자신이 그려 주겠다 외쳤다.
[청 : 내가 해줄게!] [백야 : 싫어! 내가 할 거야. 너 이상하게 그릴 거잖아.]청을 믿지 못하겠다며 백야가 다시 립스틱을 가져왔다. 그사이 준비된 거울을 받은 백야는 무대의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유연 : 그냥 가운데서 그리면 안 돼?]한 손에는 거울, 한 손에는 립스틱을 든 탓에 마이크를 쥘 손이 부족했지만, 백야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동그란 뒤통수가 제법 단호하게 흔들렸다.
[청 : 어차피 다,] [지한 : 청아.]청을 부른 지한은 눈이 마주치자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말하지 말라는 뜻인 듯했다.
“역시. 한마음 한뜻으로 놀리는 백야 몰이.”
뱁쌔는 훈훈함을 느꼈다.
그 시각 미션 내용을 들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대를 등지고 앉은 백야. 뱁쌔의 최애는 구석에 쭈그려 앉아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뒷모습을 비추던 카메라는 점점 줌 인되며 백야의 얼굴이 비친 거울을 확대했다. 네모난 손거울에 갇힌 천도복숭아는 퍽 심각해 보였다.
[율무 : 아직인가요~] [유연 : 못 그리겠으면 청이가 그려 준대.] [청 : 맞아!]아직 립을 바르기 전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 멤버들은 모르는 척 백야를 재촉했다.
멤버들의 성화에 백야의 미간이 불만스럽게 찌푸려졌다.
[백야 : 싫어!]앙칼지게 거절한 백야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싶더니 이내 소심하게 립을 덧바르기 시작했다.
[백야 : 낑.] [민성 : 방금 어디서 강아지 소리 나지 않았어요?]거울을 내린 백야가 차마 고개를 못 들겠는지 무릎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MC : 백야 씨, 다 그렸어요?] [백야 : ……네에.] [청 : 일어나!]다가와 백야를 일으켜 세우는 스파르타 청에 복숭아가 얼굴을 숙인 채 일어났다.
[MC : 백야 씨, 립스틱 색깔이 그렇게 진하지 않아서 괜찮아요.] [백야 : 정말요…?]거짓말이었지만 백야는 앨리의 말에 조금 안심한 듯 보였다.
[유연 : 하나 둘 셋 하면 되나요?] [MC : 네! 다 같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한번 외쳐 볼까요?] [단체 : 하나~ 둘~ 셋!]카운트에 맞춰 백야가 손등으로 입술을 마구 문질렀다.
“꺄아악!”
현장의 나잉이들은 물론 유앱으로 보고 있던 뱁쌔도 집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불가항력이었다.
[민성 : 깜짝이야.] [MC : 이야~ 함성이!]립스틱 고양이에 이은 립스틱 햄스터의 탄생. 얼마나 열심히 문질렀는지, 손등과 입 주변이 번진 자국으로 엉망이었다.
[MC : 네~ 이렇게 해서 마지막 코너까지 진행을 해 봤는데요. 백야 씨와 청 씨, 유연 씨께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너무 열심히 해 주셨어요.] [유연 : 아니에요. 나잉이 여러분이 즐거우셨다면 저희도 만족합니다.] [백야 : 맞아요. 재미있었어요.]물티슈로 손등의 립스틱 자국을 닦던 백야가 얼른 대답했다. 미션을 수행하기 전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MC : 네. 그럼 우리 데이즈 분들은 다음 무대 준비를 위해서 잠시 무대 뒤로 내려가 계실게요.]데이즈를 떠나보내기 싫은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울렸다.
[MC : 여러분,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오늘 두 시간 동안 함께한 쇼케이스 즐거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떠셨나요.]앨리의 질문에 화답하듯 우렁찬 목소리가 돌아왔다.
데이즈와 나잉이의 꽃길을 응원한다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앨리는 퇴장했다.
그리고 암전되는 무대.
스텝으로 추정되는 실루엣이 무대를 오가는 모습이 보이다, 커다란 전광판 위로 축하 영상이 떠올랐다. 데이즈의 선배 그룹인 A.I.M이었다.
[Ready to shoot! 안녕하세요, 에임입니다. 너무 귀여운 후배들이죠, 데이즈의 정규 1집 발매를 축하합니다.]이어서 같은 소속사인 로즈데이와 글래시의 짧은 응원 영상이 이어지고, 다시 어두워진 틈을 타 데이즈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 Under the Moonlight
붉은 조명, 반주와 함께 울려 퍼지는 민성의 목소리.
NAN의 무대를 끝으로 데이즈의 쇼케이스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 * *
▷ 현재 보유 스타 포인트 : 3
퀘스트로 1 포인트를 획득한 백야. 백야는 쇼케이스가 끝남과 동시에 또 한 번의 상태창을 마주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Q. 천재 아이돌(2) : 올해 안에 음악방송 1위 하기]컴백 활동의 신호탄을 쏘기 무섭게 뜬 퀘스트. 망겜의 메인 스토리를 담당하는 퀘스트라 그런가 요구하는 스케일이 남달랐다.
신인상도 맡겨 놓은 것처럼 세 개나 받아 오라고 하더니 올해 안에 음악방송 1위라니.
‘음방 1위는 아무나 하냐고!’
심통이 난 개복치의 볼이 복어처럼 부풀었다.